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미군기지이전협정 재협상’ 이시우 2006/08/23 755

2006년 8월 23일 (수) 13:15 민중의소리

다시 주목받는 ‘미군기지이전협정 재협상’
지난 8월 15일 조선일보에는 “미군측 일각에선 작전통제권 한국군 단독행사가 이뤄지면 연합사가 해체되고 주한미군도 재편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평택기지사업에 이를 일찌감치 반영, 기지 규모를 적절히 축소하는 것이 한국내 반미감정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10년이 넘도록 국방부 문턱을 드나든 중견 군사전문 기자다.

이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군 입장에선 평택미군기지의 확장폭 축소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경직된 기지이전계획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곧 ‘한미간 이미 합의된 내용이다’, ‘국회동의도 얻었다’, ‘한미동맹을 불안케 한다’는 등등의 이유를 들어 “기지이전협정 재협상은 절대 불가하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옹색하게 만들고 있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도 22일 오전, 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범대위)가 줄곧 요구해온 미군기지이전 재협상의 정당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평택 사안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주한미대사에게 면담을 요청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지이전 재협상과 관련, 버시바우 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범대위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주의해야 할 것은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한미연합사해체->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지는 쟁점들이 최근에 불붙고 있지만, 사실 이는 이미 미국측의 오래된 계획이라는 점이다.

미국정부가 1990년 4월에 발표한 ‘동아시아 전략구상(EASI)’은 ’1996년 이후 5년간 동북아 지역안정이 깨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병력을 감축하고, 한국과 관련해서 미군이 한국방위의 주도적 역할에서 지원적 역할로 전환하고, 한국군 주도의 방위태세가 갖추어 질 경우 억지 목적의 소규모 미군만 잔류시켜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를 검토한다”고 밝히고 있다.

비록 1, 2차 북핵 위기 등의 영향으로 위 계획이 예정 보다 늦어지는 듯 했으나, 그 내용은 결국 미국 군사전략의 대대적 변환과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근래에 진행 중인 주한미군 재조정 작업에 거의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짚어 가노라면 자연스럽게 주한미군 운용에 관한 미국의 현재 입장에 눈길이 가게된다.

이와 관련하여 한미양국은 2005년 제3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주한미군사령부와 함께 미8군사령부도 하와이로 이전ㆍ해체ㆍ축소하는데 협의한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지난 3월 7일에도 윌리엄 팰런 미태평양사령관은 미 의회 증언 등을 통하여 주한미군 추가감축 방침을 분명히 하였고,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도 3월 2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군이 더 많은 임무를 맡게 되면 주한 미군을 그만큼 줄여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4년에 발표된 미의회 예산국(CBO)의 ‘육군의 해외 기지 변화를 위한 대안 연구보고서’에서는 향후 주한 미 지상군 규모에 대하여 1천명의 수용부대만 남기는 안과 1천명의 수용부대를 남기고 4천여 명의 여단전투부대를 순환 배치하는 안 등이 검토 되었다.

따라서 미군기지재배치계획에 따라 주둔하기로 되어 있는 14,491명(2008년까지 철수키로 감축키로 한 1만2천5백명 제외)의 평택 주둔 미군병력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용산기지이전협정이나 연합토지관리협정 등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다.

△평택미군기지이전 사업 추진을 위한 주한미군기지이전 사업단 창설식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이미 충분히 예측 가능한 주한미군 지상군 병력이 대규모 감축을 미리 고려하지 못한 것도 큰 과오이지만, 이미 코 앞에 닥친 주한미군 감축 현실을 두고도 ‘재협상 불가’를 고집한 정부가 옹색해 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마저 정부가 ‘재협상 불가’를 고집한다면 그 이유는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서핑도 즐길수 있는 레저시설 및 위락시설, 미군 가족과 군속을 위한 초호화 주택단지를 위해 기껏 5천∼7천에 불과할지도 모를 주한미군 지상군 병력에게 439만평을 안겨 주자’는 것 밖에 없을 정도다.

물론 평택미군기지확장 계획은 그 자체로 이미 한반도를 전화에 휘말리게 할 위험, 막대한 기지 건설 비용, 재앙적 환경파괴,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과 행복 박탈 등 온갖 부조리를 안고 있으며 그에 따라 주민 및 범민중적 반대 의견에 직면하고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주한미군 감축 계획은 ‘숫자 셈하기’와 ‘구실 찾기’에 능한 정부와 정치권으로서도 무시하기 힘든 재협상의 배경일 뿐이다.

물론 재협상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미국측의 배려(?)에 의한 것이라면 그 내용이 평택 주민과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미군기지이전협정 재협상은 범대위를 비롯 전국민적 요구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데, 오는 9월 24일 열릴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제4차 평화대행진’의 성과에 따라 정부와 미국이 받는 압박의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 서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