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미신가이드라인과 한반도위기2 이시우 2001/05/01 325
일미신가이드라인과 한반도위기 자료집2
당시 가이드라인은 안보조약 규정대로 일본국 시정하에 있는 영역“에 외부의 무력공격이 가해질 경우’에만 군사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5조1항) 자위대 활동영역은 `일본유사’시 `자국방위에 한정’된다는 것이었다. 미군의 일본주둔도 ‘일본의 안전 및 극동의 국제평화와 안전유지에 기여’(6조)하기 위한 것으로 한정됐다. 이는 옛소련의 일본침공 등을 상정한 냉전시대용 대응체제였다.
그러나 냉전 붕괴로 주적 소련이 사라진 뒤 걸프전쟁과 북한 핵위기 등을 거치면서 미국은 미일안보동맹체제 확대강화를 아시아 전략의 근간으로 삼는 동아시아전략보고를 작성(95년)했다. 일본은 같은 해에 신방위계획대강으로 호응했다. 그 종합판이 96년 4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 전 일본총리가 발표 한 미일안보공동선언이며, 이를 위한 새로운 운영체계가 가이드라인의 개정판(지금의 새 가이드라인)이다.
97년 9월 확정된 새 가이드라인은 `일본유사’사태보다는 `일본주변유사’ 사태 대응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자위대는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는 않지만 미군 후방지원 명목으로 활동영역을 일본 바깥으로 무제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이 새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 관련법안이며, 그것은 주변사태법안, 자위대법개정안, 미일물품용역상호제공협정(ACSA) 등 3개로 구성돼 있다. 특히 주로 한반도 유사사태를 상정한 주변사태법안은 일본이 미군에게 보급, 수송, 수리, 의료, 하역 등을 지원하고 조난미군 수색구조, 외국선박 검사도 하도록 하고 있으며, 민간공항과 항만을 제공하고 지방자치체도 협력을 하도록 규정해 `미군 전쟁수행협력을 위한 국가총 동원체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신문 4월 27일
사설 : 일본 주변사태법의 문제점
일본의 자민․자유․공명당 등 3당이 26일 그동안 일본 정치권의 최대 쟁점사안이었던 주변사태법안,자위대법 개정안,미일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 등 미일 방위협력지침 관련 3개법안 수정안에 최종 합의해 중의원 가이드라인 특별위에서 통과시켰다.이들 법안은 3당이 양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5월 하순까지 국회통과가 거의 확실하다고 한다. 이로써 미국은 아시아전략의 초석인 일본과의 동맹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일본 보수세력도 자위대의 위상과 역할강화라는 숙원을 풀게 됐다.그러나 이들 법안의 통과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안보정세에 만만찮은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특히 3개 법안중 핵심인 주변사태법안은 우리의 각별한 경각심과 주의를 요구한다.
먼저 이 법안은 일본자위대의 집단자위권 발동을 합법화하고 있다.이 법안에 따르면 일본 주변에 유사사태가 벌어져 미국이 군사개입을 할 경우 일본은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미군을 지원할 수 있게 돼있다.말이 미군에 대한 후방 병참지원이지 사실상 일본자위대의 집단자위권 발동과 해외파병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전쟁의 항구적 포기와 오로지 일본영토만을 지킨다는 전수방위를 규정한 평화헌법은 이 하위법에 의해 실질적으로 사문화된다.
