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상륙해 점령과정을 상정한 훈련”2011/07/18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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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상륙해 점령과정을 상정한 훈련”
<참관기> 2011년 키리졸브/독수리연습
2011년 03월 28일 (월) 17:53:11 이시우 전문기자 tongil@tongilnews.com
이시우 전문기자
일본에서의 강연여행을 마치고 한국에서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이 시작된 날인 2월 28일 이와쿠니미해병대기지에 도착했을 때 독신자숙소의 불빛은 몇 개밖에 켜져 있지 않았다. 태반이 비어있었던 것이다. 캠프 이와쿠니의 활주로에 있어야 할 수송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와쿠니해병대는 한미연합군사연습시 한국에 전개되는 부대이다. 이들 부대는 통상 통일대교 북쪽 파주 민통선 안에 있는 캠프워리어 등에 주둔하면서 야전훈련을 실시한다.
3월 2일 후쿠오카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산항구의 해군작전사령부 기지로부터 한 척의 함선이 부산항 외해로 출동하는 게 목격되었고 부두에는 두 척의 구축함이 정박 중이었다. 이들 부두와는 떨어진 미군부두에는 한국 것인지 미군 것인지는 식별되지 않았으나 상륙수송함이 정박해 있는 것이 멀리서 관측되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훈련들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3월 3일 오전 경북 왜관에 위치한 주한미군기지 ‘캠프 캐롤’(Camp Carrol)에서 ‘미 육군 사전배치 물자 불출훈련’(Army Preposition Stock 4 Draw Exercise, 약칭 APS-4)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시작으로, 3개의 훈련이 언론에 더 공개되었다.
3월 7일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스트라이커 장갑차 4대의 실사격 훈련, 8일 대구공군기지(K2)에서 일본 오키나와 카데나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미군 특전사 230여명의 증원군 전개훈련, 23일 안면도에 위치한 특전사 9여단 해상 훈련장에서의 한.미 연합/합동 해안 양륙 군수지원훈련(CJ LOTS)이 그것이다.
북에 강력한 경고를 전달할 필요가 있을 때 적극적 공개방침을 택해왔던 한미연합사가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소극적인 공개방침을 택한 듯 했다. 올해에는 군사연습기간 중 많은 변수가 발생했다. 북의 전자전공격이 있었고, 일본지진으로 군사연습규모가 축소되었으며, 주한미군의 필리핀파병이 있었다. 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군사연습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관찰함으로써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보도된 훈련
▲이번 훈련에 참가한 미 2사단 1여단장인 로스 데이비드슨 대령은 “스트라이커 부대가 미국 본토에서 한국까지 오는데 최소 18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스트라이커 부대원들이 장갑차에서 뛰어내리며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소극적 공개 방침이 명백한 군사연습이었으나 이례적인 장면이 7일 포천훈련장에서 목격되었다. 용산기지에서부터 기자들과 버스에 같이 탑승한 맥컬리어(Robert McAleer) 대령이었다. 그는 한미연합사의 훈련/전시상황준비태세 담당자였다. 버스 안에서 그가 포천현장에서 브리핑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상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내용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브리핑의 가이드라인을 지시받는 것 같았다. 보통 실사격훈련장에서의 브리핑은 사단급에서 처리해왔다. 이날 브리핑을 한 미2사단 1여단장인 로스 데이비드슨(Ross Davidson) 대령 정도가 하는 브리핑이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맥컬리어가 현장 브리핑을 시작했다. “6일 자신의 상관이 한국 합참의장과의 만남자리에 불러 내일 직접 현장에 나가서 브리핑을 하라는 명령을 받고 나왔다”고 말했다. 로스데이비슨이 원고 없이 훈련자체에 국한해서 브리핑한 것과 달리 맥컬리어는 준비된 원고를 낭독했다. 매우 공식적인 브리핑이었던 것이다. 맥컬리어는 우선 자신의 적이 산 넘어 비무장지대를 따라 배치되어 있는 북한임을 지적했다. 사실상의 적을 북으로 지칭했다.
