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의 눈’으로 분단시대 대변한다.이시우-인천신문 2006/08/22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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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의 눈'으로 분단시대 대변한다]릴레이 인터뷰-5.사진작가 이시우

‘성찰의 눈’으로 분단시대 대변한다
릴레이 인터뷰-5.사진작가 이시우
인천신문 / i-today@i-today.co.kr / 2006-06-11 18:42:59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을 누비며 분단의 아픔을 사진의 미학으로 풀어온 사진작가 이시우. 사람들은 그를 이 시대의 대표적 평화운동가라고 부른다.

통일운동을 시작한 후 사진의 미학적 쓸모를 발견하고 실천해온 바탕에는 ‘유엔군사령관 문제’가 있다. 그는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비무장지대를 관리하는 주체가 바로 유엔사라는 데 주목한다.

이를 향한 문제제기의 한몸짓이 지난해 7월 강화바닷가에서 연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였다. 해법의 첫 단추를 푼 것이다.

▲통일문제 핵심은 유엔군사령관

“결론이 유엔군사령관으로 날줄 몰랐습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문제에 접근한 것이 아니었거든요.
내가 선택한 삶인 통일운동을 사진작업으로 풀어야겠다고 방향을 정한뒤 다다른 곳이 민통선지역이었습니다. 분단의 최대 피해지역임에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있었죠. 남들과 다른 뜻밖의 장소에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대인지뢰 피해자들을 포함해 민통선 사람들 원한을 푸는 쪽으로 통일의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고통을 준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답이 유엔사였죠.”
설명이 이어진다. 한반도 분단후 남한 작전통제 시기 지뢰를 매설하고 통제하던 책임의 귀결은 유엔사에 있다. 정전협정후 반세기를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법적으로 관리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남북을 육로로 잇는 경의선 철도 복원작업에서도 유엔사의 태도가 그대로 노출된다. 남북합의하에 지뢰제거작업을 진행하려 하자 유엔사는 군사분계선을 넘으려면 허락을 받으라는 입장을 공표한다. 관할권에 대한 선언인 셈이다.

“남북문제를 푸는데 암초처럼 등장한 겁니다. 그 태도는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이후 미군철수문제가 대두되면서 유엔사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합니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이 유엔사문제에 달려있다는 것이 보였습니다.”

한차례 계기가 또 있다. 유엔사 초청행사에 자리하게 된 그는 주한 미부대사에게 직설적으로 유엔사해체를 물었다. “순간적으로 당황을 하다가 준 답은 ‘어떤 체제가 50년동안 변하지 않았다면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였어요. 이는 주한미군 재배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죠. 즉 미국 주도하에 유엔사해체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또 다시 당사자인 한국 손을 떠난 지점에 유엔사문제가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평화단체를 찾아다니며 문제를 제기했으나 당시 온통 이라크전에 관심이 가있는 상황이다보니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나 혼자서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유엔사 해체 걷기명상’에 나섰습니다. 내가 집착하는 문제가 정말 중요한 것인가, 할 수 있는 영역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근본적인 사색이 필요했습니다.”

강화를 출발해 동해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 부산으로 갔다. 이어 바다 건너 주일 유엔사가 있는 오키나와까지 걸었다. 낮엔 걷고 밤엔 사색을 하며 꼬박 두달을 보냈다. 그리고 결론을 얻었다. 이 문제는 대중적인 공감으로 풀어가야 할 싸움이라는 답이다.

▲평화의 배띄우기

“유엔사 문제는 주권문제입니다. 비무장지대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상엔 주권이 명시돼 있으나 유엔사로 대표되는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우리에게 주권이 있다는 것을 다른차원에서 선언을 하자, 해서 눈을 돌린 것이 강입니다.”

한강하구에 주목했다. 강화북쪽 바다인 조강과 남쪽 한강은 정전후 철책이 세워지면서 ‘넘을 수 없는’ 정치적인 호수가 돼버렸다. 반세기동안 꽉 막혔던 한강하구에 평화의 배를 띄워 길을 열겠다는 제안을 한다.

“바닷길에는 철책이 없죠. 이곳에 우리의 의지대로 배를 띄워 유엔사 관할권이 없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언하기 위한 행사가 ‘평화의 배띄우기’입니다.”

