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최강의 전차 이시우 2003/12/28 280

지상전 최강의 전차

http://www.dapis.go.kr/journal/200109/j105.html

유럽을 지배하던 크렘린의 손아귀와 통제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다페스트의 학생들은 거리로 밀려나왔다. “소련군은 물러가라!” 그들이 목이 터져라 부르짖으며 행진을 시작하자 대부분의 교수들도 동조했고 시민과 군인들마저 합세해 부다페스트의 거리마다 자유를 향한 열기가 불같이 타올랐다.

 1956년 11월, 소련의 억압과 거짓선전으로 쌓여온 분노가 헝가리인들의 가슴과 가슴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 폭발했고, 마침내는 소련군과 시가전을 벌이게 되었다. 학생들은 소총과 사제 화염병으로 소련군에 맞서 싸우며 더없이 용감했으나, 붉은 군대는 16개 기갑사단 2천5백대의 전차를 부다페스트에 투입했다. 그 많은 전차들은 길거리를 굴러다니며 닥치는 대로 무차별 쏘아댔고, 헝가리인들의 간절한 희망은 붉은 군대의 캐터필러에 깔려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후 1968년 체코의 프라하에서도 시민들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해 맨주먹으로 나섰다. 서기장 두브체크와 많은 지식인들이 체코의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소련군 전차부대는 냉혈의 잔인스러운 무력으로 그들을 진압했으며, 암울한 현실과 결별하기 위해 결사적으로 항전하던 그들의 열기를 깡그리 깔아 뭉개버렸다. 우리는 체코인들의 슬픈 역사를 `프라하의 봄’으로 기억하고 있다. 온통 쇳덩이로 이루어진 전차는 이토록 위협적이고 무자비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1980년 초, 어둡던 유신의 긴 터널을 빠져 나와 마침내 서울에도 봄이 찾아오고 새로운 시절이 열리는가 했다. 그러나 `서울의 봄’은 너무도 짧았다. 군사반란을 주도한 신군부는 시내 한가운데 전차부대를 투입하면서 시민들에게 위압감을 선사했고, 그 결과 한국의 정치사를 십 수년 동안 고스란히 헛돌게 만들었다.

최초의 전차 Mark One

 전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6년이었다. 독일군과 맞서 영국과 프랑스의 연합군이 대치하던 프랑스 서부전선은 빈틈없이 쳐진 철조망과 기관총으로 강력한 저지선이 구축되어 있었다. 전쟁이 시작된 초기에 개발된 기관총은 1개 보병여단을 감당할 만큼 위력적인 무기였다. 피차 방어선을 돌파하지 못한 보병들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몇㎞를 전진했다가 적에게 밀려 후퇴하고 다시 전진을 반복하는 가운데 시체는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그들은 2백만 발 이상의 포탄을 쏘아대며 사상자가 1백만 명이 넘도록 소모전만 거듭하고 있었다.

 그때 포연이 자욱한 전선에서 무한궤도 차량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독일군을 향해 진격을 시작했다. 두께 10㎜의 철판으로 만든 무한궤도 차량들은 포탄으로 깊게 패인 땅과 구축해놓은 참호 위를 가로질러 돌진했다. 영국군의 신형병기인 전차(Tank)였다. 독일군은 소총과 기관총을 수없이 쏘아댔지만 철갑으로 무장한 차량은 끄떡도 없었고, 공포에 사로잡힌 독일 병사들은 항복하거나 줄행랑을 놓고 말았다. 마크 원(Mark One) 전차는 최고속도가 빠른 걸음 정도인 시속 6㎞로 너무나 불완전했지만 독일군에 미치는 심리적인 위압감은 대단했다. 최초의 전차는 전술무기라기 보다는 심리적인 무기였다. 한국전쟁 때 소련제 T-34 전차를 처음 본 한국군들의 기분도 아마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마크 원의 무장이라야 고작 2대의 57㎜ 포에 기관총 4정을 달고 있었고, 엔진은 105마력으로 요즘의 웬만한 중형 자동차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마크 원에 몹시 낭패를 본 독일은 영국제 전차에 대항해 대전차지뢰를 개발해 실전에 사용했고, 미국과 영국은 간신히 굴러가는 정도가 아니라 훨씬 기동력이 뛰어나고 화력이 강력한 전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후 2차 세계대전 때는 전차가 지상전의 왕자로 인정받았다.

