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이 미군열화우라늄탄 보관’ 확인-프레시안 이시우 2005/12/26 529
‘한국군이 주한미군의 열화우라늄탄 보관’ 확인
[프레시안 2005-12-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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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김경락/기자] 그동안 국내 미군기지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주한미군의 열화우라늄탄 가운데 상당량이 사실은 한국군의 탄약고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주한미군이 일종의 방사능 무기이자 중금속 오염원으로도 지목되고 있는 열화우라늄탄을 국내에 270만여 발이나 보유하고 있음이 최근 한 평화활동가에 의해 폭로된 것을 계기로 그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열화우라늄탄 관리 실태에 대한 재점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열화우라늄탄, 한국군 탄약고에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소유의 열화우라늄탄 중 일부가 한국군 탄약고에 비치돼 있다”며 “이는 ‘저장·관리’를 위한 것일 뿐이지 한국군이 사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열화우라늄탄의 보유량과 보관처에 대해서는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열화우라늄탄을 한국군 탄약고에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의 탄약고에는 탄약 소유자와 탄약 사용자에 따라 세 가지 유형의 탄약이 저장돼 있다. 한국군이 소유하고 전시에도 한국군이 사용하는 것은 ‘ROKA(Republic of Korea Army)’ 탄이고, 주한미군이 소유하지만 전시에는 한국군이 사용하는 것은 ‘WRSA(War Reserve Stocks for Allies)’ 탄이며, 주한미군이 소유하고 전시에도 미군이 사용하는 것은 ‘USA(US Army)’ 탄이다.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과 이같은 탄약 분류법을 종합하면, 한국군 탄약고에 있는 열화우라늄탄은 주한미군 소유이며 전시에도 미군이 사용하는 ‘USA’탄으로 분류돼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군은 주한미군 소유의 ‘USA’탄과 ‘WRSA’탄을 한국군 탄약고에 저장·관리해주는 대신 관리비 명목으로 매년 일정 금액을 주한미군 측으로부터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우라늄탄 안전 확실”…일선 병사 “보호장구 없이 우라늄탄 취급”
국방부는 열화우라늄탄이 한국군 탄약고에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안전상 위험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열화우라늄탄에 대해 한때 위험성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는 위험성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상태”라며 “우라늄탄에서 나오는 방사능의 양은 일반 돌멩이에서 나오는 양보다도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군비검정단에서 탄약고 일대의 방사능 수치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정말 열화우라늄탄에서 방사능이 유출된다면 국방부에서 쉬쉬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방부는 이같은 판단에 따라 열화우라늄탄에 대해선 취급시 안전수칙 등이 적시된 지침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전방인 의정부 일대에서 탄약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한 전직 장교는 최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병사들이 아무런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고 열화우라늄탄이 있는 탄약고에서 일하는 것을 수 차례 목격했다”며 “상부에 위험성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어떤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전문가 “방사능 위험도는 낮지만…”
보존 중인 열화우라늄탄의 방사능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핵 폐기물 찌꺼기를 이용해 추출된 열화우라늄으로 만들어진 열화우라늄탄은 방사능 물질을 포함하고 있지만 핵무기로 간주될 만큼의 방사능 위험은 없다는 것이다.
강정민 평화협력원 연구위원(원자핵공학 박사)는 “열화우라늄탄에는 방사능 물질인 우라늄 235와 238이 포함돼 있지만, 방사능 발산 정도는 (열화우라늄탄을) 손으로 만져도 괜찮을 정도로 극히 미미하다”며 “일각에서 방사능 유출 위험성을 제기하지만 학계에서는 방사능 유출에 따른 위험성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결론이 나온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 연구위원은 열화우라늄탄의 위험성은 방사능 유출보다 중금속에 의한 오염이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강정민 연구위원은 “열화우라늄탄은 ‘납’보다도 중금속 오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열화우라늄탄의 위험성에 대한 관리는 방사능 유출보다 중금속 오염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열화우라늄탄, 실제 사용될 경우 위험성 농후
하지만 열화우라늄탄이 실제로 사용되었을 경우 초래되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증언과 보고들이 있다.
걸프전 참전군인협회(AGWVA)에 따르면, 열화우라늄탄이 약 375톤 가량 사용된 1991년 걸프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30%가 만성적인 질병으로 일을 할 수 없어 미 보훈청으로부터 장애수당을 받고 있는데, 이들의 질병을 발생시킨 원인으로 열화우라늄탄이 지목되고 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진행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 과정에서도 1000~2200톤 가량의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대해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지난 5월 “바그다드 공화국 궁전 근처에서 방사능 측정기로 직접 측정한 방사능 수치는 자연 방사능 수치의 1900배에 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보존 상태의 열화우라늄탄이 방출하는 방사능 양은 미미할 수 있지만, 실제 사용됐을 경우 방사능 유출량은 매우 클 수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열화우라늄탄의 위험성을 부인하고 있는 미 국방부 역시 자체 육군 훈련지침서에서는 “열화우라늄탄에 오염된 장비나 지역에 75피트 이내로 접근하는 사람은 호흡기와 피부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바람이 부는 반대방향으로 서 있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라크 보건부의 한 통계자료도 열화우라늄탄의 위험성을 가늠하게 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걸프전 이후 이라크인들의 암 발병률이 유방암은 6배, 폐암은 5배, 난소암은 16배로 크게 높아졌다.
요컨대 열화우라늄탄의 위험성은 ‘전혀 없다’고 하는 국방부의 해명과 달리 실제로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보존 중인 열화우라늄탄이라 하더라도 ‘탄약고 화재’ 등으로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난다면 방사능 오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