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끼나와515행사 강연록 2008/06/12 531
우리의 공통과제
오끼나와,한국,일본의 평화운동은 연대를 넘어 연합운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처한 공통의 위협에 기초하고 있다. 핵무기, 화학무기, 열화우라늄탄과 유엔사를 중심으로 이들 위협을 살펴보기로 하자.
1. 미공격형핵잠수함, 4척 중 1척에는 핵탄두토마호크미사일 탑재.
2005년 3월 녹색연합의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 진해해군기지의 미 잠수함 부두에 기항한 핵추진잠수함 로스엔젤레스호(USS688)는 1995년 이후 이미 핵토마호크미사일을 위한 휴대용발사시스템의 장착이 확인되었으며, 핵토마호크미사일의 탑재가능성도 1/4로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91년 부시대통령과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전술핵폐기선언이 있었고 이에 따라 남북비핵화5원칙도 발표되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비핵3원칙을 강조해왔다. 1994년 미국방성의 핵태세보고서(NPR)에 따르면 더 이상 해군함정에 핵탄두토마호크미사일은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핵탄두토마호크미사일은 320개가 W-80핵탄두와 함께 조지아주 캠프 킹스베이(Kings bay)에 전략핵무기들과 나란히 보관되어 있으며, 해체된 것이 아니라 양호하게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핵탄두용토마호크(TLAM/N)는 명령만 내리면 단 30일 이내에 재배치될 수 있는 상태인 것도 보고되었다. 로랜데이타사(Loren Data Corp)가 95년12월29일 자사홈페이지에 개시한 자료에 의하면 ‘미해군 산하 해양시스템사령부는 지상공격용 핵장착 토마호크미사일을 위한 휴대용발사시스템의 개발과 생산을 위한 요구서를 발급할 것이며, 이 휴대용발사시스템은 로스엔젤레스급공격형잠수함(SSN688,688I)과 버지니아급신형공격형잠수함(SSN774)에 장착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약 1년 뒤인 1997년 핵과학자 아킨(Arkin)의 보고에 의해 미 해군은 이 핵탄두 토마호크 휴대용발사시스템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핵과학자협회지(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1997년 11월 말, 핵추진공격용잠수함 보스톤(U.S.S.Boston)호가 버지니아의 요크타운 해군무기저장소에서 핵탄두용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성공적으로 탑재했으며, 미 해군이 휴대용발사시스템을 구입하고 있는 것은 전 부시대통령이 90년 초 공격형핵잠수함에서 핵무기를 제거토록 한 결정을 하루빨리 번복하기 위한 조치였음을 보고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00년 보고에 의하면 30일 이내로 배치 가능한 핵탄두토마호크의 재배치를 위한 훈련과 군사적통합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핵탄두토마호크작전은 지금도 미전략사령부(STRATCOM)가 매년 실시하는 세계수호자연습(Global Guardian exercises)에 포함되어 있다.
