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제주오키나와 평화기행-한겨레 서평
평화의 표정으로 전쟁의 광기를 보다
등록 : 2014.11.06 20:35
잠깐독서
제주 오키나와 평화기행
이시우 지음/도서출판 말·2만8000원
2차 세계대전기 동아시아는 열전의 발원지였다. 그중에서도, 해방 이후 제주와 일본 오키나와는 냉전의 근거지였다. 이 책은 점령과 학살로 점철된 동아시아의 현대사를 평화의 관점으로 톺아본 르포 기행문이다. 제주 동백꽃 한 송이, 고요히 오름직한 오름 등에 깃든 평화의 염원을 사진과 글로 온전히 담았다. 테런스 맬릭의 영화 <신 레드 라인>처럼, 지극한 평화의 표정으로 전쟁의 광기를 더욱 극명하게 표현하는 점이 이채롭다.
지은이는 한반도에만 존재하는 유엔군 사령부를 통해 ‘유엔군 행세’ 하는 미국의 한반도 전략을 줄곧 직시해왔다. 유엔사 해체는 북한의 일관된 주장이라 이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년 넘게 재판을 받았고, 결국 완전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그는 분단과 분쟁의 본질적 원인이 유엔군 사령부에 있다는 점을 예술과 사유로 재차 파악한다. 지은이는 ‘자유의 반대는 구속이 아니라 관성’이라고 한 적이 있다. 관성을 거스르기 위해선 또다시 성찰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일 때, 관성의 반대말인 자유는 곧 성실한 새로움을 뜻했다.
미일전쟁과 제주, 오키나와 등 동북아 평화와 관련한 그의 사진작업은 20여년째 새롭다. 2004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출품된 <민통선 평화기행>의 후속작이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