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재료로서의 타이타늄2003/12/28 358
무기재료로서의 타이타늄
타이타늄은 1790년 영국목사 그레고(Gregor)가 최초로 발견하였다. 그러나 `타이타늄’이란 명칭은 베를린 사관학교 교관 클라프로드(Klaproth)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독자적으로 발견하여 대력무쌍(對力無雙)한 힘의 신(神)인 타이탄(TITAN)을 본 따 타이탄으로 명명한 데서 유래한다.
타이타늄은 발견 후 실용화까지 무려 160여 년의 세월이 필요하였다. 이는 산소를 포함한 공기 중의 기체와 강한 반응성 때문에 광석으로부터 공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타이타늄을 얻기까지에 필요한 독특한 일련의 제련법(진공 아크 용해법)을 찾아내는 어려움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기회를 놓친 유일한 구조 금속재료로 남게 되었다.
타이타늄은 높은 융점(1670±5℃), 공업용 합금 중 가장 큰 비강도(比强度), 인체를 포함한 어떠한 산화성 및 환원성 분위기에서도 스테인리스강보다 뛰어난 내식성(耐蝕性) 등의 장점 때문에 일찍부터 무기체계 소재로 비밀리에 각광을 받았다. 아직도 일정한 성능과 크기 이상의 재료는 이 재료기술을 보유한 국가에서 수출허가 대상에 넣고 있다. 물론 그 값도 싸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성능을 추구하는 첨단 무기체계와 항공우주용 등에 우선 적용되고 있지만 탁월한 성질 때문에 의료용, 스포츠용 등 그 사용처는 계속 증가되고 있다.
타이타늄 재료는 고온 크리프 강도가 높고 용접성이 좋은 α조직의 타이타늄(또는 합금)과 열처리를 통해 강도를 높일 수 있고, 소성가공성이 좋은 β조직의 타이타늄(또는 합금), 그리고 두 조직을 함께 갖는 α+β조직의 합금으로 크게 3가지로 대별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7만 톤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중 순 타이타늄이 약30% 내외, α+β합금인 Ti-6Al-4V이 약 50%이상을 점하고 있다.
여기서는 군용을 중심으로 타이타늄의 적용사례를 알아보고 그 이유와 앞으로의 전망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지상 무기체계
타이타늄이 최초로 적용된 사례는 미군의 T-55 유틸리티 차량이다. 1953년 미국의 워터타운 아스널(Watertown Arsenal)에서 T-55 동체에 Ti-6Al-4V 방탄재를 적용함으로써 동일방호 성능을 가지면서 RHA 대비 25% 경량화를 달성하였다.
미 M2A2 브래들리 장갑차 전차장 해치는 알루미늄 합금 7039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증대되는 히트(HEAT) 무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방호력 강화가 필요하였다.
결국 세라믹 타일 및 폴리머 기지 복합재료와 타이타늄 장갑재가 경쟁하였고, 최종적으로 타이타늄 장갑재가 채택되었다. 이로써 RHA 기준 47%의 경량화를 달성, 실전 배치되고 있다. 또한 M2A3 브래들리 장갑차와 UDLP에 의해 개발된 AGS에는 탈착식의 타이타늄 부가장갑도 적용되고 있다.
미군의 M1 에이브람스 전차도 개발 당시 54.4톤에서 M1A2로 성능개량 과정을 거치면서 중량이 70톤에 육박하게 되었다. 이 중량증가 문제 해결방법의 하나로 9개 RHA 부품을 타이타늄 장갑재로 교체되게 되었고 30%의 경량화를 달성하여 실전 배치 중에 있다.
