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유엔사’의 유엔기사용에 대한 유엔사무처의 답변과 ‘유엔사’해체 캠페인의 입장
[기고] ‘유엔기 사용금지’가 유엔 사무총장 권한 밖이라니
‘유엔사’의 유엔기사용에 대한 유엔사무처의 답변과 ‘유엔사’해체 캠페인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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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작가. 가짜‘유엔사’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 실행위원
발행 2019-11-18 18:18:49
수정 2019-11-18 18: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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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와 유엔군사령부가 사용하는 유엔기(자료사진)ⓒ뉴시스
9월 30일 국제민주법률가협의 의장 마이어(Jeanne Mirer)는 전세계 47개 단체와 함께 구테레스유엔사무총장에게 ‘유엔군사령부의 한국과 일본에서의 유엔기사용에 대한 사무총장의 입장을 묻는 질의’를 한 바 있다.
그 요지는 1950년 7월7일 유엔안보리결의 84호에 승인된 미국 ‘통합사령부’의 유엔기사용이 유엔헌장, 유엔총회결의, 유엔기법을 위반한 잘못된 결정이며 이에 대해 유엔기사용승인 권한을 가진 사무총장이 유엔기사용금지결정을 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이에 2019년 10월 10일 유엔 법무과 사무차장보 스테펀 마티아스(Stephen Mathias)의 이름으로 된 유엔의 공문이 도착했다. 이에 따르면 유엔기사용금지는 유엔사무총장의 권한(competence) 밖에 있다는 것이었다.(주1)
그러나 이 답변은 사무총장의 권한을 명시한 헌장 제98조와 제99조에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9월 24일(현지시간) 제74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9.09.24ⓒAP/뉴시스
유엔 사무총장이 만든 유엔깃발법…유엔기 사용금지는 권한 밖이라니
우선 유엔헌장 제98조에 의하면 사무총장은 유엔기관이 위임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되어있다. 사무총장이 유엔기관의 위임을 받는다고 해서 이것이 곧 그의 행정수반으로서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기관의 위임을 집행하는데 총장이 권한을 행사한 전형적인 예로 함마슐드(Dag Hammarskjold)총장의 소위 “베이징 포뮬라(Peking formula)”를 들 수 있다. 유엔의 위임에 의해 그는 1954년 주은래와 교섭하여 13명의 유엔(공)군 포로를 석방시키는데 성공하였고 그의 권한은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사무총장의 권한은 유엔헌장과 유엔기관의 위임에 의해 발생한다. 그러나 그 위반에 의해서는 제약된다.
예를 들면 유엔행정재판소는 유엔사무총장의 유엔직원채용에 있어 강대국정치의 관행으로 굳어진 지역배분우선원칙의 문제를 다룬 에스타비얼(Estabial)사건에서 ‘사무총장은 헌장과 유엔직원규정이 정한 조건 – 능력주의와 지역주의 – 의 순위를 바꾸어 지역배분원칙을 최우선의 고려기준으로 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린바 있다.(주2) 이는 총장의 기본적인 행정권한조차 유엔헌장과 유엔법과 유엔규정에 위반될 때는 제약됨을 분명히 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유엔깃발 사용 문제에 대해서도 사무총장에게 권한이 있다. 1947년 10월 20일 유엔총회는 167(Ⅱ)호 결의에 의해 유엔사무총장에게 유엔깃발법을 제정할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1947년 12월 19일 트리그브 리(Trygve Lie)사무총장은 깃발법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1950년 7월 7일 안보리결의로 한국의 군사작전에서 미국 “통합사령부”에 유엔기사용이 승인되었다. 그러나 기존 깃발법에 군사작전에서의 유엔기사용에 대해서는 항목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을 자각한 리 사무총장은 7월 28일 유엔깃발법을 개정, 공표했다. 개정 깃발법 6항에는 ‘깃발은 유엔의 법적권한(competent)을 갖는 기구에 의해 발효된 명시적인 승인이 있을 경우에만 군사작전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주3) 명시되었다. 총회결의 167(Ⅱ)에 따르면, 깃발사용을 승인할 법적권한이 있는 유일한 유엔기구는 사무총장이었다. 그리고 새 깃발법은 그의 권한을 유엔의 다른 어떤 기관들에도 위임하지 않았다. 이처럼 유엔기사용승인과 불승인여부는 헌장에 기초하여, 총회에 의해 위임되었고, 총장 자신이 개정한 법에 의해 확인된 권한(competence)이다. 따라서 유엔법무국이 답신에서 유엔기사용승인과 불승인권한이 총장권한 밖의 일이라고 한 것은 대단히 의심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24일(현지 시간) 제74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엄청남 잠재력을 거론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핵화를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뉴시스/신화통신
유엔 사무총장의 권한은 미국의 아래에 있나?
