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조력댐은 어차피 실패한다 2010/02/11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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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조력댐은 어차피 실패한다
<분석> 북과 인접한 한강하구의 특수성에 주목해야 – 이시우

2010년 02월 09일 (화) 16:50:47 이시우 전문기자 tongil@tongilnews.com

인천시와 강화군은 최근 강화군의 석모도와 교동도등을 연결하여 바다를 가로막아 조력댐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강화 남단과 영종도의 바다를 막아 인천조력댐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력 자체는 신생에너지이지만 조류를 이용한 것이 아닌 낙차를 이용하는 조력댐은 오히려 가공할 환경파괴를 불러오기 때문에 한강수계수도권환경단체와 어민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가로림만이나 시화호 조력발전댐과는 또다른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는 한강하구의 국제법적 문제를 검토함으로서 강화조력댐 건설이 찬반을 떠나 현 상황에선 실행 불가능한 것임을 밝히고자 한다. /필자 주

국제하천법 위반 문제

강화지역 조력발전소 건설 계획은 강화도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논쟁이 확산되어 가는 추세이다. 그러나 강화조력댐 문제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북한 변수이다. 이것은 가로림만이나 시화호 조력댐 건설 문제와는 또다른 강화지역만의 특수성이기도 하다.

분단된 나라에 살다보면 보편적인 국제기준에 대한 감각을 상실할 때가 있다. 한강하구 문제가 그렇다. 한강하구는 남과 북의 주권이 공통으로 제약되는 일종의 국경하천이자 국제하천이다. 2009년 남측이 북측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임진강의 황강댐 방류사건이나 1980년대 금강산댐으로 알려진 임남댐이 공격용 댐이라고 국민을 궐기시켰던 사건이나 두 나라가 공유하고 있는 하천의 상류국가가 하류국가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고자 할 때 생기는 문제였다. 강화조력댐은 하류국가가 상류국가에 위해를 가하는 상황만 다를 뿐 여전히 국제하천의 문제란 점에선 변함이 없다.

▲ 국제하천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한강하구. 그 한가운데 있는 섬, 유도는 남북 어디의 영토도 아닌 주인 없는 땅이다. [사진 - 이시우 전문기자]

국경을 이루거나 두 나라 이상에 걸쳐 흐르는 국제하천은 항행을 비롯한 하천의 이용과 수자원 개발, 환경오염 등으로 인접국가들 사이에 잦은 분쟁이 발생해왔다. 그래서 국제하천과 관련된 1815년 비엔나 의정서를 시작으로 국제하천조약은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되어 왔다. 강화조력댐과 관련해서 유의할 조약은 ‘일국 이상에 영향을 미치는 수력발전의 개발에 관한 조약’이다. 이 조약은 국경하천이나 관류하천을 불문하고 인접국에 불이익을 주는 자연적 상태의 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강물을 관개공사에 사용하거나, 발전을 위해 강물의 흐름을 변경하는 일로 잦은 분쟁이 야기되어 왔기 때문이다.1) 수력댐과 조력댐은 이점에서 차이가 없다.

국제분쟁사례

한강하구는 항행 문제만을 다룬 57년전 정전협정이 유일하며, 지금의 조력댐 건설계획이 야기할 홍수관리나 환경변화, 어족자원보호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 간에 아무런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국제관습법에 의해 처리될 수밖에 없다.

강화조력댐이 겪게 될 상황에 가장 유사한 사례는 아마도 캐나다의 트레일 스멜터 케이스(Trail Smelter Case)일 것이다. 캐나다와 미국의 부분적 국경하천인 콜럼비아강의 캐나다측 연안 트레일(Trail)에 연과 아연을 제련하는 민간제련소가 건설되었는데,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굴뚝에서 배출되는 아황산가스의 발생량도 급증하여 이웃인 미국 워싱턴주의 농작물과 삼림자원에 피해를 주었다. 미국측 항의로 열리게 된 국제합동위원회는 결국 캐나다측에 1932년 1월 1일까지의 손해액 35만달러를 지급하도록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2)

이 사건은 민간인의 행위에 대해 국가가 국제법상의 국가책임을 진 사례이다. 즉 캐나다 정부는 민간회사인 트레일제련소의 위법행위에 ‘상당한 주의’(due diligence)를 기울이지 않음으로서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탓으로 문책된 것이다. 지자체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도 없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이 판결은 국가가 그의 영토를 사용함에 있어 접경국 영역에 대한 권리침해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원칙, 즉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을 인정한 선례이며, 대기오염・해양오염 같은 국제적 환경문제의 국제법적 처리에 대해 지침을 준 사례라 볼 수 있다.