5.56㎜와 20㎜ 두 총열을 동시 구비하고 있는 가공(可恐)할 만한 미국 OICW 차기세대 소총도 경량화를 위해 총강(銃腔)이 질화 처리된 20㎜ 타이타늄 총열을 포함한 수 개 부품에 타이타늄 재료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미국 외의 국가에서도 타이타늄을 쓰고 있거나 쓸 계획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T-80전차 엔진 덮개문 재질이 타이타늄 장갑재인 것으로 확인되었고, 오레멧(Oremet)사는 스웨덴과 독일에서 공동으로 개발중인 전차 포탑 상부용으로 타이타늄을 사용할 계획으로 있다. 프랑스를 포함하는 다른 유럽 각국 전차에서도 타이타늄 이용이 유망하다.
미 육군의 타데크(TARDEC)가 수행중인 타이타늄 후판(厚板) 옥외 용접 연구가 성공하게 되면 타이타늄의 이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상 및 수중 무기체계
해군에서 운용하는 각종 함정도 지상 무기체계와 마찬가지로 성능, 안정성, 생존성뿐만 아니라 기동성과 중량이 중요하다. 해군에서 타이타늄 재료를 선호하는 이유는 해수에서의 탁월한 내식성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타이타늄의 장점으로는 ①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기계적 성질 ② 낮은 열 팽창계수와 비자성(非磁性) 성질 등 물리적 성질 ③ 높은 비강도로 인한 구조 효율성 ④ 해수에서의 다양한 종류의 부식에 대한 탁월한 내식성 ⑤ 낮은 탄성률과 밀도로 인한 더 높은 생존성을 가능하게 하는 내충격성 ⑥ 좋은 방탄성 ⑦ 어렵지만(Ti-6Al-4V합금의 냉간 가공) 다양한 제작성 및 용접성 등이 있다. 비록 획득가가 결코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정비유지에 소요되는 수명 주기 비용과 정비유지 동안의 거대한 장비 운휴(運休)에 따른 비용 손실을 고려할 경우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예상된다.
수상 또는 수중 무기체계에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분야는 수 없이 많다. 구리-니켈 합금으로 제작되는 해수 파이프류를 타이타늄 재료로 대체함으로써 국부적인 염화물 또는 황화물에 의한 부식의 해결이 가능하다.
미 해군은 각종 부식으로 찌든 황동이나 스테인리스강 해수 펌프류에 타이타늄을 사용하여 부식 문제를 해결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량화, 수명주기 비용 절감, 신뢰도 제고 등의 성과를 얻었다.
해수 분위기에서 부식, 피로, 핏팅 등을 입기 쉬운 재료를 사용해 온 가스 터빈 엔진의 핵심부품에도 알루미늄이나 고장력 스테인리스강 대신에 고장력 타이타늄 합금을 적용하고 있다.
더욱 극적인 타이타늄의 사용처는 잠수함의 동체이다. 타이타늄 합금은 잠수함 선각재로 많이 쓰이는 강에 비해서 비강도, 내식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비자성체라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구 소련 알파(Alfa)급 핵추진 헌터 킬러(Hunter-killer) 잠수함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로써, 일반적인 HY강 선체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 해군 연구 잠수함 알빈(Alvin) DSV2는 타이타늄 합금으로 된 깊이 조절 탱크를 이용하여 3,650m까지 잠수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타이타늄의 여러 가지 독특하고 매력적인 특성은 현재 수상 및 수중장비가 안고 있는 한계나 문제점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실제적인 해결 방안이다. 또한 함정의 성능, 가용도, 적재하중, 기동성, 생존성의 증대 등 장비의 성능 개량을 위해서도 타이타늄 합금의 적용이 유일한 길이라고 보인다.
항공 우주 무기체계
“항공기 중량이 1 lb가 줄면 고도 1피트 늘어난다.” 이는 항공기에서 중량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나타내는 말이다.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전세계 타이타늄 사용량의 약 7~8%가 군용기에 사용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연 사용량의 약 1/3정도가 군용기에 사용되고 있다.
항공기 재료 선정의 지배적 요소는 ① 중량 절감 ② 운용온도 ③ 체적구속인자 ④ 카본섬유강화플라스틱(CFRP)과의 적합성 ⑤ 부식 ⑥ 가격 등이다.
