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기자회견문초안 독일의 “유엔사” 가입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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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엔사” 가입을 규탄한다.
서독정부는 1954년 5월 부산에 적십자병원을 설립해 1959년 3월까지 운영하였다. 우리는 대한민국국민의 일원으로서 서독정부의 인도주의적 지원에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그러나 독일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외교에서 부당하게 다루는 정책에 대해서는 단연코 반대한다. 독일 적십자병원은 정전협정 이후에 활동했기 때문에 2018년까지도 6·25전쟁 시기 의료지원 5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2024년 8월 2일, 독일은 “유엔사”에 가입했다. 그러나 독일이 “유엔사”에 가입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의심된다.
첫째, 1953년 4월 7일 아데나워 서독 수상이 야전병원 파견을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에게 제안했을 당시 독일은 완전한 외교주권이 부재한 상태였다. 따라서 당시 결정이 서독의 정당한 주권행사범위에 있었던 것인지 의심된다.
이는 이튿날 아이젠하워대통령의 수락문서가 본(Bonn)에 있는 미국고등판무관실로 부터 온 것에서도 확인된다. 1949년 서독 분단정부출범과 동시에 적용된 점령조례(Besatzungsstatut)에는 외교‧안보문제 등을 점령국 고등판무관(Hohe Kommissare)들이 통제‧관할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전쟁 중인 한국에의 의료지원은 분명 외교‧안보문제였고 점령조례는 1955년 독일조약 발효로 폐지될 때까지 유지되었다. 따라서 1953년 한국전쟁 의료지원은 서독정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독일은 2차대전 전범국으로 유엔헌장 제107조가 명시한 유엔의 적국이었다. 유엔헌장 제53조는 이들 적국의 침략정책 재발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는 안보리허가조차 받을 필요가 없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었다. 서독의 재무장화는 국내는 물론 주변국들에게 침략정책의 재발가능성으로 받아들여졌고 특히 영국‧프랑스의 반대가 거셌다.
그럼에도 이 제안이 성사된 것은 서독재무장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독재무장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해왔던 미국고등판무관 맥클로이가 한국전쟁발발이후 미국무성의 태도를 변화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전쟁이전부터 서독재무장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던 미 합참과 국방성의 계획을 국무성이 합의해 주기에 이른다.
1950년 9월 뉴욕외상회의에서 미국은 주도권을 쥐고 서독재무장에 반대하는 영국과 프랑스를 설득하였다. 점령조례하에서 외교주권이 없던 서독의 한국전 지원결정이 이루어진 것은 다름 아닌 서독점령국인 미국의 입장변화 때문이었던 것으로 의심된다.
둘째, “유엔사령부”가 서독의 제안을 수용한 것은 정전이후인 1953년 9월 23일이었다. 이에 따라 서독과 미국정부는 1954년 2월 12일 ‘한국에서의 유엔작전에 관한 독일적십자병원 지원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한국지원목적을 표명하면서도 한국정부와는 어떤 협정도 체결하지 않았던 것이 의심된다.
1950년 6월 27일 유엔의 군사조치는 없었지만 설령 안보리의 군사조치가 있었다고 가정해도 그 효력은 정전협정과 함께 종료된 것으로 보는 것이 국제법학계의 다수의견이다. 그런데 “유엔사”는 정전이전에 제안된 서독의 제안을 정전이후에 수용함으로서 정전을 무시하는 양태를 보였다. 안보리결의를 왜곡하여 결성된 “유엔사”는 어떤 국제법적 제약도 받지 않는 것처럼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했다.
서독은 아마 미국을 개별국가로서가 아니라 “유엔군”을 대표하는 국가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1994년 6월 유엔사무국법률과는 ‘유엔법률백서’의 ‘주한유엔사의 상태’란 글에서 “유엔사”란 명칭이 유엔과 무관한 “잘못된 이름”(misnomer)임을 명확히 했다.
또한 미‧독 협정문에는 서독의 참여가 유엔작전(UN operation)과 관련된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유엔의 조치가 아닌 각국의 조치일 뿐임을 유엔사무국법률과는 다시 명확히 했다. 한마디로 한국전쟁에서의 유엔작전은 없었다. 독일정부는 미국만을 믿고 부당한 협정을, 부당한 주체와 체결하였으며 결과적으로 부당한 행동을 한 셈이었다.
서독은 한국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면서도 한국정부와 어떤 협정도 체결하지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는 한국정부가 “유엔사”에 절대복종할 때만 가능한 협정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병원으로 쓰던 학교건물 반환문제가 발생하자 한국정부와 아무런 협정도 맺지 않았던 독일정부는 속수무책이 되었다. 그것은 “유엔사”가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을 위한다는 독일정부의 의도가 의심되었다. 이제 독일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글 기자회견문 초안 독일의 유엔사 가입을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