더욱 맹랑한 것은 `주변사태’가 한반도 유사사태를 가리킨다는 사실이다.일본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이 한미 연합군,유엔군,미군 단독 등 어떤 형태로 한반도 전쟁에 개입하든 일본은 미군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가령 북한에서 내전이나 쿠데타 등이 터져 미군이 개입할 경우에도 일본 자위대가 미군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여러가지 가상사태와 관련해 몇가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첫째 북한의 명백한 도발로 전쟁이 일어나면 한․미 연합군은 당연히 반격을 하겠지만,이 경우 일본이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변사태법에 근거해 미군지원의 형태로 전쟁에 참여하면 우리 정부는 이를 무조건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둘째 극단적인 가정이긴 하지만,만약 미국이 어떤 이유에서든 북한에 선제공격을 하고 일본이 병참지원에 나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정부의 대비책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미국은 이제 일본의 든든한 병참지원을 확보한 만큼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전쟁을 일방적으로 일으키지 말란 확실한 보장이 없다.미국은 지난 94년 북한 핵위기때 극비리에 선제공격을 검토한 전력이 있다.최근 미국주도 나토의 유고공습도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다. 정부는 이런 국민들의 우려와 궁금증을 인식하고 대비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
[미․일방위협력지침] 한국정부 입장 매우 신중…논평유보
일본의 주변사태법 등 신 미․일방위협력지침(신 가이드라인) 관련 3법의 중의원 통과를 보는 한국정부의 입장은 매우 신중하다. 정부는 주변사태법, 자위대법 개정안, 미․일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 개정안 등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주는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했는데도 `28일부터 시작될 참의원에서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로 공식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이렇게 소극적이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데는 이 법이 가지는 상충성 때문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북한과 한국이 현실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과 일본의 방위협력 강화는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면서 ‘그러나 아직 일본의 침략이 생생한 국민들로서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한․일간의 안보협력이 필요하고 강화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므로 앞으로는 일반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일간 신뢰구축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7월에 한일해군간 수색․구조활동을 벌이는 것도 그 초보적인 단계이며, 앞으로 이런 안보협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는 신 가이드라인 법안 통과에 대해서도 일본쪽에 △투명성을 보장하고 △주권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상호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는 수준의 요구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주변사태법 가운데 사실상 한반도 사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는 ‘방치하면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태’, 즉 `준유사’ 조항에 대해서도 ‘일본헌법이 집단자위권을 인정하지 않고, 일본이 우리와 협의과정에서 전수방위 3원칙의 틀을 지키겠다고 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외국의 영해 안에서 해당국의 동의를 얻어 조난자 구조를 가능하도록 한 자위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이 부분은 우리의 양해를 얻어야 될 사항이고 일본도 그런 경우는 그렇게 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내정간섭과 주권침해라고 맹렬히 반발하고 있는 북한과 중국 등 관련국가의 반응과 매우 대조적인 것이다. 정부가 미․일과 협력틀 속에서 북한을 개방하고 국제사회로 이끌어내겠다는 포용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일본의 가이드라인 관련법 통과가 단기적으로는 북한과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 냉기류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태규 기자
한겨레신문 4월 28일자
[일본] 오부치 총리 오늘 방미
【도쿄=한승동 특파원】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가 미-일 안보동맹강화 등 양국간 협력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9일 미국 방문길에 나선다.
다음달 3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1주일간 미국에 머문 뒤 5일 귀국하는 오부치 총리의 이번 방문은 일본총리의 미국 공식방문으로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이래 12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오부치 총리는 이번 방문중 클린턴 대통령에게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법안 처리내용을 설명하고, 대북정책 공조를 재확인하는 한편 유고사태와 관련한 대미협력 의사를 표명하는 등 두 나라 안보동맹관계 강화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들은 또 일본의 경기대책, 무역마찰, 아시아 경제위기 대처방안 등 경제현안들도 논의할 예정이다.
미일 방위협력체제: ‘동아시아판 나토’ 이심전심
29일 미국 방문길에 오르는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의 발걸음은 최근 일본 역대총리들의 어떤 방미에 비해서도 가볍다.
5월3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의 초점은 미-일 안보동맹체제 확대강화 재확인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오부치 총리가 이를 위해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법안 처리라는 확실한 `선물´을 들고 가기 때문이다. 미국도 자민․자유․공명(자자공) 3당의 국회 다수파 연합체제를 통해 대미협조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오부치 정권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고 있다.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무역마찰이나 일본 추가경기대책, 아시아 경제상황 공동대응 등 경제문제도 주요 의제가 되겠지만 26일 워싱턴서 열린 주요7개국(G7) 재무․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이미 상당부분 걸러진 상황이다. 게다가 투자유치 등을 위해 동행하는 경제인들이 역할을 분담한다.
