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결정 구조의 한·일 비교2003/10/15 409
정책결정 구조의 한·일 비교
들어가며
90년대 들어와서 한일 양국은 탈냉전시대와 함께 거품경제 붕괴 후의 금융통화 위기와 경제 시스템의 구조전환의 과제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 경우, 경제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의 필요와 IMF의 강제적 지도로 인해 김대중 정권은 발빠른 대응을 보이는데 비해 일본은 행·재정 개혁, 금융경제 시스템의 개혁, 규제완화 등의 개혁이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차이와 세계경제 시스템 내에서의 위상의 차이라는 관점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거기에는 양국간의 거시적·미시적 수준에서의 정책결정 구조상의 차이가 있다고 보여진다. 여기서는 ⑴정책결정의 한일비교의 의의와 가능성을 찾기 위해 종래의 한일 비교연구를 살펴보고, ⑵정책결정의 거시비교를 위한 틀과 ⑶相異性 발견을 위한 미시적 비교의 틀, ⑷공통성 발견을 위한 미시적 비교의 틀을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⑸사례분석을 시도한다. 이로써 정책결정에 관한 한일 비교의 하나의 분석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一) 한일 비교의 의의와 가능성
주로 80∼90년대의 아시아 각국의 경제발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일련의 정치경제론은 논의의 초점이 경제발전과 정부의 경제정책에 관한 거시적인 측면에 놓여져 있어서 한국과 대만을 단지 일본형 경제발전을 추종해왔던 나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객관적이고 정밀한 비교연구가 불가능하다.
확실히 정책결정기구를 거시적으로 보면 높은 공통성이 있겠지만 미시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거기에는 유사성과 동시에 많은 상이점도 떠오를 것이다. 따라서 歐美의 이론모델과 분석도구에 의해 非歐美 나라들의 특이성을 발견하는 종래의 수단이 아닌, 歐美와 非歐美를 꿰뚫는 보다 일반적인 비교분석을 가능케 하는 개념의 개발이 필요하다(猪口孝.1997). 이에 국가와 정치·사회제도의 역할과 역사성을 중시하는 “新制度論”의 접근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이론에서는 국가와 사회를 중개하는 제도적 배치로서의 “정책 네트워크”(금융제도, 정당, 이익집단의 배치상황, 산업구조 등)이 중시되어 그것이 정책의 일관성을 좌우한다는 입장에 서게 된다. P.Katzenstein으로 대표되는 국가·사회간 네트워크 개념은 歐美의 국가간, 歐美국가와 아시아국가간, 아시아의 국가간 등의 비교분석을 가능케 하는 보편성을 지닌 분석개념으로 생각된다.(Katzenstein.1978,1985. 眞 勝.1987,1991.) 이들 선행하는 諸硏究를 참조하며 정책결정구조의 한일 비교에 도움이 되는 개념의 틀과 倂置比較(paired comparison)에 의한 한일 양국의 정책결정구조의 기본패턴을 약간의 사례를 들면서 제시하려한다.
(二) 거시적 비교를 위한 틀
⒜의 범주에서, 한국의 경우 대통령과 대통령부의 중추인 비서실의 역할이 크고 대통령―비서실 단독으로 정책형성이 행해지고, 결정은 하달되는 식이다. 또 필요시 특별위원회와 같은 그룹을 만들고 권위를 부여한다.
반면, 일본의 수상은 광범위한 타협과 합의의 산물이기 때문에 정책형성과 결정보다 합의를 위한 절차와 교섭과정을 미리 고려한다.