현장에 있던 연합사공보관에 의하면 미군은 적이란 표현을 쓰지만 적을 북으로 한 번도 지칭한 적이 없고 언론이 추정해서 그렇게 써온 것일 뿐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맥컬리어는 북을 명시했다. 그는 “50여년간 북한이 보여준 위협성에 대해서 주한미군은 전시준비를 강화해야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고 이 훈련의 주된 배경”이라며 “우리는 많은 대규모 훈련을 준비하는데 독수리연습이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해군항모전단이 동해상에서 공동훈련을 진행한다”고 말해 항공모함의 참가도 공식확인 했다. 훈련일정과 참가 항모 명칭은 밝히지 않았으나 일부 언론에 이미 공개된 대로 로널드레이건 호임이 후에 확인되었다. 또한 그는 “이번 독수리 연습에서 진행되는 훈련은 35-40여 개로 구성된다”고 말해 독수리연습의 구성과 규모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었다. 또한 스트라이커 부대를 비롯한 제11기갑대대, 화학전부대(CBN) 등이 참가한다고 했다. 그는 옆에 서 있던 연합사공보관이 초조해 할 정도로 중요한 정보를 술술 쏟아냈다.
그의 발언은 포천 실사격훈련 내용을 넘어서는 것이 분명했으며 그것은 또한 북을 향한 메시지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한미 군사수뇌가 그에게 명령한 내용도 그와 같은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통일뉴스>를 제외한 어떤 언론도 그의 브리핑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다. 그의 말폭탄은 불발되고 만 것이다. 그동안 연합사의 보도관행에 길들여진 언론들에게 이것은 낯선 것이었고 그 결과 주목을 끌지 못했다.
▲8일 대구공군기지에서 공개된 카데나기지 특전사 증원전개훈련에 참가한 미군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군사연습에 대한 보도공개는 상대에게 일정한 신호를 준다. 기자들은 그림 되는 장면 찍기에 혈안이 된다. 군인들도 그림을 만들어주기 위해 열심히 공조한다. 기자들이 찍은 그림들은 대부분 군의 협조 하에 연출한 사진들이다. 그러나 올해 취재현장의 기자들에겐 그림이 ‘안 되는’ 장면들뿐이었다.
다음날인 8일 대구공군기지에서 공개된 카데나기지 특전사 증원전개훈련은 기자들의 참여부족으로 가장 한산했다.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23일 양육군수작전에는 뭔가 그림이 나올 것이란 기대로 기자들이 대거 몰렸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은 절정에 달했다. 언론의 생리를 잘 아는 군공보관들은 기자들에게 미안해하기까지 했다. 현장에서의 기자들의 실망은 보도 분위기로도 연결되었다.
그런 와중에 한미 연합연습을 위해 미국 본토를 출발한 항모가 항해 도중 일본 지진구호에 투입되었다. 일본정부는 구조용 헬기의 급유와 피해지역 인원수송을 위해 항모의 지원을 요청했다. 군사에 앞선 인도적인 조치라는 점, 연습보다 작전에 우선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조치는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지진에 인도적 구호활동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전투를 하는 항모전단보다는 막대한 구호물자를 공급할 수 있는 사전배치선단 같은 군수병참자원이 더 긴요할 것이다. 더구나 원전폭발을 목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움직이는 원전인 핵항공모함을 두 척이나 지진 지역에 배치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어쨌든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지라도 한반도 이외지역에 긴급상황이 발생하자 한반도 안보는 쉽게 공백상태가 되는 것을 한국정부는 목격한 셈이다. 일본지진 변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갑작스런 주한미군의 필리핀파병 역시 한국군에게 서운하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파병도 하필이면 다름 아닌 한미 연습기간에 결행되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평통사의 성명에서 적절히 지적했듯이 미군 스스로가 한반도 안보의 긴박성을 부인한 조치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23일 안면도훈련에 대한 언론공개행사가 끝난 뒤 총 브리핑이 있었다. 연합사의 한미양측 준장이 브리핑을 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피기(Piggey) 준장에게 필자가 질문했다. “이 훈련은 전작권 반환과정의 일환인가?” 피기 준장은 정확히 답변하기를 “전작권 반환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나 당일 연합사 보도자료에는 한국군이 전작권 반환 이후를 대비해 독자적인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을 가장 강조하고 있었다. 피기 준장의 답변이 틀린 것이었다면 같은 자리에 있었던 장기윤 군수참모부장이라도 수정했을 법한데 장기윤 준장도 이에 침묵했다. 연합사 보도자료와 달리 미군측 준장은 전혀 반대의 답변을 한 것이다. 미묘한 엇박자가 감지되는 순간이었다.
