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뱅크제의 붕괴-일본2003/10/15 293
제 5 장 메인뱅크제의 붕괴
메인뱅크시스템의 변천
긴밀한 관과 민의 관계와 함께 전후 일본의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이른바 메인뱅크(main bank) 제도이다. 그러나 관민관계가 크게 변질되는 것과 함께, 메인뱅크제 역시 붕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메인뱅크 제도는 어떠한 의미로서 전후 일본 경제발전에 기여했는가? 또한 지금 몰락의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매우 중요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이번 장의 목적이다.
시중은행(都市銀行)중 하나인 장기신용은행과 같은 메인뱅크가 전후의 일본경제의 발전에 공헌한 역할은 대단히 컸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아직 발달되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의욕이 왕성한 일본의 대기업에 자금을 제공한 것은 이들 대형은행이었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발달되지 않은 개도국과 ?사회주의국가에서 메인뱅크 제도가 관심을 끄는 것은 메인뱅크 제도가 같은 조건하에 있던 일본경제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가 전문가 사이에서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일본에서는 전후 금융을 지탱해온 메인뱅크 제도가 지금 붕괴 위기에 처해있다. 너무 말이 지나쳤다면 메인뱅크 제도가 “본질적인 의미에서” 커다란 변천이 전개되어 일본식 경제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1970년대까지는 메인뱅크 제도는 거의 완전한 형태로써 기능을 다해왔다. 그러나 금융의 자유화, 국제화와 함께 메인뱅크 제도가 형해화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메인뱅크 제도는 대장성의 규제(호송선단방식)의 테두리 안에서 안주해온 ‘국내용 구조’이었기 때문이다. 가령, 회사채발행과 같은 대체적인 자금조달시장은 엄격히 규제되고 주식시장을 통한 증자에 대해서는 시가발행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금조달수단은 어디까지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기업은 메인뱅크에서 자금공급의 대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금리규제의 철폐, 해외에서의 사채 및 시가주식발행의 자유화 등 금융자유화의 물결 속에서 메인뱅크가 아니라도 자금조달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제 예전만큼 메인뱅크에 의존하지 않게 되었다. 자유경쟁에서 자유로운 시장 참여와 퇴출이 인정되는 시장구조하에서는 일본의 시중은행과 같이 규제에 의해 성립된 특수한 존재는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메인뱅크에서 코어뱅크스로
1980년대 이후는 금융의 자유화, 국제화의 진전에 의해 국제적인 신용력이 있는 대기업은 서서히 메인뱅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80년대 중반 경에는 대기업과 메인뱅크의 역학관계는 역전되기 시작했고 빚을 갚고 금리부담을 경감하던 시기에 버블(거품경제)이 발생하였다. 메인뱅크는 과거의 모니터(monitor : 기업경영의 내용을 감시하는 기관)로써의 역할을 발휘할 수 없게되었고 담보만 있으면 누구에게도 융자를 확대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면서 이제 메인뱅크의 영향력은 결정적으로 약화되고, 대량의 불량채권을 안게된 은행은 예전과 같은 자금력과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한다. 또한 거품경제시기에 융자를 남발했던 것에 대한 국민의 지탄을 받게된다.
최근 기업과 은행간에서 “코어뱅크스(core banks)”라는 단어가 즐겨 사용되고있다고 한다. 코어는 중핵적이라는 의미, 뱅크스는 복수의 은행이다. 결국 과거 기업을 일원론적으로 보았던 것은 메인뱅크였지만 지금은 조건별로 최적의 조건을 지닌 은행을 기업이 기능본위로 선택해서 5∼6은행을 축으로 거래하게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은행은 여전처럼 산하기업의 자금공급에 관계되는 모든 면을 독점하고 경영면을 체크하던 역할에서 어떠한 분야에서 어떤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업에게 매력을 주는 은행이 될 수 있는가를 열심히 모색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저하된 메인뱅크의 영향력
메인뱅크의 영향력은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급속히 저하되었지만 전후의 일본경제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점은 분명하다. 이제 메인뱅크가 무너진 후 누가 그 역할을 맡을 것인가? 메인뱅크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게 된 사실은 논외로 치고 이를 대신하는 금융시스템은 아직 구축되어있지 않다. 국회와 언론의 住專문제에 관한 논의는 책임문제를 집중 추궁하기만 할뿐 일본의 금융시스템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점은 거의 의논이 없었다. 시대가 급격히 변해 가는 현 시점에서 일본의 금융시스템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여기에서 본장에서는 우선 메인뱅크제가 전후 일본경제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를 이론적인 관점에서 돌아보겠다. 메인뱅크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메인뱅크 붕괴의 본래 의미는 이해할 수 없으며 21세기를 향한 금융시스템의 개혁을 의논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다음에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자.
