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美 RC-135 정찰기 북한 갈 뻔” 이시우 2005/11/19 665
2003년 美 RC-135 정찰기 북한 갈 뻔”
당시 조종사 美언론 인터뷰로 드러나
2005-11-18 오전 10:20:15
2003년 3월 동해 공해상에서 정찰비행을 하던 미국의 RC-135 정찰기에 접근했던 북한 전투기들은 정찰기를 북으로 유인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RC-135기 조종사인 랜디 거친(52) 대령은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오마하 월드 헤럴드’지(17일자)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그-29기 전투기가 30m까지 접근해 날갯짓을 하며 조종사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가리키는 수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다”고 밝혔다.
거친 대령은 “전투기의 날갯짓은 자신의 비행기를 따라 오라는 의미이며,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가리키는 것은 하강하라는 뜻”이라면서 “미그-29기 조종사는 나에게 북한으로 함께 가자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 3월1일 오즈 매들리 대위와 RC-135기를 몰고 북한 동해안에서 241㎞ 떨어진 상공에서 정찰비행을 하던 중 북한 미그-29기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거친 대령은 북한 전투기에서 수신호가 계속되자 매들리 대위에게 “우리는 북한으로 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 우리는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일본의 바다 속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공격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리려 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북한 미그-29기는 RC-135기가 동남쪽으로 급히 선회하자 수신호를 멈추고 시야에서 벗어났으나, 나중에 80㎞ 후방에서 비행하던 미그-23기 2대와 미그-29기 1대가 따라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거친 대령은 “북한 전투기들이 열추적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생각했다. 10분 동안은 내 생애 중 가장 고군분투한 시간이었다”며 “미사일을 맞고 추락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15m까지 접근한 미그-29기 1대가 무모하게도 RC-135기 앞을 가로막아 비행하며 화기지원레이더를 조준했다. 그러나 조준이 빗나가자 미그기는 애프터 버너(After Burner)를 점화했고 이로 인해 RC-135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후 미그-29기는 다른 3대의 미그기를 따라 북한쪽으로 철수했다.
거친 대령은 “당시 상황이 벌어져 종료되기까지 22분 간은 내 생애에서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었다”며 “오키나와 가데나기지로 무사히 귀환한 뒤 3일간은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RC-135 정찰기는 전 세계 어느 곳이던 24시간 내에 전개할 수 있으며 적외선 센서와 광학카메라를 비롯한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와 궤적, 낙하지점을 계산할 수 있는 첨단 통신장비를 갖추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