2009년까지 전작권 환수를 주장했던 미국측을 설득하여 한국이 제시한 기한이 2012년이었었고 올해는 전작권 환수연장 전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모든 훈련을 한국군이 주도해야할 마지막 해였다. 전작권 환수과정에서 거듭 미국의 입장과 한미 간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 탓인지 미군에겐 관심을 떠난 사안처럼 보였다. 전작권 환수는 한국군에게나 관심사인 것 같은 분위기로 읽힌 것이다.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행한 인터넷신문
KBS기자가 질문했다. “이제 곧 천안함 1주기를 맞이하는데 이 훈련은 북에 어떤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냐?” 피기 준장이 답했다. “이 훈련은 1년 전부터 계획되어 온 것이고 천안함과는 전혀 무관하다.” 전작권 환수 답변에 대해선 침묵했던 장기윤 준장이 이번에는 답변에 나서 같은 내용의 답변으로 피기 준장을 거들었다.
얼마 후 진안에서 훈련 중이던 미군 시누크헬기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란 보통 기강해이의 결과일 때가 많다. 북에 대해 최고의 경고를 발하고 실제 무력시위적 성격을 가지며, 연습이 곧 실전이 될 수도 있는 한미 군사연습은 북에게 실질적인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의 한미 군사연습은 이러저런 이유로 긴장이 느슨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북에 대한 경고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한국군은 독수리연습과 무관하게 한국군만의 화력시범을 긴급히 실시했다. 연례적인 훈련도 아니고 오직 천안함 1주기를 맞아 벌이는 화력시범이었다. 한미 군사동맹의 실질적 실현인 한미 군사연습에서 한.미의 공조가 느슨하다는 느낌이 드는 시점에서 한국 단독으로라도 ‘그림이 되는’ 화력시범을 보인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이 북을 향해 보내던 경고신호는 이래저래 약해졌다. 훈련기간 중에 미국은 북한경제 대표단을 맞아 연수를 시켜주고 있었고,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발표됐다.
언론에 소극적인 훈련공개방침이 적용되었다 해도 군사연습 자체가 소극적인 된 것은 아니다. 다음은 공개된 훈련들의 맥락을 짚어보도록 하자.
왜관 캠프 캐롤(Camp Carrol) ‘미 육군 사전배치 물자 불출훈련’
▲ 3일 오전 경북 왜관에 위치한 주한미군기지 ‘캠프캐롤’에서는 ‘미육군 사전배치재고 불출훈련(Army Prepositioned Stock-4 Draw)’이 언론에 공개됐다. 유사시에 대비해 한국에 미리 배치돼 있는 미국의 전쟁물자 를 정비해 전방으로 이동시키는 훈련이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2006년 만리포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상륙연습에 대한 재판에서 해병대사령부 윤경원(대령) 교육훈련 참모처장은 이 훈련이 “전쟁 발발 65일이 경과된 상황”을 가정한 것임을 확인한 바 있다. 왜관 캠프캐롤에 배치된 사전배치물자는 1개 여단급 전투부대 규모가 60여 일간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양이다.
포천에서 선보인 스트라이커부대가 미국 본토에서 한국까지 전개되는 속도를 대폭 줄인 것이나 민간 항공기를 이용하여 주일미군이나 미국 본토의 미군이 신속하게 전개될 수 있는 훈련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이들 국방개혁의 성과가 아직 작전계획상의 변화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이룩한 기동성이 작계5027에 반영되었다면 60일보단 더 단축된 기간을 상정했을 것이다.