다음으로 헌장 제99조에 대해 살펴보면, 1945년 유엔헌장제정회의(UNCIO) 당시 제99조의 적용을 사무총장의 권한으로 할 것인지 또는 의무로 할 것인지가 논의된 바 있다. 이것은 제99조에 “may”와 “shall”의 용어가운데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의 문제로 나타났다. 제98조에서 의무를 강조한 “shall”을 사용한 것과 달리 제99조에서는 권한을 강조한 “may”가 선택되었다. 또한 이 회의에서는 제99조가 국제평화와 안전에 관한 모든 사항을 다루기 위하여 원용될 수 있는지, 아니면 오직 헌장원칙에 위배되는 사항만을 다루는데 있어 적용되는지의 여부가 논의되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루구아이 대표는 사무총장이 모든 사항을 다루기 위하여 제99조를 원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의하였다. 이 제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대표들이 찬반의 입장을 취하였으나, 다수가 사무총장의 재량에 의한 권한을 폭넓게 해석하였다. 제99조에 따라 사무총장의 의견진술과 필요한 조치의 호소는 총회와 안보리에서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안보리에의 보고와 제99조를 정식으로 원용하겠다는 경고만으로도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은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처럼 유엔헌장 제99조가 부여하고 있는 유엔사무총장의 정치적 권한은 과거 국제연맹규약이 연맹사무총장에게 부여한 행정권한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국가 간 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정치위임사항의 집행에 있어서도 유엔사무총장은 권한을 행사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함마슐드 사무총장의 죽음과 함께 기억된 1960년-64년의 콩고평화유지활동일 것이다.(주4) 함마슐드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직이 서기와 정치적 지도자의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고 역대사무총장들도 같은 입장에서 총장직을 수행하였다.(주5) 그러나 1961년 9월에 함마슐드 사무총장의 사고사 후 역대 사무총장 등은 강대국이 개입된 국제문제는 매우 신중히 다루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16개의 새로운 회원국들이 유엔에 가입하던 1956년 12월부터 사무총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평가 또한 존재한다. 이때부터 총회를 사무총장의 기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약소국들이 사무총장의 역할에 대한 보다 많은 지지를 보이자 더욱 더 총회를 사무총장의 지지기반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주6) 심지어 케네디(J. F. Kennedy)미대통령조차 1961년 유엔총회연설에서 “사무총장은 진정한 의미에 있어 총회의 봉사자이며, 이런 이유로 그의 권한을 축소한다는 것은 바로 총회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다”(주7)라고 인정한 바 있다. 유엔 내에서 정치적지지기반이 약한 사무총장에게는 세계여론이 중요한 무기가 되며, 이것은 많은 경우 유엔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안보리회원국들에 의하여 대변되었던 것이다.
1972년 9월 15일 28개회원국이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엔깃발사용권의 폐기를 주장한 이래 미국조차 이 요구의 일부를 수용했고 마침내 1993년 12월 24일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Boutros Boutros Ghali) 유엔사무총장에 의해 유엔사의 유엔기사용을 부정하는 발표에 이르렀다. 이는 사무총장이 총회의 봉사자로서의 면모이전에 유엔헌장에 의해 위임된 권한을 정당히 행사한 헌장의 봉사자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총장의 정치적 권한에 대한 논쟁은 미뤄두더라도 유엔기 사용에 대한 권한이 총장에게 있음은 명확하다. 총회결의 167(Ⅱ)과 유엔깃발법은 위의 경우처럼 해석과 찬반이 격심하게 나뉘는 정치적 위임사항이 아니라 법적위임사항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 지침이 유엔법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이토록 명확한 지침조차 따르지 않는 것은 오히려 총장이 법적위임사항을 정치적 위임사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즉 총장의 ‘권한’ 밖에 있다는 말이 안보리결의 84호를 주도한 미국의 정치력의 범위 안에 있다는 의미로 오해될 수 있어 우려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과 일본에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1950년 안보리결의84호의 미국 ‘통합사령부’에 의한 유엔기사용승인이 유엔헌장과 총회결의와 깃발법을 위반한 심대한 하자가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유엔기사용승인권한을 가진 사무총장이 유엔헌장과 유엔법에 의해 위임받은 고유의 권한을 견결히 집행해 줄 것을 기대한다.
또한 사무총장의 유엔기사용승인에 대한 권한이 유엔총회결의 167(Ⅱ)이나 깃발법의 어느 부분과 충돌하는지, 총회결의167(Ⅱ)과 깃발법은 유엔사무총장에게 헌장이 위임한 권한범위 밖에 있는 것인지, 미국이 유엔깃발을 ‘유엔군 사령부’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보리 84호 결의문(1950년 7월 7일)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놔야 할 것이다.
※각주
주1:‘… I regret to have to inform you that the questions that you have asked concern matters that do not fall within the competence of the Secretary General.’ Letter from S. Mathias(Assistant Secretary-General for Lagal Affairs) to J. Mirer(President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Democratic Lawyers), 10 October 2019.
주2:AJIL, vol.85, (1991), pp.326-329; 이태규, ‘진정한 국제공무원 제도를 향하여-유엔사무국과 그 수장(首長), 그리고 직원(staff)을 중심으로’, ‘法學硏究’,Vol.17 No.4, (2007), p.137
주3:‘The flag may be used in military operations only upon express authorization to that effect by a competent organ of the United Nations’.(ST/AFS/SGB/89, p.2)
주4:Leon Gordenker, “The Secretary-General,” The United Nations, ed. James Barros (New York:The Free Press, 1972), pp.114-124; 이광호, 「UN사무국에 관한 연구-국제행정의 시각에서」, 법정논총,Vol.10 No.1, (1988), p.45
주5:Leon Gordenker, “The Secretary-General,”The United Nations, ed. James Barros (New York:The Free Press, 1972), pp.108-109
주6:Oran R. Young, The Intermediaries:Third Parties in International Crises (Princeton, N. J.:Princeton University Press, 1967), pp.275∼276.
주7:A. N. Holcombe, Organizing Peace in the Nuclear Age-Eleventh Report of the Commission to Study the Organization of Peace (New York University Press, 1959), 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