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을 침투하는 스파이 항공기 이시우 2006/03/01 307

고공을 침투하는 스파이 항공기

http://www.dapis.go.kr/journal/200106/p120.html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AB(Air Base)를 이륙한 미군 정찰기가 남중국해의 작전해역으로 접어들어 임무수행에 들어갔다. 미해군 항공정찰대 소속인 EP-3 에어리즈 2 장거리 정찰기는 중국이 러시아에서 도입한 소브르메니급 미사일 구축함을 포착해 집중추적을 시작했다. 정찰기의 내부에는 빅룩 정찰 시스팀, 전자지원 시스팀, 마이크로웨이브 수신 시스팀, 아이밴드 해양정찰 레이더, 전자정보(ELINT)장치, 암호해독장치 등 최첨단 정찰장비와 미사일, 어뢰와 사격통제장치 등의 공격용 무기까지 가득 실려있다. 2001년 4월 1일 오전 9시, 미군 정찰기가 하이난(Hainan)섬 남동쪽으로 접근하자 중국해군 항공병단사령부는 F-8 전투기 2대를 출격시켰고, 10여 분 후 정찰기를 발견한 전투기들은 요격에 들어갔다. “경고한다. 즉시 떠나지 않으면 격추시키겠다!”

 1년 전인 2000년 4월 27일, 현재 위치에서 멀지 않은 대만 남서부 공해상에서 미군 정보수집기 RC-135기가 중국군 F-8 전투기와 대치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중국군 전투기가 RC-135기에 매우 위험한 공격적 요격을 감행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EP-3기의 기장은 위기감을 느끼고 사령부와 무선교신을 시도했다. “우린 지금 격추위협을 받고 있다.”

 잠시 후 정찰기와 전투기가 공중에서 충돌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충돌하면서 부서진 F-8 전투기의 꼬리는 EP-3기의 동체를 파괴했고, 기체에 심한 손상을 입은 전투기는 바다로 추락했다. 기수에 구멍이 뚫리고 프로펠러가 망가진 EP-3기는 거의 뒤집힌 채로 2,000m를 추락하다 해상 3,000m 상공에서 간신히 통제되었으나, 피해가 심각해 기장은 사령부에 긴급구조 요청을 보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비상착륙을 시도한다. 반복한다, 비상착륙을 시도한다!”

 조종이 점차 불가능해 진 정찰기는 오전 9시 33분, 하이난섬의 링수이(Lingshui) 공군기지에 중국군의 착륙허가도 없이 불시착했다. 정찰기가 멈추자 미군들은 비상 대기하던 중국군과 몸싸움을 벌이며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기체는 간단히 그들에게 접수되고 말았다. 미국은 24명의 승무원은 송환받았지만, 아직 기체를 돌려 받지 못해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 미국의 첩보위성 KH-11이 800km의 고공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중국이 기체 내부의 첨단장비들을 모두 떼 낸 것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승무원들은 모든 민감한 장비를 파괴했다고 주장하지만, 장비가 파괴되었어도 정밀 조사를 통해 어떤 기술이 사용되었는지 알아 낼 수는 있다. 탑재된 전자, 도청, 레이더 장비들은 국가 기밀에 속하는 것이고, 중국이 기밀과 기술을 파악해 첨단정보를 확보할 가능성 때문에 미국은 긴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BBC방송은 “중국이 첨단 기술을 파악할 경우, 미국과의 전자전(Electronic Warfare) 능력 격차를 10년 이상 단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만일 그렇게 되면 미국의 전자전 수행능력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초의 스파이 항공기 U-2