⒝는 재정, 금융, 통상, 산업정책 등은 양국 모두 담당관청, 관료가 고도의 자율성을 지니고 담당한다. 이는 양국의 관료제의 공통성에서 유래한다. 한국에서의 대통령의 상명하복식 정책결정은 이 강대한 관료제의 정책능력을 전제로 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도 ⒝는 관료제의 독점적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타입
특징
⒜고도로 정치화된 정책영역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정책, 非루틴형 정책
◎통치행위적 정책
◎행위자는 한정적·배타적이고, 과정(교섭, 절차)의 최소화
◎공개성의 정도는 낮다
⒝순행정적인 정책영역
◎루틴형 정책이지만, 기술적 전문성이 비교적 높은 정책영역
⒞사회화된 정책영역
◎개별이익 분배적인 정책영역
◎정당, 정치가와 관청, 관료 일체화된 정책형성, 결정이 관례 화되어 있음
◎다양한 이익을 대표하는 행위자의 참여가 쉽다
표1
⒞일본에서는 자민당의 장기집권하에서 비교적 넓게 사회화되어 그 결정과정은 패턴화되어 있다. 관련관청부국과 관련업계를 族議員이 중개하는 형태로 응집성이 높은 하나의 영향력 시스템을 형성하고, 政黨政治家와 특정관련부국, 관료가 일체화되어 이익분배를 추진한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이 정책영역의 사회화 정도가 미미하다. 族議員과 같은 정치가는 보여지지 않고, 미국과 같은 전문화된 로비스트도 없다. 대신 이익집단이 담당관청, 관료에 직접적으로 로비하고 여기에 후자가 응답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三)차이 발견을 위한 미시적 틀
표2 기준
특징
차이 발견의 범주
⑴행위자(공식정치·행정행위자, 정당정치가, 다양한 이익집단)
⑵과정(정책의 정당화·합의를 위한 공식·비공식 수속·교섭)
⑶제도(공식정치·행정제도, 사회·경제제도, 관례)
⑷대외환경(특정국가와 지역적인 공동체와의 제도적·비제도적 관 계, 국제경제 시스템)
공통성 발견의 범주
⑸국가-사회관계(제도적 관계, 비제도적 네트워크 관계)
(1)행위자에 의한 비교
①은 권력의 집중도가 최상위수준의 정책결정주체에게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하는 문제이다. 한국대통령은 제도, 정책결정구조에서 최고·최강의 행위주체이며, 대권과 여당당수의 지위를 배경으로 정책형성과정 전체를 뜻에 따라 좌우할 수 있는 존재이다. 반면 의원내각제 하의 수상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의 권한은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자기만의 의사만으로 직접 행사하기 어렵고 다양한 이익분쟁을 조정하는 존재이다.
①대통령과 수상
②대통령/수상과
ⓐ스텝·내각·관료
ⓑ각 행정관청·관료집단
ⓒ재벌집단
③정당·정치가와
관청·관료집단
이익집단(기업집단·노동단체·그 외 사회집단)
표3
②일반적으로 청와대는 최고레벨에서의 정책조정, 기본방침을 명시하고 주요 정책결정에, 관료집단은 공공정책의 태반을 차지하는 분업관계에 있다. 단, 수석비서관을 비롯한 비서관 집단은 “내각위의 내각”이라 불릴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일본의 총리관저는 이와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관료제에 대항해서 정당, 정치가의 정책결정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의 경우, 국가-사회관계의 존재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고도로 정치화된 정책영역”에서는 수상을 포함한 정치가, 대장성을 중심으로 한 주요관료, 재계그룹의 대표 삼자에 의한 정책집단이 주체로서 관여해 왔다. 한편 한국에서는 재벌이 경제성장의 주체로서 정부의 두터운 보호를 받아왔지만 주요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적 행위자는 아니었다.
③일본의 자민당은 조직정당으로서 관료집단, 이익집단과 정책결정과정에서 특별한 관계를 맺어 왔다. 야당도 이데올로기의 대립과는 별도로 자민당이 만든 이익분배 시스템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여당과의 타협형 합의정치를 통해 정책결정에 참여해 왔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야당 모두 리더의 私黨적 성격이 강한 인물정당이기 때문에 관청과 이익집단을 중개하는 정도도 낮고 정당의 존재감도 약하다.
(2) 과정에 의한 비교
표4
일본
한국
⒜구성·입안
절차지향형
결과지향형
⒝교섭·합의 형성
수평적설득형(관행도수,사전교섭, 거래)
수직적 지령형
⒞집행
법규구속적·관료재량우위
대통령재량과 관료재량의 긴장
⒟리더쉽 형태
擬似분권적 복수주의
대통령집권형 피라미드
⒜구성·입안 단계에서 한국이 대통령주도의 결과지향적 내지 목표지향적이라면 일본은 수상이라 할지라도 정책수행을 절차에 따라야 한다.
