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중합금 관통자 2003/12/28 332
텅스텐중합금 관통자 기술현황
http://www.dapis.go.kr/journal/200204/j120.html
국방과학기술에서 텅스텐중합금(Tungsten Heavy Alloy)은 주로 중장갑(Heavy Armour)으로 무장한 전차(Tank)를 파괴시키는 대전차탄의 관통자로 사용된다.
대전차탄에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화약의 폭발력을 관통자에 전달하여 목표물을 파괴하는 날개안정철갑탄(APFSDS:Armor Piercing Fin Stabilized Discarding Sabot)과 성형작약(Shaped Charge Liner)의 원리에 의해 금속 제트(metal jet)를 만들어 전차를 관통시키는 히트(HEAT)탄이 있다.
이 중 날개안정철갑탄은 관통자의 운동에너지(1/2mV²)를 이용하기 때문에 관통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밀도가 큰, 바꾸어 말하면 질량(m)이 큰 재료를 관통자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다른 재료들보다 밀도가 큰(철 2.5배) 열화우라늄(DU:Depleted Uranium)이나 텅스텐중합금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본 기술 현황에서는 텅스텐중합금과 열화우라늄이 날개안정철갑탄의 관통자로서 각각 어떠한 장점과 단점이 있고, 그 원인은 무엇이며, 특히 텅스텐중합금의 경우 최근의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관하여 전망해보고자 한다.
열화우라늄이란 천연우라늄(99.3% U238+0.7% U235)을 핵폭탄이나 핵연료로 사용하기 위하여 농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폐기물로서, 반응성이 큰 U235의 함량이 천연우라늄에 비해 낮기 (99.7% U238+0.3% U235) 때문에 `열화(劣化)’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열화우라늄을 대전차탄의 관통자로 사용하면 핵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며, 관통 성능이 텅스텐중합금에 비해 약 10% 이상 우수하기 때문에 현재 미국을 비롯하여 영국과 러시아 등이 다량 보유하거나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열화우라늄 관통자는 목표물에 충돌하면 연소되면서 유독성의 산화 우라늄 분진으로 대기 중에 흩어져 환경오염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체에 흡수되었을 경우에는 폐와 신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열화우라늄의 폐해는 1991년과 1999년에 걸프전과 발칸전이 끝난 후 적군(이라크와 유고슬라비아)뿐만 아니라 연합군(영국, 프랑스, 이태리, 미국)에게 직간접 영향(사망과 암발생)을 주어 이른바 걸프전병(病:Gulf War Illness)과 발칸 신드롬(Balkan Syndrome)을 일으켜 세계적으로 커다란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러므로 미국을 비롯한 무기 선진국에서는 문제의 열화우라늄 관통자를 환경오염 문제가 없으며 인체에 무해한 텅스텐중합금 관통자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텅스텐중합금이란 단일 금속이 아니라 텅스텐이 무게비로 90% 이상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는 니켈(Ni)과 철(Fe)로 구성된 합금(alloy)이다. 구조적으로는 둥근 텅스텐 입자가 텅스텐, 니켈, 철로 구성된 기지상(matrix phase)에 둘러싸여 있다. 이때 텅스텐 입자는 텅스텐중합금의 밀도와 강도를, 기지상은 연성과 인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텅스텐중합금은 높은 밀도(17∼18g/㎤)와 인장 강도(800∼1,400 MPa)를 나타내며 우수한 연신율(5∼30 %)과 충격에너지(20∼200 J)를 갖게 된다. 또한 텅스텐중합금은 기계 가공성(machinability)과 성형성(formability)이 좋아 군수 분야 이외에도 회전 로터, 항공기의 균형추(weight balance), 진동 감쇄재료(damping materials) 및 방사선 차폐재료 등과 같은 민수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날개안정철갑탄은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포구에서 나오는 즉시 관통자와 이탈피(sabot)가 분리된다. 이때 이탈피는 단순히 포강 내에서 화약의 폭발로 발생한 압력을 관통자에 전달하여 관통자의 운동에너지를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관통자만이 끝까지 비행하여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목표물과 충돌하여 파괴시킨다.