 태평양지역에는 일본 가데나AB를 중심으로 한국의 오산AB와 괌의 앤더슨AFB에 항공정찰부대가 있다. 항공정찰부대는 고공정찰기와 장거리 정찰기를 투입해 평양 상공에서부터 동해와 대만해협, 그리고 중국 해안을 따라 정찰임무를 수시로 수행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EP-3는 미해군이 대잠수함 작전을 위해 개발한 P-3C 오라이언을 개량해 정보수집 능력을 극도로 향상시킨 기종이다. P-3C는 한국이 8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군 항공대인 포항의 6전단에 기지를 두고 있다. 해양정찰과 대잠수함 작전용 초계기인 P-3C는 무선 수중음향탐지기인 소노부이(sonobuoy)를 작전 해역에 투하해 잠수함을 수색 추적하고, 유사시에는 공중에서 어뢰를 발사해 격침시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P-3C에 비해 EP-3는 단순한 정찰기가 아니다. 해양정찰과 해저의 잠수함을 추적해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국가의 해안을 따라 비행하면서 고도의 첨단화된 전술정보 수집 능력으로 방공망과 지대공 미사일, 공중요격 시스템의 레이더, 사격통제장치의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하는 첩보임무를 수행한다. 또한 함대 부근을 날면서 전함과 전함, 함대와 사령부 사이의 암호화된 통신을 공중에서 가로채 해독하며, 분석된 정보는 아군 함대의 지휘관에게 실시간(real time)으로 전달이 가능하다. 또 필요하다면 강력한 전파를 발사해 적의 통신체계를 교란시키는 전자전까지 수행하는 EP-3기는 초계기와 전자전기, 스파이 항공기의 결합체다.

 최초의 스파이 항공기는 CIA가 개발한 U-2였다. 냉전시대였던 1950년대에 소련이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자 미국은 국가 안전보장에 핵심인 전략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고공정찰기 U-2를 등장시켰다. U-2는 한쪽 날개가 기체 길이와 맞먹을 정도로 긴 날개와 특수하게 제작된 엔진으로 공기가 희박한 24,000m의 성층권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다. 보통의 항공기는 12,000m 이상의 고도에서는 제트엔진이 고장날 수 있어 비행이 불가능하다. U-2는 1956년부터 소련 영공을 침투하면서 스파이 비행을 시작해 미사일 기지와 군수기지를 촬영했다. 1960년이 되자 소련은 성층권까지 공격이 가능한 SA-2 가이드라인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했고, 그해 5월 CIA 소속의 스파이 항공기 U-2는 SA-2에 맞아 격추되었다. 당시 미국은 U-2의 임무가 스파이 비행이 아니라 기상관측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미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소련 상공의 비행을 중지시켰고, 낙하산으로 탈출했던 조종사 프랜시스 게리 파워즈는 미국에서 체포된 소련 스파이와 교환되어 2년 후 풀려났다.

 그후 U-2는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배치한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분쟁의 위험을 막는 일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소련은 미국의 대도시에서 얼마 멀지 않은 쿠바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비밀리에 배치해놓고 전략적인 우위에 서려고 했다. 그해 10월 미사일의 실전배치를 확인한 케네디 대통령은 미 해병대 4만 명을 포함한 14만의 병력을 플로리다에 집결시킨 후, 쿠바 봉쇄를 명령하면서 당장 도로 가져가지 않으면 가루로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소련의 흐루시초프는 굴복해 전격적인 철수를 결정하고 별수 없이 미사일을 철거해 가야만 했다. 그들이 미사일을 포장해 트레일러와 함께 수송선에 싣고 소련으로 다시 허둥지둥 되돌아가는 광경까지도 U-2기가 선명하게 촬영해 낸 것은 물론이다. 소련이 그들의 현대사에서 가장 체면을 구겨버린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이 스파이 항공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소련의 전략적 우위는 허용되었을 것이고, 국가의 안전보장에 그만큼 부담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현대에 들어와 적의 전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수집은 더욱 절실하다. 만일 국제사회에서 정보 수집력이 빈약한 국가가 있다면, 제 밥도 찾아먹기 힘든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하다못해 우리나라가 해양을 놓고 일본과의 협상에서 밀리는 바람에, 고기 잡아 먹고 사는 죄 없는 사람들의 밥줄만 하루아침에 떨어져 나간 사실만 기억해도 이해가 쉬울 것이다.

