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 선생님의 글 두편
문재인 타도의 ‘책임론’과 내 아버님 김관회의 천직론(天職論)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도구가 되어 민족의 가슴에 칼을 꽂지 말고…
김제영 소설가 ㅣ 기사입력 2015/12/14 [09:49]
안철수(존칭생략)는 갖고 있는 게 너무 많다. 복이 넘치면 짐이 되는 수도 있다. 나눔에는 가난의 구제(금전 물질)에만 있는 게 아니다. 명예 권력 재능도 나눌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은 한결 윤택하고 여유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언젠가 내 컴퓨터를 손봐주고 있던 청년이 “선생님 이게 안철수 교수가 발명한 거 에요.” “그래” 반색을 했지만 컴맹인 나는 청년의 설명을 못 알아들었다. 어쨌든 수학이나 과학에 맹물인 나는 안철수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여겨졌다.
안철수의 탈당 소식애 나는 마음이 놓였다. 안철수가 있어야 할 곳은 대학이고 연구소고 실험실이다. 분당하여 만고의 웃음거리가 되지 말고 본업으로 돌아가라.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도구가 되어 민족의 가슴에 칼을 꽂지 말고 훌훌 털고 일어서 젊음이 환호하는 갈 곳으로 가라.
[야당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고 가는 두 사람]. 2015 년12월8일자 한겨래 사설제목이다. 내용에 이런 대목이 있다. “저는 지금 문 대표 개인과 권력싸움을 벌리는 것이 아니다. 집권할 수 있는 야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참으로 황당하다.
그동안 안철수는 별나라에 가있었나. 김한길과 공동대표일 때는 어째서 수권정당으로 키우지 못했나. 불과 총선4개월을 앞두고 집이 허물어 질 것을 빤히 알면서 대들보를 흔들어 대는 의도가 무엇인가. 비단 안철수뿐이겠는가.
서울대 명예교수 한상진은 대선 직후였는지 4.29보선 직후였는지 패배일로에서 진이 빠져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 이 동내에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요.” 마치 시비를 거는 건달의 말투로 한마디 하고는 휭 하니 지나가는 모습을 TV에서 보여주었다. 거명은 안했지만 문재인을 꼬집은 비아냥이었다.
도토리 멜방 지고도 10리길은 너끈히 갈만큼 뺀질뺀질한 새정치 민주연합 조경태의원은 또 어떠했나. 문재인대표의 정계 퇴진을 진군 (進軍)나팔 처럼 불어댔다. 이상하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국가기관을 동원한 싸움에서는 제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다 해도 이길 수 없음을 이들이 모를 리가 없는 데…
2012년 12월16일 (18대 대선 투표일 나흘 전)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후보 사퇴로 박근혜 문재인 양자대결 토론이 전개되었다.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던진 첫 질문은 ‘인권 변호사가 어찌 국정원의 나약한 여자릍 감금했느냐’ 였다. 토론이라기 보다는 준엄한 질타였다. TV를 지켜보든 나는 깜작 놀랐다.
다음날 민주당 쪽에 전화를 걸었다. “정당이 깡패 집단입니까. 사람을 감금하다니. 어디로 납치를 했습니까.” “누구십니까. 납치라니요.” “누구긴 누구에요 시민이지 아파트 밖앗 쪽에는 잠금장치가 없지요.” “네 없 읍니다.” “그러니까 장소를 옴겨서 감금한 게 아니에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세요.” “내 생각이 아니라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을 규탄한 내용입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요. 본래 천성이 착한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에 위선의 탈을 씌우려는 저들의 음모에요.” “왜 가만있습니까.” “유치해서 무시했는데. 국정원이 문제인을 떨어뜨리기 위한 댓글 작업을 하고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어요. 경찰직원을 대동 우리 당원이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국정원이 경찰보다 상위라는 인식에서 인지 경찰 직원이 신분증을 내밀어도 막무가내로 문을 안 열어 줬습니다. 국정원의 불법 여당 선거운동의 증거를 지우느라고 자신들이 안에서 문을 잠그고는 갇혔다는 거에요.”
다음날(17일) TV조선?에 윤창중(청와대 대변인?)이 등장했다. 문재인의 위선 부도덕 안보불안 등 박근혜의 주장을 판박이로 한자도 빼지않고 피력하는데 어찌나 설득력이 있던지 좌고우면하는 중립지대의 투표권자들을 박근혜 지지로 빨아드렸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박근혜의 당선은 따놓은 당산이었다.