따라서 최근까지 많은 연구자들은 관통자의 인장 강도, 밀도, 인성 및 연성 등을 높이면 관통자가 목표물과 충돌 시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관통자의 기계적 성질을 높이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모든 자연계의 현상이 그러하듯이 텅스텐중합금 관통자의 기계적 성질도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서 하나가 좋아지면 다른 것이 나빠지는 경향(trade-off)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텅스텐 함량을 올리면 인장 강도와 밀도는 증가하지만, 연신율과 충격인성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은 텅스텐 함량을 올리면서 기지상의 화학 조성, 소결 및 열처리 조건 등을 변화시켜 연신율과 인성의 감소를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하였으며, 결과적으로 텅스텐중합금의 기계적 성질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이중에서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다단열처리(Cyclic Heat-Treatment) 기술은 다른 기계적 성질을 변화시키지 않고 충격인성을 300% 이상 증가시켜 텅스텐중합금 관련 연구자들을 놀라게 하였다. 다단열처리 기술은 텅스텐중합금을 높은 온도와 상온으로 반복적인 열처리를 해줌으로써 〈그림 4〉에 나타난 바와 같이 약한 텅스텐·텅스텐 계면을 강한 텅스텐·기지상 계면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충격인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킨 기술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텅스텐중합금의 기계적 성질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텅스텐중합금의 관통 성능은 아직까지 열화우라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날개안정철갑탄의 관통 성능은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얼마만큼의 두께를 갖는 장갑 재료를 뚫을 수 있느냐를 나타낸다. 즉, 관통 성능이 우수한 날개안정철갑탄을 갖고 있는 전차는 열등한 전차의 사정거리 밖에서 전투할 수 있기 때문에 생존성적인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게 된다. 이는 걸프전에서 열화우라늄 관통자로 무장한 연합군 전차가 이라크 전차의 사정거리 밖에서 이라크 탱크를 괴멸시킴으로써 여실히 증명되었다. 이러한 열화우라늄과 텅스텐중합금의 관통 성능의 차이는 조금은 생소한 개념이지만 `셀프 샤프닝(self sharpening)’과 `머쉬루밍(mushrooming)’이라 불리는 현상을 통해서 이해될 수 있다.
〈그림 5〉는 열화우라늄과 텅스텐중합금 관통자가 목표물에 충돌할 때 관통자의 선단 부위의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 열화우라늄 관통자는 텅스텐중합금에 비해 선단 부위가 뾰족하며 관통 직경도 작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셀프 샤프닝’이라 부르며, 관통자가 목표물을 관통할 때 관통자의 선단 부위가 계속해서 국부적 변형(localized deformation)을 일으키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국부적인 변형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관통자가 목표물에 충돌할 때 발생한 열이 밖으로 전달되어 소멸되지 못하고 국부적인 곳에 집중되어 그 열에 의해 연화(softening)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셀프 샤프닝’ 현상은 일반적으로 재료가 열을 얼마나 빨리 전달할 수 있느냐의 정도를 나타내는 열전도도(thermal conductivity)의 크기에 반비례한다. 즉, 열화우라늄과 같이 열전도도가 낮은 재료 〈표 1 참조〉는 `셀프 샤프닝’이 잘 일어나게 된다.
