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실재 세계를 이해하는 범주로서의 체계2002/09/09
(2) 실재 세계를 이해하는 범주로서의 체계
과학기술의 발전은 자본주의, 사회주의를 망라해서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객관적 실재로서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과학기술이 밝힌 체계라는 범주는 독일의 관념론 철학자 루만에 의해 체계이론으로까지 일반화되었습니다. 체계적 관점은 회사 등의 조직체에 대한 활용에서부터 과학등 학문일반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되어 있습니다. 체계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1) 체계
한비자에 나오는 “쓰는바”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기서 물일을 하는 가족과 장수는 똑같은 요소(겨울에 물일을 해도 손이 트지 않는 비법)를 가지고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장수는 그의 대국적 속성을 발휘했고, 물 일하는 가족은 개인주의적, 가족주의적 속성을 나타냈습니다. 장수는 국가적 관계의 구조 속에 있었고, 그 가족은 가정적, 향리적 관계의 구조 속에 있었기에 그 속성도 각기 달랐고 한가지 요소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처럼 통합체계는 대상들의 총체적 역할을 합니다. 이때 대상들의 상호 작용은 각 체계의 구성 요소들이 이전에 소유하지 못했던 새로운 통합적 속성을 발생시킵니다. 체계에는 물질적 체계와 정신적 체계로 나뉩니다.
2) 요소
체계를 구성하는 요소는 체계 안에서 상대적으로 독립되어 있으면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성분입니다. 요소는 체계가 어떤 범주인가에 따라 상대적이 됩니다. 사과라는 범주에서는 후지, 국광 등이 요소가 되지만 과일이라는 범주가 되면 복숭아, 배처럼 사과가 요소가 됩니다.
이처럼 요소 자체가 체계를 가진 대상으로 취급될 때는 그것대로 자체구조를 갖게 됩니다. 신바람 같은 사회조직체를 예로 들면 회원, 회장, 조직관, 조직의 전망, 조직체계, 조직운영방식, 조직수단(기술정도 등)의 요소들의 집합입니다.
3) 구조
구조란 구성 요소들의 상호 연관되고 상호 작용하는 방법의 총체입니다. 아주 단순한 기계적 결합체를 제외하면 모든 세계의 현상들은 일정한 구조를 가지며 따라서 구조의 개념은 일반적인 성격을 가집니다. 요소들 간의 결합관계나 상태는 원자나 태양계처럼 끊임없이 운동하는 동력학계에서 시공간적 의미를 갖는데 시공간적 배열이 다르면 구조도 달라집니다. 관계는 구조를 특징짓는 중요한 측면을 이룹니다. 요소끼리 관계 맺는 특성에 따라 대상은 전일적인 통일체를 이루게 됩니다. 구조의 특징은 요소의 성질에 의해 좌우됩니다. 하체계의 구조의 공고성은 체계를 유지하는데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설사 요소가 끊임없이 변하더라도 이 변화는 즉각적으로 구조에 영향을 끼치진 않습니다. 한체계가 계속 발전하는가 변질되는가의 기로에서 양적 발전들은 필요조건의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 체계내부에 양적 변화들이 누적되는가 안되는가는 구조에 의해서 좌우됩니다.
수소와 산소는 불이 타오르는 속성과 관련된 구조를 가질 때가 많지만 2개의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여 관계 맺게 되면 불을 끄는 속성을 나타냅니다. 이처럼 구조는 대상체계의 속성과 질을 규정하는데서 결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구조의 변화는 속성의 변화를 가져오며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는 질적 변화를 가져옵니다. 임꺽정의 곽오주란 인물을 보면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과 노비관계에서는 도리깨질이 생산량을 높이는 노동적 속성을 갖지만 의적패를 만들어 새로운 구조속에 들어가자 도리깨는 속성의 변화를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부분적인 속성의 변화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주인-노비란 구조와 의적패란 구조는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쪽 구조에서 다른쪽 구조로 바뀐다는 것은 부분적 속성이 아닌 근본적인 속성, 즉 질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이러한 구조의 변화는 단순 반복되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둔감한 상태에서 민감한 상태로,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발전됨을 알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발전단계에 있는 존재들의 질적 차이는 구조에서의 차이에 기초합니다. 구조의 변화와 발전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과 만나게 합니다. 바로 역사입니다.
4) 역사
체계론적 관점에서 보면 역사란 체계의 발생 변화 발전과정입니다. 구조에는 필연적 관계에 의해 본질적 속성을 나타내는 측면도 있고, 우연적 관계에 의해 부분적 속성을 나타내는 측면도 있습니다. 모든 구조의 필연적 연관 관계는 그것이 발생 발전하며 소멸하는 역사적 과정으로 고찰함으로써만 올바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조주의 철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부정합니다. “구조를 보려고 하면 역사를 볼 수 없고 역사를 보려하면 구조를 볼 수 없다”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구조를 언어활동의 무의식적인 놀이규칙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실체로서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고 제맘대로 붙여진 이름만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구조를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구성 요소로부터 출발하지 않고 관념적인 무의식적 언어활동에 의해 보는 것이 되고 이는 곧장 역사에 대한 부정으로 나아갑니다.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대상의 구조만을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구조의 단위 즉 구성요소를 올바로 정해야하며 요소들 사이의 연관을 제멋대로 설정해선 안됩니다.
한편 구조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 것이 기능입니다.