향응, 금품제공. 관광동원 등은 선거철에 흔히 불거지는 선거사범이다. 허지만 박근혜 후보가 ‘감금’이라는 단어를 악용 문재인에게 덤턱이를 씌웠음은 서부활극 시대에 등장하는 총잡이의 행패나 다름 아니다. 아파트의 구조는 현관 출입문 외부 면에는 잠금장치가 없다. 밖에서 판때기로 못을 박지 않으면 사람을 가둘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연한 이 사실을 눈 한번 깜작 안하고 날조하여 대담하게 인권을 들먹여 투표권 자들에게 사기(詐欺)를 친 박근혜의 소름끼치는 음모에는 말 한마디 못 한 자들이 뻔뻔스럽게 개혁을 떠들고 문재인 책임론으로 당을 갈갈이 찢고있다.
1910년8월29일의 한일병합조약 체결은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박탈했다. 한말의 암담한 정국에서 김관회의 천직론(天職論)은 탄생했다. 105년 전 23세에 쓰신 논설이 오늘의 환란을 언급한듯 여실하여 번역과 본문을 다 내보낸다.
(1906년부터 공주를 떠나실 때(1924년?)까지의 내 아버님의 활동이 언급된 신문자료와 천직론(天職論)을 광산에서 광맥을 찼듯 발굴해낸 사학자 윤용권(공주영명학교 역사과담당)선생의 정성과 열정 그리고 중노동에 버금가는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天職論 (金寬會) (1887년~1948년) 와세다대학 (早稻田大學정경학부졸업)
대한흥학보 제9호(1910년 1월 20일 발행)
溯究往古 推想將來 吾人類 莫非歷史的聯鎖環也 何謂也 有壽定限 人生通則 以秦皇漢武不死藥之靈 埃及古代木乃伊之術 不能變其通則 自肉體的個個人而觀之則古之人與今之人 不同世 今之人與未來之人不同世 彼爲彼此爲此 若<40>相無關然統觀古今自精神上論之則 有不然者存焉 卽因果關係是也. 蓋因果關係者系統之本源而萬有之歸納也 若無是關係則天下事物 片片散散 莫能想像其系統而推究其歸結也 故生養收藏 興替隆衰 互相循環而莫逃乎此因果二前也人也亦然 其來也歸也 決非偶然無意味 渺然無法則也 其來也必有所受 其歸也必有所遺 所謂受者何也 爲古之人受其果也 所謂遺者何也 爲未來之人 遺其因也故吾人不啻與今之人 有互相的關係 亦與古之人及未來之人 有密接關係互相連鎖而繼續乎無窮者也 自是而觀之則吾人之爲歷史的聯鎖環昭然無疑若使吾人 超脫乎此連鎖關係則無以幷列於人類同班也.
然則試問古之人今之人未來之人 互相聯鎖而爲之者果何事耶 爲衣食歟 曰否 不止是也 爲防禦歟 曰不止是也 爲敎育學問歟 曰不止是也 爲家族社會歟 曰不止是也 是皆非不爲之 不過 其 一部分也 未可謂之全體也 然則所謂其全體之事 爲果何事歟 衣食防禦不違是人類生活之基礎也 敎育學問 不違是人智發達之橋梁也 家族社會 不違是人生平和之根底也 若欲使此數者 得其完全 保其善美 不待此數者以上之包括的大要件 不可得以期之矣 所謂包括的大要件者果何也.
嗚呼非國家而何也 請看世界古今之人類 無國家而能保其衣食 防禦學問 家族社會者 有歟無歟 否無國家而能保其生命者亦希矣<41>
蓋國家者 吾人最高理想之現實也 本能之反射也 安寧幸福焉以之而亨有 自由利權焉以之而確保 是以 逸外乎國家而吾人之完全生活 未可得以想像也 故希臘大哲아리스로펄네쓰氏 有言 曰人者其天性也政治的動物也國家之建設豈偶然也哉 其天性也 脫於國家的生活而能自足無憾者 必也非人類以下之禽獸則抑非人類以上之鬼神乎 以是觀之 國家者自吾人之天性中出來者而吾人之所以爲天職者 亦不外乎率天性而爲國家也是則古之人猶今之人 今之人猶未來之人 而古之人今之人未來之人 相結歷史的連鎖而務圖協同 發揮天性者也 然則失其本能 忌其天性 不修天職者 是不保國家也 不保國家者 世界之罪人也人類之惡孼也 擧世界而攻之滅之 彼被攻被滅者 夫何怨尤嗚呼白頭山下 愛我二千萬同胞今做何事 爲欲結歷史的連鎖環歟 抑亦斷絶其連鎖環歟.
