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메를로-퐁티의 ‘살’개념 비판
메를로-퐁티의 ‘살’개념 비판
사진가 이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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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퐁티를 깊이 알진 못하지만 그의 문제의식과 그의 ‘살’개념이 흥미로워 관심을 갖고 읽었다. 지각을 대상의 관점이 아닌 사람의 관점에서 파악한다는 점과 지각의 전개를 내재적, 변증법적 방법으로 추진한다는 점이 관심을 끈 대목이다. 메를로-퐁티의 관점에서 그를 비판할 능력은 없으므로, 헤겔 ‘대논리학’의 관점에서 그것을 기준으로 비교하며 읽어본 감상을 몇 자 적어본다….
비유를 들어보자.
거대데이터센터에 인류의 지식전체가 저장되어 있다고 치자. 내가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은 정보를 나의 것으로 출력하여 가져오는 과정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의 검색정보를 흔적으로 남기고 입력하는 과정이다. 데이터센터의 지식을 보는 것은 나의 보기를 데이터센터에 보이는 과정이다. 그리하여 정보가 데이터센터로부터 나에게로 출력되어 분화되는 원심성과, 나의 정보가 데이터센터에 입력되어 데이터로 합쳐지는 구심성이 동시에 작용한다. 데이터센터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이용자는 이용대상인 정보를 구별해서 분리시키지만 이용자행위 또한 이용대상으로서의 정보가 된다는 점에서 정보로의 수렴‧동일화일 뿐이다.
다른 비유를 들어보자.
벌은 자기 먹이를 꽃에서 찾지만 그 과정에서 반드시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에 수분한다. 벌은 꽃으로부터 꽃가루를 빼앗겨 원심성을 갖지만, 벌이 묻혀온 가루를 자기가 다시 빼앗아 이용하기에 구심성을 갖는다. 이처럼 순환체계는 구별과 동일, 원심과 구심이 통일된다. 메를로-퐁티의 표현에 따르면 이러한 순환체계전체가 살이다. 그러나 비유의 적절성은 여기까지다.
내가 출력한 정보와 내가 남긴 입력정보는 전혀 다른 질의 정보이다. 전자가 내용이라면 후자는 과정이다. 동일시간이지만 동일관점‧동일내용은 아니다. 따라서 둘이 모순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이 비유의 또 다른 한계는 데이터센터가 아무리 거대해도 인간이 만든 동일성의 체계라고 할 수 있지만 세계는 영원한 인간의 타자이다.
만짐/만져짐 역시 한번은 왼손의 관점에서 성립하고 한번은 오른손의 관점에서 성립하므로 동일시간‧동일관점‧동일내용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글 메를르-퐁티의 ‘살’철학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