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해체’를 주장하는 사진작가, 그 이유가 -오마이뉴스 인터뷰20.3.10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는 사진작가, 그 이유가

[인터뷰] 사진작가 이시우씨

20.03.10 10:53l최종 업데이트 20.03.10 10:53l

이명옥(mmsarah)

이시우 작가 2007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2011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 이시우 작가 2007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2011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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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강화군 석모도에 작업실을 둔 사진작가 이시우. 그에게는 평화운동가,국제문제전문가, 저술가, 통일운동가라는 여러 가지 명칭이 따라다닌다. 지난 2월 29일,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나눴다.

이시우 작가는 1967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시절과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사진이 너무 재미있어 신구전문대 사진학과에 입학했고 수석을 할만큼 사진에 대한 애착도 깊었다. 그의 삶과 철학을 바꾼 것은 1987년 6월 항쟁과 현장에서 만난 가난한 노동자들과 민통선 기행이었다.

어느 날은 그가 무료로 사진을 가르치던 곳에서 과제를 내자, 사진을 배우던 한 구두닦이 청년이 벽에 박힌 대못을 찍어왔다. 사진의 의미를 묻자 ‘왕초가 걷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 가슴에 억울함이 쌓여 구두통을 걸어뒀던 벽의 대못을 찍었다’는 설명을 했다고 한다. 이시우 작가는 이 말이 사진에 대한 철학과 피사체애 대한 인식이 바꿨다고 했다.

이후 이 작가는 가난한 자신이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 사치스럽다고 생각해 카메라를 놓은 채 청계 피복노조에 들어가 노동운동을 시작한다. 카메라를 다시 잡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한 지인이 좌절한 이 작가를 데리고 무작정 철원 여행을 갔는데, 이 작가는 어느 순간 지인의 카메라를 빼앗아 셔터를 누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다시 카메라를 잡은 그는 혼자 민통선 기행을 시작하며 민통선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농사를 짓는 민통선 사람들과 분단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은 녹록치 않았다. 민통선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매번 출입증이 필요했고 통금 시간을 지켜야 했다. 카메라를 들고 군사접경 지역을 어슬렁 거린다는 이유로 수시로 군사령부에 불려가 취조를 받기도 했다.

DMZ 근처에서 주로 작업하던 그는 2007년 주한미군 시설과 훈련 상황을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국가보안법)로 구속됐다.

- 2007년 6월 구속되셨는데 사유가 뭐였나요?
“국제협약으로 금지되어 있는 화학무기를 유엔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사진과 ‘한국군 작전통제권이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다’는 폭로 등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국가보안법상 국가기밀 탐지·누설, 이적표현물 제작·반포, 반국가단체 소속 인물과 회합·통신 등 20가지가 넘는 죄목에 해당한다고 하더군요. 이른바 국가보안법 위반이었어요.”

- 2008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한양석)는 국가보안법 무죄를 선고했는데요. 당시 작가님의 프리젠테이션이 판사와 검사를 놀라게 했다고 들었습니다.
“판사는 제가 사진을 찍은 과정을 듣고 그것이 창작 행위라는 것, 제가 사진 찍은 곳이 일반인을 통제하지 않는 범위여서 군사기밀을 탐지할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 이적표현물은 국가정보원에서 대출 가능한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죄를 선고했어요.”

- 이전에 다른 많은 사진작가들이 비무장 지대와 민통선 철책, 판문점 등을 찍고 내셔날 지오그래피 등에 알렸는데 왜 작가님만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민통선을 촬영하면서 비무장지대·민통선 지역은 모든 것이 유엔사에 의해 통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작전권을 돌려받으려고 하자 주한유엔군 사령부는 유엔사를 강화하려고 했죠. 전시작전권 환수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였어요.

저는 부당한 유엔군사령부의 본질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엔사 해체를 위한 글을 꾸준히 기고하기 시작했어요. ‘유엔군사령부는 유엔의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영어로 유엔에 ‘유엔사가 저지르는 부당함을 알리는 글을 보낼 정도로 철저하게 공부했어요.”

2011년 이시우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에서 살던 그는 2000년 인천광역시 강화군 석모도에 폐업한 민박집을 빌려 작업실을 만들고 가족의 거처를 옯겼다. 비무장지대에서 사진 작업을 하고 정전협정 활동을 하면서 한강하구가 자리한 강화도의 중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민간인의 출입이 자유로운 한강하구를 평화지대로 만들면 통일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국방부와 유엔사를 찾아갔다. 정전협정 1조 5항 ‘한강하구는 민간선박의 항행에 이를 개방한다’에 따라 ‘서해 배 띄우기’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합법적인 행사 허가를 요구했다.

‘사진 뿐만 아니라 예술은 지식의 완성’이라고 말하는 그는 보여지는 피사체를 카메라로 담기 전에 철저하고 꼼꼼하게 이론을 공부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요즈음 유엔사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영어로 된 수많은 법률적 자료와 경제, 정치, 국제 관계 등의 자료를 찾아 읽고 검토하고 비교해 가면서 이론을 공부하고 있다.

- 요즘 가장 주력하는 운동은 어느 분야인지요?
“제가 현재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공부입니다. 자본과 권력, 정치와 경제를 통일해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에 대해 몇 년째 공부 중입니다.

2013년 ‘유엔군사령부’란 책을 쓴 이후에는 이 공부에 집중하고있습니다. 평화문제란 곧 국제정치문제인데 세계정치가 세계경제와 뗄수 없는 연관에 있기에 그렇습니다. 작년에는 민중당에서 유엔군사령부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자는 제안을 하셔서 거기에 같이 참여하여 가짜유엔사해체국제캠페인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중당이 제안하고 가장 헌신적으로 실무를 맡아주고 계시지만 정치적 당파를 초월하여 광범위한 단체와 개인이 국제적으로 참여하고있습니다. 유엔과 국제단체들을 상대로 구체적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실천활동을 하다 보니 이 문제를 연구만 할 때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과 정보와 만나게 되었고 더 정확한 지식을 갖게되어 저도 뜻하지 않은 성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실천에 의해 이론이 검증된다는 진리를 체감하게 되어 의미 있는 활동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주로 유엔 차원에서 유엔사 문제를 다루었다면 최근에는 주권차원에서 유엔사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유엔사가 남북교류를 막고 나선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활동이 매우 정교한 순서를 얻게 되었습니다. 유엔사의 유엔깃발내리기운동, 유엔사의 유엔명칭도용금지운동, 유엔사해체운동 같은 유엔 차원의 운동과, 비무장지대와 한강하구에 대한 유엔사의 군사통제권, 점령권을 극복할 수 있는 매우 세부적인 방안들을 제시하는 주권 차원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연천 초소 유엔깃발과 태극기가 나란히 결려 있다.
▲ 연천 초소 유엔깃발과 태극기가 나란히 결려 있다.
ⓒ 이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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