메인뱅크의 기능
메인뱅크가 수행해온 본질적인 기능은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monitoring)’이다. ‘모니터링’이란 감시를 말하는 것으로 기업이 조달한 자금을 낭비하는지의 여부와 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점검하는 기능이다. 교과서적인 자본주의모델에서 보면 기업경영을 감시하는 것은 주주가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법인간의 주식상호보유가 진행되어 주주에 의한 경영감시 기능은 완전히 형해화되고 있다.
이런 메인뱅크에 의한 ‘모니터링’은 상당히 교묘히 이루어졌다. 우선 장기적인 거래관계의 확립에 의해 기업정보가 메인뱅크에 축적되어있기 때문에 융자조건의 심사가 단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전혀 사전지식이 없는 기업이 융자를 부탁했을 경우와 비교하면 경영자와 그 회사의 기술력 등을 잘 알고 있는 계열기업의 융자신청의 경우가 훨씬 편하게 심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빌리는 기업과 빌려주는 기업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장기적인 기업과 은행관계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된다.
경제학용어로 하면 메인뱅크제의 확립이란 ‘대리인 비용(agency cost : 에이전시 코스트)’을 큰 폭으로 끌어내린다는 것에 있다. 대리인(agency) 관계는 기업과 은행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의뢰인(principal)’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리인(agent)’에게 일처리를 의뢰하는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관계이다. 그러나 의뢰인과 대리인은 다른 목적을 갖으며 정보도 같지 않다는 점이 보통이다. 즉 대리인 비용이라는 것은 대리인이 의뢰인의 희망대로 일을 수행해주지 않을 경우에 발생하는 비용 혹은 대리인이 의뢰인의 희망대로 행동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비용이다.
대리인 문제
대리인 비용(agency cost)문제는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에 밀접한 관계를 지닌 것으로써 경제학에서도 중심적인 연구과제로 되어있다. 가령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여기에서는 환자가 의뢰인(principal), 의사가 대리인(agent)이다. 환자와 의사의 사이에는 명백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즉, 환자는 의료에 대해선 의사가 최선의 치료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최선의 치료를 해주기를 바라며 여러 가지 궁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령 아는 사람을 통해서 신뢰할 수 있는 의사를 소개받는다든지 복수의 의사에게 보여 처방이 맞았는지를 파악한다든지 수술을 피하려는 노력은 누구라도 무의식적으로 하게된다. 이러한 의뢰인과 대리인의 관계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판에서 피고인과 변호사와의 관계, 중고차 딜러와 고객의 관계,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 등 누구에게 의뢰해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할 때에는 항상 이런 관계가 발생한다. 즉, 의뢰인의 목적달성의 정도가 대리인의(쉽게 관측할 수 없음) 노력여하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늘 이런 에이전시 코스트(대리인 비용)의 문제가 얽혀있다.
◐ 경영자본주의의 문제
기업에 관해서 라면 더욱 복잡한 대리인 비용(agency cost)문제가 항상 따라다닌다. 교과서식으로는 株主가 의뢰인(principal), 경영자가 대리인(agent)이다. 특히, 주주가 많은 숫자로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는, 경영자와 주주 사이의 정보격차가 커지고, 이른바 ‘소유와 지배의 분리’가 일반화된다. ‘소유와 지배의 분리’가 일반화되면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이 높아진다.
일본기업의 경우, 一般株主의 기업에 대한 감시는 극히 약하다. 미국처럼, 기관투자가가 경영자의 투자계획에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일본 일반주주들의 영향력은, 법인주식상호보유(法人株式持合い)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거의 무시된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메인뱅크이다.
