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변사극]`여보! 정말 사랑해요`2001/05/01 851

아! 이시대에 허무주의와 낙관주의를 총체적으로 짬뽕시킨 눈물없이는 못보는 신파극 여보 정말 사랑해요 지리산에서 3년 묘향산에서 4년 남산에서 하루 동안 갈고 닦은 전노문협 수도권 창작단 여러분의 공연으로 힘차게 보내드리겠습니다. 징 …..

<현재>

.나가! 이 인간 쓰레기,쓰레기——

아니 애처가로 소문난 삼식이가 얼굴에 오선이 긁힌채 집밖으로 쫒겨나다니 이게 왠일이냐?

혹시 밤에 거시기가 안선다고 구박맞은거냐? 아니라고.

그럼 혹시 어제 숙직실에서 은행돈까지 빼다가 포카로 다 날려서 그러냐? 그것역시 아니라고.

그럼..혹시 조합일 한답시고 마누라를 생과부 만들어서 그런거냐?

.아—- 맞아요. 어제도 새벽 3시까지 조합원 만나 술을 먹다보니 또 담넘어 들어갔죠. 그랬더니 우리 마누라 하는말,

‘조합도 좋고,의리도 좋지만 이게 어디 사람사는 거예요. 어휴– 지겨워’ 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여보! 우리 하나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조합을 위해 힘들게 고민하고 있는 동지들이 있지않소.’그러자 아내가 하는 말,

‘지금부터 6년전 전 당신없는 이세상은 앙꼬없는 찐빵이라며 매일 저를 따라다니던 투자은행의 김대리와 교환방 혼인을 하려고 했었죠. 그러나 조합원을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당신을 본 순간 전 저 사람이다 라고 결심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속에서 대체방 혼인을 하였지요. 그러나 이게 뭐예요. 조합에 일이 있다고 매일 늦게 들어오지,뻑 하면 안들어오지,진급은 안되지, 이젠 그만하고 당신도 가족을 위해 살아보란 말야.’

‘여보! 우리만 어려운게 아니요.모두힘든데 나까지 등을 돌려서 되겠소.’

‘쳇! 지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남을 위해 일한다고. 그렇게 해서 남은 사람이 누가 있어 차라리 오대리처럼 일찌감치 노조에서 발뺀사람들은 내일모래면 과장으로 진급인데 …’

‘아니,당신 말이면 단줄 알아.’

‘그래,나도 이젠 지쳐서 그래.당신 조합을 때려치든,우리가 찢어 지든가 양단간 결정을 내리라구. 나도 이젠 못살아,못살아’

‘아니,이 여자가 짝—-’

‘당신이 뭔데 그래 나가,나가 이 인간 쓰레기—–’

이래서 집에서 쫒겨나게 되었죠. 그렇게 말하는 마누라 한테도 서운했지만 마누라를 그렇게 만든 제가 왠지 갑자기 싫어졌습니다.

(삼식이가 천천히 탈퇴서가 든 흰봉투를 꺼낸다)

.아니,그게 뭐냐? 분회장 사퇴서.

‘그동안 조합일이다,뭐다 해서 열심히 해 봤지만,말짱도루묵 아니예요. 뭔가 해볼려고 하면 잘난체 한다고 뒤에서 비아냥 거리기나 하고 저도 이젠 지쳤어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우선 가족부터 챙기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조합활동을 당당히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될 동지들을 생각하면 아— 컥.’ 한잔더 또한잔더 술에 취해 차가 오는 줄도 모르고 길을 건너던 삼식이. 끽——

아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비운의 주인공 삼씩이 출연한지 몇분이나 됐다고 뻘써 죽는단 말인가.이럴수는 없다.필름을 꺼꾸로 돌려보자. 삐리리리리…

<춘향전>

아차차차 너무 돌아 갔나 보구나 여기가 어디냐.

.네 이년 니 죄를 니가 알렸다.