세계의 주력전차 MBT

 어느 나라든 제각기 독자적인 전차를 가지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주력으로 내세우는 주력전차(MBT/Main Battle Tank)가 있다. 미국의 주력전차는 M-1A1, M-1A2 에이브럼스, 영국은 첼린저, 프랑스에는 AMX-30과 함께 르끌레르 전차가 있다. 독일은 레오파트-2가 있고, 이스라엘은 사막전에 뛰어난 메르카바 전차, 러시아는 T-80U와 T-90 전차, 일본은 대 당 가격이 120억원이 넘는 200여 대의 90식 전차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한국 육군의 주력전차는 105㎜ 주포를 장착한 K-1이며 가격은 57억원 정도다. 북한은 115㎜ 주포의 T-62와 장갑을 개량한 신형 천마호 전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휴전선 부근과 평양 이남지역의 1개 전차군단과 기갑부대가 포함된 2개 기계화군단에 배치해놓고 있다.

 전차의 핵심은 공격력, 방어력, 기동력이다. 공격력은 대체로 포와 포탄의 위력에 따라 판가름난다. 전차포는 강선포와 활강포가 있으며, 전차 포탄은 철갑탄, 점착탄, 성형작약탄, 열화우라늄탄 등이 있다. 공격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격통제장치다. 아무리 강력한 포를 달고 있어도 적을 명중시키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K-1 전차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동사격통제장치가 탑재되어 있다. 디지틀 탄도계산기와 레이저 거리측정기로 이루어진 통제장치를 작동시키면 목표물이 위치한 거리가 전압으로 표시되고, 전압에 따른 각도에 따라 전차의 포신은 자동으로 목표를 조준하게 된다.

 가장 성능이 뛰어난 것은 M-1A1 에이브럼스 전차에 탑재된 사격통제장치다. 이 장치는 이동속도와 사정거리, 포탑의 경사도 등 모든 제원을 컴퓨터로 계산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도 거의 정확하게 적의 전차를 명중시킬 수 있을 만큼 성능이 대단하다. 이 때문에 독일 전차부대의 레오파트-2는 에이브럼스의 사격통제장치를 주문해 탑재하고 있다. 한편 에이브럼스 전차는 레오파트-2의 120㎜ 활강포를 주문해 장착하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120㎜ 활강포가 화력이 세면서도 명중률이 좋기 때문이다. 레오파트-2 전차가 120㎜ 포를 발사할 때면 수십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발사의 충격파가 세게 느껴질 정도로 위력이 굉장하다.

 걸프전 초기에 미군은 초고속 수송선단으로 M-1 전차를 7백대나 실어 날랐다. 그러나 사령관 노먼 슈워츠코프 대장은 이라크군의 T-72 전차와 싸우기에는 M-1이 그다지 우세하지 못하다는 판단으로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M-1A1으로 교체할 것을 원했다. 미군 군수사령관 윌리엄 패거니스 중장은 슈워츠코프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작정했다. 그는 M-1 전차와 105㎜ 포탄을 모두 미국으로 돌려보내고는 M-1A1과 전용인 120㎜ 포탄을 22만 발이나 새로 주문해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전투에서 실제로 쓰인 포탄은 3천6백발에 지나지 않았다. 한 발로 적을 명중시켜 파괴할 만큼 M-1A1 에이브럼스의 사격통제장치와 120㎜ 포의 성능이 좋았기 때문이다.

 에이브럼스 전차는 미 육군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크라이튼 에이브럼스(Creighton Abrams) 장군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벨기에 전선의 치열한 `벌지 전투’에서 앤서니 매칼리프 준장이 지휘하던 101공수사단이 독일군에게 꼼짝없이 포위당했을 때였다. 독일군이 항복할 것을 요구하자 매칼리프 준장은 적에게 `헛소리 마라!’는 회신을 보내고는 버티고 있었다. 그때 독일군의 저지선을 뚫고 미친 듯이 진격해 101공수사단을 구해낸 전차부대의 지휘관이 바로 크라이튼 에이브럼스였다. 야전지휘소에서 시가를 물고 있다가 그 소식을 들은 직속 상관 조지 패튼 중장(LT. Gen. Patton)은 중얼거렸다. “그는 너무나 훌륭하지만, 오래 살아있을 것 같지가 않아 걱정이군.”

