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방통위에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 – 통일뉴스기고 2020.8.13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3009
요약
2019년 9월 24일 방통위에서는 필자의 홈페이지게시물 중 「조미관계와 한반도정세를 말한다-재일동포군사외교평론가 김명철선생대담록」삭제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이유는 ‘해당정보는 국가보안법상 금지행위인 반국가단체(북한)의 체제 및 일방적인 주의주장을 선전선동하거나 김일성일가를 찬양미화하는 내용을 제공하고 있음’이었다. 나의 홈페이지 외에 무려 71개 사이트가 대상이었다. 해당 글은 2007년 필자의 국가보안법재판에서 이미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으므로 판결문을 보내줌으로서 간단히 넘어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엔 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이적표현물의 반포는 무죄이지만 이 문건자체는 이적표현물이므로 삭제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필자는 판결문에 대한 오인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그러나 2020년 8월 2일 우편으로 행정절차에 돌입한다는 공문이 배달되어 왔다. 의견서를 제출하면 수령은 하되 이후로는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의뢰할 것이라고 했다. 촛불혁명으로 세운 정부에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일상화되고 체계화된 국가보안법의 집요한 생명력은 우리가 보려하지 않을 뿐 언제든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었다.
국가보안법에 관련하여 검찰이 아닌 방통위로부터 이런 황당한 연락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행정기관인 방통위가 사법에서도 가장 논란되는 영역인 국가보안법의 집행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철폐라는 민주적 개혁요구에 역행하는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은 촛불혁명을 통해 현정부를 창출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허를 찔린 기분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공안세력, 보수세력의 아성도 아닌 민주적 기관장을 가진 기구에서 이런 일을 벌일 것이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그래서 국가보안법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갖지 않은 중립적 행정기관마저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동 집행되는 체계란 것이 무서운 것이다. 만일 이번 방통위의 지적에 대해 아무런 저항없이 삭제를 한 단체가 있다면 이는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국민을 국가보안법으로 통제하는 첨병역할을 한 셈이 된다.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방통위를 배회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정부에서 국가보안법철폐는 당연한 촛불시민의 명령이었다. 그러나 국민은 평화협정체결 등 더 중요한 현안에 집중하도록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보법문제는 인내하고 유예해 왔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검찰도 아닌 방통위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이는 현 정권을 창출한 국민의 배려를 배신으로 갚는 짓이다. 이 같은 일은 지난 보수정권시절에도 당한 적이 없는 일이다. 더 이상 배신과 분노로 촛불국민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바란다. 현재 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상황을 인정하더라도 방통위는 그 해석과 적용에 있어 더욱 유연하고 제한된 기준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촛불정권의 기관답게 국가보안법 폐지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판례를 해석하고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법대로 집행해야 한다며 나에게 경고장을 보내겠다는 여직원의 풀죽은 목소리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관료라도 사유는 해야 한다. 그가 원치 않는 일이라도 그는 권력을 행사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다. 사유하지 않는 관료가 어떤 나라를 만드는지 필자의 우려를 김남주의 시로 대신한다.
어떤 관료
김남주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의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자유당시절에 그는 도청과장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성실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시절에 그는 서기관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공정했기 때문이다.
민정당 시절에 그는 청백리상을 받았다.
반평생을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아프리칸가 어딘가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국가에는 충성을 국민에게는 봉사를 일념으로 삼아
근면하고 정직하게!
성실하고 공정하게!
글 방통위에 국보법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