일반주주는, 경영을 체크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단지 주가의 동향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그들은 해당기업의 경영계획이 의미하는 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없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은 투자가 있어도,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한다면 그것을 지지할 것이다. 이것이 전형적인 미국기업의 결점(경영자의 단기지향)으로 누차 지적되어온 점이다.
또한, 다수의 주주들에게 주식이 분산되어 있으면, ‘소유와 지배의 분리’가 진전, 주주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경영자가 말하는 것을 두말없이 따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이 경우에는 문자 그대로, ‘경영자자본주의(managerial capitalism)’가 실천되는 것이 된다. 어느 경우라도 주주에 의한 모니터링에 있어서는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이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 대리인 비용(agency cost : 에이전시 코스트)의 절약
일본특유의 메인뱅크 제도에서는 장기적인 거래의 지속에 의해, 의뢰인(principal)과 대리인(agent)의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을 극복할 수가 있다.
비민주적이라고 비난을 받는 일본의 시스템의 경우 확실히 형식적으로는 소수의 법인주주와 메인뱅크만이 주주를 대표해서 경영에 참가하고 있고, 일반주주는 의사결정의 과정으로부터 소외되어있다. 일본의 주주총회는 형식뿐이고 그곳에서 경영자가 파면되거나 실질적인 의논이 행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메인뱅크와 기업사이의 밀접한 관계가 정보의 분산을 막고, 경영이 주주의 바램으로부터 크게 이탈하지 않도록, 체크하는 기능을 해왔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메인뱅크에 의한 모니터링은 한 은행과 한 사업회사간의 대리인 비용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면, 메인뱅크(A은행이라고 하자)가 산하 사업회사의 융자 안건을 심사한 결과 승낙사인을 낸다고 하자. 그것을 본 다른 B은행은, A은행이 메인뱅크로서 융자에 승낙사인을 냈다는 것으로, 스스로는 심사에 참가하지 않고 그것을 신호로 그 기업에 대한 융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들의 산하에 없는 사업회사의 모니터링을 다른 메인뱅크에 위탁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신, A은행은 B은행에 대해서, B은행 계열에 있는 기업의 융자안건을 심사하는 역할을 ‘위탁’하고 있다. 이처럼 하면, 특히 장기적인 거래관계도 아니고 경영정보도 충분치 않은 기업에 대해서도 융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하는 利點(심사비용의 삭감)을 누릴 수 있다.
◐ ‘위탁된’ 모니터링
결국 메인뱅크는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모니터링을 위탁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메인뱅크가 어느 사업회사의 투자계획을 용인하면 다른 금융기관도 ‘메인뱅크가 인정한 것이므로 괜찮다’라고 생각하므로, 전반적으로 그 기업에 대한 신용이 증가, 자금조달이 용이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메인뱅크는 기업에 있어서 ‘신용의 원천’이 되어왔다. 이 같은 상호모니터링의 역할은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를 심사할 때의 정보코스트를 대폭 절약시켰다.
메인뱅크는 이처럼 산하기업에 대해서 필요융자액의 전액을 대출하지 않고 타은행에 협조융자를 의뢰하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로 메인뱅크에 의한 융자비율은 평균적으로 20%∼30%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특정기업에 집중적으로 융자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 밀착된 관계가 되면 냉정한 눈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당연히 청산해야만 할 파산기업의 케이스에서도 거기까지의 융자액이 너무나 거대했기 때문에 추가융자를 하는 등으로 해서 구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기업은 메인벵크가 반드시 궁지에 빠졌을 때에는 구제해 준다고 생각하게 되므로 경영판단이 무디어지게 되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메인뱅크에 의한 적절한 모니터링은 불가능하게 되어버린다. 메인뱅크끼리 서로 협조융자에 협력하는 것은 특정 기업에 대한 융자액을 일정수준 이하로 한정시키는 것에 의해 기업이 도산 위기에 빠졌을 때 냉정한 입장에서 구제해야 하는가 청산해야 하는가를 결정할 수 있는 제 삼자의 입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더욱더 중요한 점은 기업경영을 외부에서 컨트롤한다고 하는 모니터링의 역할을 실시한 것이다. 일본의 대다수 기업은 메인뱅크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계열에 속하고 주식을 상호보유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에서와 같은 주식시장을 통한 기업 컨트롤(예를 들면 업무성적이 나쁜 기업의 주가가 내려가면 이른바 TOB(주식공개매입)가 걸려, 경영자는 퇴진의 압박을 받는다)에 대신하여 대주주이기도 한 메인뱅크가 그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 통합적 모니터링
메인뱅크는 기업과의 장기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이용하여 평소 기업경영의 내용을 체크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예를 들면 거래결제구좌는 통상 메인뱅크에 집중되어져 있기 때문에 현금흐름을 항상 관찰할 수 있다. 메인뱅크는 기업경영이 순조롭게 가고 있을 때에는 우선 참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업무성적이 악화하기 시작하여 어느 수준을 밑돌게 되면 투자계획에 주문을 붙이거나 임원을 파견하는 것에 의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행동에 나선다. 혹은 步積み(ぶつみ), 兩建て(りょうだて)를 요구하고 실효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행동에 나서는 것도 1970년대에는 종종 있었다.
