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노동당사를 다녀왔다-시민의신문2006/03/24 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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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노동당사를 다녀왔다

“공산치하 5년 동안 북한은 이곳에서 철원, 김화, 평강, 포천 일대를 관장하면서 양민수탈과 끌려들어가면 시체가 되거나 반 송장이 되어 나올만치 무자비한 살육을 저지른 곳이었다. 이 건물의 뒤 방공호에서는 많은 인골과 함께 만행에 사용된 수많은 실탄과 철사줄 등이 발견되었다.”

철원 노동당사 안내판에 있는 구절이다. 지난 11일 철원답사 길라잡이를 맡은 사진작가 이시우씨는 자신이 조사한 증언을 들려주며 안내문의 글이 얼마나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로 오염됐는지를 설명해준다.

노동당사 뒤편으로 돌아가자 구멍이 뻥 뚫린 건물 중간으로 계단이 보인다. “자 보세요. 저기가 지하실이라고 하는 곳입니다. 사람들을 고문했다고 하기엔 너무 좁아 보이지 않습니까? 저에게 증언을 해준 할아버지들은 이곳이 식량이나 물품을 보관했다고 해요.”

이시우씨는 “지하실 고문이라는 말 한마디가 철원 노동당사를 세울 당시 도움을 줬던 민중들의 의지를 폄하하고 왜곡해 버린다”며 “남는 것은 ‘때려잡자 공산당’밖에 더 있겠느냐”고 아쉬워했다. 해방 60년을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 남녘은 여전히 반공반북 이데올로기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가 지난 9월부터 시작한 DMZ교육은 DMZ 평화기행가를 양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교육을 받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은 ?번에 걸친 교육과 파주,철원 답사를 통해 ‘분단해설사’로서 거듭난다. 11일 철원답사는 DMZ 교육을 총정리하는 시간인 셈이다.

여러해에 걸쳐 민통선여행을 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이시우씨는 분단해설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현장성”을 강조한다. “한반도 어느 곳 하나 분단의 현장이 아닌 곳이 없습니다. 특히 군부대가 있는 이곳은 시간을 두고 조금씩 환경이 바뀝니다. 끊임없이 현장을 다니면서 바뀐 모습을 담아야 합니다. 이곳은 지난번에 와봤으니까 또 올 필요 있겠나 하는 생각을 갖지 말기 바랍니다.”

거의 모든 지역이 군사작전구역으로 묶여 있는 철원은 군사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아름다운 근대건축미를 보여주는 승일교는 국군 장교의 이름에서 딴 이름이라는 게 ‘공식’ 기원이고 제2땅굴 안내판에는 발견 당시 사단장의 ‘교시’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고 나와 있다. 옛 읍내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건물 몇채를 빼놓곤 논밭으로 변해버렸다. 협곡으로 둘러싸여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는 고석정 바로 옆에는 전적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전적기념관 바로 앞에는 한국전쟁 당시 썼던 비행기와 대포 모형이 자리잡고 있다.

답사단이 고석정을 방문했을 때 수십명이나 되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단체관광을 왔다. 저적기념관을 둘러보며 재잘대는 어린이들은 반공반북으로 도배된 전적기념관을 둘러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을까.

“이제는 안보견학이 아니라 분단견학, 안보관광이 아닌 통일관광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파주답사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학교 다닐 당시 숱하게 다녔던 안보견학이 이제와 생각해보니 억울하기까지 하다”며 “분단의 현장에서 반북냉전의식이 아니라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구실을하고 싶다”고 말한다.

DMZ교육을 이수한 이들은 앞으로 분단현장을 다니며 일반인들에게 분단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답사 길라잡이로 활동하게 된다. 반북냉전의식을 깨는데 이들이 작지만 소중한 구실을 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강국진 시민의신문 기자 globalngo@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