.모르오

.아니,이– 발칙한.여봐라,안기포졸.(예—이) 아주 큰 소리로 이년의 죄를 낱낱이 밝혀보아라

(예—이) 이름:성 춘향 나이:이팔청춘 사는곳:남원 월매 국밥집.

죄명:1.기생노조 파업을 주동하여 사또 생일잔치를 무산시킨죄
2.사또의 수청을 거부하여 사도의 품위를 손상시킨 사또품위손상죄
3.달려드는 포졸을 지랄옆차기로 때려눕힌 폭행죄
유언비어유포죄,집시법,도로교통법위반 등등 이루 헤아릴수없이 많습니다.

.여봐라 춘향아.이래도 나의 명을 거역하겠느냐? 내 기분에 따라 너를 남파기생으로 만드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니라.어서 나의 수청을 받아들이도록 하여라.

.흥,이보우 사또.난 인간의 근본을 세우는 정당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요.

.계란으로 바위치기니라.

.동방불패요.

.지존무상이다.

.그렇다면 천녀유혼이요.

.으— 불리하다. 에이,발칙한 지고, 저년을 매우 쳐라.

한대요~ 철썩 으악—사람이 제혼자 잘먹고 사는것만 중요히 여긴다면 그것이 짐승이지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겠소.

두대요~ 철썩 으악—나의과 정절을 지키는것도 중요하나 나의 동지 이도령과 천만 노동자의 권리와 자존심을 찾기 위해 살자던 약속을 어겨.의리 없는 인간으로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소.

세대요~ 철썩 으악—사또가 나하나를 죽일순 있을지 몰라도사방에서 들블되어 일어나는 우리천만 노동자의 거대한 흐름은 결코 막을수 없을 것이요.

에이 발칙한년 죽도록 쳐라 예이 에잇

“암행어사 출두요”"천만 노동자 출정이요——”

(풍물한판)

.허허허허 뭉치면 주인되고 흩어지면 기생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만고의 진리로구나.이렇게 좋은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변해 분회장 탈퇴서를 내게된 삼식이가 어떻게 될것인지 조금 앞당겨 미래로 가보자.

<타임머신2>

.과장의 노래:

.삼식아 그래 분회장 탈퇴서 내고나서 일은 잘돼가냐.에이 시큰둥.부장이 부르고 있으니 어이 가봐라. 산토끼 배경음악(부장실을 갖다온 삼식이 침통한 표정.) 아니 부장실을 나오는 삼식이의 표정이 침통한데 어찌된 일인지 들어나 보자

‘제가 부장실에 불려 갔을 때,부장님이 책상에 걸터앉아 제 결재서류로 어깨를 툭툭치며 하시는 말씀,”아니 지금이 어느땐데 결재서류를 이렇게 올리나?
조사자료가 미약하잖아. 공휴일이라도 나와서 모든 자료를 완벽하게 갖춰놓게.
그리고 우리은행에서 벌이고 있는 1인10자권유운동도 다른 부서는 50자까지 한다는데 자네부서는 5자도 못하고 있으니 이게 뭔가 그리고 외환수출입증대운동,엑스포꿈돌이증강운동,적립목적식신탁증강운동 그리고 CS운동도 자네 부서가 제일 저조해.

공대리 뭐하는 거야 그런거 하나 제대로 못하고 에잇—-

그리고 이건 국가경제의 어려움을 국민모두의 힘으로 극복하기 위해 우리은행이 앞장서서 과장급이상의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각서네,사인하게.”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항의도 했죠.상의도 없이 이러는 법이 어디있어요. 그러자 부장님이 입술을 깐족거리며,”분회장 하던 버릇은 남아 있어서..보자보자하니 안되겠구만,자네 같은 사람 우리부서에서는 필요없네 그러니 산좋고 물좋은 삼척으로나 가 보시지” 이러는 거예요.