더욱 업무성과가 나빠져, 기업이 도산 위기에 빠지게 되면 메인뱅크로서는 이 기업을 구제해야 하는가, 청산해야하는가를 결정하는 입장에 선다. 메인뱅크가 언제라도 구제해 주리라는 기대가 지나치게 강하면 경영자는 안심하고 엉성한 경영을 계속할 것이고 미국의 은행들처럼 냉정하게 채권회수에 나서게 되면 기업과의 신뢰관계가 나빠져서 메인뱅크로서 ‘사정을 안 봐주는 은행’ 이라고 하는 낙인이 찍혀 버린다. 메인뱅크는 기업행동을 항상 관찰하면서 만일의 경우에 구제해야 하는지 어떤지의 판단을 한다는 ‘레퍼리(referees)’ 의 입장에 서 있게 된다.
어쨌든 간에 메인뱅크는 융자의 심사에서 시작되어 기업경영의 모니터링, 사후 청산, 구제처리까지 종합적으로 기업경영을 외부에서 감독한다고 하는 중요한 일을 담당해 왔다. Stanford대학 교수 靑木昌彦씨는 이러한 특징을 메인뱅크에 ‘통합적 모니터링이 전속적으로 위임되어져 있다’ 고 표현하였다. 업무성적이 어느 정도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한 메인뱅크가 경영에 개입해 오지 않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기업경영자는 어떻게든 하여 업무성적을 올리려고 하는 강한 인센티브를 가진다.
또한, 사후의 구제처리까지 메인뱅크가 떠 안는다고 하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메인뱅크에 대해서 경영정보를 은닉하는 인센티브를 지니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최악의 사태가 되었을 때에 중요한 정보가 경영자에 의해 은닉되어져 있다고 하면 그때에는 메인뱅크에 의한 구제를 기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하여, 만일 기업경영자가 보통 때부터 메인뱅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 상세한 경영정보를 제공한다고 하면 메인뱅크는 그 회사의 경영에 대해서는 일종의 공동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재무상의 위기에 있어서는 구제 수단이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구제일까 청산일까 라고 하는 판단을 메인뱅크에 맡기는 것이 기업경영자의 정보 개방을 촉진하는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 ‘보수(rewards)’ , ‘룰(rules)’ , ‘레퍼리(referees)’
메인뱅크제가 기업경영자에 기여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보수’, ‘룰’, ‘레퍼리’ 의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하면 ‘보수’ 는 첫번째로 어느 레벨 이상의 업무성과를 유지하고 있는 한 메인뱅크로부터 안정적인 자금공급을 받을 수 있는 점이다.
두번째로 높은 업무성적을 올리고 있는 한 기업경영자는 ‘剩餘利益’을 어떻게 처분해도 좋다고 하는 자유재량권한이 부여됐다고 하는 것이다.
세 번째, ‘보수’는 평상시에 경영정보를 메인뱅크에 충분히 개방하고 문제점에 대해서는 사전에 항상 상담을 하는 우호적인 메인뱅크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만일 불운하게도 업무성적이 악화된 경우에서도 메인뱅크는 재무 그리고 경영면에서 구제의 손을 뻗쳐준다는 것이다.
