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엔사”의 의심스러운 정전협정해석 – 통일뉴스기고 2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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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의 의심스러운 정전협정해석
이시우

“유엔사군정위”는 26일 작년 12월 26일 ‘무인기사태’ 당시 남북모두 정전협정 위반행위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유엔사”의 정전협정해석은 그 적법성이 의심된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북과 남은 정전협정을 위반하지 않았다. 북은 정전협정이 무효화되었고 남은 정전협정이 부존재 한다. “유엔사군정위”는 남과 북의 정전협정위반을 판결할 자격이 없다. 오히려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은 “유엔사”임이 의심된다.

북, 정전협정 무효화

첫째, 무인기를 남쪽으로 내려 보낸 북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는지 살펴보자. 조선법률가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정전협정폐기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조선인민군최고사령부는 2013년 3월 5일 대변인 성명으로 자위적대응조치로서 미국에 의해 정전협정이 완전히 백지화되였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선언하였다. 이것은 미국에 의해 이미 유명무실해진 정전협정에 우리가 더 이상 구속될 필요가 없게 된데로부터 부득이하게 취한 대응책이였다.’(주1)

2013년 3월 5일 성명의 해당내용은 정확히 다음과 같다.

‘조선인민군최고사령부는 미국과 남조선의 합동군사연습이 본격적인 단계로 넘어가는 3월 11일부터 조선정전협정의 모든 효력을 전면 백지화해 버릴 것이다.’(주2)

위 성명은 ‘통고’가 아니라 경고였으나 성명 후 6일이 지난 3월 11일 시점부터는 선언이 적용되었고 정전 상대방에 대한 ‘통고’가 실행되었다고 조선법률가위원회는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1907년의 육전법규와 관습에 관한 헤이그협약 제40조에 의하면 일방의 정전협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있을 경우 타방은 협정폐기의 권리를 가진다. 조선법률가위원회도 2013년 정전협정폐기선언에 대해 이를 근거로 제시한다.

제40조 당사자 일방이 휴전협정의 중대한 위반을 할 때에는 타당사자는 협정을 폐기할 권리를 가지며, 긴급한 경우에는 즉시 전투를 개시할 권리도 가진다.

헤이그 육전법규는 ‘중대한 위반’이 휴전협정 폐기의 사유라고 했으나 무엇이 ‘중대한 위반’인지는 규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보완적 참고를 위해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60조를 보자.

제60조 ① 양자조약의 일방당사국에 의한 실질적 위반은 그 조약의 종료 또는 그 시행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위한 사유로서 그 위반을 원용하는 권리를 타방당사국에 부여한다.

제60조에 의해 상대방의 ‘실질적 위반’이 있다면 일방은 조약전부 혹은 조약일부를 정지시킬 권리를 갖게 된다. ‘실질적 위반’이 무엇인지는 제60조 3항에서 정의하고 있다.

(a) 이 협약에 의하여 용인되지 아니하는 조약의 이행 거부 또는
(b) 조약의 대상과 목적의 달성에 필수적인 규정의 위반

정전협정에 의해 용인되지 않는 협정의 이행거부와 정전협정의 목적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모두 해당하는 대표사례로 1957년 6월 21일 “유엔사”의 정전협정 13항ㄹ목 폐기 선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13항ㄷ목은 해외로부터 군대증원정지, 13항ㄹ목은 해외로부터 무기증원정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 둘을 묶으면 한미연합군사연습은 불가능하다. 이중 미국은 후자의 폐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1년 뒤인 1958년 미국은 핵탄두사용이 가능한 어네스트 존 로켓과 원자포를 반입했다. 그 뒤로 지금까지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실시되고 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소련의 미그기를 반입했다는 등 의심되는 정황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것을 입증하진 못했다.(주3) ‘중대한 위반’이나 ‘실질적 위반’의 입증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2013년 북이 주장하는 미국의 ‘중대한 위반’ ‘실질적 위반’은 따로 입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수십 년간 공공연히 진행된 사안이다. 만약 북측의 주장에 입각하여 비엔나조약법 70조를 적용한다면 북은 정전협정을 이행할 의무가 사라진다.(주4) 따라서 정전협정이행의무가 없는 북측에 대해 정전협정위반을 따지는 것은 마치 제3국에 정전협정을 이행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북이 무인기를 서울에까지 날려 보낸 사건을 항의규탄하기에는 부적절하고 무의미한 근거가 아닌가 의심된다.

둘째, 북의 주장대로 정전협정이 백지화되었는지 살펴보자. 위에서는 북의 주장을 인정한 기초위에서 정전협정을 무인기사건에 적용시켜보았다. 그렇다면 이번엔 북의 주장 자체가 타당한지를 검토해보자. 비엔나조약법에서 조약의 종료와 탈퇴는 다음의 경우에 의한다.