포천 승진훈련장 실사격훈련
▲ 군은 천안함 1주기를 맞아 ‘공지 통합화력훈련’을 24일 오후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실시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정부의 한 소식통은 2009년부터 실시해온 한미합동의 북한 핵 및 대량살상무기제거훈련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이라크 등지에서 대량살상무기 신속대응과 탐지제거 등의 임무를 수행해 온 미군 제20지원사령부 요원을 참가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언론은 2010년 처음으로 이들 부대가 국군 화생방사령부와 함께 훈련을 진행했다고 했으나 미육군뉴스(arnew)에 의하면 이들 부대는 2007년 을지포커스렌즈연습 때부터 참가하였다. 대량파괴무기제거합동임무부대(JTF-E: Joint Task Force for the Elimination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는 2006년 4년 주기 방위평가 때 제20지원사령부의 임무를 확대할 목적으로 미육군에 창설되었다.
대량파괴무기제거연합합동임무부대(CJTF-E: Combined Joint Task Force for the Elimination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는 2007년 을지포커스렌즈훈련에 처음 참가한 이래 2009년 키리졸브연습까지 2년 동안 부대원이 100명으로 늘었고, 합동작전센타와 참모부대의 계획, 지휘, 통제 능력이 신장되었다고 자평했다.(주2) 작년에 키리졸브에 동원된 제20지원사령부 병력은 350명이었고 올해는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개념계획5029에서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가진 대목은 북한 급변사태시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20지원사령부의 훈련은 북의 붕괴나 점령을 상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맥컬리어 대령은 스트라이커부대 실사격훈련에 앞서 “여기에선 보여주지 않지만 이들 뒤에 화생방부대가 뒤따른다”고 확인했다.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는 부대가 같이 기동하는 상황을 전제한 것이라면 이날 스트라이커부대의 실사격훈련은 이미 북한에 진입한 것을 가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군과 해군을 중심으로 최첨단무기가 활약하는 현대전에서 전통적인 재래식전투를 수행하는 육군이 여전히 필요한 것은 적국의 점령임무 때문이다. 아직까지 육군이외에 점령임무를 대신할 병종은 등장하지 않았다. 전쟁목표의 종결을 위해 지상군투입을 피할 수 없는 미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개혁성과가 스트라이커부대이다.
스트라이커부대
스트라이커 여단(Stryker brigade)은 미 육군의 군 변환(transformation)계획에서 현재의 미 육군을 일컫는 전통군(Legacy Force)에서 미래의 첨단 디지털 목표군(Objective Force)으로 변환하는 중간단계로서 설정된 개념이다. 원래는 중간전투여단(Interim Brigade Combat Team)으로 불리던 것을 2002년 8월부터 스트라이커 전투여단(Stryker Brigade Combat Team, SBCT)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미 육군의 중(重)사단은 강력한 중무장 화력과 전투지속 능력이 있지만 전략적 전개와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반면 경(輕)사단은 부대전개는 빠르지만 화력이 약하고 전투지원 및 지속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사단에 비해 화력은 보완되면서도 유사시 96시간 이내에 지구상 어느 곳에라도 파견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중(中)사단이 스트라이커 여단이다.
미군의 변환 필요성은 미 합참이 2000년에 발간한 『합동비전 2020(Joint Vision 2020)』(JV2020)에서도 이미 제시된 바 있다. JV2020은 향후 미군의 전술 독트린 중 가장 핵심적인 것 두 가지를 지배적 기동(dominant maneuver)과 정밀교전(precision engagement)이라고 보고 있다.(주3) 지배적 기동은 압도적 기동속도와 작전 템포를 통해 적에 앞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이를 지구적 차원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미 육군과 해병대가 운용하는 주력 전차인 M1A1의 경우 한 대 무게가 67t에 달해 전장에 배치하려면 한 달 이상 걸렸다. 스트라이커는 17.2t으로 M1A1의 3분의 1정도로 가벼워 C-130 수송기에 4대를 실을 수 있어서 전 세계 어디에나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다.
