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포위하고 북한을 견제하라-김진균/김승국 2002/08/31 368

“중국을 포위하고 북한을 견제하라”

미·일 패권과 아시아의 평화 (2)

김진균/김승국

2. 미·일 군사동맹의 강화

1) 미국의 아시아 안보전략

초국적 자본의 신자유주의 전략을 엄호하는 미국의 아시아 안보전략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① 미군 10만 명 주둔체제. ② 미-일-한 군사공동체 강화. 특히 미-일 동맹을 미-영 동맹 수준으로 격상. ③ 냉전시대의 소련 위협론을 대체하는 북한 위협론. ④ 중국 위협론(신종 黃禍論)을 앞세운 중국포위 전략.

부시 대통령은 세계전략의 거점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 ‘중국 포위-북한 견제’를 뼈대로 하는 새 안보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부시 정부의 새로운 안보전략은 미사일 방어망(MD)의 구축과 윈­윈(Win­Win) 전략의 폐기에 있다. 새 안보전략의 목표는 세계 최강의 미군 만들기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군사 혁신(RMA; Revolution of Military Affairs)이다.

윈­윈 전략은 중동과 한반도라는 두 전쟁터에서의 ‘큰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구상이다. 중동의 후세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주도하는 ‘깡패국가들’을 지도에서 없애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약소국가를 상대로 큰 전쟁을 획책하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다. 특히 북한을 희생양으로 거대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게 무리이다. 북한 위협론의 질량이 소련 위협론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것없다는 데 미국 쪽의 고민이 있다.

미국이 그 동안 북한이라는 가상적의 몸집을 부풀릴 대로 부풀렸으나 미사일 방어망을 강행하는 데는 체중 미달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하여 새롭게 중국의 위협론을 동장시킨다.

2) 중국 위협론의 부상(浮上)

중국은 옛 소련처럼 미국에 대칭적인 위협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비대칭적 위협(중국경제의 고속 성장, 중국군의 장거리 미사일 보유·사이버 전쟁수행 능력 등)’으로 미국의 국익이 도전 받을 것으로 예단하고, 이를 사전에 차단해야한다는 게 미국 새 안보전략의 핵심내용이다.

중국은 2000년 1월 신해양전략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은 중국의 방어선을 G라인(Green Line ; 尖閣諸島/釣魚諸島―대만―보르네오)에서 B라인(Blue Line ; 쿠릴 열도―마리아나 군도―파푸아 뉴기니)으로 확장한다는 내용이다. 랜드 연구소의 보고서 등 미국의 새 안보전략 관련 문서들은, 중국의 이러한 해상교통로(Sea Lane) 확장에 대한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 B라인은 미?일 군사동맹의 해상 수송로(자본?자원 수송로)와 중첩되므로 첨예한 갈등을 예고한다. B라인 등 아시아의 바다를 차지하기 위한 ‘미?일 군사동맹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위협론의 부상은 10년 전 파월 통합참모본부 의장(현재 미 국무장관)이 고안한 ‘깡패국가 위협론과 윈­윈 전략의 짝짓기’가 남루해진 현상과 관련이 있다. 남루해진 윈­윈 전략을 폐기하고 ‘중국 위협론―새 안보전략 짝짓기’를 통해 미사일 방어망을 추진하겠다는 게 부시 정부의 새 안보구상이다. 미?일 군사동맹체의 공동작품이 될 미사일 방어망은 중국과 북한의 영공에 덮여질 것이다. 여기에서 아시아의 하늘을 차지하기 위한 ‘미?일 군사공동체와 중국 사이의 갈등’이 예상된다. 이미 아시아의 육상에는 10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면서 중국과 북한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3) 일본의 위상 높이기

아시아의 하늘?땅?바다의 패권을 에워싼 ‘총성 없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미?일 군사동맹을 미?영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키려는 미국은, 일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유사법제(有事法制)를 요구하고 있다.

부시 정권은 아시아·태평양의 지배권을 일본과 나누어 갖는(power sharing)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미·일 동맹의 미·영 동맹화가 필요하고 일본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도록 헌법개정을 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아미티지의 보고서(Armitage Report)에 나와 있는 이러한 구도가 일본 지배불럭의 군사·정치 대국화 야망에 불을 지르고 있다.

아미티지는 일본의 평화헌법 제9조(집단 자위권·교전권 금지 조항)를 파기해야한다고 역설한다. 일본 지배불럭은 ‘미국과의 안보분업을 통한 중국·북한의 포위·견제’ 전략에 회심의 미소로 화답하며 유사법제 체제를 다져나가고 있다.

4) 왜 유사법제인가

일본의 유사법제는 자본-군사-정치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자본의 요구를 살펴본다. 미국의 초국적 자본과 협업체제를 갖춘 일본계 초국적 기업들은, 자본의 수송로(Sea Lane)를 확보?확대하기 위해 ‘일본의 普通國家化(보통의 나라들처럼 상비군을 보유하자)’를 지향하고 있다. 그 동안 평화헌법 개정에 앞장서지 않았던 일본의 거대자본가들은 일본 기업의 다국적화 경향, 원유 수송로 확보, 일본 자본의 안전보장을 미국에만 맡길 수 없는 점 등을 내세워 개헌에 찬동하고 있다. 즉 “세계화되는(globalized) 일본 자본을 ‘상비군으로서의 자위대’가 보호해야하므로, 자위대의 활동반경이 일본 영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본의 요구를 받아들인 일본의 ‘국방족(國防族)’들은, 자위대의 행동반경을 해외로 넓히기 위한 집단적 자위권 발동을 위해 (이를 제어하고 있는) 평화헌법 깨기에 나섰다. 유사법제안은, 주변사태법의 모호한 ‘주변 개념’을 둘러싼 논쟁(지리적 개념이냐 아니냐)을 제치고 국회동의 없는 전쟁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주변사태법의 저촉을 받지 않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국방족의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자위대가, 부시 정권이 추진하는 ‘전쟁의 세계화’를 후방지원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적극적 ‘참여’의 길을 터놓겠다는 뜻이다. 북한군?필리핀 반군을 상대로 한 미국의 반테러 전쟁 구도에 자위대가 참여함으로써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일본의 자본과 국가권력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판단 아래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가 높을 때 유사법제를 빨리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군대처럼 자위대를 세계 어느 곳이든 파견되는 군대로 만들겠다는 의도는 2차세계대전을 도발한 ‘일본 군국주의-국가주의’의 부활 의혹을 받게 한다. 이러한 의도는, 전후 민주주의의 보루이었던 평화헌법과 아시아의 평화를 동시에 위협한다. 여기에서 유사법제 등을 통한 ‘미?일 패권의 아시아 평화 파괴’를 저지하기 위한 대응이,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모든 사람에게 시급한 과제로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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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6월항쟁 계승 반전평화 대회 위원회가 6월 21일 수운회관에서 개최한 ‘국제 반전평화 포럼’의 한국측 발제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