탄환보다 빠른 SR-71 블랙버드

 스파이 항공기 중에서 가장 빠른 기종은 SR-71 블랙버드다. 스파이 항공기의 대명사인 SR-71은 최고 26,000m의 고공에서 최고 마하 4의 속도로 총알보다 더 빠르게 비행할 수 있다. 전투기도 마하 2.5나 3의 속도로 날 수 있지만, 이 속도로 계속 날았다가는 연료가 금새 소모되기에 공중전을 벌일 때만 초음속 비행을 한다. 그러나 SR-71은 비행 내내 1초에 1km를 날아가는 음속 3배(마하 3)의 속도로 25,000m의 고도를 유지하며 비행한다. 처음부터 고공, 고속용으로 설계된 항공기여서 마하 3의 속도에서 가장 연료가 절약되기 때문이다. SR-71은 시속 3,500km 속도로 미국대륙을 1시간 8분만에 횡단한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뉴욕에서 런던까지 1시간 50분이면 날아갈 수 있다.

 1973년 10월의 제3차 중동전 당시, SR-71은 이스라엘군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플로리다의 기지를 이륙했다. 대서양을 횡단한 SR-71은 스페인 앞바다의 공중에서 공중급유기로부터 40톤이나 되는 연료를 보급받았다. 지중해를 지난 SR-71은 목적지 수에즈운하와 네게브 사막지대를 통과하며 여리고 미사일을 실은 이스라엘 육군의 트레일러를 촬영했다. 그때 통신정보 수집을 위해 지중해 상공을 선회하던 미해군의 공중경보관제기인 호크아이 에이웍스(AWACS/Airborne Warning and Control System)는 이스라엘 공군의 F-4 팬텀 전투기 2대가 SR-71 블랙버드를 요격하려고 급상승하는 것을 포착하고 경고를 보냈다. SR-71은 즉시 가속 상승해 팬텀이 따라잡을 수 없는 고도인 24,000m의 고공으로 퇴각했고, 기지인 플로리다로 돌아오기까지 18,000km를 10시간에 날았다. 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판단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닉슨은 통신위성을 이용한 핫라인으로 소련의 서기장 브레즈네프와 두 나라가 개입하지 않을 방법을 의논했다. 그러나 아리엘 샤론이 지휘하던 이스라엘 전차부대가 그 유명한 `수에즈 운하 도강작전’에 성공하면서 내륙으로 진격해 이집트군의 심장부를 파고들자 아랍의 방위선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기습을 당해 불리하던 전세는 뒤집어졌다. 이스라엘군은 여리고 미사일에 20킬로톤의 핵탄두를 장착해 이집트의 카이로와 시리아의 다마스커스를 날려보낼 계획이었으나 전세가 역전되자 핵무기는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당시 닉슨의 전화를 받은 브레즈네프는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고 있던 이집트에 핵탄두를 긴급 수송해 제공할 생각이었고, 만일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서로를 핵무기로 공격했더라면 두 나라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마하 3의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SR-71은 기체 외부의 온도가 섭씨 200도 이상으로 올라간다. 이 때문에 기체는 티타늄으로 만들어져 있고, 조종사와 정찰장교는 NASA(미항공우주국)의 우주복과 흡사한 비행복을 입는다. 비행중의 SR-71은 고열덩어리가 되어, 방열장갑을 끼고도 특수유리로 제작된 창문을 만지면 뜨거움이 느껴질 정도다.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AB에서 1960년 중반부터 작전을 시작한 SR-71은 30여 년간 전략정찰 임무를 수행해왔으나 수년 전 퇴역했고, 지금은 U-2의 후속 기종인 U-2R과 TR-1이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TR-1의 작전반경은 10,050km이며, 최고 상승고도는 27,400m다. 최대순항속도는 692km로 속도는 느리지만 고공에서 연료 공급 없이 장거리를 장시간 정찰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눈 U-2R