이로서 핵탄두토마호크라는 무기체계와 그것을 적용할 작전술 차원의 연습체계가 모두 부활한 것이다. 더구나 2002년 정보자유법에 따라 기밀해제된 문서에 의하면 ‘핵탄두용 토마호크는 12척 정도의 핵추진공격형잠수함에 의해 사용되도록 책정되어 있다.’ 라고 명시하고 있어 12척의 핵추진공격형잠수함에 핵탄두토마호크가 탑재되었음을 판단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1997년 핵토마호크를 탑재했던 보스톤호(SSN703)는 1999년 임무해제 되어 퇴역했다. 보스톤호를 제외하면, 95년 이후 휴대용핵발사시스템을 장착했을 잠수함으로서 현재 운행중인 잠수함은 총46척이다. 이들 중 최소한 12척의 잠수함에 핵탄두토마호크의 사용이 승인되어 있으므로 오끼나와 화이트비치와 한국 진해기지에 기항했던 공격형핵추진잠수함들에 핵탄두토마호크가 실려 있을 가능성은 약1/4이다. 약4척 중 1척은 핵탄두토마호크를 탑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들 핵잠수함은 91년 미국의 전술핵폐기선언 이후 한반도비핵화선언과 북미제네바합의를 거치며 지금까지도 수없이 진해기지를 드나들고 있다. 또한 한국뿐 아니라 비핵3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일본의 요코스카해군기지, 사세보기지, 오끼나와의 캠프 화이트비치에도 정기적으로 기항한다. 일본과 오끼나와에서도 핵탑재잠수함이 기항할 ‘1/4’의 가능성은 한국과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한국과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국경선이 미군에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2007년 11월에도 부산항에 핵추진잠수함 USS코네티컷호가 입항한데 이어 2008년2월에는 핵잠수함 오하이오호가 입항하였으며 이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되었다. 이는 핵잠수함 기항에 대한 의혹과 거부감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선제조치임이 분명하다. 미국은 한국에서 핵에 대한 의혹을 일으켜왔던 비밀주의 대신 관성화시키기 위한 공개주의를 택한 것이다. 핵잠수함의 기항을 막기위해 1974년 고베시의회가 제정한 고베포뮬러는 아직도 우리에게 좋은 모범이다. 또한 핵의 위험에 대한 감수성이 더디어지는 것은 과거 일본과 한국 중국등 아시아의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무관심과도 연관되어 있다. 50년전 아이젠하워는 한국전쟁에서 휴전협상의 교착상태가 종결되지 않을 경우 원자탄을 사용하겠다는 트루먼의 위협을 뒤풀이했고 미공군은 오끼나와로 원자탄 몇발을 공수했다. 호이트 반덴버그 공군참모총장은 중국 동북부 선양이 전략적 공격목표가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암시했다. 이같은 역사는 오끼나와에서 중국에 이르는 핵공격권역에 대한 위협적인 상징이 아닐 수 없다. 잠수함에 탑재되어 있을 핵무기에 대한 평화감시운동과 더 나아가서 비핵지대화운동은 오끼나와, 일본, 한국등 아시아국가가 국경의 틀을 넘어 공동협력해야 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2. 캠프보니파스와 캠프이와쿠니의 화학무기 표식
1) 한반도전쟁시나리오에 따라 훈련되고 있는 화학공격
2002년 9월 노틸러스연구소의 한스 크리스텐슨(Hans M. Kristensen)연구원은 정보자유법에 따라 기밀해제된 문서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한 잡지에 발표했다. 1998년 미국서부의 세이모어존슨(Seymour Johnson)공군기지에서 핵무기를 실은 전투비행단이 동부 플로리다의 에이본파크 훈련장에 핵을 투하하는 훈련을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이 핵무기는 핵탄두 대신 콘크리트가 채워져 있었다. 이 자료가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한반도 전쟁시나리오에 의한 훈련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담당자인 랜달비검(Randall K. Bigum)중령과 미공군역사가인 머피(John T. Murphy)와의 인터뷰원문을 입수해서 읽어보게 된 나는 새로운 의혹의 단서를 발견했다. 이 장거리 핵투하훈련은 한반도전쟁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며 여기엔 화학공격(Chemical Attack)이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주한미군의 작전계획5027과는 달리 한미연합사차원의 작전계획9518에 따르면 핵공격(Nuclear Attack)과 함께 화학공격에 관한 훈련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즉 작전적차원에서 핵공격과, 화학공격은 항상준비되고 훈련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한 토론회에서 내가 토마스하버드(Thomas Hubbard) 주한미대사에게 이 사실을 질문했을 때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 그것은 미국땅에서 한 연습이다.” 라고 답했다. 그러나 1994년 북미제네바합의문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위협 또는 불사용에 관한 공식보장을 제공한다”고 되어있다.