5) 기능
한 요소가 다른 요소나 구조에 대해서 발휘하는 능력으로 기능은 요소에 부여되어 있고 이 기능들은 구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완성되고 보다 복잡한 대상은 더욱 고급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구성요소들의 성질이 변하고 이 요소들의 상호작용의 성격이 변하면(즉, 구조가 변하면) 요소자체의 기능과 체계전체의 기능들도 변합니다. 구조와 기능의 불가분적인 통일상태는 대상을 구조, 기능적 측면에서 연구할 수 있게 해줍니다. 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는 기능 전체가 대상의 내용을 이루며, 기능의 수행질서, 수행방식은 형식을 이룹니다.
그러나 대상을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기능 전체가 대상의 형식을 이룹니다. 참고로 형식의 개념은 구조의 개념과 구별되며 구조에 비하여 보편적입니다.
한편 레비 스트로스 등에 의해 주창된 구조기능주의는 대상에 대한 구조적, 기능적 측면을 과대 평가하고 절대화하여 사회의 구성요소를 주관주의적으로 그릇되게 설정하고 사람들의 심리적 구조와 기능에 기초하여 사회를 해석하면서 오류를 발생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기능은 결국 하나의 구조가 다른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임으로 해서 다른 구조 즉 환경이란 개념과 만나게 됩니다.
6) 환경
어떤 체계와 가장 밀접한 외부의 체계가 환경입니다. 한 체계의 구조가 고도할수록 이 체계는 환경에 대해 더욱 민감해지며, 다른 한편으로 더욱 능동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생명체는 대부분 환경에 적응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통합성을 유지할 뿐아니라 자신의 이해와 필요에 맞도록 자연환경을 개조해 나갑니다.
환경은 대상과 일정한 관계를 맺게 되며 이런 관계를 전제로 대상의 여러 측면의 성질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을 그 대상의 속성이라 합니다.
7) 속성
체계의 개별적 측면을 특징짓는 규정성으로 속성은 구조에 의해 규제됩니다. 따라서 구조가 달라지면 속성도 달라집니다. 속성은 다른 대상과의 관계,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고유한 성질입니다. 따라서 속성은 감각되지 않으나 현상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으로 실재합니다. 속성은 질과 달리 개별적 측면을 특징짓지만(그래서 질은 하나이지만 속성은 다양) 본질적 속성은 질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체계의 존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사물현상의 질을 규정하는데서 기본적이며 결정적인 의의를 가지는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질적 속성이 다르면 질도 다른 것이 됩니다.
8) 요인
요인이란 구조와 함께 그 체계의 질을 유지하고, 기능을 발휘 및 발전을 보장해주는 힘들, 장치들 및 기관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체계요인은 대상의 상호작용을 보장하는 세계의 연관과 통일입니다. 이 원리는 각각의 체계의 특수한 유형에 따라 독특한 형식을 띱니다. 생물적 체계나 사회적인 체계들의 경우 이 원리는 조절이라는 형식을 띱니다. 고등동물의 조절기관은 신경계입니다. 사회에는 두 가지 유형의 조절이 존재합니다. 자연적 조절과 목적 의식적 조절이 그것입니다.
9) 동력
요소들은 서로 동등하지 않습니다. 각 요소들은 그 체계가 제기능을 발휘하는데서 담당하는 지위와 역할 면에서도 다르고, 자신들이 발전될 전망의 면에서도 다릅니다. 따라서 어떤 체계를 연구할 때 그 체계들의 특징을 순전히 현상태에서 검토해선 안됩니다. 체계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갖는 동력을 해명하여야, 그 체계의 구조를 규정하는 본질적 속성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요소들이야말로 체계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체계라는 범주는 세계의 본질을 해명하는데서 방법론적 의의를 갖습니다. 체계적인 예술연구방법에서 꼭 지켜야 할 사항 7가지를 제시합니다.
1. 대상의 복잡한 구조를 인식해야하고 그 복잡한 구조가 두려워 물러서서는 안된다. 또한 복잡한 것을 단순한 것으로, 전체의 속성을 구성요소의 속성으로 환원시켜도 안된다.
2. 한편으로 필요하고 한편으로 충분한 성분(요소나 하위체계)을 발견해내어 그것으로써 전체의 질적 고유성이 특징지어지고 또한 어느 정도 안정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3. 기본 구성요소들이 결합되는 방식과 방법을 밝혀내고 그에 따라 체계의 구조를 모형화 해야 한다.
4. 체계내의 구성요소들을 따로따로 연구할 때 그것들의 상대적 독립성을 고려해야만 한다. 즉, 그것들이 실재로 존재하고 기능하는 그대로 그것들을 전체와 올바로 연관지켜야한다. 그래서 아무리 복잡한 대상이라도 더 일반적인 체계의 하위체계임을 입증해야한다.
5. 구조를 분석 할 때 뿐 아니라 그것의 기원, 기능을 분석할 때도 체계적 관점을 견지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한 대상에 내재되어 있는 특징은 그 대상을 있게 한 힘이나 그 대상이 발휘하는 기능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6. 이때 서로 다른 체계들간의 구조적 유사성을 활용한다.
7. 만약 대상이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움직이고 변화 발전하는 상태라면 역동성 속에서 탐구해야만 한다.
연구자는 구조적, 기능적 방법을 발생적, 역사적 연구방법과 서로 결합시켜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