‘룰’은 이미 기술한 대로 첫째로 어느 일정 레벨 이상의 업무성적을 올리는 것, 둘째로 메인뱅크에 정보를 항상 제공해두는 것이다. 이것을 지키고 있으면 기업은 앞에 서술한 ‘보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룰’을 지키고 있는데도 메인뱅크가 마땅히 지급하여야 할 ‘보수’를 주지 않을 경우에는 메인뱅크의 평판이 나빠지고 기업으로부터 메인뱅크를 바꾸려고 하는 움직임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메인뱅크관계에 걸친 ‘레퍼리’는 말할 것도 없이 메인뱅크의 담당자라고 하는 것이 된다.
◐ 저하된 모니터링의 기능
그러나 메인뱅크에 의한 모니터링 기능이 여기에서 기술한 것 같이 완전한 형태로 작용한 것은 아마 금융의 국제화, 글로벌화, 자유화가 본격화되기 이전의 1970년대까지 일 것이다. 80년대가 되면 금융의 자유화, 국제화의 파도가 일본 경제를 뒤덮게 된다. 그 결과 우량 대기업은 유럽시장 등 국제적인 장소에서 간단히 자금조달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70년까지와는 달리 메인뱅크에 부탁하지 않으면 투자계획을 재정조달 할 수 없는 사태가 없어졌다. 기업경영자는 자금조달 능력을 배경으로 이미 메인뱅크에 경영을 모니터링 당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또는 다음과 같은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의 자동차, 전기, 공작기계 산업 등 압도적으로 경쟁 능력을 갖게 된 업계에서는 자금조달 능력이 다양화 된 것과 함께 기술 레벨로 완전히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 예전의 메인뱅크는 기업이 제안한 투자계획에 대해서 그것이 시장의 상황, 정부의 산업정책, 기술력 등에 비추어서 어울리는 계획인지 어떤지를 평가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왜냐하면 일본경제가 아직 선진국들과의 격차해소 단계에 있던 때에는 선진국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에 산업이 발전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 꽤 명확한 평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산업이 세계의 프론티어에 도달하기 시작하자 기술평가가 어렵게 되고 메인뱅크의 실사 능력은 현저하게 저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미국형 모니터링의 조직
미국에 있어서의 기업 모니터링 조직은 일본과는 크게 다르다. 그 이유는 미국이 시장경제체제라는 의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국가라는 것에 비해 일본은 메이지이후 규제가 강한 도상국형의 시스템에 의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도는 일본과는 달리 교과서적인 주식시장을 통한 외부 조절에 기초한 제도이다. 경영자는 주주의 대리인(agent)으로서 위치를 부여받고 있기 때문에 주가 최대화에 노력하지 않는다고 간주된 업무성적불량의 경영자는 주주 총회에서 파면되거나 주가가 하락하면 인수금지 조치가 취해져 직분을 잃게되고 만다. 실제 경영의 장에 있어서도 회사 외의 이사가 눈을 번뜩이며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을 손상하는 듯한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지 늘 체크하고 있고 감사역의 권한이나 책임도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다. 물론 경영정보의 상세함에 대해서는 주주나 이사보다는 경영자 자신이 확실히 숙지하고 있어서 이 조직이 어느 정도 실질적으로 일하고 있는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주주의 이익이 지켜지는 제도적 조직이 정비되어 있다.
또한 대기업의 경우에는 은행 차입은 마이너스적 자금원이고 오히려 채권인수를 행하는 투자 은행이 자금 공급에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다한다. 또는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벤처자본(venture capital)이 위험, 돈을 공급하고 어느 정도 성공하고 나서는 NASDAQ가 윤택하게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보통의 상업은행은 일반적인 기업에서의 융자를 보증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금융이나 출자는 상대기업의 기업상태나 필요에 맞춰 여러 가지 형태의 기관이 투자 안건의 실사에 책임을 지게하고, 메인뱅크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일본 은행의 시스템과는 크게 다르다. 경영위기에 빠진 기업에 대해서는 파산재판소가 법적 수속에 입각해서 파산, 경정, 청산 등의 수속에 들어가게 된다. 이처럼 미국의 시스템에서는 기업의 외부 조절이 각 전문기관에 분산되어 모니터링 기능이 분담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통합적 모니터링을 위임받은 일본의 메인뱅크제도와는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다.
