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배 기사- 오마이뉴스2005/07/17 835
“한강 하구 뱃길, 정전협정 52년만에 연다”
[오마이뉴스 2005-07-11 11:14]
[오마이뉴스 조호진 기자]
▲ 한강하구는 비무장지대의 서쪽 끝인 사천강 위쪽에서 시작돼 강화도 마지막 섬인 말도 부근에서 끝난다. 지도의 푸른색 부분이 한강하구이다.
ⓒ2005 한강평화준비위
“조기와 소금을 실은 강화 시선배가 선단을 이루어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그 뱃길을 열어보고자 한다. 막혔던 뱃길이 열리고 그 뱃길로 떠났던 실향민들이 고향을 찾고, 그 위로 다리가 놓이고…. 개성과 인천공항이 한 시간 거리가 되는 상상,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분단의 강이었던 한강 하구를 평화의 뱃길로 열기로 한 ’2005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준비위원회(이하 한강평화준비위·공동준비위원장 박종렬·김영애·박성준)’는 이렇듯 설레이고 있다. 지난 53년 7월 27일 연합군과 북한군·중공군이 정전협정을 맺은 뒤로 전면 차단됐던 강을 시민단체들이 52년만에 열기 때문이다.
‘비폭력평화물결’과 인천·강화·김포·고양·서울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강평화준비위는 정전협정일인 오는 27일 평화의 배를 한강하구에 띄울 계획이다. 평화의 배는 강화도 외포리를 출항해 인화리 어로한계선 등의 한강하구 일대를 항해하며 문화행사와 축하공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강평화준비위는 “지난 8일 유엔사 비서장 매든 대령을 만나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며 “매든 대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행사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으며 국방부와 관련된 행정적 절차를 거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9일 밝혔다.
“한강하구는 분단의 해방구… DMZ로 착각, 스스로 분단의 철조망 쳤던 것”
▲ 박성준 공동준비위원장.
ⓒ2005 오마이뉴스 조호진
박성준 공동준비위원장(65·성공회대 NGO대학원 겸임교수·비폭력평화물결 대표)은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과 물자가 유엔사령관의 허락을 받도록 되어있지만 한강하구는 민간인에게 개방된 분단의 해방구와 같은 곳”이라며 “한강을 ‘평화의 강’으로 만들기 위해 이번 행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번 행사가 가능했던 것은 “정전협정 제1조 5항에는 ‘쌍방 민용선박의 항행에 한강하구를 개방한다”고 되어 있다”며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을 출입하고 통과하려면 유엔사령관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한강하구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법적 보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지난 52년 동안 이 조항을 몰랐기 때문에 한강하구를 DMZ로 착각, 스스로 분단의 철조망을 쳤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박성준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정전협정 이래 한강하구가 뱃길로 열리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그렇지 않다. 지난 1990년 11월 24일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한강하구가 열렸고 최근에는 국제환경단체가 생태계 조사차 한강하구를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다. 90년 당시 자유로 공사가 진행됐는데 유엔사 특별고문이었던 이문항씨가 유엔사령관을 설득하면서 작업선이 한강하구를 지나갔다. 이 곳은 군사분계선도 없고 비무장지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군사분계선도 비무장지대도 아니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정전협정 어디에도 한강하구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라는 조항은 없다. 정전협정 제1조 5항에는 ‘쌍방 민용(民用)선박의 항행(航行)에 이를(한강하구) 개방한다’라고 되어 있다.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을 출입하고 통과하려면 유엔사령관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한강하구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번 항해도 유엔사령관의 허가를 받고 출입하는 게 아니라 행사진행의 원활함을 구하는 차원에서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이 같은 법 해석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떤가.
“국내 국제법 전문가들은 정전협정 1조 5항에 따라 한강하구는 남북의 공유 하천이자 국경지역으로, 군사적 의미가 없는 민간의 출입이 가능한 지역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의 존재를 몰랐던 우리는 DMZ 영역으로 예단하며 분단의 철조망을 스스로 쳤던 셈이다. 그런데 이시우(비폭력평화물결 운영위원)씨가 이 조항을 발견하면서 이번 행사를 계획하게 됐다. 따라서 한강하구를 비무장지대로 잘못 표기한 오두산 통일전망대의 글씨는 하루 속히 수정되어야 한다.”
-민간인의 한강하구 출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만큼 이 뱃길에 대한 이용 가능성이 다양할 것 같다.
“한국전쟁 전에는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서해로 흐르는 이 곳을 ‘조강(祖江)’이라고 불렀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한반도 역사의 자궁이었던 이 곳을 이제 평화의 보고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 등이 참여해 한강하구에 대한 생태계 조사, 교통 활용, 예술문화 활동 등의 방안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일산·강화지역 주민들이 수중택시를 통해 서울 등지로 출퇴근 할 수 있도록 활용한다면 교통편리와 함께 군사긴장 완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북경협 ’7대동력사업’에는 공유하천 공동이용 부분이 명시돼 있는 만큼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물자를 이 뱃길을 통해 운반한다면 물류비용 절약 등 경제적 이익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배로 평화의 뱃길을 열 계획인가.
“강화지역 외포리∼교동을 왕래하는 500∼600명이 승선할 수 있는 바지선을 이용해 평화의 뱃길을 열 계획이다. 한강하구가 갯벌이 쌓여 있기 때문에 바지선이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고 접근이 어려운 지역은 작은 배를 통해 항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팡팡나라)에서는 한강하구를 평화의 강으로 만들자는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석할 예정인가.
“평화와 통일의 세대인 청소년을 중심으로 해서 가족들이 참여하게 할 계획이다. 유재건(열린우리당) 국회 국방위원장도 평화의 뱃길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국회의원들에게 행사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어떤 분들이 더 참여할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조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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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개인 참가신청/접수: 파란팡팡나라(www.pangpang.paran.com)
○문의: 준비위사무국 비폭력평화물결(www.peacewave.net)
(전화 02-312-1678/팩스 312-1676/이메일 peacewave@peacewav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