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적 근거없는 PSI 실행 이시우 2009/05/28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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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국제법적 근거없는 PSI 실행
박병도 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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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6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가를 선언했다. 정부의 PSI 전면 참가 선언은 북한의 제2차 핵실험 강행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되고 있다. PSI 체제는 2003년 5월 미국 주도로 테러 방지 차원에서 WMD가 이른바 불량국가나 국제 테러 조직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할 목적으로 출발했다. 한국은 PSI의 95번째 가입국이 된 것이다. PSI 체제에 참가하게 되면 정부는 영해 또는 인근 공해상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선적 운반하는 혐의가 있는 선박에 대하여 정선·승선·임검하여 해당 품목이 발견되는 경우 회항 또는 압류조치를 취할 수 있다.

현재 북한과 정전상태에 있는 우리나라는 PSI 참가로 발생하는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 더 예의주시하고 이에 다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검토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있다. PSI의 실행과 관련하여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검토해보아야 할 문제는 PSI 체제가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먼저, 공해는 모든 국가의 선박들이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바다로 공해자유의 원칙이 적용된다. PSI는 기국주의(state of flag)의 예외에 해당하여 임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전제하나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유엔해양법협약 110조에 의하면 공해상에서 임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은 국기의 오용, 해적행위, 노예매매 및 수송행위, 마약거래행위, 무허가 불법방송이나 무국적 선박이라고 의심되는 경우다.

PSI의 실행 근거가 WMD 또는 그 물질, 이를 운반하는 미사일 체제 적용에 있기 때문에 유엔해양법협약 제110조에 포섭되지 않는다. 또한 유엔해양법협약 하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PSI 실행을 위한 법적 근거도 확립되어 있지 않다. 즉 EEZ상에서 WMD 또는 그 물질을 선적한 경우라도 기본적으로 해당 선박은 연안국의 EEZ에서 항행의 자유를 향유하며 유엔해양법협약 하에서 기국이 아닌 국가의 군함이나 정부의 공공선박은 외국 선박에 대하여 임검·수색·나포할 수 없다.

그리고 PSI 실행은 유엔해양법협약상의 무해통항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연안국은 자국 영해에서 모든 외국 선박의 무해통항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더욱이 유엔해양법협약 제23조는 핵추진 선박이나 핵물질을 운반하는 선박에 대해서도 특별사전주의조치를 준수하는 경우 무해통항권을 인정하고 있다. 설령 WMD를 선적한 경우에도 국제협정이 정한 관련 서류를 휴대하고 특별사전주의조치를 취하고 운항할 때는 이를 저지하거나 차단할 수 없다.

정부는 PSI의 전면 참가로 얻는 정치·외교·군사적 실익을 계산해 보았겠지만 PSI 실행의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 하에서 PSI 전면 참가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특히 북한을 비롯한 관계국과의 외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PSI 참가에 따른 국내법 및 국제법적 문제점을 인식하고 신중하게 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병도 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