러시아제 전차는 불타는 관

 전차의 방어력은 적 전차의 공격과 대전차무기를 신속하게 피하거나 견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전차의 장갑을 철갑으로 만들었으나, 이런 정도로는 지금의 신형포탄에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강화 플래스틱과 세라믹에 알루미늄을 혼합하거나 2중으로 만든 복합 특수장갑을 쓴다. 전차의 장갑은 전체를 똑같은 두께로 만들지 않는다. 포탄이 쉽게 명중되는 전면이 가장 두텁고 옆면과 뒷면, 위와 아래로 갈수록 점점 얇아진다. 모든 부분을 똑같이 강하게 만들지 않는 것은 지나치게 무거워져 기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일 전차가 직격탄에 관통당했을 때는 어떻게 되겠는가.

 러시아제 전차는 연료와 탄약적재, 구조에 문제가 있어 중동전 때 T-54와 T-55전차들이 포탄 한 발에 불덩어리가 되면서 전차병들이 쉽게 불에 타죽었다. 따라서 당시 이스라엘군은 러시아제 전차를 `불타는 관’이라 불렀을 정도다. 그후 러시아는 신형 T-72 전차를 개발하면서 자동장탄장치를 설치하고 전차병을 3명으로 줄였으나 문제는 그래도 많았다. 장갑이 여전히 약한데다 자동장탄장치는 고장이 잦기로 아주 악명이 높았다. 게다가 결정적인 약점은 전차포의 사정거리가 짧은 것이어서, 걸프전 때 이라크군의 T-72 전차는 숱하게 다국적군 전차의 밥이 되었다. 미군 M-1A1 전차는 적을 발견한 순간 재빨리 T-72의 포탄이 미치지 않는 사정거리 밖으로 물러나 여유있게 발사했고, 이라크군 전차는 강력한 120㎜ 포탄에 조각이 났다.

 에이브럼스 전차는 적의 공격과 내부의 폭발로부터 전차병을 보호하기 위해 20여 개의 격실을 만들고 위험물은 따로 적재한다. 적의 포탄에 관통당했을 때는 그 격실만 폭발하며 1,000분의 3초 내에 작동하는 첨단의 소화장치는 화재를 불과 1초면 끌 수 있다. 이 때문에 생산비가 많이 들고 차체가 다소 커지지만 전차병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병사를 소모품으로 간주하는 탓에, 전차는 공간이 좁은데다 진동과 소음이 커서 승차감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63톤짜리 에이브럼스 전차는 1천5백 마력의 개스 터빈 엔진에 특수한 유압장치의 서스펜션을 사용해 험한 지형에서도 시속 70㎞의 속도로 서핑을 하듯 달릴 수 있다. 게다가 성능 좋은 에어컨이 달려있어 뜨거운 사막에서도 전차병들이 비교적 좋은 컨디션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중동에서의 걸프전을 기억한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러시아제 신형전차인 T-80U와 T-90은 모든 면에서 성능이 본격적으로 개량된 전차다. 지난 1996년 한국에 들여와 기갑학교에 배치되어 있는 T-80U 전차는 무게 46톤에 125㎜ 활강포를 장착해 고폭탄은 물론 미사일도 발사가 가능하다. 화력과 기동성에서 상당히 우수해 한국 지형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모래 속에 파묻은 전차

 전차의 기동력은 무시될 수 없는 핵심이다. 1차 세계대전 때 단단히 망신을 당했던 독일은 100㎜ 철갑으로 무장한 팬터와 그 유명한 타이거 전차를 개발했다. 나치 기갑부대는 빠른 전격전을 수행하면서 전장을 휩쓸었고 그 중에서도 최정예인 SS 기갑부대의 명성은 대단했다. 이 때부터 전차는 기동성이 중요시되었다. 열 받으면 총사령관인 아이크에게도 욕지거리를 퍼부을 만큼 특별한 카리스마를 지녔던 패튼 장군은 전차의 생명이 기동력에 있다고 판단했다. “휘발유가 있는 한 전진하라!”

 그는 부하들에게 고함치며 사정없이 전차부대를 몰아 유럽전선에서 뛰어난 기동력으로 독일군을 추격하며 공격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진격속도에 허를 찔리고 만 독일군은 장비를 챙겨 도주하느라 바빴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는 독일 아프리카군단의 기갑부대가 `사막의 여우’ 롬멜의 지휘를 받으며 막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들은 허술했던 병참으로 연료를 확보하지 못했고, 미군 제1기갑사단과 몽고메리의 영국군 기갑사단에 패배 당해 결국 북아프리카에서 항복하고 말았다.

