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뱃길 열어보세-시민의 신문2005/07/26 792
통일뱃길 열어보세~
7월 27일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
2005/7/21
조은성 기자 missing@ngotimes.net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서해에 이르는 강. 한국전쟁 전에는 ‘조강’이라 불려졌다는 한강하구 뱃길을 민간이 열어젖혔다. 정전협정 52주년이 되는 오는 27일, 금단의 장소로 인식됐던 한강하구에 평화의 배가 뜬다. 2005한강하구평화의배띄우기 준비위원회는 지난 21일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한강하구는 우리들의 평화로운 항해를 기다리고 있다”고 선포했다.
시민의신문 양계탁기자
2005한강하구평회의배띄우기 준비위원회는 21일 오전 서울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27일 정전이후 막혀버린 한강하구에 평화의 뱃길을 여는 행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쪽의 강화도와 북쪽의 황해도 사이를 지나는 한강하구는 그 중간쯤이 군사분계선이고 비무장지대인 것처럼 인식돼왔다. 그러나 정전협정 1조 5항에는 ‘한강하구수역은 쌍방 민간선박의 항해에 이를 개방한다’라고 돼있다. 유엔사도 민간의 항해를 방해할 아무런 권리가 없는 것이다. 박성준 공동준비위원장(비폭력평화물결 대표)은 “우리 스스로 금기를 씌워 한강하구를 갈 수 없는 곳으로 오해해왔다”고 말했다. 준비위는 유엔사로부터 민간선박의 항해가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은 상태다. 또 6.15공준위를 통해 북측에 행사협조요청서를 전달했다. 평화의 배가 한강하구수역에 나타날 경우 이것이 민간이 주체가 되어 이뤄지는 행사임을 이해하고 북측에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북측은 군부에 이 사실을 알려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적인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에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안전문제. 국방부는 한강하구 물밑에 있는 갯벌, 사구, 모래톱 등으로 인해 배가 좌초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강하구 초입은 깊이가 20m정도 되는 수역이고 200m까지는 14m, 그 위로 올라가면 5m로 줄어든다. 준비위가 띄울 평화의 배는 물밑에 잠기는 배의 높이가 2.5m나 되는 큰 배. 준비위는 안전을 위해 한강하구선을 돌파한 다음 2백m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으로 항로를 조정했다.
비폭력평화물결
한강하구의 만조는 오전 8시, 물이 완전히 빠지는 시각은 3시 15분이다. 준비위는 간조가 되면 아래쪽의 갯벌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시간을 택해 항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우 공동집행위원장은 “배 자체에 수심측정기가 달려있다”며 “천천히 수심을 재가면서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방부는 한강하구 위쪽으로 수심을 측정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없다. 군용선박은 한강하구에 올라갈 수 없게 돼있기 때문이다.
3백명이 타는 5백톤급의 평화의 배는 27일 오전 9시반 강화도 외포리에서 출항한다. 어로한계선을 지나 2.5km를 올라가면 한강하구선. 평화의 배는 한강하구로 진입해 약 2백m정도 올라간 다음 다시 강화도로 돌아오게 된다.
선상에서는 시선뱃노래(강화에서 한강하구를 거쳐 마포까지 운항하던 시선배의 사연을 담은 강화민요를 통해 전쟁 전 한강하구의 역사를 음미), 진혼무에 이어 어로한계선 도착시 조형물 한반도에서 철책뜯어내기 퍼포먼스를 벌인다. 한강하구 진입 후엔 더 이상 가지 못하는 항로를 향해 갈잎배를 띄워보내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아리랑’을 합창하게 된다. 선상행사와 별도로 이날 외포리 선착장에서는 △최병수의 평화의 배 솟대깍기 △갈대잎으로 평화의 배 만들기 △종이배로 뱃길만들기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김영애 공동준비위원장(평통 강화지역협의회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7·27행사 이후엔 50여년전 이 뱃길을 따라 남쪽에 왔던 1세대 실향민들의 고향방문행사를 추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강화지역은 북과 20분 거리를 두고 있는 섬으로 정전이후 많은 실향민이 넘어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아픔을 갖고 있다. 김영애 위원장은 “왔던 뱃길로 다시 고향땅을 밟아보고 눈감는 것이 이분들의 소원”이라고 호소한 뒤 “어민들로부터도 어로한계선을 없애고 남북이 공동어로구역에서 사이좋게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이 곳을 평화안전지역으로 선포해달라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조은성 기자 missing@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