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제공했다던 지뢰매설도 어디로-시민의신문 이시우 2006/07/01 740

미군이 제공했다던 지뢰매설도 어디로?
미군, 한국군에 매설도 등 자료제공 주장
국방부, “관련 자료가 없다”
미군, 지뢰매설 입장 번복
2006/2/9
박신용철 기자 psyc@ngotimes.net
“주한미군은 안전한 장소에 보관되어 있는 사용되지 않은 지뢰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한국 내에서 지뢰들을 설치한 적이 없다. 한국 내에 설치된 모든 지뢰들은

한국정부의 관리 하에 설치된 것들이다. 더군다나 주한미군은 한국정부에 지뢰밭에 관한 모든

가용한 역사적인 정보들을 제공해왔다.”

2003년 1월18일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기자회견을 반박하는 보도자료 중

일부다.

군 당국이 2005년도 민통선 이남지역 지뢰제거 작업을 벌인 곳 중 하나인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일대의 모습, 군부대가 실지한 지뢰제거작업이 반환경적인데도

해당 지자체인 연천군은 군부대에 이야기만하고 호나경부는 군작전이라 알수

없다는 답변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자연환경이 황폐화된 모습이다.

국방부, 시민단체 등은 세계 최고밀도를 자랑하는 비무장지대 및 민통선 일대에 대한 대인지뢰

제거의 가장 큰 걸림돌로 미국으로부터 지뢰매설정보를 넘겨받지 못한 것을 거론해왔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또한 DMZ 일원에 1백만발이상의 지뢰도 미군이 한국전쟁부터 1970년경 미군철수

전까지 공중 살포하거나 매설한 것이라는 사실에도 입장이 다르지 않았다.

본지는 국방부가 2005년부터 본격적인 민통선 이남지역 지뢰제거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을 밀착

취재해왔다. 그러던중 주한미군이 밝힌 공식 보도자료를 접하고 몇가지 의문점을 갖게 되었다.

과연 주한미군은 한국에 지뢰를 설치한 적이 없는 것인가. 지뢰밭에 관한 모든 가용한 역사적

정보들을 제공해왔던 것일까.

시민의신문은 의문점을 풀기 위해 지난 2003년 1월17일 주한미군 반박문을 바탕으로 주한미군

과 국방부에 재질의서를 보냈다.

주한미군사령부에는 △DMZ 일원에 지뢰를 매설한 적이 없는지 △한국정부에 제공한 정보들

에 지뢰매설도, 지뢰의 종류, 전략적 가치 등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고

국방부는 △지뢰 설치의 주체 △주한미군이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정보의 내용, 성격 △미군이

제공한 정보만으로 지뢰매설 등 파악이 불가능한지 여부 등에 관한 것이었다.

주한미군은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 이임식이 있던 2월 3일 간단한 공식 입장을 보냈다. 주한

미군은 한반도에 지뢰를 설치한 적이 없다던 2003년 공식 입장을 번복, “한국전쟁 동안 유엔군

지휘하에 있던 군대들은 연합전투작전으로 지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물론 주한미군 단독

매설이 아니라 유엔군이란 이름으로 참전한 총 17개국이 모두 지뢰를 매설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측은 휴전협정 즈음인 1953년~1973년의 20년동안 “작전상 필요성”에 의해 지뢰를 매설,

관리했고 “최전선 지역이 유엔군과 미군의 통제로부터 한국군 통제로 옮겨졌을때 이들 지역

지뢰밭과 관련, 존재하는 지도들과 개요들도 이전되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아울러 미군은 “우리가 통제하지 않고, 한반도 참략을 저지하는 현재적 방어수단을 구성하는

지뢰밭의 상태를 토론하는 것은 우리에게 부적당하다”며 다른 답변은 거부했다.

국방부는 지뢰관련 업무가 합동참모본부라는 이유로 질의서를 이첩시켰고 합참은 “주한미군의

어느 부서가 한국 합참 어느 부서에 정보를 제공했는지 확인해주면 답변하기 수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공식답변은 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 한 관계자는 “해당 부서에 문의해보았지만 관련 자료가 없어 확인할 수 없다”며

“미군이 넘겨준 매설도가 있다고 해도 6.25 전쟁시기의 매설도라고 할 수 있는데 1973년 시점

이라고 해도 홍수, 비 등 자연현상으로 인한 이동이 많았을 것이기 때문에 매설도에 대한 신뢰

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미래지향적으로 바라보자”며 지뢰매설 정보 제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평화운동가 이시우씨(사진작가, 민통선 평화기행 저자)에게 e-mail을 보내 상반된 의견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조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지뢰현장과 피해자들을 만나

온 그는 지뢰매설도가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시우씨는 “지뢰매설도는 해당 지역의 지뢰매설 수량과 지뢰매설 규칙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자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지뢰를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군 교범을 추정해 매설량의 근사치를 알아낼 수는 있지만 교범대로 적용되지 않는 지형

(바위나 계곡) 등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아니고 정확한 숫자를 모른다는 것은

지뢰제거작업의 완료를 선언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지뢰매설도는 시간이 오래 흘러 그 위치가 바뀌었을 가능성 때문에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매설 규칙을 알면 지형 변화 등을 감안하여 근사한 위치를 찾아 낼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군이 하고 있는 방식처럼 들어엎기식 제거방식을 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녹색연합도 경의선, 동해북부선 연결공사 지뢰제거시 지뢰매설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시우씨는 2002년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에서 주한미군 지뢰매설 실태조사때 과거 미군기지

였던 후방지역 방공포기지를 방문해 중대장과 비공개를 전제로 직접 면담하거나 지뢰관리

담당자들과 면담했던 내용을 근거로 주한미군으로부터 지뢰매설도 등 정보를 넘겨받지 못

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단 한군데도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은 지뢰매설도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상도 하동 금오산 방포기지는 지뢰제거 담당자가 문서보관소에서

기록을 찾아내고 미군 지뢰교범을 연구하여 지뢰를 제거한다는 보고를 들었고 강릉 된박산

방포기지도 부대장으로부터 동일한 방식으로 제거작업을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주한미군조차 자신들이 매설한 지뢰밭에서 사고를 당하는 일도 발생했던 사례를 거론

하며 “매설도를 미군들도 가지고 있을텐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부주의일 수도 있겠지만

지뢰관리체계가 망가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0년대 중반 경기도 포헌 불무산 로드리게스훈련장에서 산악훈련을 하던 미군병사들이

지뢰사고를 당했다. 불모산 정상 방포기지는 과거 미군 방포기지였고 주변에 미군이 지뢰를

매설한 곳이다. 파주 민통선내 미군 훈련장에서 훈련하던 주한미군 1명도 지뢰사고를 당해

미국 워싱턴 소재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는 사고가 발생했던 적도 있다.

이시우씨는 “만일 국방부나 합참이 지뢰정보를 유실 내지 폐기했다면 그것대로 책임을 묻되

한국에서 훈련하고 있는 미군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과거 지뢰정보를 다시 한국측과 공유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5년 군사정전위원회 대표 매든 소령과 면담시 “(한국정부가) 경의선, 동해선 지뢰

제거작업을 무식하게 하고 있다는 비아냥섞인 소리를 들었다”며 “정작 자신들이 했어야 했고

해야 할 지뢰제거작업을 우리가 대신해준 것인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적반하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국방부는 오는 3월 합동참모본부, 지뢰제거 부대 등과 함께 내부 토론을 거쳐 친환경적

지뢰제거 연구, 장비소요제기 등 종합적 검토를 한뒤 지휘계통 보고를 통해 발전시킬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