⒝교섭·합의 형성의 단계도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는 사전교섭, 거래, 타협을 전제로 한 교섭이 중요한 합의 형성 절차인 반면 한국에서는 정책목표를 직선적으로 달성하려 하기 때문에 타협을 전제로 한 수평적 교섭은 없다.
⒞집행의 단계에서, 일본에서는 관청, 관료를 능가하는 다른 재량권은 존재하지 않는 점에서 법규와 절차의 구속성은 높은 반면 한국에서는 집행단계에서도 대통령의 재량권이 미치지만 최종적으로 어느정도 실시되는가는 관료에 의존하고 있다.
(3)제도에 의한 비교
표5
일본
한국
⒜ 헌법규정과 정책결정상 의 톱리더쉽
엄격한 헌법구속적
초법적·초법규적
⒝ 행정제도와 운용
라인 지향적
스텝 지향적
⒞ 자문기관과 운용
제도화된 권위부여
문제해결형 특별위
⒟ 의회
여야당 흥정·거래의 장(타협형합의정치의 무대)
야당에 의한 반대·여론환기의 장(대결형정치의 무대)
⒜일본에서는 수상이 자신의 의사와 발의로 개정안을 제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나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개정이 행해졌고 실제 운용면에서도 대통령의 도구화할 위험이 내재한다.
⒝행정제도의 운용면에서 한국은 기본적으로 대통령 집권적이며 일본은 관료 작성의 법안에서 사무차관회의가 결정한 것을 각의 결정되어 의회에 상정되는 바텀업 형태이다.
⒞일본에서의 자문기관은 정책과정에서 정당화 과정의 일환으로 삼고 자문기관의 심의, 답신을 그대로 법안화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도 일상적 정책에는 이런 명목적 기관이 많지만 중요 정책에는 대통령이 독립된 특별위원회-문제해결형의 정책집단을 설치한다.
⒟한국국회는 일원제의 위원회 중심제로서 정책결정과정에 야당의 역할이 크지 않으며 주된 야당의 역할은 “반대”기능이다. 일본에서는 야당이 여러 가지 방법을 구사, 여당과 정치적 거래를 하는 타협정치를 행하여 왔다.
(4)대외환경에 의한 비교
⒜특정국간 링케이지 정책
◎미국―(군사적 링케이지)주한미군의 주둔, 한미합동군사훈련
◎일본―(군사적 링케이지)한국군과 자위대의 인적교류, 정보교환, KEDO(핵의 평화적 이용)
(경제적 링케이지)1965년 한일기본조약 이후 국가배상, 경제원조, 민간 기술협력
⒝리죠널(또는 글로벌)링케이지 정책
◎군사방위면―림팩(환태평양 합동연습),
◎경제면―APEC(아시아 태평양의 평화, 안전보장의 정치적 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
◎과제―경제 격차, 문화적 차이, 중국의 공해, 통상외교상의 공통규칙, 기술원조.
(四)類似性발견을 위한 틀―국가-사회 네트워크
⒜정부-민간의 정책 네트워크
◎일본형 시스템은 정부-기업-노동의 중복 네트워크로 구축되어 영세기업부터 중소기업의 산업부분을 매개로 국가적 정책결정의 차원까지 발달해 있다.
◎일본의「행정지도」사례, 한국의「정부지원 연구개발 계획」사례
⒝정부-민간의 人才 네트워크
◎일본-정치가·관료·재벌의 「鐵의 삼각형」: 출신계급과 前歷의 유사성, 사상의 동질성 (보수성향)이 특징
-대부분 전후 고급관료에서 보수당원으로, 또는 기업에의 낙하산인사로 형성된 경우
인척관계로 연결된 경우
-정치부패와 유착관계의 증폭 / 고도경제성장정책과 행·재정개혁에 중요한 역할
◎한국-대통령-행정관료-재벌의 네트워크가 발달
-전후 학연과 지연에 의해 네트워크 형성. 5.16군사혁명이 계기.