으이구– 터덜터덜 부장실을 나오는데 저의 라이벌인 오대리 녀석 하는말이 “자네 삼척으로 인사발령 내렸다며,공기좋은데 가서 요양이나 하다오게 되었으니,좋겠네 히히히” 하는 거예요. 아- 죽이고 싶은 오대리. 조합간부들이 임금협상으로 힘들어 할때 조합도 나 잘되기 위해서 있는것 아니냐며 동지들을 배신하고,의리도 내가 가진게 있어야 지킬수 있는것 아니냐고 은행측에 빌붙어 불난집에 부채질 했던놈.내가 어쩌다 저런 비열한 인간과 상대하게 되었는지. 아 내 인생이 불쌍하다.

이때 나타나는 삼식이친구 삼순이

.순;어이,친구 잘 있었나?

.삼;아니,삼순이 니가 왠일이냐?

.순;돈받으러 왔지.

.삼;돈이라니 무슨 돈.

.순;아니,이렇게 정신 빠진 친구를 봤나? 너 과장됐다고 버스타기 뭐하다고 자가용 사겠다며 꿔간돈 말야.벌써 잊었냐?

.삼;아– 미안하다.내가 너 한테까지 짐이되다니.

.순;아니,너 내가 여자라고 깔보는거냐.

.삼;아니다.삼순아 니돈 갚을 길이 막막해서 그렇다.

.순;그렇게 힘들게 됐어?

.삼;휴—- 너도 생각해 봐라.서울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방으로 인사이동을 한다는 건 은행에서는 귀찮은 존재니 한번 물먹어 보라는 얘기지.아– 노조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더러운 꼴은 안볼수 있을텐데 말이야.내가 죽일 놈이야. 그때 사퇴서를 내지 말았어야 하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조합원을 믿고 의리를 지켜 조합을 살렸어야 하는데— 내가 사퇴하자 은행에서 그것을 이용해 조합우 을 분열 시켯고 급기야 조합은 분열되다 못해 완전히 와해 되어 버렷으니, 그때 가 이 일한 동지 들에게 어떻게 사죄 한단 말인가 ? 으 — 이제와서 후회 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요.흑흑흑

순;정신 차려 이놈아,내꼴 당하지 말고 진득하니 남아 있으라고 했쟎아. 세상 살기가 그렇게 쉬운줄 알아. 너 그러지말고 나 사업하는 데라도 같이 가자.

.삼; 글쎄—–

.순;이렇게 나약한 친구가 어떻게 노조일을 했는지 원–.일단 가 가서 이것저것 해 보다보면 살길이 나온다고.어서.

.삼;에이,그래 좋다.(같이 걸어간다) 와—- 여기가 니 가게냐?

.순;그래.

.삼;야,어 부자다.근데 가게이름이 뭐냐? 와—

.순;와코르.여자속옷 전문점이지.

.삼;여자속옷도 전문점이 있냐.시장가서 쌍방울,백양 이런거 사 입으면 되지.

.순;뭘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네.요즘은 속옷도 패션시대야.

.삼;어쨋든 이런데서 경리부장하면 돈 좀 벌겠는데.

.순;경리부장 좋아시네.너같은 햇병아리는 판촉사원부터 올라와야돼.

.삼;판촉사원?

.순;그래 잘 봐. 자– 언니,걸음걸이는 우아하게.다리를 꼬면서 가슴은 내밀고 허리는 꼿꼿이 턱은 쳐들고 는은 수줍은 듯이 내리 깔면서 우아하게 걷습니다.그러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아주 발랄하게 걷는다.자,이렇게 항상 자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옷에서 안보이는 속옷까지 잘 입어야 돼요.언니,속옷은 어떤거 입지? TRY,BYC 아니,그런 싸구려를 입으니까 엉덩이가 그렇게 커 보이지.속옷은 와코르,세계의 미인은 와코르로 통해요.언니 한번 입어봐요.이렇게 아가씨,아줌마,할머니 할것 없이 열심히 다니며 판촉을 해야지 자, 해봐.

.삼;내가 그걸 어떻게 해.

.순;야,지금 니가 이것저것 따지게 됐냐? 먹고살려면 해야지.그래야 내 돈도 갚을 거 아냐.