國家之創立建設 過去祖先之天職也 國家之維持鞏固 今日裔族之天職也 檀箕四千載國家之名稱 南北三千里國家之疆土 祖先之所以遺我也 祖先之於我可謂至矣盡矣而奈之何逮我四千三百年之今日 萎靡板蕩 殆乎滅絶 若是之甚耶 嗚呼爲我韓今日民族者윤용권(공주영명중학교 역사교사, 영명100년사 편찬위원장)
之靈 埃及古代木乃伊之術 不能變其通則 自肉體的個個人而觀之則古之人與今之人 不同世 今之人與未來之人不同世 彼爲彼此爲此 若相無關然統觀古今自精神上論之則 有不然者存焉 卽因果關係是也. 蓋因果關係者系統之本源而萬有之歸納也 若無是關係則天下事物 片片散散 莫能想像其系統而推究其歸結也 故生養收藏 興替隆衰 互相循環而莫逃乎此因果二前也人也亦然 其來也歸也 決非偶然無意味 渺然無法則也 其來也必有所受 其歸也必有所遺 所謂受者何也 爲古之人受其果也 所謂遺者何也 爲未來之人 遺其因也故吾人不啻與今之人 有互相的關係 亦與古之人及未來之人 有密接關係互相連鎖而繼續乎無窮者也 自是而觀之則吾人之爲歷史的聯鎖環昭然無疑若使吾人 超脫乎此連鎖關係則無以幷列於人類同班也.
然則試問古之人今之人未來之人 互相聯鎖而爲之者果何事耶 爲衣食歟 曰否 不止是也 爲防禦歟 曰不止是也 爲敎育學問歟 曰不止是也 爲家族社會歟 曰不止是也 是皆非不爲之 不過 其 一部分也 未可謂之全體也 然則所謂其全體之事 爲果何事歟 衣食防禦不違是人類生活之基礎也 敎育學問 不違是人智發達之橋梁也 家族社會 不違是人生平和之根底也 若欲使此數者 得其完全 保其善美 不待此數者以上之包括的大要件 不可得以期之矣 所謂包括的大要件者果何也.
嗚呼非國家而何也 請看世界古今之人類 無國家而能保其衣食 防禦學問 家族社會者 有歟無歟 否無國家而能保其生命者亦希矣 蓋國家者 吾人最高理想之現實也 本能之反射也 安寧幸福焉以之而亨有 自由利權焉以之而確保 是以 逸外乎國家而吾人之完全生活 未可得以想像也 故希臘大哲아리스로펄네쓰氏 有言 曰人者其天性也政治的動物也國家之建設豈偶然也哉 其天性也 脫於國家的生活而能自足無憾者 必也非人類以下之禽獸則抑非人類以上之鬼神乎 以是觀之 國家者自吾人之天性中出來者而吾人之所以爲天職者 亦不外乎率天性而爲國家也是則古之人猶今之人 今之人猶未來之人 而古之人今之人未來之人 相結歷史的連鎖而務圖協同 發揮天性者也 然則失其本能 忌其天性 不修天職者 是不保國家也 不保國家者 世界之罪人也人類之惡孼也 擧世界而攻之滅之 彼被攻被滅者 夫何怨尤嗚呼白頭山下 愛我二千萬同胞今做何事 爲欲結歷史的連鎖環歟 抑亦斷絶其連鎖環歟.
國家之創立建設 過去祖先之天職也 國家之維持鞏固 今日裔族之天職也 檀箕四千載國家之名稱 南北三千里國家之疆土 祖先之所以遺我也 祖先之於我可謂至矣盡矣而奈之何逮我四千三百年之今日 萎靡板蕩 殆乎滅絶 若是之甚耶 嗚呼爲我韓今日民族者 將默然無爲 任其滅亡 不顧天職 斷絶歷史的連鎖而獲罪於祖先 流毒於子孫可乎 抑將奮然有爲 扶護維持 修我天職 繼續歷史的連鎖而獻功於祖先 遺榮於子孫可乎 是誠擧國之人合同一致 有死之氣 無生之心之秋也 嘻彼欲自破其國 自逐其君 奴隷於人 犬馬於人 汲汲然唯恐不及者 抑復何心哉.