가이드라인 관련법안 처리는 95년 미국이 냉전붕괴 뒤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중심으로 아시아전략을 재정립한 `동아시아전략보고´ 발표 이래, 96년 4월의 미-일 신안보공동선언, 97년 9월 가이드라인 합의로 이어진 미-일 안보동맹체제 확대강화작업을 일단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것은 일본방위 중심개념이었던 미-일안보조약 자체를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확대하는 사실상의 개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의 양국정상 회동은 이를 마무리하는 선언적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안보동맹체제는 미국 안보전략상 유럽쪽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더불어 쌍두마차와 같은 존재다. 유고사태처럼 유럽쪽에 주일 미군 군사력의 일부까지 이동해 전력을 집중할 경우 아시아쪽 공백을 자위대 전력이 일정부분 메우는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자위대 역할은 무제한 확대될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자청했고, 오부치 총리는 이번 방미중 2억달러 규모의 유고난민 및 주변국 지원금 갹출을 약속함으로써 미국의 전략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거듭 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정책에서도 두 나라간 이견은 없다.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한 하와이 고위당국자협의 등을 통해 한-미-일 3국간 대북 공조체제 골격은 이미 확정된 상태다.
그러나 일본 국내외에서는 오부치 정권의 이런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 맹목적일 정도의 대미추종 자세와 평화헌법체제의 포기, 나토의 신전략개념에 대한 러시아쪽 반발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중국쪽 대응조처 등이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에 새로운 냉전질서를 조성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 대북억제 효과를 명분으로 내세우기에는 동아시아 안보질서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는 미-일 안보동맹체제 확대강화의 위험부담이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 관련법안 처리과정에서 확립된 자자공 3당연합체제를 토대로 9월 자민당 총재선거 이후까지의 장기집권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오부치 총리에게 가이드라인이란 선물을 매개로 미국의 지지를 얻어 `식은 피자´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미국 또한 일본쪽 자자공체제를 환영하고 있다.도쿄/한승동 특파원
[가이드라인] 중․러․북, ‘미-일 방위지침’ 강력비난
【도쿄=한승동 특파원】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의 일본 중의원 통과에 대해 일본 국내외에서 비판의 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7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은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강한 우려를 무시하고 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노린 관련법안을 가결했다’며 ‘이는 국제정세가 긴장완화쪽으로 가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뿐 아니라 이 지역 안전에 새로운 불안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외교부는 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대만을 주변사태에 포함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히고 ‘중일관계를 손상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일본에 경고했다.
러시아 외무부 간부는 이날 가이드라인 관련법안에 대해 ‘일정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마이니치신문>이 28일 <타스통신>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북한도 2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방위지침법안이 성립될 경우 미일간의 군사적인 결탁이 더욱 강화돼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전쟁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난했다.
한편 `전쟁은 싫다. 헌법9조를 지켜라. 신가이드라인법 반대 여성 대집회 준비회’ 등 여성단체들은 다음달 7일 도쿄 히비야 야외음악당에서 가이드라인 반대 여성 대집회를 연 뒤 국회의사당까지 가두시위를 벌이기로 하고 28일 긴자 등 시내에서 가두선전에 들어갔다. 이들 단체들은 가이드라인 관련법안에 대해 ‘헌법을 위반하고 미국의 전쟁에 협력하게 하는 것’이라며 국회 최종통과를 저지하자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27일에는 `신가이드라인과 그 입법화에 반대하는 국민연합회´ 등이 히비야 야외음악당에서 5천명(주최쪽 발표)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반대집회를 열었으며, 중의원 본회의장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 가 법안 가결 순간 ‘반대’ 등을 외쳤다.