이는 현재 강화북부지역에 조성하려는 대규모 공단 건설시 북의 대기를 간접적으로 오염시켜 분쟁의 소지를 불러올 상황에 대해 국가가 ‘상당한 주의’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로서 참고되어야 할 사례일 뿐아니라, 조력댐 건설시 북측에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할 홍수피해, 어족자원 감소 등의 상황에 대해 국가가 ‘상당한 주의’의 의무를 다해야할 사례로서 참고 되어야 할 것이다.

▲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되다 포기된 나들섬 예정지인 예성강 하구 청주초. [사진 - 이시우 전문기자]

수해와 어족자원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분쟁거리

금강산댐이나 황강댐 방류문제가 상류국가의 국제하천조약법 위반이라면 1980년대에 비해 두배로 높이 건설된 화천 평화의 댐이나 현재 논란되고 있는 강화조력댐은 하류국가의 국제하천법 위반이 된다. 왜냐하면 하류국가가 높은 댐을 건설하여 방류하지 않으면 상류국가가 침수되어 피해를 받기 때문이다.

한강을 비롯한 한국의 장마나 호우는 1년에 올 거의 대부분의 강수량이 여름 한철, 그것도 하루이틀사이에 집중된다는 특성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게릴라성 호우라고 부르고 있다. 역사서와 지지에 나타난 기록을 보면 한강하구 수계에서 홍수와 해일 피해와 관련된 대규모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숙종 22년(1696) 음력 5월 바닷물이 넘쳐 강화지역 여러 곳의 제언이 무너지고 농경지가 침수되었으므로 강화유수는 인력을 동원하여 제방을 보수하고 수문을 만들었으며,3) 정조 14년(1790) 7월 17일에는 교동, 강화 등 경기만 일대의 8개읍이 해일의 피해를 입었다.4) 철종 2년(1851) 가을에도 해일이 발생하여 강화지역의 넓은 전답들이 유실되고 인명과 가축이 상했으며, 고종 35년(1898) 6월에는 맑은 날 제방이 무너지고 논이 침수되었다. 1920년에는 해일을 동반한 태풍이 불어 해변의 농경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5) 한편, 예성강의 경우에는 1924년 7월18일부터 28일 동안 심각한 수해피해를 기록하였으며,6) 1938년 7월 4일에도 예성강이 범람하여 금천과 온정원간 도로가 불통되었고,7) 1940년 7월5일과 6일 한강수계 홍수로 문산제방이 붕괴되고, 예성강변 철둑이 무너져 기차가 전복하는 등 피해가 엄청났다.8) 1951년 7월21일 예성강 홍수로 정전회담 대표들의 통행을 위해 야간에 임시로 다리를 가설해야 했다.9)

▲ 물댄 논의 풍경. 이것이 홍수로 잠긴 논일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사진 - 이시우 전문기자]

1955년 가을에도 해일이 발생하여 강화도에서는 도처의 방조제가 붕괴되었는데 석모도의 상주언과 망월평야의 제방 일부가 붕괴되고 토양이 유실되었으며 교동도의 중앙에 발달한 영산평야 위로 한강하구 물이 범람하여 많은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다. 그러므로 1956년의 제방 보수공사 시에는 석모도의 상주언 동쪽 제방을 안쪽으로 옮겨 쌓고, 교동도의 영산평 북쪽 해안의 방조제를 전보다 견고하게 보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화지역 주민들은 근래에 더욱 잦아진 해일의 발생이 해수면의 상승에서 기인한 것이 틀림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10) 그런데 2008년 8월 인천환경기술센터는 ‘한강하구의 매립 및 준설에 따른 수리학적 영향’ 검토연구를 통해 강화조력발전댐 건설시 무려 해수위가 68cm나 상승한다고 보고하였다. 10여년 전 강화읍내가 다 잠긴 대홍수 때의 수위에서 68cm가 더 잠긴다고 생각하면 그 피해는 가히 재앙적인 것이다.

▲ 밀물과 썰물이 뒤엉키는 한강하구. [사진 - 이시우 전문기자]