 경기도 송탄의 오산AB에 주둔하고 있는 미7공군사령부의 제5정찰대는 U-2R을 운용하는 부대다. U-2R은 27,000m의 고공에서 휴전선을 따라 비행하며 북한 영공에 들어가지 않고도 전자적인 침입으로 평양을 들여다보며 `주한미군의 눈’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필요하다면 언제든 북한 영공을 침투할 수도 있다. U-2R이 고성능 카메라로 고공에서 촬영하는 영상은 일렉트로닉 스캐너가 전자신호로 바꾸어 지상국인 오산AB의 전구항공통제본부인 에이치텍(HTACC/ Hardened Theater Air Control Center)으로 보낸다. 이곳에선 전자신호를 영상으로 바꾸어 한미연합사의 지하 벙커인 CC Seoul의 초대형 스크린에 같은 시간대인 리얼타임으로 전송한다. 오산AB에는 한국 공군전력을 총지휘하는 공군작전사령부가 있으며, 미공군의 에이치텍에서 보내는 영상정보는 전투작전정보지원센터인 케이코익(KCOIC, Korea Combat Operation Intelligence Center)에서 받아 국방부 지하에 있는 합참 지휘통제실의 대형 스크린으로 전송하고 있다. 합참의 브레인에 해당되는 이곳에서는 비상시 정보와 작전을 담당하는 참모들이 밤을 새워가며 위기조치반을 가동한다.

 지난 1999년 6월, 서해에서 해군 2함대의 초계함(PCC)과 고속정(PKM)이 북한 서해함대 8전대 소속의 경비정들과 교전을 벌일 때도 U-2R기는 고공에서 북한을 감시하고 있었다. U-2R기의 카메라가 촬영하는 영상은 CC Seoul과 합참 지휘통제실의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전해졌으며, 한·미 작전장교들은 북한 사곶항의 미사일 고속정과 평양의 관문인 남포갑문 부근 초도에 있는 북한 해군 9전대의 함정을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간 한·미연합사의 통신감청부대는 교전중이던 북한 경비정과 북한 서해포대 지휘부 사이의 교신을 가로채 엿듣고 있었다. 교전중인 북한 해군 8전대보다 거의 2배에 이르는 화력과 공격력을 가진 9전대의 전투함들이 기지를 중심으로 별다른 이동이 없음을 확인한 한·미연합사의 지휘관들은,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서해상의 포격전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스파이

 미국이 적대국가를 감시하는 또 다른 방법은 스파이 위성(Spy Satellite)을 이용하는 것이다. `전자도청업체’로 불리는 국립정찰국인 NRO(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는 80여 기나 되는 스파이 위성을 고공에 띄우고 있다. 위성은 전략지역을 정밀한 디지틀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장거리전화와 이동전화, 팩스, 무전기 등 모든 종류의 전파를 포착해 낼 수 있다. 암호명이 키홀(Keyhole)인 스파이 위성 KH-11은, 1984년 소련이 흑해의 니콜라예프 해군기지에서 건조하던 핵추진 항공모함을 800km의 고공에서도 선명하게 촬영했다. 크기가 스쿨버스 만한 KH-11은 지금도 코카서스에서 기동훈련중인 러시아 전차부대 대원들간의 교신을 모조리 도청하고, 촬영한 사진은 TV 송신장치를 통해 불과 몇 분만에 지상국으로 보낸다.

 사진의 해상력에 대해선, 크레믈린의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의 번호판까지 식별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다. 10억달러짜리 KH-12는 700km의 까마득한 하늘에서 지상 10cm 크기의 물체를 판별해 내는 성능을 가지고 있어 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3기의 위성을 탑재한 트리플럿 스파이 위성 `타이탄-4′는 7,000km의 고공에서도 바닷속을 항해하는 러시아 잠수함과 함대사령부 사이의 통신을 도청할 수 있다. 그러니 스파이 기술은 한계가 없는 셈이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북한 상공을 통과하며 그들의 미사일 배치를 확인하며 핵시설을 잡아내는 것도 스파이 위성인 KH-9와 KH-11이다. 1999년 서해의 교전 당시에도, 엔진을 점화한 채 활주로에서 발진을 기다리는 북한 공군의 `1분 대기조’ 전투기들을 스파이 위성은 고공에서 감시하고 있었다.