그러나 제임스 루빈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기자회견에서 ‘(가이드라인)법안심의 진전을 환영한다. 성립되면 미일은 모든 위기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법의 조기성립에 대한 강력한 기대를 표명했다. 또 대만 국방부도 27일 관련법안이 ‘경고적인 작용을 하며 대만해협 안정에 기여한다’고 환영했으며, 국민당 간부는 ‘대만해협이 주변사태에 포함되는 것은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신문 5월 29일자
[미․일가이드라인] 정부 “긴밀한 사전협의 기대”
정부는 29일 일본의 신 미․일 방위협력지침 관련 3법안의 중의원 통과에 대해 외교통상부 당국자 논평을 통해 ‘이 법안이 일본의 주변사태 발생 때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미군의 군사활동을 후방에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지역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법안의 운용에 있어서 일본이 우리의 영역과 관련된 사항과 주권적 권리에 관한 사항에 관해 앞으로도 사전에 긴밀한 협의를 유지할 것을 기대한다’면서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성있게 이를 시행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태규 기자
[일본] 오부치, 클린턴과 회담때 북-미-일협의체 제안할듯
【도쿄=연합】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다음달 3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일본, 북한 3국간의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오부치 총리는 현재 북-미간에 진행되고 있는 미사일 협상에 일본이 새로 참여하는 형태로 3자 협의를 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오부치 총리는 이와 함께 현재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국간에 이뤄지고 있는 한반도 평화 협상을 일본과 러시아가 참가하는 6자 협의로 확대할 것도 요청할 것이라고 신문은 말했다.
일본의 3자 미사일 협의 제안은 지난해 8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같이 일본 안보에 관계되는 미사일 문제의 해결에 직접 관여하는 한편 북한과 새로운 대화의 창구를 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⑵연설문「미-일 방위협력지침 관련법안통과를 반대한다.」
이장희/한국외대 교수․국제법
19일 일본의 오부치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주요한 방한목적 중의 하나는 현재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 심의중인 미-일방위협력지침 관련 법안을 한국정부에 설명․이해시키는 일이다. 미-일방위협력지침이란 미국의 아시아전략보고서(1995)에 호응해 미․일이 공동으로 96년4월 발표한 `미-일안보공동선언’에 근거 한 것으로, 미-일안보동맹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다. 이 공동선언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3번째로 최종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이 97년 9월27일 확정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 중의원 본회의는 국내외의 여론을 의식해 이 미-일방위지침의 국내시행을 위한 관련 국내법안 심의를 미루어오다가 북한의 인공위성 위협을 계기로 고양된 국민의 보수정서를 이용해 드디어 지난 12일부터 심의하기 시작했다. 지금 일본의 정치권 분위기를 보아 이 법안은 통과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미-일방위협력지침에서 우리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사항은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이 탈냉전 이후에는 일본의 유사사태에서 일본주변부의 유사사태(한반도 유사사태)로 확대 적용 되도록 바뀐 것이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일본은 미군의 작전을 돕기 위해 한국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동적으로 한반도의 국가영역에 진입할 수가 있다. 이 경우 판단주체가 사실상 한국이 아닌 미군쪽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유사사태 결정여부는 미국의 동북아시아 이해에 따라 판단되기 쉽다.
과거 식민지라는 악몽의 역사를 가진 한국인으로서는 이러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어떤 명분으로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나아가 지나친 미-일안보동맹체제의 강화는 일본 군사대국주의의 아시아 전역 확대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주의를 자극하고 나아가 동북아 전체에 긴장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긴장조성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조성에는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미-일방위협력지침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지하는 적극적 기능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적 도발 억지는 근본적으로 미-일, 북-일 관계의 정상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일본은 미-일 동맹체제의 강화보다는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인공위성 시험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여 일본 우익정권의 군사대국주의를 확대하고 미국 강경파들이 미국군수재벌의 이해를 충족시키는 데 한반도가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미 중국도 일본 주변의 유사사태에 대만문제가 포함되는 것과 관련해 미-일방위협력지침에 강한 반발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과거 1906년 미-일간 가스라태프트밀약과 53년 샌프란시스코평화 조약에서 미국의 일본 편향식 외교는 한반도 운명에 불행한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소망은 분단의 사슬을 끊고 금세기내에 평화통일을 성취하는 일이다. 그러나 미-일방위협력지침은 일본과 미국이 우리 민족의 소망인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비극을 자초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원컨대 일본 주변 유사시에 한국주권과 관련된 내용은 반드시 한국과 협의하도록 사전협의조항의 제도화 등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불행한 역사가 두번 다시 반복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 오부치 총리가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현재 중의원 본회의에서 논의중인 미-일방위협력지침 관련 3개 법안 중 한반도와 관련된 유사사태를 상정한 `주변사태법안’을 즉시 철회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