(번역= 윤용권 사학자 영명100년사 편찬)
지난 옛 것을 생각해 보거나, 미래를 짐작해 볼 때 우리 인류의 역사는 서로 연결된 둥근 고리가 아닐 수 없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인간의 목숨이 유한하다는 것은 인간 삶의 보편적 법칙이다. 진시황과 한무제가 구한 불사약의 신령함도, 이집트 고대 미이라의 술법도 그 보편적 법칙을 어쩌지 못하였다. 육체를 가진 개개인은 옛 사람과 지금의 사람이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고, 지금의 사람과 미래의 사람이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도 어차피 같은 인간이다. 옛과 지금이 서로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그렇지 않다고 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러한 즉 인과 관계를 바르게 해야 한다.
대개 인과 관계라는 것은 계통의 본원이고 만물의 귀납이다. 만약 이러한 관계가 무시되면 천하사물(天下事物)은 산산조각이 나서 그 계통을 상상(想像)할 수도 없고, 그 결말을 추구(推究)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고로 생양수장(生養收藏), 흥체융쇠(興替隆衰)는 서로 순환하는 것이고, 인과 관계에서 도망갈 수는 없는 것이니,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이고 미래의 사람도 그럴 것이다. 이것은 결코 우연히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묘연한 법칙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미래의 사람은 반드시 받는 것이 있고, 돌아갈 사람은 반드시 남기는 것이 있다.
소위 받는 것이란 무엇인가? 옛 사람이 남긴 결과를 받는다. 소위 남기는 것은 무엇인가? 그 원인을 남긴다. 고로 우리는 지금의 사람들에게 줄 뿐만 아니라 상호 관계에 있어 역시 옛 사람과 미래 사람에게도 줌으로서 그 밀접한 관계가 상호 연쇄적이고 계속적이라서 무궁한 것이다. 이렇게 바라본 즉 우리의 행위는 역사적으로 연결된 둥근 고리임을 분명히 알고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우리들이 이 연쇄 관계에서 벗어난다면 곧 인류의 같은 반열에 나란히 서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즉 시험 삼아 문제를 내보자. 옛 사람과 지금의 사람, 미래의 사람이 상호 연쇄적으로 작용하는 것에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입는 것과 먹는 것일까? 대답은 아니다. 이것 뿐만 아니다. 그럼 방어일까? 이것뿐만 아니다. 교육과 학문일까? 이것뿐만 아니다. 가족사회일까? 이것뿐만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이것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일부분에 불과하고 전체를 포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즉 과연 그 전체를 포괄하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의식, 방어는 인류 생활의 기초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교육, 학문은 인류 사회의 지식이 발달하는 교량 역할에 벗어나지 않는다. 가족, 사회는 인간 생활의 평화의 근저에서 멀지 않다. 만약 이런 논리로 그 완전함을 얻고 그 선미(善美)를 보존하려고 한다면 이 논리 이상의 포괄적 대 요건을 기대하지 못하고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 소위 포괄적 대 요건이란 과연 무엇일까?
오호라! 국가가 없다면 어떠할까? 바라건대 세계 고금의 인류를 보자. 국가 없이도 의식(衣食), 방어(防禦), 학문, 가족 사회를 보존할 수 있었다. 있어야 하는가? 없어야 하는가? 아니면 국가 없이도 그 생명을 보존할 수 있음은 역시 희박한 것인가?
대개 국가가 우리들의 최고 이상을 이루는 현실이라는 생각은 본능적 반사이다. 국가를 통해 보다 더 안녕과 행복함을 향유하고, 자유이권(自由利權)을 더욱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니 국가를 벗어나서 우리가 완전한 생활을 얻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옛 그리스의 대철학가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그 천성이 정치적 동물이다’라고 하였다. 국가의 건설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그것은 천성에서 나온 것이다. 국가를 벗어난 생활에 스스로 만족하면서 국가에 관심이 없는 자는 필연코 인류가 아닌 그 이하의 금수(禽獸)이거나 그 이상의 귀신이 아니겠는가? 이로써 보건데 국가라는 것은 우리의 천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니 우리의 천직이 되는 까닭이다.
또한 천성에 따름을 벗어나지 말고 국가를 위해야 한다. 이것은 곧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 똑같고, 지금 사람이 미래의 사람과 똑같은 것이니 옛 사람, 지금 사람, 미래의 사람은 서로 역사적으로 둥근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어 힘써 협동을 도모하는 것이 천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러한 즉 그 본능을 잃어버리면 그 천성을 기망하는 것이요, 천직을 수행하지 않는 것은 국가를 보존하지 않는 것이다. 국가를 보존하지 못하는 것은 세계의 죄인이며 인류의 재앙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어떤 나라를 공격하여 멸망시키고, 또 공격 받고, 멸망당함은 어떤 원한이 심해서 그러는 것인가?