54조 (b) 다른 체약국과 협의한 후에 언제든지 모든 당사국의 동의를 얻는 경우

이것이 “유엔사”가 백지화 불가를 주장하는 근거이다. 빅토리아 뉼런드(Victoria Nuland) 미국무부대변인은 2013년 3월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상호합의한 정전협정에 대해 “특정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없이 철회할 수 없다(this is a mutual armistice and that one side can’ withdraw without the concurrence of the other in legal terms.)”면서, 법률적 판단에 근거할 때 북한의 일방적인 정전협정무효화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했다.(주5)

이처럼 다른 당사국에 의하여 이의가 제기된 경우에, 당사국은 국제연합헌장 제33조(주6)에 열거되어 있는 수단을 통한 해결을 도모하여야 한다.(65조3항) 이의가 제기된 일자로부터 12개월의 기간 내에 제65조 3항에 따라 해결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는, 합의에 의한 중재재판이나 국제사법재판소에 의한 중재재판을 신청하거나 유엔사무총장에게 협약부속서에 명시된 절차의 개시를 요구할 수 있다.(주7) 북은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따라서 비엔나조약법에 따른다면 미국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북측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다른 협정들과 달리 정전협정은 특성상 쌍방이 합의하여 파기할 성격의 협정이 아니며 어느 일방이 협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백지화되는 것이다.’(주8)

미국은 정전협정을 비엔나조약법에 따라 조약으로 분류한데 비해 북은 헤이그육전법규에 따라 조약과 다름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수적국제법학자인 김명기의 견해를 보자.

1953년 “정전협정”에는 그의 유효기간에 관해서 아무런 규정이 없다.(주9) 기간의 정함이 없는 휴전은 일방이 상대방에게 적대행위의 개시를 통고하는 것을 조건으로 교전당사자는 언제든지 적대행위를 개시하는 것이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된다. 1907년 “육전의 법규 및 관례에 관한 규칙”(Regulations Respecting the Law and Customs of War on Land)(주10) 제36조는 휴전 중 적대행위 재개의 합법성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적대행위자의 합의에 의한 휴전으로 전쟁행위는 정지된다. 그 기간의 정함이 없을 때에는 교전당사자는 언제라도 다시 작전을 개시할 수 있다. 단 휴전조건에 따라 소정의 시기에 그 뜻을 적에게 통고한다.

“정전협정”은 기간의 정함이 없으므로 쌍방은 상대방에게 통고할 것을 조건으로 각기 적대행위를 재개하는 것이 국제법상 합법적인 것으로 되어 있다.(주11)

뿐만 아니라 미국의 1863년 「육전훈령」(General Order No.100 April 24, 1863)에서 Lieber는 ‘당사자의 일방이 명규된 조건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타일방은 그 휴전조약의 무효를 선언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1898년 미‧서전쟁시 산디아고 휴전에서 원칙적으로 교전국 쌍방은 그 행동이 현실적 적대행위가 아닌 이상 자기편으로 가장 유리하게 휴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브뤼셀선언」제51조에도 같은 취지의 규정이 있다. 「육전훈령」과 「브뤼셀선언」에 의하면 경미한 조건위반에 의해서도 정전협정의 파기권이 발생하게 된다.

이리하여 1899년 제1차 헤이그평화회의에서는 상대방의 사소한 위반을 구실로 협정파기권을 인정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는 이유에서 파기권의 발생은 중대한 위반의 경우에 한정시키고 별도로 긴급의 경우에만 전투개시의 권리까지도 인정하기로 개정되었다. 이것이 1907년 제2차 헤이그평화회의에 계승되어 육전규칙40조의 성립을 보게 된 것이다.(주12)

따라서 정전협정을 조약으로 보는 견해는 미국 자신의 육군훈령에 의해서나 미‧서전쟁의 역사적 적용과정에 의해서나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오히려 북측은 정전협정파기의 근거로 헤이그육전규칙 제40조뿐 아니라 제36조도 원용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미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정전협정은 이토록 불안정한 협정인 것이다.

북이 정전협정을 폐기, 백지화한다 해도 다른 당사자들이 협정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협정은 종료되지 않는다. 보통 일방이 협정을 종료‧탈퇴할 경우 타방은 일방적으로 의무에 구속되는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므로 같이 협정을 종료한다. 그러나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협정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국제평화의 대의를 위한 헌신이든, 은폐된 이해관계의 추구든 무엇이 있는 것이다. “유엔사”의 경우 북의 일방적 폐기선언에도 정전협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익은 한국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정전협정을 통한 지배통제를 한국이 수용하는 것은 적법‧타당한 것인가?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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