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성탄등탑은 정전협정 위반
비무장지대 성탄등탑은 정전협정 위반
<기고> 이시우 “정전협정 관리사항 최종책임은 유엔사에”
2011년 12월 16일 (금) 11:19:41 이시우 전문기자 tongil@tongilnews.com
이시우 전문기자 (사진가)
12월 11일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종교단체의 요청에 따라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등탑 뿐만 아니라 철원 평화전망대, 고성통일전망대까지 포함해 전방 지역 3곳에 등탑을 세우기로 했다. 등탑설치를 요청한 종교단체는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이며 군은 세 곳에서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15일간 종교단체가 등탑에 불을 밝히는 것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애기봉전망대는 67년에 15m의 성탄트리를 세우고 68년에는 30m 철탑을 세워 5,000개의 전구로 성탄 트리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1971년부터는 평시에 태극기게양대로 사용되었다. 북한은 특히 개성주민들에게 직접 관찰되는 애기봉전망대 등탑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4년 6월 2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와 선전수단 제거에 합의함으로써 성탄트리 점등도 중단되었다.
정전협정 서문에는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hostilities)와 일체 무장행동(acts of armed force)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것이 정전협정의 목적임을 명시 하고 있다. 정전협정서문에는 이들 행위가 오직 ‘군사적 의미’만을 갖는 것으로 명기하였다. 그렇다면 심리전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심리전은 전통적인 전쟁법, 즉 1868년 상트페테르부르그선언이나 1899년 헤이그선언에서 상정한 적대행위의 범주엔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심리전은 1차대전 이후 중요한 전쟁수단으로 채택되었고 2차대전과 한국전쟁에서의 심리전쟁 역시 그 중요성이 인정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전협정에 이러한 시대상황이 반영되었음은 당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심리전 역시 군사적 적대행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비군사적대행위란 개념에 경제적, 심리적행위를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으나, 심리전이 군사적이던 비군사적이던 적대행위를 구성한다는 점에서는 별 이견이 없는 셈이다. 남북이 상호 비방선전행위와 심리전을 중단하면서 등탑 설치도 중단한 것을 보면 이것이 ‘적대행위’임을 서로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전협정 서문에서 ‘적대행위’와 ‘무장행동’을 구분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적대행위 개념을 무장행동과 구분하여 사용한 것은 무장행동에 포함되지 않는 비무장적대행위를 강조할 의도가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적대행위를 무장적대행위로만 해석하면 ‘무장행동’은 동어반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칼 슈미트를 인용하면 1919년 파리강화조약 체결 이래 전쟁과 평화의 경계는 오히려 모호해졌고, 전쟁의 개념은 비군사적인(경제적, 선전적인 등등) 적대행위로까지 확장되었다. 전투원과 비전투원의 구별뿐 아니라 전쟁과 평화의 구별까지 철폐해야 할 정도로 적이라는 개념은 확대되었다. 비군사적인 행위가 가장 실효적이며 직접적인 형태의 군사적인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인 행위나 비군사적인 행위를 「평화적」또는 「전쟁적」이라는 말로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었다. 이제 전쟁은 국제법에서 불법화되었기 때문에 선전포고는 선전포고를 행한 나라 스스로를 불법행위자로 만든다. 따라서 1차대전 이후 전쟁의 시작은 대부분 상대방의 공격을 유인하고 그에 대한 자위권을 주장하며 반격하는 것으로 개시되었다. 그래서 군사행동을 취하는 당사자는 자신에게 전쟁의사가 없다는 것을 힘차게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역시 선전포고 없이 상대방의 도발에 대항한 정의의 반격이란 개념을 쌍방이 집요하게 추구했다.
정전협정 1조 6항에 따르면 “쌍방은 모두 비무장지대내에서 또는 비무장지대로부터 비무장지대를 향하여 어떠한 적대행위도 감행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남북 쌍방의 심리전 역시 이 조항에 저촉된다 하겠다.
2010년 연평도포격이후 국방부는 비무장지대에서 대북심리전쟁장비를 복구하고서도 실제 심리전은 수행하지 못했다. 장비의 설치만을 국한해서 보면 이를 심리전쟁의 수행이라고 부를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을 하거나 전광판에 글씨가 점등되면 그것은 명백히 심리전쟁의 수행이다. 방송과는 달리 적대성을 가진 선전문구가 설치되는 순간 그 자체로 심리전수행이 되듯 크리스마스트리 역시 설치 자체만으로 심리전의 수행이 된다.
국방부가 비겁한 것은 정작 군인들은 심리전쟁 실행에 몸을 사리면서 민간인들을 내세워 심리전쟁을 대행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의 행동이 위험한 것은 북의 경고를 너무나 잘 알고, 군 스스로도 경계태세를 강화하면서까지 민간인을 북의 위협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인을 전쟁지역으로 출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은 민간인이 전쟁에 참여하거나 휘말려 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간인의 전쟁 참여는 전쟁법위반에 해당하여 전범자가 되기 때문이다. 군인은 전쟁법의 보호를 받아 포로교환대상이라도 되지만 민간인은 적국의 법에 의해 바로 처벌된다. 또한 정전협정은 전쟁의 일시 중지상태이기 때문에 일방이 위반하는 순간 협정의 효력이 사라지고 바로 전시상황으로 환원되게 된다.
이같은 위험성은 유엔사조차도 우려하고 있는 점이다. 작년 5.24조치이후 군이 전방에 심리전용 확성기를 설치할 때도 유엔사는 국방부에 심리전 방송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의구심을 표하고 북측이 보복사격을 해올 경우 대응책이 있는지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군은 심리전장비만 설치하고 방송은 실시하지 못했다. 올해에도 유엔사는 군이 세 곳이나 점등식을 갖도록 한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방부는 계속 점등행사가 종교단체의 요청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강행의사를 밝히고 있다.
군부대에서 기독교인을 위해 성탄트리를 설치하는 것은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대형철탑에 점등식을 하지 않고도 작은 규모로 소박하게 할 수 있고, 설령 대형점등식을 갖는다고 해도 북이 보이지 않는 산정의 후사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종교행사를 누가 문제 삼겠는가? 그러나 올해 점등식을 가지려는 김포 애기봉, 철원 평화전망대, 고성 통일전망대는 북에서 정면으로 관찰되는 산 정상부이다. 종교활동 보장이란 명분이 충분히 위선적인 기만전술로 보일만한 정황인 것이다.
한국군은 올해에도 역시 점등식관련 경계태세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이 현재 취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경계태세는 ‘진돗개 하나’이다. 그러나 진돗개는 대간첩침투작전일 뿐이다. 2007년 강화도에서 총기탈취사건 때 내려진 조치가 진돗개 하나인 것을 고려하면 어느 수위인가를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북이 심리전수단에 대한 원점 포격을 실시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한국군체계만으로 대비하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 받지 못한 현 상황에서는 한미연합위기조치반이 가동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미군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군의 사전협조 없이 비상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군은 의도하지 않은 전쟁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미군은 유엔사를 통해 한국군을 자제시키려 할 것이다.
어쨌든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최종책임은 유엔사에 있다. 현재 정전협정에 의한 관리 책임이 유엔사에 있고, 연합위임사항(CODA) 1항인 정전위기에 대한 관리 책임도 유엔사.연합사에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엔사가 이 계획을 찬성하거나 묵인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질 수 밖에 없다. 비무장지대 성탄등탑설치는 정전협정 관리사항이기 때문이다.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6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