오호라! 백두산 아래 사랑하는 우리 이천만 동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역사의 둥근 고리를 연결하는데 힘쓰고, 그 연결된 둥근 고리가 단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창립 건설은 과거 선조의 천직이었다. 국가를 유지하고 공고히 함은 금일 후손의 천직이다. 단기 4천년동안 이어온 국가의 명칭과 남북 삼천리 국가 강토가 선조께서 나에게 남겨준 유산인 까닭이다. 선조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왔구나! 다 끝났도다. 이를 어찌할꼬? 4천3백년 금일에 이르러 나라가 피폐하고 형편이 어지러움이 어찌 이리 심한가!”
오호라! 지금의 우리 한민족이 된 자들이 묵묵히 아무 노력도 없이 멸망에 임해 천직을 돌아보지 않고 역사의 연결된 둥근 고리를 끊으려 함은 선조께 죄를 짓는 것이니 후손들에게 독을 전해 줘야 옳겠는가 아니면 분연히 나라를 돕고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천직을 수행하여 역사의 둥근 고리를 계속 이어감으로써 선조에게 헌공(獻功)하고 자손들에게 영광스러움을 물려줘야 옳겠는가? 지금은 참으로 온 나라 사람들이 합동일치하여 죽을 기세만 있고, 살겠다는 마음은 버려야 할 때이다.
아! 저들이 스스로 그 나라를 파괴하고자 하여, 그 임금을 끌어내리고, 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고자 하고, 개·말이 되고자 하는데 급급하면서도 오직 관직에 오르지 못함을 두려워하는 것은 도리어 무슨 마음인가?
대한흥학보에 게재된 대부분의 글은 국한문 혼용체로 되어 있는데 김관회의 천직론은 순 한문으로 쓰여 있다. 개화 지식인답게 구어체 형식의 대중적 문체인 ‘백화문’(白話文)을 사용하였다. (윤용권언급)
소설가 김제영
http://www.amn.kr/sub_read.html?uid=22605§ion=sc22§ion2=
세월호를 뒤돌아보니 온 몸둥이가쓰리고 아프다.
김제영 소설가 ㅣ 기사입력 2015/12/14 [16:09]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공개 청문회가 14일 서울 명동 YWCA 대강당에서 사흘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문위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한 이춘재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과 유연식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담당관 등에 대해 증인심문을 하고 있다. @에너지 경제신문
우리가 어떻게 을미년을 그대로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살릴 수 있는데 방치했다면 그것은 살인이다. 살인죄를 비는 마음으로 세월호 침몰을 메모한 그때 그때의 상황을 정리했다.
하늘이시여 우리의 어린천사들을 보듬어 주소서.
차갑고 검은 바닷물이 몰고 오는 죽음을 바라보며 “ 내 걱정 말고 어서 너부터 나가.” 제가 입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입혀주며 의연히 죽음을 택한 정차웅군 (17세).
“언니도 어서 나가야 지요.” “너희들 다 구하고 나중에 나갈게 물이 차오른다. 빨리 나가. 선원의 차례는 마지막이야.” 역시 구명조끼를 벗어서 학생에게 입혀 등을 떠밀어 밖으로 나가게 하고 배를 버리고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선장과 선원들의 몫까지 수행 승객들을 바다로 뛰어 내리게 하여 살려낸 나이 어린 박지연(22세) 승무원.
본능적인 SOS의 감각으로 배의 침몰을 해당 기관에 신속하게(맨 처음)알려 172명을 살려놓고 저승으로 떠나며 뒤돌아보고 또 돌아다보았을 다원고 2학년 최덕하군.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 아들 학비 내라. 난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해. 길게 통화 못해 끊어. 침묵으로 이어진 멀고 어둡고 냉냉한 초행길을 어린 제자들 만 보내기가 불안하여 학생들과 동행한 김민규 교감, 박육규, 이해봉. 남윤철, 최혜정, 이지혜, 김초원 선생님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가슴이 쓰리고 아파 미칠 것만 같다.