◐ LBO는 경영효율을 끌어올린다
M&A가 대리인(agency)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견해가 있다. 1980년대의 미국은 M&A의 폭풍이 거칠게 불어 닥쳤다. 특히 LBO에 의한 기업매수는 미국의 금융계를 뒤흔들었다. 사실 88년에는 LBO에 의한 기업매수는 770억 달러의 거액에 달한 것이다.
LBO라는 것은 시장에 성장되어 있는 공개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그것을 통합하여 채무에 옮겨지게 해서 비공개화하는 것이다. 물론 그 후 비공개화 된 기업을 매각하는 것도 사업내용을 개편하고, 재건축하는 것도, 경영진을 쇄신하는 것도, 매수에 성공한 소수의 LBO association에의 자유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LBO의 만연은 미국산업에 파멸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현실의 사정은 어찌되었건 1990년대에 들어와 미국의 제조업은 오히려 활기를 되찾고 있다. LBO는 쇠퇴경향을 계속 보이는 미국산업에 대한 경고 혹은 재생책으로서의 역할도 있는지 모른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젠슨 교수는 198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것은 무책임한 공개기업의 경영을 바로잡고 조직의 경영 효율과 종업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라고 해서 LBO의 효용을 지적하고 있다.
즉 공개되어져 있는 상장기업의 경영자는 많은 경우 주주가 정말로 요구하는 것과 같은 적절한 경영을 행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소유와 지배의 분리’가 진행한 상황하에 있어서는 일반주주에게 이것을 시정할 수 있는 힘은 없다. 이 때문에 경영의 내용을 충분히 체크하고 소인원에 의한 경영감시를 실현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분산화한 주식을 사 모아 그것을 채무에 옮겨두고 주식을 비공개화하는 일, 즉 LBO에 의한 기업매수가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 메인뱅크 제도의 붕괴의 함정
실제 일본기업은 1980년대에 와서 급속히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오지만 한편 미국기업은 그것과는 전혀 다르게 급속히 채무비율을 높여왔다. 70년대에 있어서의 일본 주요제조업 350사, 미국의 주요제조업 500사의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21.3%, 52.5%로 압도적으로 미국의 자기자본비율이 높았지만 89년에는 일본이 38.5%, 미국이 31.7%로 역전되었다. 그리고 일본의 대기업의 은행융자 의존의 저하에 의해 이 경향은 90년대에 들어와서도 지속되고 있다.
젠슨 교수는 이같은 재무구성의 역전이 일본기업에 있어서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시사한다. 즉 자기자본의 충실에 의해 ‘일본의 경영자는 점점 제약에서 벗어나 외부로부터의 감시도 받지 않게 되었다’는 것 때문에 예전부터 미국의 공개 기업처럼 쓸데없이 많은 경영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고 있다.
젠슨 교수의 예언은 훌륭하게 적중했다. 일본경제는 메인뱅크의 모니터링 기능의 급격한 저하, 무제한의 재테크, 융자, 방만한 경영의 위험에 닥쳐져 있다. 그 결과 과대한 투자(설비투자뿐만 아니라 금융자산에의 투자를 포함)가 행해져, 일본기업의 업무성과는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한편 미국기업의 수익률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 대폭 개선되어 그것을 반영해 뉴욕주식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96년 2월 현재 5년전에 비교해 2배 이상의 가격상승을 실현하고 있다.(다우평균 5500달러 전후)
더욱 미국 기업의 수익 개선이 어떠한 사정에 의해 가져지게 되었는가는 의논의 여지가 있고 간단히 LBO에 의한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의 저하 때문이라고 하는 결론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적어도 일본기업에의 모니터링이 메인뱅크제도의 형해화로 등한시되는 것, 그것이 일본기업의 업무성과를 악화시킬 거라고 하는 점에 관해서는 젠슨 교수의 예언은 적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변질하는 금융행정