체적구속인자란 강도, 부피, 중량간의 관계에서 목표강도를 내면서 제한된 무게를 갖게 하기 위한 체적의 한계인자를 의미한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재료가 비강도가 큰 타이타늄이다.
CFRP와의 적합성을 고려하면 타이타늄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알루미늄과 흑연 사이에는 두 재료 사이의 전위차로 인한 부식(galvanic corrosion) 문제가 심각하다. 검사하거나 교체하는 것이 어려운 결정적인 구조물의 경우 타이타늄을 쓰면 이러한 부식 문제는 해결된다.
타이타늄이 알루미늄보다 열팽창계수가 낮은 것도 또 다른 이점이다. CFRP 구조에 붙인 상태로 가열과 냉각이 반복되면 접합상태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정비유지, 무게 감소, 수명주기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우주·항공에 적용되는 타이타늄의 가격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지만 타이타늄이 항공기에 적용된 초기의 사례는 정찰기로 유명한 U-2기 J57엔진 부품이다.
U-2기 성공은 경량의 타이타늄 사용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록히드사의 말이다.
이후 1960년대 완성된 SR-71 정찰기는 U-2보다 더 높은 고도와 더 큰 속도가 요구되었다. SR-71의 기본구조물로 타이타늄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선 8만 피트 고도에서 마하 3이상의 순항속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램제트(Ramjet) 엔진실 표면(skin) 온도가 통상 260~315℃, 최대로 538℃ 이상까지도 상승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인장강도도 동일 중량기준 스테인리스강에 비하여 2배나 되었으며, 이에 따라 관련 부품수도 줄일 수 있었다.
1997년 9월 7일 최초 비행에 들어간 F22 랩터(Raptor) 기체 구조용 재료의 42%가 타이타늄이다. 네 개의 불크-헤즈(bulk-heads)가 Ti-6Al-4V이며 이중 하나는 항공기 역사상 최대 단일 타이타늄 부품<그림 3>이다.
타이타늄은 로켓용 재료로서는 비강도가 최대인 것 중의 하나이다. 또 여기에 내열성, 내환경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항공우주 분야에 응용이 급속히 확대되어 왔다. 머큐리, 제미니 우주선의 캡슐을 시작으로 달착륙선 아폴로 우주선 주요 구조재로 사용되었다. 로켓용으로 상단(上端) 모터 케이스, 인공위성과 우주선용 구조재료로서 타이타늄은 없어서는 안될 재료이다. 위성 궤도 변환용 로켓 모터는 인공위성 구성요소로서 중량 경감(輕減)과 함께 위성탑재 능력을 높여주고 있다. 모터 케이스는 단조재로부터 기계 가공 후 용접(TIG)하여 조립 사용하고 있다. 스페이스 셔틀의 고압 탱크, 날개 전단(前端)부, 유압 배관, 추력(推力) 구조물 등에도 타이타늄 합금이 적용되고 있다. Ti-6Al-4V는 양호한 저온특성으로 아틀라스용 헬륨 탱크, 타이탄의 액체 로켓 탱크로도 사용되었다.
관련연구 활성화시켜야
타이타늄은 융점이 높고, 공업용 합금 중 비강도가 가장 크며, 인체를 포함한 어떠한 산화성 및 환원성 분위기에서도 스테인리스강보다도 내식성이 탁월하다. 또한 질량효율이 크고, 극저온 특성 등 내환경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낮은 열 팽창계수, 비자성 특성 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방탄재, 전투차량, 야포, 소총 등 육상장비, 구축함, 항공모함, 잠수함 등 수상 및 수중장비는 물론이고, 가변익기 및 고정익기 등 군용기를 포함하는 항공 우주장비 특히 램제트 등 초고속 유도무기 등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로 각광받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도 향후 첨단 무기체계의 혁신적 성능 구현을 위하여 타이타늄 소재공업 육성과 관련연구의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