미국 육군은 유사시 전 세계 어느 곳이라도 여단 규모는 96시간 안에, 1개 사단 규모는 120시간 안에, 5개 사단은 30일 안에 배치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스트라이커부대는 미국 워싱턴 주 포트루이스에서 C-130수송기를 타고 12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했다.
정밀교전은 목표를 정확히 파악, 추적하고 이를 적절한 무기체계로 격파하는 것을 말한다. 정밀교전은 센서와 운반체제를 결합하는 소위 시스템 복합체계(system of systems)에 의해 달성된다. 스트라이커 내부에는 상황실뿐 아니라 위성 등 네트워크와 연결된 LCD 모니터가 달린 네트워크 기기가 여러 개 있다. 모든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이를 통해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돼 있고, 실시간으로 전장의 정보를 공유해 손쉽게 합동작전을 펼칠 수 있다. 인터넷도 쓸 수 있고 페이스북도 가능하다.
스트라이커는 야간 작전에도 능했다. 벡터 바이퍼라는 장비는 최신형 위성 망원경을 장착해 망원경 렌즈로 포착한 목표물을 곧바로 위성으로 연결함으로써 전폭기의 정밀 폭격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가졌다. 최첨단 영상 처리 기능으로 연기나 먼지 등 시야가 불투명한 곳에서도 또렷한 영상을 촬영해 미국 본토까지 생생한 화면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차체의 가벼움을 추구하던 스트라이커차량은 초기 이라크반군의 박격포 공격에 약했다. 중장갑차에 비해 장갑이 얇을 수밖에 없었던 당연한 결과이다. 미군은 장갑장치를 강화했다. 아프간에서의 스트라이커는 러시아제 14.5mm 탄도를 방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라크반군은 도로 매설 폭탄(IED)을 설치해 스트라이커의 바닥 부위를 공격했다.
이라크에서 미군이 고전할 당시 엠랩이라 불리던 대인지뢰 장갑차량(MRAP: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이 배치됐다. 70%에 달하던 미군피해율은 엠랩 배치 후 10% 이하로 떨어졌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주4)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바로 1만3000대 이상의 엠랩을 보급했다. 이는 미래무기체계인 F-22랩터 구매 대수의 대폭 축소를 초래했다. 먼 미래 전쟁보다는 현재 발등에 떨어진 전쟁이 중요했던 것이다. 현재의 전쟁을 위해 미래를 희생한 것이다.
그러나 2009년 아프간전쟁 미군 전체 사망자의 53%가 IED에 의해 발생했다. 엠랩도 IED보다 한층 강력한 폭발물인 EFP(폭발물 형태의 관통물체)에는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서 엠랩보다 한층 개선된 특수 장갑차량으로 엠랩과 동일한 수준의 지뢰 방호 능력을 보유했으면서도 차체는 더 가볍고 기동성은 대폭 강화된 최신형 전술 기동차량인 M-ATV가 나왔다.
M-ATV는 미군이 사용해온 기존 주력 기동차량인 험비(Humvee)를 대체해 아프간에서 진행 중인 각종 정찰과 호송·순찰을 포함한 대부분의 군사 작전에 투입되었다. M-ATV와 함께 스트라이커가 미군 작전에 투입됐다. 그러나 2010년까지 아프간 전쟁에서 미군 사망자 965명 중 다수가 이 스트라이커 여단에서 발생했다.