‘한강하구 수역은 쌍방 민간선박의 항해시 이를 개방한다’라고 명시한 정전협정 조항에서 근거를 찾았다. 1년동안 준비했다. 인천·강화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이 동참,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행사에 임박할 즈음, 유엔사에서 한통의 전화가 온다. 이유인 즉은 행사 허가 문제제기였다. “허가를 받을 이유가 없으므로 만남을 거절했죠. 단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행사인만큼 안전문제는 논의할 수 있다고 답을 주었습니다. 다음날 당장 만나자고 하더군요. 우리 의지를 받아들인 겁니다.”

이를 계기로 사회분위기가 달라졌다. 강화 군민들을 모아놓고 군청에서 유엔사문제에 대한 슬라이드를 상영한다. 누구도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 않았다. 한강하구 뱃길이 열리는 의미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일궈낸 것이다. 드디어 2005년 7월27일 강화시선배가 능청능청 분단후 막혔던 바닷길을 연다.

▲통일운동…사진작가의 길로 접어들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사진작가를 중심에 놓는다. 그래서 평화운동가보다 사진작가로 불리기를 원한다. 사진과 인연은 대학을 사진과로 택한 것에서 출발했다. 당시엔 그저 ‘만만해서’ 선택했는데.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입시제도를 부정하던 나에게 대학과 전공은 무의미했죠. 애초부터 사진은 관심도 없었구요. 운동권 지하서클활동이 대학시절 전부를 관통합니다. 당시 사진은 나에게 사치였죠. 대학 졸업은 수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적을 당한다. 그시절 정석처럼 노동운동가의 길을 걷는다. 사회적으로 노동조합이 활성화되면서 1989년 전국노동자문화운동협의가 결성되자 풍물분과위원장을 맡는다. 노동자 문화운동이 있는 곳이면 달려가 작품을 짜고 판을 벌였다. 더 나가 노동자통일운동을 시작한다. 1992년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활동가 조직이 대거 해체되기까지 그렇게 살았다.

“소낙비에 날파리 흩어지듯 순식간에 모두 제 길을 가버리자 혼자남게 됐습니다. 귀로에 섰죠. ‘피할수는 없다. 평생운동을 해야한다’ 이때 택한 것이 사진입니다.”

민통선 기행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통일운동을 해야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대인지뢰 피해자도 만나고 그들의 생활에 묻혀 10년동안 작업에 몰두했다.

이들 작품을 들고 예술의 전당과 서울 중구문화회관에서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 ‘끝나지 않은 전쟁 대인지뢰’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연다. 어느덧 21세기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

▲창작방법에 대하여

“창작방법에 대한 나만의 원칙이 있습니다. 주제에 대해 지적으로 통달하는 데서 시작하죠. 다음으로는 실천을 통한 체험입니다. 눈으로 봐야 찍을 수 있으니까요. 실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작가의 정신세계를 담아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예술은 그시대를 반영하는 것에서 더 나가 미처 도달하지 못한 시대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미학론을 푼다.

“이제 통일을 즐기는 시대가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통일의 미학이 필요하죠. 이를 내 작품에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지향점 입니다.”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유엔사 작품은 아직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 “하나의 일관된 결을 찾아가는 작품이 돼야합니다. 평화의 배띄우기는 이를 담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평화운동가와 예술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바탕에는 준열한 성찰과 진지한 고민이 배어 있다.

▲에필로그

지난 2000년 그는 강화에 와 삶을 풀었다. 한강 하구 문제를 고민하다 바라본 강화라는 지역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강화는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에 편입돼 왔습니다. 그 속에서 지형이 바뀌고 사람들의 근성이 만들어졌지요. 비록 재정적으로는 군단위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유라시아 질서를 바꿀 수 있는 키를 갖고 있습니다. 문화의 감성도 이에 걸맞게 거시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의 강화에 대한 애정론이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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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는…

▲1967년 충남 출생 ▲1987년 신구전문대 사진과 입학 ▲1990년 전국노동자문화운동단체협의회 풍물분과장 ▲1993년 노동자민족문화운동연합 의장대행 ▲1999년 사진전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 ‘끝나지 않은 전쟁 대인지뢰’ ▲2003년 문화일보 한국의 평화인물 100인 선정 ▲2004년 산문집 ‘민통선 평화기행’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 출품작 한국의 책 100권으로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