2. 유엔사경비대 탄약고의 화학무기표식
2004년 나는 유엔사경비대가 주둔하고 있는 캠프 보니파스에 미군이 그동안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학무기가 탄약고에 보관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4월 21일 나는 유엔사경비대가 주둔하고 있는 캠프 보니파스 남쪽 식당 건너편에 위치한 탄약고에 사진에서 보는바와 같이 3가지 표식이 부착되어 있음을 발견했으며, 이를 판독한 결과 유독성 화학물질이 보관되어 있다는 표식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군 폭발물교범 FM4-30.13에 의하면 이들 중 팔각형에 1자가 써진 표식은 화재표식으로 대량 폭발을 일으키는 폭발물이 탄약고 안에 보관되어 있으므로 화재시 소화작업을 단념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표시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두 개의 표식은 화학위험도를 나타내는 표식으로 가운데는 화생방 위협에 대해 전신방호복을 입어야 하는 유독성화학물질이 탄약고에 보관되어 있음을 뜻한다. 오른쪽의 표식은 물이 탄약위에 쏟아지는 것을 금지한다는 즉, 물접촉금지 표식이다. 이는 탄약고안에 소이탄과 같이 물과 접촉하면 안되는 화학무기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중에서 다른 기지의 탄약고와 비교가 되는 것은 가운데 전신방호복 표시의 색깔이다. 현재 한국에 있는 주한 미군기지와 한국군기지의 대부분의 탄약고에는 이 표식의 색깔이 흰색이지만 이곳은 노랑색이었다. 화학위험도를 나타내는 전신방호복 표식에는 방호복의 색깔에 따라 3가지 종류로 나뉘어진다. 표식에서 방호복의 색이 빨강인 경우는 샤린가스와 신경가스등 가장 유독한 화학무기를 나타낸다. 노랑인 경우는 그 보다는 치사성이 떨어지지만 여전히 생명에 치명적인 아담사이트 등이 포함된 화학무기를 나타낸다. 흰색의 경우에는 백린탄 등의 무기를 나타낸다.
3. 탄약고에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화학무기들
미육군의 탄약폭발물안전기준 (Department of the Army Pamphlet 385-64)에 의하면 노랑색 전신방호복표식에 해당하는 화학작용제들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포스겐(CG)은 질식제로 폐에만 작용하며 폐의 모세혈관에 손상을 입힌다. 제1차 세계대전중 화학작용제 희생자 중 80% 이상이 CG에 의한 것이었다. 살상효과는 24시간 이내에 발생한다. CN은 피부 및 눈에 자극을 주며, 기도상부에도 자극을 준다. 고농도 노출시 수포도 발생한다. CN은 CS로 대체되었다. CS는 군부대에서 최루탄 훈련에 흔히 쓰이는 최루제로 피부 및 눈에 자극을 주며 매우 빠른 효과를 나타낸다. 낮은 농도에서도 즉각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며 노출후 효과는 5~10분간 지속된다. 염화시안(CK)은 혈액작용제로서 눈 및 점막에 매우 자극적이며, 방독면을 무력화시키는 데 사용된다. 아담사이트(DM)는 밀폐공간에서 사용할 시 살상용이 된다. 보통은 고체상태로 있으며 폭발하면서 매우 빨리 독성 에어로졸을 형성하여 1분 정도 노출시 일시적으로 무능화 상태에 빠진다. 한편 노출농도에 따라 효과는 30분에서 3시간까지 지속된다. 디페닐클로로아르신(DA)은 피부 및 눈에 자극을 주며 매우 빠른 효과를 나타낸다. 노출농도에 따라 효과는 30분에서 수시간까지 지속된다.
