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평화체제 이시우 2010/02/03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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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평화체제
<초점> 美 ’2010 QDR’이 한반도 정세에 주는 함의?

2010년 02월 03일 (수) 00:35:43 이광길 기자 gklee68@tongilnews.com

오바마 미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차출하겠다는 계획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고 이 2일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오산 미 공군기지를 방문해 운을 띄우고, 12월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이 미래에 좀 더 지역적으로 개입하고 전 세계에 배치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공론화한 데 이어 주한미군 해외 차출이 마침내 현실화된 것이다.

그러나 한 군사소식통은 이미 상당수의 주한미군이 해외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알렸다.

그는 “명부상으로 주한미군은 28,500명이지만 실제로는 주일미군과 태평양 부대와 이중 멤버쉽을 갖고 있고 실제로는 2만명이 안된다”고 전했다. “괌에 25,000명 규모의 부대를 창설했으나 실제로는 17,000명 밖에 안된다”며 “주한미군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도 했다.

또 주한미군에 대한 차출 조치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2010 4개년 국방검토(QDR) 보고서(초안)’은 “주한 미군은 `전진배치’에서 가족을 동반하는 `전진주둔’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이 제도가 완전히 시행되면 주한미군을 한국으로부터 전 세계의 비상사태 지역으로 차출할 수 있는 `군병력의 풀(pool)’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시했다.

“펜타곤(미 국방부)은 아프가니스탄이 됐든 그밖의 세계 다른 어느 지역이 됐든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뺐다가 넣는 전략성 유연성에 대한 ‘실습(exercise)’ 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난달 5일 마이클 피네건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발언은 2010 QDR’에 앞선 바람잡이였던 셈이다.

군사소식통은 “원래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개념은 해외주둔 미군 중 주한미군에만 적용된 개념이었다”고 말했다.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서 병력 감축에 대한 반발이 컸던 한국을 달래면서 주한미군을 빼내기 위한 방편이었으나 그 가능성이 재인식되면서 “병력 운용뿐 아니라 무기체계까지 포괄하는 원대한 개념이 됐다”는 설명이다.

보다 중요한 점은 이 문제가 한반도 평화체제-비핵화 문제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데 있다.

한 외교안보전문가는 “과거에는 비핵화에 집중해서 봤는데 이제는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위치를 봐야 한다”면서 “그 측면에서 보면 전략적 유연성이 훨씬 상위”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미 행정부가 북한의 평화협정 회담 제안에 완만하게 호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2010 QDR’에서 보듯, 주한미군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 적용의 전제는 한반도 안보환경이 “‘전진배치’에서 가족을 동반하는 ‘전진주둔’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소식통은 “미국에서 평택미군기지에 미군가족들이 3년간 살게 해줄 집 지어달라는 데 미국 개념으로는 이건 전쟁상황에서는 말이 안된다”고 했다. “전쟁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외교안보전문가도 “2010 QDR 초안에서 한반도, 이라크 등은 전쟁지역에서 빠지고 안정화 대상지역으로 적시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전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는 2012년까지 미국이 북한과의 평화체제 협상을 세게 밀고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 시사토크쇼 <콜버트네이션>에 출현했던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북한의 핵포기 개시’를 전제로 “앞으로 수년 동안 정전협정을 영구적인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평화협정 회담이 어느 정도 속도를 낼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1일 북 외무성 성명의 표현대로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의 행동순서’를 바꾸는 게 만만치 않은 데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속내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세계지배전략의 핵심인 군사전략 개편과 북한의 선 평화협정 제안이 접점을 찾게 되면 향후 한반도 정세는 비핵화에 초점을 두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