지금까지 알아본 것과 같이 메인뱅크가 성가신 기업경영의 모니터링을 맡아온 것은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인뱅크 제도를 지탱해온 금융환경이 변화를 시작하자, 금융업계와 행정당국의 밀실관계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융이 점점 글로벌화되고 자유경쟁이 규칙이 되기 시작하자 ‘보수’ ‘룰’ ‘레퍼리’에서 나오는 인센티브 메커니즘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또한 호송선단방식이 붕괴되기 시작하자 종래와 같은 큰 잉여이윤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고, 대장성 당국과 은행사이의 의견대립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대장성의 지시대로 따르는 것이 ‘보수’라는 점에서 유리하다고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장성의 의향을 존중하는 것보다 국제적인 규격에 맞추어 경영전략을 짜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하게 되었다. 이것은 은행행정에 있는 ‘관’과 ‘민’사이의 밀접한 관계가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글로벌화·자유화가 진행되는 상황하에서는 대장성과 은행업계의 긴밀한 조화관계는 시정 될 필요가 있고, 지금까지의 ‘보수’ ‘룰’ ‘레퍼리’로부터의 인센티브 메커니즘은 시장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 이유는 금융비즈니스의 글로벌화 때문이다. 일본의 금융시스템은 지금까지 규제에 쌓여 일본국내에서만 이윤이 올라가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금융이 국제화되면서, 일본의 금융제도는 세계금융시장의 기준인 영국 미국형 시스템(시장 메커니즘)과 제도적으로 달라 세계시장으로부터 외면 당하기 시작했다. 일본은행이 국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가 높아지는 소위 ‘저팬 프리미엄’이 바로 이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일본의 금융이 글로벌 비즈니스에 성과를 내려고 한다면, 시장 메커니즘을 주체로 한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 시장이 요구하는 투명성
일본의 전통적 행동방식은 많은 규제분야에서 ‘관’이 민간의 행위를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시대가 변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규제분야에서 시장대신에 관료가 평가를 하고 있다. 은행은 두터운 행정규제속에서 대장성의 허가를 기다려야만 한다. 지금도, 은행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면, 다른 은행이 개발하기까지는 그 상품의 발매를 허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금융상품을 솔선해서 개발하려는 의욕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일본의 은행이 상품개발력에 있어서 국제경쟁력이 없다고 하는 이유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투명성’이다.
시장 메커니즘 하에서 ‘보수(rewards)’는 시장 참가자에 의해 결정된다. 소비자의 요구에 잘 대응하는 상품, 서비스 공급에 성공한 기업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상승하고 자본 조달이 쉬워진다. 반면 실패한 기업은 주가하락, 도산이라고 하는 부담의 ‘보수(rewards)’가 따라다닌다. ‘룰(rules)’은 시장 메커니즘이 정당하게 기능하기 위해 담합이나 카르텔, 내부자거래 등을 금지하는 독점금지법 등과 같은 법체계이다. ‘레퍼리(referees)’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증권감독위원회 등의 당국과 시장 참가자 전원이다. 위반행위를 적발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증권거래위원회 등이고, 위반이 없는 상황하에서는 누가 성공자이고 실패자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대장성이 아니라 세계의 소비자·투자가이다.
◐ 중대범죄가 되는 정보은닉
시장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와 같은 밀실협의는 중대한 범죄행위가 된다. 왜냐하면 ‘심판’은 시장에 참가해 있는 투자가이기 때문이다. 투자가는 어떠한 사건이라도 빨리 알 권리가 있다. 이러한 사건에 의해 투자가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를 판단하는 것이 시장 메커니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시장(국민)에는 알리지 않고, 밀실에서 당사자만으로 결정을 해 나가는 의사결정 방법은 요즈음과 같이 국민의 정보개방 욕구가 높아지고, 또 일본경제가 깊이 국제사회에 개입된 상황 속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일본은행이 세계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행정당국간의 불투명한 관계를 청산하고, 타 은행에 없는 독특한 고품질의 서비스로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는 체제로 빠르게 변신해야 한다.
◐ 신시대의 금융 시스템을 향해서
‘관’은 시장 메커니즘이 잘 기능할 수 있도록 독점금지법의 강화를 꾀하고, 부당한 경쟁 제한적 행위를 단속하는 넓은 의미의 ‘경쟁 인프라’ 정비에 노력해야 한다. 물론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겠지만 그 때에도 개입의 의미나 개입의 내용에 대해서는 항상 정보를 개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http://www.sshok.net/(2003.10.15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