디페닐시아노아르신(DC)는 DA와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지만 DA보다 더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FS는 무겁고 강한 산성 액으로 보통의 농도에서도 눈과 코와 피부에 높은 상해를 일으킨다. FM은 부식제이다. 폭발물 탄약이나 비행기에서 살포하여 사방에 퍼지게 할 수 있으며 FM용액은 피부와 눈을 태우는 산이다. BZ가스는 미국이 개발한 것으로 미군 병사들 사이에서는 일명 ‘수면가스’로 알려져 있다. 수면과 환각증세를 유발할 수 있다. 화학무기 전문가들은 고도로 예측불가능하며 종종 동요와 흥분을 증가시킨다고 말한다. 미국은 러시아가 모스크바 극장을 점거한 체첸반군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이 가스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이들 중 특히 사용가능성이 높은 화학작용제로는 포스겐과 아담사이트, BZ가스등이다. 이들 화학작용제중 어느 것이 그 안에 들어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들 화학작용제들은 하나같이 유독하다. 이들 화학작용제가 충전된 화학탄 외부에는 대부분 회색칠을 하여 다른 무기와 구별한다. 미군의 야전교범은 사령부에서 기밀상의 이유로 특별한 명령을 내리지 않는 한 야전교범의 내용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원칙인 점을 생각해보면 이들 화학표식이 붙은 탄약고에 위에 열거된 화학무기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노란색전신방호복 표식이 캠프이와쿠니의 탄약고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캠프이와쿠니의 해병부대는 매년3월경 한미연합군사연습시 한국에 배치되는 부대이다. 이들부대가 유엔사경비대 캠프보니파스(Camp Bonlfas) 근처에 있는 캠프워리어(Camp Warrior)에 주둔하며 훈련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캠프보니파스와 캠프이와쿠니의 노란색방호복표식에 어떤 공통의 연관성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한편 흰색방호복표식은 백린탄이 보관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유고전 당시 미국은 참전의 명분중 하나로 사라예보에서 반군들이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라크 팔루자 공격 당시엔 미군이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이탈리아방송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살상용백린소이탄이 아닌 연막탄만을 사용했다고 변명했다. 최근 나의 재판에서 국방부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 일산의 한 부대에 백린소이탄이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 되었다.
4. 비밀에 가려진 한국의 화학무기
1971년 오끼나와에서는 레드햇(Red Hat)작전이라고 명명된 화학무기 이송작전이 펼쳐졌다. 이들 무기가 보내진 곳은 하와이 존스턴 섬이다. 1992년에는 독일의 미에자우탄약고에서 같은 무기들이 역시 존스턴섬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치사성이 높은 VX와 머스타드를 충전한 화학무기들이었다. 탄약고에 붉은색전신방호복표식이 붙는 화학무기들이다. 이로써 오끼나와에 화학무기가 배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되었다. 또하나 주목할 것은 오끼나와에서 존스턴 섬으로 이송된 화학무기들 중 현재 그 목록이 확인된 것은 VX와 샤린(GB)그리고 머스타드 세종류의 물질이다. 모두 붉은색전신화생방복 표식에 해당하는 무기들이다. 그러나 노랑색전신화생방복에 해당하는 루이사이트나 아담사이트 코스겐등의 화학무기 충전제들은 최소한 레드햇 작전에선 제외되어 있었다. 한편 레드햇 작전이 실시된 지 10년이 지난 82년 5월14일 미 상원은 그동안 동결해 왔던 화학무기의 생산을 재개하겠다는 레이건의 제안을 간발의 차이로 통과시켰다. 이로서 미 행정부는 화학무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7억 4,000만 달러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미국의 화학무기정책은 확산과 비확산의 양극단을 오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미 육군은 86년에 이르러서야 화학작용제 제거시설을 짓기 시작했으며 이들 무기는 2001년이 되어서야 폐기되었다. 