-인재등용과 이익배분의 지역차별로 지역감정 악화 / 고도경제성장정책에의 기여
(五)한일 정책사례 분석
A. 사례분석1 : 정책결과-반도체연구개발정책의 한일비교
◎·일본-1976년∼80년의 4년간 총액 737억 엔의 예산조치. 초LSI공동연구조합 通産省산하 설립, 富士通·日立·三菱그룹과 NEC·東芝그룹으로부터 백여명의 연구원 파견 공동연구. 87년 64MDRAM 개발성공. 초LSD의 이름으로 천여개 특허 출원, 약460 권의 논문 발표
·한국-89∼93년의 4년간 총연구개발비의 39.5%인 1900억원 지원. 과학기술처 주도. 삼 성·현대·금성 삼사 참가. 92년 64MDRAM 개발성공. 기업들은 정책 효율성 부정 하고 독자개발 발표.
◎정책 제도상의 相違性
·정책 추진하는 관료조직과 연구주체와의 정책네트워크.
·정책 수행하는 기관의 제도적 특성―통산성의 반도체기업에 대한 강한 영향력(日) 과 학기술처, 체신부, 상공부의 정책주체간의 갈등(韓)
·산업발전 단계와 산업구조의 성격―초기의 미미한 연구개발 능력(日) 구조조정의 필요 와 시설투자와 자본의 확보(韓)
·기업간의 기술개발 네트워크―공동개발의 경험과 긍정적 입장(日) 기업간 기술격차와 경쟁(韓)
·공동연구조합 운용의 차이―공동연구소에 사원 파견하여 공동연구(日) 개별기업의 독 자연구와 기술교류의 종합조정 관리(韓)
B. 사례분석2 정책대응-미 수입 개방 정책의 한일 비교
◎93년 우루과이라운드의 미 시장개방의 교섭결과
·일본-6년간의 관세화 유예기간 95년 국내수요의 4%에서 2000년까지 8%의 물량수입.
·한국-10년간의 관세화 유예기간 95년 1%에서 2000년까지 4%의 물량수입.
◎국내 정책제도상의 차이
·국내 정책 이데올로기의 차이―70년대 후반부터 국제화 시대의 농업정책 추진(日) 농산 물 수입의 국내 정치 이슈화(韓)
·농업부문의 이익집단의 특성―전국일본농민연합회의 조직운영의 한계(日) 농민단체와 경 실련 등의 정책이익 반영의 제도화의 성과(韓)
·최고 정책결정권자의 정치적 입장
C. 사례분석3―초고속 정보망 계획 정책 수립과정 한일비교
◎·일본-95년2월 고도정보통신사회추진본부의 기본방침 결정 차세대 정보통신 기반구축 을 목표로 정책수립
·한국-84년12월 국가기간전산망계획 확정 94년3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에 관한 기본 계획 확정
◎·정책수립하는 주체의 성격―관료에 의해 의제가 형성되는 바텀업방식이 기관간 의견의 갈등을 초래(日) 대통령 중심의 집권적 정책결정으로 계획수립(韓)
·정책이데올로기의 형성 및 환경구축에서의 주체의 역할―전전공사의 민영화(日) 한국 통신을 공기업으로 관리하며 정보통신 이데올로기 확산에 활용(韓)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정치적 영향력―族議員에 의한 관계성청의 정책이해의 대립(日) 제 한적인 정치가의 역할(韓)
·정책목표 및 정책수단―중층적 정책목표로 다양한 통신인프라 구축을 전제로 정보화 확 산을 추진하며 정책혼선 초래(日) 정보통신망구축을 전관하는 기관으로서 한국전산원 이 효율적인 역할분담(韓)
결론에 대신하여
이상으로 기존의 정책의 거시적 유사성의 논의에 대해서, 실증적 사례를 들면서 미시적 정책의 상위점을 살펴보았다. 물론 미시적 차원에서도 관료조직간의 정책경쟁, 정책 네트워크의 역할, 외압과 국내의 정책제도의 링케이지와 같은 유사성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미시적 차원에서의 한국과 일본의 정책에 대한 더욱 체계적인 비교연구는 거시적 유사성만을 강조하는 동아시아모델이나 발전국가모델과 같은 논의에 새로운 시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http://www.sshok.net/(2003.10.15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