테마책산책-민통선평화기행-경향신문2006/12/03 617

2006년 12월 1일 (금) 17:37 경향신문

[테마冊산책]DMZ는 ‘잘린 틈’아닌 ‘이음매’

17년 전 겨울을 중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의 GP에서 났다. 국토분단을 뼈저리게 느낀 소중한 체험이었다. 그곳에서 TV를 통해 베를린 장벽이 ‘철거’되는 장면을 보고선 착잡한 심정을 가누지 못했다. 감히 말하건대, 분단의 질곡이 가져온 반대급부라고 하기엔 비무장지대의 때묻지 않은 자연은 보잘 것 없다. 20년 전에도 전방의 높은 봉우리들은 숲이 울창하고 계곡물이 맑았다.

언론인 함광복에게 ‘DMZ는 국경이 아니다’. 국경은 마치 삼투막 같은 문화의 교차로여서 국경을 맞댄 쌍방의 문화가 서로 교류하는 속성이 있지만, DMZ에서는 그런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서다. 지금은 숨통이 약간 틔었으나 이 책이 나온 1995년 여름께만 해도 비무장지대를 통한 남북교류는 전혀 없었다.

함광복은 많은 사람들이 DMZ를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DMZ를 환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DMZ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DMZ를 곡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곳이 무인지대이고 오랫동안 방치된 야생의 땅이라는 사실을 너무 과장하고 있다.” 휴전선 인근 주둔 남과 북의 군인을 포함한 고밀도 상주인구를 간과한다는 것이다.

우리 쪽에서 보자면, 한반도를 가로지른 너비 4㎞, 길이 249.4㎞의 비무장지대는 남방한계선 바로 아래 민간인 통제구역을 포함한다. 1954년 미 육군사령관은 직권으로 휴전선 일대의 군사작전과 군사시설 보호, 보안유지를 위해 남방한계선 바깥 5~20㎞에 보이지 않는 민간인 통제선을 긋는다. 사진가 이시우의 ‘민통선 평화기행’은 민간인이 쉽게 드나들기 어려운 지역의 답사기다. 철원을 시작으로 강화, 연평도·백령도, 파주, 화천·양구, 연천, 그리고 고성까지 이어진다. 파주 편은 늦봄 문익환 선생이 한국전쟁 정전회담의 유엔군측 통역이었다는 일화와 함께 늦봄의 시 ‘비무장지대’를 들려준다. “비무장지대는 무기를 가지고는 못 들어가는 곳이라/우리는 총을 버리고/군복을 벗고 들어간다/(중략)비무장지대/너희는 백두산까지 밑어붙여라/우리는 한라산까지 밀고 내려가리라/비무장지대 만세 만세 만세.” 이시우는 또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을 사진과 짧은 글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비무장지대를 지역, 분단, 세계라는 세 가지 주제의 통일로 본다.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해마다 자연물을 선정해 감사와 존경, 북돋움과 연민의 표현으로 ‘풀꽃상’을 준다. 지난해는 회원들의 추천과 토의를 거쳐 비무장지대에 풀꽃상을 줬다. 다음은 선정이유의 한 구절이다. “‘비무장지대’에 남북은 개발에 앞서 이곳에 사는 뭇생명을 먼저 위해야 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의 땅으로, 우리가 후대에 남겨주는 ‘인류의 귀중한 자산’임을 알리는 경종을 울리면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고 외쳐온 풀씨님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2005년 제11회 풀꽃상을 드립니다.”

‘DMZ 생태보존과 한반도의 미래’는 2001년 5월 서울 흥사단 3층 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 자료집이다. 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이 큰 곳으로 향로봉산맥, 대암산-두타연, 철원평야, 임진강 및 한강 하구 습지, 강화도 갯벌 등을 꼽은 조도순 교수는 남북통일에 따른 접경지역의 토지소유권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DMZ는 국경이 아니다’(함광복/문학동네)

◇‘민통선 평화기’(이시우/창비)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이시우/인간사랑)

◇‘녹색평화의 터전 비무장지대’(풀꽃세상을위한모임)

◇‘DMZ 생태보존과 한반도의 미래’(공간사)

〈최성일|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