아프간, 이라크전쟁에서 스트라이커차량은 지배적 기동에는 성공했지만 안전성에선 취약함이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몇 차례 공개된 스트라이커 실사격훈련에선 이러한 요소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지뢰제거차량의 동반 없이 일방적 화력시범만을 연출했다. 당연히 북한은 스트라이커장갑차에 대비해 지뢰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6.15선언에 의해 비무장지대의 철도공사와 함께 남북 간에 지뢰제거작업이 진행되었다. 당시 국제대인지뢰금지운동(ICBL)에서는 남북이 대인지뢰전면금지조약가입으로 가는 길에 더 가까워진 것을 환영한 바 있다. 그러나 한미 군사연습에 스트라이커부대를 제일 먼저 투입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온 훈련은 북으로 하여금 지뢰를 포기할 수 없는 무기로 만들고 있다.
안면도 양륙군수지원훈련
▲ 2011년 안면도 훈련은 해상유류분배체계와 지상유류분배체계(IPDS: Inland Petroleum Distribution System)를 동시에 운용하는 훈련으로 진행됐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2008년 2월 26일 한미연합사는 경남 진해에서 미 해병대 ‘해상사전배치선단’(Maritime Prepositioning Ships)과 ‘해상유류분배체계’(OPDS: Offshore Petroleum Distribution System)를 언론에 공개했다.(주5) 당시 김상돈 해군 53상륙전대장(대령)은 이 훈련이 해병대 상륙작전시 상륙군에게 원유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훈련임을 확인했다. 즉 북한지역으로의 상륙이 끝난 뒤 상륙한 군대에 원유를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 당시 진해는 설비가 갖추어진 안정된 부두였다. 육지로부터 1마일(1600여 미터) 떨어진 해상에서 정박해 있는 미군의 휠러(Wheeler)함에서 항만의 유류저장소까지 파이프로 연결돼 유류를 공급하는데 충분한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원래 휠러함은 항구시설이 없거나 설비가 부적절한 연안에 깨끗한 물과 유류를 빠른 시간 내에 최대의 양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다. 보통은 분당 300갤런이 정상적인 수치이나 2008년 진해에서는 분당 1500갤런(5356리터)을 이송했고 이는 당시까지 OPDS체계의 최대 이송율이었다.
2011년 안면도 훈련은 해상유류분배체계와 지상유류분배체계(IPDS: Inland Petroleum Distribution System)를 동시에 운용하는 훈련으로 진행되었다. 항구가 없는 지역에 상륙한 후 휠러함으로부터 모래사장까지 유류호스나 송유관이 연결되고 해변유류접속구(BTU)를 통해 유압을 높인 다음 육상송유관으로 분배하는 훈련이었다. 진해보다 훨씬 작전환경에 가까운 지형이 선택된 것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공세적 훈련인가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지만 지형에 대한 적응성을 높이는 훈련이란 질문에 대해선 그렇다고 시인했다. 한국 해병대는 유류탱크 대신 비닐로 된 임시저장소를 만들어 기름대신 청수바지선으로부터 청수를 받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러나 아무리 해상유류분배체계가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을 해안까지 이송했어도 지상에서 송유관으로 연결되지 않고 유조차에 일일이 나눠싣게 되면 해상유류분배체계에서 달성한 속도는 다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한국군의 고민은 이 지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상유류분배체계훈련도 바닷가의 쭈꾸미잡이 그물들을 피하느라 원활하지 못했다. 기자들 사이에선 쭈꾸미 그물에 한미 연합훈련이 걸렸다는 농담이 돌았다.
그러나 이 작전은 작계5027 3단계 2부에 따라 상륙 후 상륙지역에 군수병참을 실현하는 훈련이었기 때문에 군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내용상으로는 상륙전 장면보다 더 구체적으로 북에 대해 공세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 작전에 해군참모총장을 비롯 육군과 해병대의 고위 장성들이 대거 집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기자들에게 그림이 되지 않았을 뿐 내용상으로 이들 훈련은 북에 상륙하여 점령하는 과정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한미 군사연습이 한반도의 긴장을 강화시킨다는 문제제기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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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http://www.freepressers.com/2011/03
(2) By Spc. Aaron Carpenter, Army News Service, April 15, 2009
(3) 이상현, ‘스트라이커 부대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미래전략연구원, 2003
(4) 김영미, 「탈레반 사제폭탄에 맞서는 미군의 ‘첨단 방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