반면에 텅스텐중합금의 구성 원소들 (텅스텐, 니켈, 철)은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열전도도가 높기 때문에 관통자가 목표물과 충돌할 때 선단 부위가 전체적으로 변형되어 버섯 모양과 같이 된다 〈그림 5의 오른쪽〉. 이러한 `머쉬루밍’현상이 발생하면 관통자와 목표물의 접촉 면적이 증가되고 에너지 집중도가 떨어져 열화우라늄에 비해 약 10% 정도 낮은 관통력을 나타내게 된다. 따라서 최근의 텅스텐중합금 연구들은 어떻게 하면 텅스텐중합금을 열화우라늄과 같이 `셀프 샤프닝’현상이 잘 일어날 수 있게 만드느냐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 연구 중 열전도도가 낮은 망간(Mn)이나 하프늄(Hf)을 텅스텐중합금에 첨가하여 열이 밖으로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대단히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낳았다. 고속 충돌 시험 결과 텅스텐중합금에 첨가된 망간과 하프늄은 텅스텐중합금의 국부적 변형을 크게 촉진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망간이나 하프늄이 첨가된 텅스텐중합금은 아직까지 날개안정철갑탄의 관통자로 사용되기에는 해결되어야 할 제조 공정상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망간과 하프늄은 텅스텐중합금의 다른 구성 원소들(텅스텐, 니켈, 철)에 비해 산소(O₂)를 좋아해서 수소나 진공 분위기에서 제조하여도 〈그림 6〉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시편 내부에 기공들(pores)을 남긴다. 이러한 기공들은 텅스텐중합금 관통자의 기계적 성질(인장 강도와 연신율)을 낮추어 관통자가 목표물에 충돌 시 부러지는 원인이 된다.
최근에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분위기 조절법’과 `재소결법’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여 실험실 조건에서 기공의 생성을 억제하였으나, 양산 공정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태이다.
텅스텐중합금의 관통력을 증가시키려는 또 다른 흥미로운 시도는 텅스텐 입자의 크기나 모양을 변화시켜 `셀프 샤프닝’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둥글고 작은 텅스텐 입자를 갖는 〈그림 7의 왼쪽〉 텅스텐중합금에 열이나 기계적 에너지를 가한 후 재소결(re-sintering)을 하면 텅스텐 입자는 〈그림 7〉의 오른쪽에서 보는 바와 같이 커지고 변형되게 된다. 이러한 텅스텐 입자의 형상 변화는 텅스텐중합금 관통자가 목표물과 충돌 시 선단 부위의 변형 거동을 변화시킨다.
텅스텐 입자의 크기가 작고 둥근 경우에는 변형이 텅스텐 입자 내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텅스텐·텅스텐 계면이나 텅스텐·기지상 계면을 따라가면서 전체적으로 일어난다. 반면에 텅스텐 입자가 커지거나 불규칙해지면 변형이 상기 계면들을 따라 일어나지 않고 국부적으로 집중된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된 이와 같은 미세조직 제어 기술은 텅스텐중합금 관통자의 관통 성능을 10% 이상 크게 증가시켜 열화우라늄에 필적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현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막 시작된 날개안정철갑탄 관통자 관련 연구 분야는 텅스텐 와이어와 벌크 비정질 금속(bulk metallic glass)을 결합하여 복합 구조의 관통자를 개발하는 것이다. 벌크 비정질 금속은 일반 금속과 달리 입계(grain boundary)가 없고 액체와 같이 비정질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강성률, 내마모, 내식성이 극히 우수한 꿈의 재료로 알려져 있다. 비정질 금속을 얻기 위해서는 액체 상태에서 매우 빠른 속도 (10<&23660> K/s 이상)로 냉각해야 하기 때문에 최근까지 아주 얇은 판이나 리본과 같은 형태만을 제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미국과 일본의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10 K/s 정도의 낮은 냉각속도에서 비정질 금속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벌크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 벌크 비정질 금속은 국부적 변형(localized deformation)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밀도가 높은 텅스텐 와이어와 결합하면 날개안정철갑탄의 관통자로서 우수한 관통 성능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텅스텐 와이어와 벌크 비정질 금속이 결합된 복합재료가 날개안정철갑탄의 관통자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넘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벌크 비정질 금속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합금 원소인 베릴륨(Be)이 열화우라늄과 같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연구자들은 철이나 니켈을 기저(base)로 하는 벌크 비정질 금속을 개발하는 데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또 다른 과제는 재현성(reliability)이 있는 관통자 제조 공정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밖에 실험실에서 행한 상기 연구 결과를 날개안정철갑탄의 관통자로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검증 절차와 양산 공정 확립 및 체계 적용성 연구 등과 같은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