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과 단지동맹비-독립정신1월호2009/02/11
등의 반대편을 가슴이라고 하듯이 손등의 반대편은 손바닥이 아니라 손가슴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가슴은 세상을 끌어안을 수 있기에 가슴입니다. 손은 그저 쥐는 것이 아니라 손가슴으로 만물을 끌어안는 것이어야겠습니다. 그렇게 끌어안은 만큼 손가슴은 세상을 창조합니다. 발은 그저 걷는 것이 아니라 발가슴으로 대지를 끌어안는 것이어야겠습니다. 그렇게 끌어안은 만큼 발가슴은 땅의 역사를 깨닫습니다. 때로 가슴이 세상을 끌어안기에 벅찰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벅찬 세상을 끌어안으려 할 때 가슴에선 눈물이 흐릅니다. 눈가슴에선 눈물이, 손가슴과 발가슴에선 땀이 흐릅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하는 기관지 독립정신1월호 표지에 실린 작품입니다.
당신과 처음만나 악수를 하던 날 나는 그만 흠칫 놀라고 말았습니다. 약지 한마디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온갖 상상 끝에 군대를 갔다오지 않았다는 당신의 말을 듣고, 그 손가락은 당신 스스로 자른 것임을 알았습니다. 당신이 감당하기 벅찬 세상을 끌어안기 위해 흘렸을 눈물과 핏물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러시아의 변방 연추에서 만난 단지동맹비 앞에서 나는 내내 당신의 잘린 손가락을 떠올렸습니다. 군대도 조직도 모두 여의치 않아진 상황에서 벅찬 역사를 끌어안아야 했던 안중근과 11명 청년들의 손가슴에서 흐르던 피눈물이 100년 뒤 당신의 손가슴에서 확인되어야 하는 찹찹함을 아는 듯 구름은 잔뜩 흐려 있었습니다. 피눈물로 끌어안았던 역사에서 안중근은 불꽃이 되었습니다. 고개들어보니 단지동맹비의 핏방울은 촛불의 불꽃이기도 했습니다. 어둠을 물리치는 찬란한 불꽃이 아닌 모든 어둠을 끌어안아 버릴 것 같은 검은 불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