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서평] 이시우 작 < 비무장 지대에서의 사색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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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서평] 사진은 북녘 하늘을 관성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을 찍은 것 <비무장 지대에서의 사색>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
이시우 | 인간사랑 | 20070620
추천 [서평] 이시우 작 < 비무장 지대에서의 사색 >을 읽고 / 2007. 06., 104쪽, 인간사랑
사진작가 이시우는 최진섭 작가의 <법정 콘서트 무죄>(2012. 10 창해)를 읽으면서 알게되었다. 사진 작품집이니 ‘읽었다’가 아니라 ‘감상했다’라고 말하는 것이고 느끼는 것이 맞을 듯 하다.
<법정 콘서트 무죄>에서 알게된 이 작가는 예술가이자 사상가이고 평화운동가이자 유엔사령부 등 한국전쟁 전문가였고, 법률가보다 국가보안법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주제를 정하면 그 주제를 자신이 완벽하게 이해하기 전에는 사진 촬영을 나가지 않는 예술가였고, 주제에 대한 미학적 철학적 역사적 인식이 없이는 선뜻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예술가였다. 오랜 공부와 연구를 통해 필요한 내용이 얻어진 후에 비로소 촬영 준비를 시작한다는 작가. 사진 촬영을 위해 수 없이 많은 날을 촬영 현장을 답사하면서 오래도록 물끄러미 돌 하나,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구름 한 점을 바라보면서 사색에 잠기곤 하는 작가였다.
그렇게 묘사되고 느껴지는 작가의 사진 작품은 돈을 주고 사서 보는 게 예의리라 생각했다. 100쪽 남짓 되는 사진 작품책을 읽는 데 며칠이 걸렸다. “왜 이걸 찍었을까?” “왜 이런 설명을 달았을까?” 작가의 사진 작품과 시 구절같은 문장을 몇 번이고 읽고 이해해보려 가슴으로 받아보려 애썼다. 물론 나로서는 쉽지 않았다. 자주 펼쳐보고 문득 생각나면 펼쳐보면 언젠가 깨달음이 있겠지 생각하며 책꽂이에 일단 꽂아 두었다.
사진 작품에 대한 서평을 쓸 자신이 없어서 송주성이라는 분이 쓴 글을 옮겨 본다. 나의 어줍잖은 서평보다 송주성씨의 설명이 사진 작품을 제대로 묘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자연의 질서는 우리에게 그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실을 매순간 가르쳐 준다. 봄 한 철 살다 가야 하는 풀벌레 한 마리가들판 가득 몰려오는 여름을 막을 수 없듯이 저 당 속 깊은 곳에서 쿵쿵 울리며 다가오는 통일의 역사를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그 소리를 누가 듣는가? 뻘밭 아래 깊은 땅 속을 쿵쿵 울리며 걸어오는 진흙소의 걸음걸이를 누가 듣는가? 연안 박지원 선생은 ‘농맹(籠盲)’됨을 경계하라고 했다. 천하에 천둥번개가 쳐도 귀머거리는 듣지 못하고 온 산하 단풍이 휘황찬란해도 소경은 그를 보지 못한다고 했다.
들녘에 가득 몰려오는 여름을 아는 농부처럼 통일의 역사를 위해 씨부리는 자는 통일이 걸어오는 소리를 듣는다. 이시우의 사진은 그 소리를 듣고 있고, 그 소리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는 분단현실을 지시하는 사물의 코앞에다가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것은 역으로 우리로 하여금 분단현실의 증거들과 상처들에 대하여 눈을 들이밀고 보도록 요구하고 있다. 마치 지뢰 표지판에다 얼굴을 들이대고 바라보듯 앵들의 중심에 지뢰 표지판이 커다랗게 들어선다. 그리고 지로 표지판 너머에는 티없이 맑은 조국의 하늘이 시원의 어느 때마냥 끝없이 펼쳐진다.
바로 이것이다. 이시우 사진의 특징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의 사진에는 단 두 가지 대상이 대비되어 있는 것이다. 지뢰 표지판, 철조망, 포격으로 뼈대만 남은 노동당사, 총탄이 뚫고 지나간 벽들이 화면의 정중앙부에 ‘정밀묘사’되어서 우리의 눈길을 사정없이 붙들어 맨다. 그리고 그 사진들에는 어김없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들판과 하늘이 드리워져 우리의 시선을 다시 아득한 어디로 끌고가 버린다. 이 집중과 확산, 화면 가득 확대되고 정밀묘사된 녹슨 철조망과 지뢰 표지판…, 그리고 원시의 그날처럼 아득히 펼쳐지는 아득한 조국의 산하. 너무 삭막하여 가슴이 스산해지고 조금만 오래 들여다 보고 있으면 결딜 수 없는 답답함이 짓눌러 숨을 가쁘게 하는 분단현실, 그 낱낱의 모습들, 그리고 이에 완강히 맞서서 버티고 선 조국 산하의 시리도록 아득하게 아프도록 아름답게 서 있는 모습.
그러면 이 사진은 북녘 하늘과 산을 ‘촬영’한 것인가? 이 사진은 우리가 그 사진 앞에 설 때 완성된다. 왜냐하면 이 사진 앞에 우리가 설 때, 우리는 하나의 관망의 대상이 되어버린 북녘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 사진은 북녘 하늘을 찍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관성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을 찍은 것이다. 그러면 그가 들판을 넘어 그 아득한 하늘을 향해 가는 것은 언제일까? 그날이 어서 오기를 고대한다.”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성은 핵무기를 가득 실은 B-52 폭격기에 대한 뉴스기사를 심드렁하게 보고 듣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듯 합니다.
대화와 평화가 아니라 대결과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미의 긴장, 그리고 동북아시아. 오랜 갈등과 반목과 정치적 악용이 만들어 낸 민족의 불행. 비무장 지대의 녹슨 철마와 지뢰, 들꽃과 철새들은 이런 위기를 알고 있을까요… 겉으로는 평화롭기만 한 비무장 지대, 그 평화가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는 언제쯤 다가올런지…
[ 2013년 3월 2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