승객 구조에 전력을 다한 양태홍 세월호 사무장. 달콤한 선박여행에 올랐다가 어린 학생들을 이승으로 올려놓고 영원한 수중관광을 떠난 한쌍의 연인 정현선, 김기웅, 가장 험난한 수중 작업에서 희생된 잠수부들 이 모든 분들께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임이시라 하니라…”마태복음 제 일장 22절의 말씀을 받히겠습니다.
세월호 침몰은 예상된 재앙이다. 처음부터 오늘 까지 수습경위를 지켜보면서 ‘탈출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왜 학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 가. 풀리지 않는 의문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2014년4월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과 일반 승객을 태우고 운항하던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전원 구조’라는 뉴스를 접하고 크게 가슴을 쓰러 내렸으나 2시간도 채 안 되서 오보라는 정정 보도가 나왔다. 청천벽력의 비보에 하늘은 노랗게 변했고 세상은 벌집 쑤셔놓은 양상이었고 온 국민은 분노에 주먹을 움켜줬다. 인력으로 대처할 수없는 천변지이(天變地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고현장을 생방송한 TV.화면에는 배 갑판에서 누군가와 긴 통화를 하는 선원?의 여유로운 모습이 보였다. 제복이 아닌 허벅지를 들어낸 반바지 차림의 선장과 선원들이 탈출하는 모습은 온종일이다 싶게 방영 되었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선박과 운명을 함께 해야할 선장과 선원들이 해경 구명정에 올라탄 첫 번째 구조 자들이었다. 배의 이상 징후가 감지되자 이들은 조타실에 모여 탈출을 의논 구명정을 기다렸다. 선실도 지나다니고 제 방으로 가 맥주도 마시고옷을 갈아입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이들이 “여러분 갑판으로 올라가 대기 하십시오. 구명정이 오고 있습니다.” 승객들에게 이 한마디만 방송을 했다면(그 시각에는 방송이 가능)승객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시사IN348호(2014.5.17.)에서 단원고 2학년? 임현진군의 부모님과의 대화와 저승으로 떠나기 직전 상황을 몇 대목 발췌했다.
[-전략-현진이는 8시52분 친구와 찍은 사진을 다시 보냈다. ..배가 이미 기울고 있었다…출근하는 아빠가 걱정할까봐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아침 8시50분쯤에 현진이와 통화를 했다…배가 기운다고 했다. 놀라서 구명조끼를…입고 지시를 따르라고 했는데 현진이는…이미 구명조끼를 입었다면서 사고 상황을…이야기하다가 전화가 끊겼다…오전9시4분 아내한테 소식을 들은 아빠가 현진에게 전화를 했다…“구명조끼를 챙겨 입어라.”…입었다고 답했다. 아들과 통화하는 사이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이 수화기를 통해 들렸다…
9시15분 구명조끼를 입은 사진(기울어진 배의 바닥에 등을 붙이고 벽에 발을 대고 선 모습)을 보내왔다…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지시에 따라 현진이는 친구들과 질서정연하게 추가 지시를 가다리고 있다.)
아들이 보내온 마지막 사진은 일본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후지TV등에 소개되었다. 현진이는 임희민 씨의 장남이고 외아들이다. 임현진군의 시신이 저승으로 떠나든 발인날이 현진군의 열여덟 번 째 생일이었단다.
9월1일 자 한겨레 목포 안관옥 기자는 헬기소리 들렸다고 학생들이 “살았다” 고 안도했건만…제목의 기사에서 사고현장에 맨 먼저 도착한 구조대는 해경의B-511 팬서 헬기였음과 단원고 2학년 박예슬 양이 헬기소리를 듣고 서로 다독이는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은 동영상(9시38분)등을 언급했고 선체가 뒤집혀 침몰한 시각인 오전10시31분 까지 64분의 여유가 있었음을 환기 시키고 있다.
5월 16일 현재 구조 172명 사망 밑 실종자 304명임이 발표 되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어선을 발동 현장에 당도한 한 어부는 구조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갑판이 아비규환이려니 했는데 쥐죽은 듯 고요한 갑판에는 누구 하나 그림자도 없었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노무현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아 일반 국민의 안녕을 도모하는 위기관리 부서를 청와대에 두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재변은 없었을 것이다. 구조작업에 동원된 도구가 다 미국산이라고 들었다.
한미동맹은 합동군사훈련으로 북한을 겁주는 역할만이 미 연합사의 사명은 아닐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 민족의 미래인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존중했다면 국방부에 통보를 하고 직접 미군 연합사에 전화를 하여 우리의 학생들을 구해달라고 간청을 했을 것이다.
소설가 김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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