 어이없게도 신속한 기동력이 생명인 전차를 사막의 모래 속에 파묻어 두었던 정신나간 군인들이 있다. 걸프전이 시작되면서 다국적군은 쿠웨이트를 해방시키기 위해 `사막의 폭풍 작전’에 들어갔다. 미 공군의 공격기 A-10 선더볼트와 공격용 헬리콥터 AH-64 아파치는 사막 위를 날아다니며 이라크군 전차가 눈에 보이는 대로 미사일을 발사해 파괴했다. A-10기와 아파치 헬리콥터는 공군과 육군의 탱크킬러다. 피해가 심각해지자 고작 이란과 대포나 쏘는 전쟁이나 치렀지 현대전을 이해하지 못한 이라크군은 고심하다 못해 모래 속에 전차를 파묻어 숨기기로 했다. 그러자 A-10기의 조종사들에게는 사냥이 더욱 쉬워졌다. 밤이 되면 식어버린 주위와 열이 아직도 남아있는 전차는 적외선으로 쉽게 구별되었던 것이다. A-10기는 `랜턴’이란 야간항법장치와 공격시스팀을 탑재한데다 열추적장치가 있어 캄캄한 밤에도 빛나고 있는 전차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도망도 못 가고 모래 속에 묻혀있는 전차를 발견한 조종사는 사격통제장치에 락온(lock-on)된 목표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으로 상황은 끝이었다.

 A-10기는 생김새가 전혀 세련되지 못한 항공기다. 그러나 파괴력은 뛰어나 대공 방어력이 빈약한 이라크군은 피해낼 방법이 없었고 A-10기를 아주 두려워했다. 다국적군은 3천대 이상의 이라크군 전차를 파괴했고, 이 중에서 미 공군이 불태운 전차의 70%를 A-10기가 해치웠다. A-10은 대전차작전용으로 설계되어 최대속도가 706㎞로 느린 편이다. 따라서 지대공 미사일에 약하며,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전투기의 공격에는 밥이 될 수도 있어 작전에 나서면 아군 전투기의 엄호를 받아야 한다. 가장 권위있는 영국의 군사연감 제인(Jane’s)은 미 공군이 721대의 A-10을 보유하고 있으며, 걸프전에는 125대가 참전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공수부대의 경전차 `셰리든’

 미군에게는 공수부대 전용의 경전차가 있다. 미 제82공수사단은 전쟁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전략수송기로 작전지역에 투입되는 긴급전개부대다. 이들은 걸프전에서 첫번째로 도착한 부대였고 미 해병대가 그 뒤를 따랐다. 82공수사단은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도 프랑스의 마을을 가장 먼저 해방시킨 부대였고, 그로부터 3개월 뒤 사상 최대의 공수작전인 `마켓 가든’에서 101공수사단과 함께 참전한 미군의 정예부대다. `마켓’은 네덜란드의 아른햄에 공수 투입된 3만5천명의 미군 공수부대원들을 가리키며, `가든’은 지상에서 아른햄으로 진격하던 영국 기갑부대를 뜻하는 암호명이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최대의 공수작전은 아른햄을 사수하던 독일군 SS 기갑부대의 전차에 밀려 최악의 사상자를 내면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한계상황 속에서도 82공수와 101공수사단의 부대원들은 용감했고, 이 작전을 코넬리어스 라이언이 소설로 쓴 것이 `Bridge Too Far’였다. 이 소설은 동명의 타이틀인 `머나먼 다리’라는 영화로 제작되어 유럽의 해방을 위해 미군들이 나치와 처절하게 싸운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공수부대는 병력과 대부분의 장비가 낙하산으로 투하되며, 따라서 그들에게는 수송기로 공수될 수 있고 낙하가 가능한 가벼운 경전차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이런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무게 16톤에 불과한 공수사단의 M-551 셰리든 경전차다. 셰리든은 특별히 기갑전력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공수부대에게는 아주 귀중한 중무기다. 셰리든 경전차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설계되어 무게를 16톤으로 줄일 있었는데, 전차부대의 63톤짜리 M-1A1에 비하면 얼마나 가벼운지 감이 잡힌다. 다만 문제는 대전차지뢰에 약하다는 것이지만, 그 편리성에 비하면 약점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1989년 파나마의 독재자 노리에가를 체포하기 위한 침공작전에서 전략수송기 C-141 스타리프터로 셰리든이 공수되었을 때, 82공수사단의 전차병들은 전차와 함께 지상으로 낙하한지 5분만에 모든 전투준비를 끝냈다. 그 당시 파나마의 시가전에서 셰리든 전차는 유일한 기갑전력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독일의 자랑 레오파트-2

