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유엔사는 지뢰제거작업 방해말라2002/11/20
<성명서>
유엔군사령부는 비무장지대 내 지뢰제거작업을 방해하지말라.
남북 경의선, 동해선 연결을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무장지대 내 지뢰제거작업’은 본래 정전협정 2 조에 따라 1953년 7월30일까지 이행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유엔군사령부는 이 조항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반세기동안 비무장지대를 중무장지대로 남겨두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67년 한국전 참전국중 태국군이 마지막으로 철수함으로써 유엔군사령부는 실질적으로 주한미군사령부와 동의어가 되었다. 유엔사의 실질적 권한 이양자인 미국은 97년 국제대인지뢰금지협약을 거부함으로서 국제적인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이때 미국이 국제대인지뢰금지협약에 불참한 까닭은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만은 대인지뢰 제거의 예외가 되어야 한다’데 있었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인지뢰가 비무장지대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이유가 정전협정 이행의 당사국인 미국이 3일 내로 제거하도록 되어 있는 비무장지대의 지뢰를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유엔사는 기억해야만 한다.
사태가 이러하기에 이번 남북군사보장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의 지뢰를 제거하는 일은 미국의 이행하지 않은 의무를 남북이 한번 더 인내하며 대신 수행하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또한 이 일은 미국이 대인지뢰금지협약 가입에 그토록 부담스러워 했던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지뢰를 직접 제거하기 시작함으로서 미국의 외교적 짐을 덜어주는 일이기도 했다. 남북이 이번 지뢰제거작업을 통해서 국제대인지뢰금지협약에 동시 가입한다면 비무장지대만을 핑계로 대고 있던 미국도 어쩔 수 없이 대인지뢰금지조약에 가입함으로써 세계적 군축운동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97년 노벨 평화상 수상에 빛나는 국제대인지뢰금지켐페인(ICBL)은 이런 사실 때문에 남북간의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작업에 적극적인 지지와 찬사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후안무치하게도 미국은 유엔사를 앞세워 이 역사적인 지뢰제거작업에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며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
남북 군사보장합의서는 이미 유엔사령관과 북의 인민무력부장간의 합의에 근거해 이뤄진 것으로 남북관리구역내 실무적인 문제는 이미 남북 양측에 위임된 상태이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남북군사보장합의서가 체결됐던 핵심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이 지역에 매설되어 있는 지뢰제거문제 때문이었다.
지뢰제거과정은 탐지-발굴-처리-확인을 통해 완결된다. 그러나 비무장지대는 그 특성상 쌍방이 확인하지 않으면 확인이 완료되지 않는 상태에 있다. 때문에 남북간에 지뢰상호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은 군사지식이 없어도 상식으로 알 수 있는 당연한 과정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 대해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조차 거부하며 스스로 위임한 권리를 넘어 개입하려는 것은 비무장지대에 대한 통제 관할권을 이용하여 남북관계를 파탄내려는 불순한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군사분계선 월선이 정전협정관련 사항이어서 군사정전위채널을 통해야 한다면 이는 남북군사보장합의서에 명기된 근본취지를 전면, 부인하는 행위이다.
남북군사보장합의서 1조2항은 “남북관리구역들에서 제기되는 모든 군사실무적 문제들은 남과 북이 협의 처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엔사의 주장대로라면 1조2항을 비롯하여 군사분계선 월선을 다룬 2조8항, 3조4항, 3조5항, 4조2항, 5조8항 등 거의 모든 핵심조항이 군사정전위 채널을 통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그렇다면 유엔사는 도대체 왜 남북관리구역에 대한 관리권을 남측에 이양한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유엔사는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미 75년 11월18일 열린 제30차 유엔총회에서 주한 유엔군사령부 해체 결의안이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엔사를 해체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우리민족은 오랫동안 참아왔다.
만약 남북군사합의서의 관리권을 부인하며 비무장지대 지뢰제거작업에 조성한 난관을 스스로 해제하지 않는다면 우리민족은 다시 한번 미국의 패권적 횡포에 거대한 분노로 답할것이며 국제대인지뢰금지운동을 비롯한 세계적인 평화군축세력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는 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비무장지대 내 남북관리지역의 지뢰제거는 정전협정을 이행하는 실질적인 조치이다. 유엔사는 이를 방해하지 말고 적극 지지하라.
2. 이번 지뢰제거작업을 통해 남북당국은 국제대인지뢰금지협약에 공동으로 가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라.
3. 유엔사령부와 미국은 국제대인지뢰금지협약 가입 회피의 명분으로 더 이상 한반도 비무장지대를 이용하지 말고 국제대인지뢰금지협약에 조속히 가입하라.
2002.11.14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