.삼;고민—- 에이, 자,사모님 걸음걸이는 우아하게 다리를 꼬면서 가슴을 내밀면서 이렇게 걸어보세요.

.순;아니,뭐야.지금 코메디 하자는 거야.그래서 장사 돼겠어?

.삼;에이,이건 내 성미에 안맞아.

.순;맞고 안맞고 어쨋든 연습이라도 열심히 해서 해 알았냐? 난 잠깐 갖다올 때가 있으니까.

.삼;에이,지가 사장이면다야.그나저나 이거라도 해서 먹고살긴 해야 돼는데— (고민하다가) 다리를 꼬면서 가슴을 내밀고 걷다가 사모님,제비대신 와코르하나 키우시죠. 에라 모르겄다. 속옷이 뭐 별거냐.자, 골라골라 앗싸 골라.아줌마 아저씨 구경하세요.코에 걸치면 코브라 가슴에 걸치면 브라자 빨간빤스 노란빤스 없는색 없는 칼라빤스,특별제작한 찢어진 빤스,자,골라골라 인천 앞바다가 사이다로 됐어도 고뿌없이는 못마시듯이 정력이 좋아도 빤스가 후지면 오늘밤에 후회해.자— 골라골라.———

.어머, 저 아저씨 봐,웃긴다 얘. 호호호 어머 저 사람 조흥은행 공 삼식씨 아니니.

그럴리가 있니, 아니야 얘. 맞아 잘봐. 맞어맞어——

.어허,백년도 못살면서 천년을 고민하더니,쯪쯪쯪— 그래 이래도 의견이 안맞는다고 사퇴서를 내서 니 가 저꼴이 되겠단 말이냐? 결국 너도 네가 가장 싫어 하는 오대리와 다를게 없지 않느냐

‘아니요.다시는 그런 생각 안하겠습니다. 어려울 수록 내 살길만 찾는다는게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났는지 알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조합일에 몸담아 온 것도 가장 중요한 것을 빠뜨린 껍데기 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바로 생활속에서 의리를 지켜가는 것이지요. 어려운 상황 일수록 그것은 가장 큰 힘이 되며, 우리 주변에 작은 일부터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모인 조흥은행 조합원을 믿고 힘차게 노래 한곡 불러보겠습니다.

함께합시다. 박수 부탁합니다. 노래;임을위한행진곡

(이때, 아내 등장)

.아;아니,어디갔나 했더니—- 여보!

.삼;아이고,우리 마누라님 나오셨습니까?

.아;능청떨지 말아요.

.삼;여보! 나 달라진 것 없어.

.아;이이가,달라지긴 뭐가 달라져요. 하는짓은 맨날 똑같은데—

.삼;차고 넘치는 정력이 이니라, 바로 자신감이야. 그래, 세상의 모든 고민아,다 와라 의리로 뭉친 동지들이 있는한 못해낼게 없다구. 여보! 오늘 외식하지고.

.아;외식! 어이구 서쪽에서 해뜨겠네.

.삼;사실은 영업부 김대리가 집들이 하거든. 가만 있어봐라— 전화번호를 담배갑에 적어 놨었는데—-

.아;으이구——- 여기 있어요.

.삼; 어,이거 왠 전화번호수첩이야.

.아;사실은 당신이 없을 때 미안하기도 하고,맨날 전화번호 찾느라고 여기저기 뒤지던게 보기 싫어서 여기 정리해 놨어요.

.삼;여보! 역시 당신 밖에 없어.

.아;아니,왜 이래요.

삼;뭘 그래 좋으면서.

.아;누가 봐요.

.삼;보긴 누가 본다고 그래.(남편을 민다) 어이쿠 당신 여전하군. 자,그러지말고 당신 우리 조합원 수련회때,끝내주게 부른 노래한번 불러보지.

.아;당신 미쳤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끄럽게— 자 그럼 반주 좀 부탁해요.

노래;무너진 사랑탑.(신나서 삼식이도 노래;아빠의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