 이제 마지막으로 세계 최강의 하나인 독일 전차부대의 레오파트-2로 안내하겠다. 준비가 되었으면 먼저 저 포탑 위로 올라가 내부로 들어가기 바란다. 머리를 전차의 모서리에 부딪칠 염려가 있으니 조심해야할 것이다. 비좁지만 오른쪽 저 아래로 나있는 구석으로 기어 들어가야 한다. 저기 보이는 검은 가죽으로 입혀진 큼직한 의자가 이 전차의 조종석이다. 어떤가, 앉아보니 생각보다는 꽤 편안하지 않는가. 여기 이 헬멧에는 이어폰과 마이크가 달려있는데, 가죽으로 만들어져 부드러우니 머리에 써보기 바란다. 바깥이 세 방향으로 내다보이는 의자에 앉으니 좁은 금속상자에 갇힌 기분이 들것이다.

 지금 전차의 시동이 걸려 있으니까 그 커다란 엑설러레이터를 조심스레 밟아 보라. 뭐, 그렇게까지 놀랄 필요는 없다. 55톤이나 되는 이 육중한 전차가 정지상태에서 6초만에 30㎞의 속력으로 가속되니까 대단하기는 하지만. 이제부터 작전이 시작되었으니 사격수 자리로 옮겨 앉아 가장자리에 고무를 댄 조준기에 눈을 가져다 대라. 그렇다, 바로 그걸 들여다보며 잘 감시해야 한다. 당신이 사수가 된 만큼 최소한 한 대의 적 전차는 잡아야 여기서 내릴 수 있다. “사수, 적 전차 발견!”

 아, 지금 저 소리는 전차장이 외친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긴장하고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우리가 당할 지도 모른다. 바로 앞에 있는 H자 모양의 손잡이를 돌리면 순식간에 거대한 포탑이 돌아가니 적을 향해 맞추기 바란다. 됐다, 방향이 맞았으니 빨리 핸들 위의 버튼을 누르라. 그것은 목표물에 레이저를 발사하는 장치인데, 계산된 거리는 사격통제장치의 컴퓨터에 입력된다. 눌렀으면 전차장에게 “표적 확인”이라고 소리쳐야 한다. “표적 확인!”

 아주 잘했다. 지금 탄도는 정확하게 계산되었고 언제든 목표물에 정확하게 일치된다. 지면이 고르지 못해 전차가 기울어져도 컴퓨터가 그에 따른 조정을 하기 때문에 탄도는 표적을 놓치지 않고 따라잡는다. 맹세코 적은 우리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지금 주위가 어두워졌지만 적외선 감지장치로 적을 또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어떤가, 잘 보이는가. 거듭 말하지만 조준기를 잘 들여다보며 전차장의 발사명령에 따라 방아쇠를 당겨야 하니 정신을 집중하기 바란다. 적이 도로 위를 횡단하려고 한다. 아직도 적은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발사!”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고막을 찢는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포탄이 초속 1,700m의 속도로 적을 향해 날아갔다. 발사와 동시에 섬광에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폭발차폐막이 잠시 동안 조준기를 가렸고, 전차 안에는 화약냄새가 퍼졌다. 컴퓨터로 통제되는 사격장치는 어두움 속에서도 강력한 120㎜ 포탄을 정확하게 적의 전차에 명중시켰다.

 축하한다. 난 당신이 기어코 해낼 줄 알았다. 저 불타는 적의 전차는 당신이 해치운 것이다. 지금 이 화약냄새가 어떤가? 우리의 코를 자극하는 것은 바로 승리의 냄새다. 기념으로 주는 이것은 전차장이 적을 해치운 당신에게 선사하는 독일 전차부대의 자랑스러운 휘장이다. 지상전 최강인 `무한궤도의 전사’에 탑승했던 기억을 오래도록 잊지 말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행운이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