 지난 1996년, 북한 잠수함이 동해의 우리 해역으로 들어와 제주도 남단까지 헤집고 다니다 강릉에서 좌초했을 때, 스파이 위성은 사흘 전부터 3시간 간격으로 계속 추적하고 있었다. 잠수함은 전투정찰을 위해 상륙시켰던 침투조를 데려가려고 해안에 접근했다가 그만 얕아진 수심과 파도에 휩쓸리고 말아 방향타가 떨어져 나가고 스크루까지 망가졌던 것이다. 그들은 별 수 없이 잠수함을 팽개치고 육지로 도망갈 수밖에 없었는데, 남한 정찰에 프로들인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의 장교들이 운 나쁘게도 자살골을 먹고 말았던 셈이었다.

 미 정보기관인 CIA와 국방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NRO는 태양에너지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스파이를 위해 한 해에 미국 국무성 전체 예산의 3배를 쓰고 있으며, 무수한 스파이 항공기의 운용까지 합하면 미국은 매년 국방예산의 10%인 약 280억달러(약 36조원)를 정보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단 1기의 스파이 위성도 운용하고 있지 않다. 예전의 구 소련은 매년 30기 이상의 스파이 위성을 발사했으나, 1999년에 1기, 2000년에는 3기를 발사했으며, 지난 2001년 4월말까지 궤도를 돌던 2기를 회수해 현재는 1기도 없는 상태다. 물론 그 이유는 심각한 재정난으로 더 이상 막대한 운용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방위를 위한 최전선은 지식이다

 현재 장거리 정찰기는 미국과 러시아만 보유하고 있으나, 지난 4월 1일의 미해군 EP-3 정찰기 사건 이후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정찰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도입할 기종은 러시아제 투폴레프 TU-154M 장거리 정찰기이며, 그들은 미군에 대한 정보수집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사고지역이었던 남중국해의 정찰비행을 다시 시작했고, 미공군의 RC-135 정찰기가 중국이 준비하는 지하 핵실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장거리 전략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스파이 항공기는 지난 45년간 미국의 국가정책 수행에 중요한 도구가 되어왔다.

 이 때문에 주한 미7공군 제5정찰대의 힐 중령(LT. Col. Hill)은 “전략정찰기가 없는 상황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북한과 중국의 군사력 배치와 전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수집이 없다면 한반도는 물론 미군도 안전보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5정찰대는 캘리포니아 빌AFB(Air Force Base)에 본부가 있는 제9정찰단의 파견부대이며, 그들은 U-2R기를 `드래건 레이디’로 부른다.

 현재 한국군은 북한에 대한 영상정보와 신호정보의 거의 대부분을 미군에 의지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정보수집 능력이 아직도 초보단계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백두사업’과 `금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백두사업은 북한 전역의 신호정보 감청을 위해 민감한 감청기가 탑재된 정찰기를 도입하는 것이고, 금강사업은 북한 지역의 영상정보 수집을 위해 고성능 카메라를 실은 사진촬영용 정찰기를 도입하는 계획이다. 유럽 국가들은 20세기 최후의 전쟁이었던 코소보전쟁을 치르며 미국의 정보력에 기대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탄식했다. 따라서 그들은 강력한 공군력과 함께 정찰위성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그래야만 유럽에 다시 위기가 닥쳤을 때,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유럽의 독자적인 행동과 방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던 것이다. 국가의 방위를 위한 최전선은 지식이며, 적을 패배시켜 정복할 수 있는 근거는 미리 아는 것이다. 정보수집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전쟁의 결과를 결정짓는 만큼, 우리도 방위의 수준을 높여 미군에게 덜 의지하면서 마침내는 그들과 대등해져야 한다. 국가의 안전을 언제까지 남에게 기대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8월30일 U-2기 한대가 우연히 러시아 사할린 섬 영공을 침해하는 바람에 소련이 거칠게 항의했으며 며칠후에는 CIA소속으로 대만에 주둔중이던 U-2기를 중국국민당원인 조종사가 몰다가 중국본토상공에서 실종된 사고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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