조석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하천을 감조하천이라고 한다. 한강은 노량진까지, 임진강은 연천 고랑포리까지 바닷물이 미치며, 예성강은 하류로부터 51km 지점에 있는 금천군 계정리 부근까지가 감조구간이다. 예성강 수계는 유역면적이 39만ha로 넓지는 않지만 1도 미만의 평탄지 면적이 23.3%, 5도 미만의 완경사지 면적이 14.4%를 차지함으로써 대동강 수계와 마찬가지로 하류지역은 침수피해 가능면적이 넓다. 예성강 수계에는 논 22,000ha, 밭 97,000ha가 분포하고 있다.11) 조력댐 건설은 강화나 김포, 인천지역의 홍수피해는 물론이거니와 하나의 유역을 형성하고 있는 예성강수계나 평화전망대 건너편 삼달리평야 등에 직접적인 침수피해의 가중을 초래할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조건들이 겹치기에 간척지로 이루어진 한강, 예성강 수계에서 최우선 정책은 해일피해 방지이며, 이를 막지 못하면 해일피해는 침수피해로, 침수피해는 염해, 즉 소금물 피해로 연결되어 농사짓는 일을 몇 해간 불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정부도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제반정책에 대해 반대해온 것인데, 현재 논란 중인 조력댐 건설은 역사가 가르쳐 준 뼈아픈 교훈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황강댐 방류에 대해 남측에서 국제법 제소를 고려했던 것과 같이 북이 남측에 대해 국제법 제소를 시도하고, 남측이 패소한다면 매년 수십억 달러씩의 피해보상금을 북에 지불해야 할지 모른다. 국제법정에서 이들 문제가 다루어지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북이 80년대의 금강산댐에 대해 남한처럼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금강산댐이 그렇듯이 강화조력댐 건설도 정전협정에 따라 ‘적대행위를 초래할’ 조치로 판단될 수 있다. 정전협정 위반문제를 다룰 판문점회담이 정지된 지 오래인 상황에서 이같은 상황은 조력댐 건설이 분쟁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강화어민들의 조력댐 반대집회에 임진강 수계의 파주, 연천지역 어민까지 대거 참가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강화조력댐 건설에 따른 어족자원 감소가 임진강 수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절감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조력댐 건설은 부영양화와 소음과 진동, 조류변화, 염도변화, 수온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황복, 장어, 참게 등 회귀성 어종이 돌아올 곳을 차단시키며, 새우•밴댕이•숭어 등 정착어종을 급격히 감소시킨다고 환경영향평가서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이같은 영향은 예성강 수계의 어민들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될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북측의 반발이 예상됨은 물론 국제법정에 제소되었을 때 남측은 어족자원 감소에 대한 보상금까지 지불해야 할 것이다.

강화조력댐은 정부도 반대

이런 이유로 강화조력댐은 남측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만이 아닌 북측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필수로 해야한다. 나아가 분단관리평가, 군사위기관리평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사업이다. 접경지역의 모든 지자체가 평화와 통일을 대비하고 있는 이때 조력댐은 이같은 맥락을 간과한 근시안적 졸속행정이다.

필자는 강화에서 시행된 강화조력댐 설명회장에서 주최측에 정중히 질문하였다. “북측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졌는가? 국제하천조약에 따른 법적 검토가 이루어졌는가?” 인천시 에너지국장은 매우 난처해하며 “아직 거기까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하루빨리 가능하도록 노력은 하겠다”고 답변했다. 정부간의 소통이 막힌 현 상황에서 인천시 공무원의 임기응변식 답변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북측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질 때까지 조력댐 건설은 계획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닌가? 강화조력댐은 지자체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군사, 외교적 문제가 걸려있다.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가 총동원되어 달라붙어도 현재로서는 희망이 없는 사업이다. 정부에서조차 이런 이유를 들어 강화조력댐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어차피 강화조력댐은 인천시나 강화군에서 추진하기엔 불가능한 계획인 것이다. 공연히 지역여론만 분열시키고 갈등과 상처만을 남긴 채 유야무야될 강화조력댐 건설계획이라면 하루빨리 백지화 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한강하구의 국제적 성격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완만히 흐르는 강물처럼 한강하구에 부디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빈다.

▲ 언 강이 채 풀리기 전 겨울 철새들 강 위로 날아오른다. [사진 - 이시우 전문기자]

▲ 강 건너 북녘 땅을 바라보던 코스모스가 한들거립니다. 보이지 않으나 충만해 있던 바람이 코스모스의 흔들림을 만나 비로소 바람결을 일으킵니다. [사진 - 이시우 전문기자]

▲ 분단의 강위에 드리운 겸손한 일출을 봅니다. 자신감 대신 존중이, 신념대신 성찰이, 해결대신 치유가 이 강엔 필요한 것인지 모릅니다. [사진 - 이시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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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정정균, 성재호, 국제법, 박영사, 2008, p418-420

2) Cairo A. R. Robb, Daniel L. Bethlehem,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Reports Volume 1, Cambridge Univ Press, 1999, p650

3)『비변사등록』, 숙종30년, 11월19일, 강화부선두포신축제언절목 ; 이시우, 한강하구, 통일뉴스, 2008, p139

4)『정조실록』, 권30, 14년7월, 무자 ; 이시우, 한강하구, 통일뉴스, 2008, p139

5)전훈, 『독수증보강도지(하)』(1932), p77 ; 이시우, 한강하구, 통일뉴스, 2008, p139

6) 조선총독부관보1925년11월13일1924년도 토목사업수해상황

7) 동아일보, 1938.7.14, 4면

8) 동아일보, 1940.7.5.6, 2면

9) 서울신문, 1951.7.23

10) 최영준, 국토와 민족생활사, 한길사, p206.

11) 농촌경제연구원,『북한농업동향』, 제8권 2호, (2006.7), p9 ; 이시우, 한강하구, 통일뉴스, 2008, p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