오끼나와주둔 미군이 화학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레드햇 작전을 홍보하기 위해 기자들을 초청하면서 역설적으로 그 이전의 화학무기보유사실이 드러났던 것과 같이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에 의해 비밀의 숲에 가려져 있던 화학무기보유 사실이 드러났다. 2000년 충북 영동군의 한 탄약부대내에 가수분해 및 폐액 처리동 등 모두 4개동(지상 건물)에 화학무기 폐기시설이 갖춰진 것이 알려지면서 비밀로만 취급되어 오던 화학무기의 존재가 시인된 것이다. 독성화학가스가 있는 물질이 수송단계에서의 사고로 누출될 경우 큰 인명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도심지 통과에도 규제를 엄격하게 하는 것이 국제관례다. 이같은 이유로 바로 이 탄약부대가 화학무기를 보관하고 있던 부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2003년부터 국방부가 한국산 화학무기는 폐기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던 화학무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하와이 존스턴 섬의 화학무기처리 시설이 2001년 폐쇄됨으로써 화학무기처리를 할 곳이 없어진 상황에서 미국이 엄청난 비용을 지원하여 지어진 영동처리시설에서 미군의 화학무기를 처리할 것이라는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지만 한국 국방부는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열화우라늄탄
2001년 미국 친우봉사회(이하 AFSC 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하와이지부 카일 카지히로(Kyle Kajihiro) 간사가 미 태평양사령부 총사령관 블레어 제독에게 요청한 정보공개청구 결과 2003년에 공개된 기밀해제문서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수원기지에 1,360,181발, 청주기지 933,669발, 오산기지 474,576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은 거의 280만발의 열화우라늄탄을 보유”한 셈이다. 세 곳의 미군기지에 보관된 열화우라늄탄만 약 3백만발로 국민 12명당 1개꼴로 저장되어 있는 셈이다.
저장기지
수량
오산공군기지
445,015(+24,696분실)
청주공군기지
933,669
수원공군기지
1,360,181
카데나공군기지
398,768
계
3,137,633 (3,162,329분실분포함)
그러나 주의할 점은 이번에 확인된 게 주한미군 공군이 보유한 30mm 열화우라늄탄의 보유 현황이라서 97년에 미군 스스로 그 존재를 밝힌 바 있는 주한미육군이 보유한 120mm 열화우라늄탄 수까지 합할 경우 보유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문서 내용을 추적해보면 관리체계도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다. 오산기지에 보관중이던 열화우라늄탄은 문서상의 수량과 실제수량이 20,353발이나 차이가 발생하고 있으며, 청주와 수원기지에서는 9,408발의 차이가 발견된다. 더구나 오산기지의 24,696발은 분실된 것으로 나타나 열화우라늄탄의 관리실태가 심각한 지경에 있음이 드러났다. 분실 사건의 경우 사건이 발생한 90년 이후 언급조차 되지 않다가 2003년 정보공개 당시에서야 ‘분실’로 언급된 점도 주목된다. 97년엔 습기에 의한 부식 문제까지 발생해 “6개의 콘테이너가 손상되고 1개에는 구멍까지 났다”고 되어 있다. 이 기록들은 오끼나와 카데나공군기지의 18탄약분대와 한국 오산공군기지의 51비행탄약유지분대에서 제공되었다. 열화우라늄은 물기와 장시간 접촉하면 불화수소가스를 발생시킨다. 불화수소는 농작물을 고사시킬 뿐아니라 유독가스인 질산, 불화수소등을 호흡하면 폐가 손상되어 죽음에 이른다.
그간 핵분열하지 않는 열화우라늄탄을 핵무기로 볼 수 있나 없나가 큰 논쟁거리였다. 이 문제에 대해 2006년 8월 국제열화우라늄무기반대심포지엄에서 이 분야 최고의 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두가지 점에서 열화우라늄탄과 핵무기는 같다는 것이었다. 첫째는 탱크의 철갑을 관통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마찰에 의해 3000도의 고온에서 열화우라늄탄은 파괴가 일어나며 나노(원자나 분자크기)단위의 가스와 먼지를 발생시킨다. 이것은 3000도에서 핵분열하는 핵무기와 같다. 둘째는 내폭이다. 내폭이란 핵물질이 몸안에 들어가 일으키는 제2의 피폭인데 신체에 흡입되거나 흡수된 열화우라늄 조각은 핵물질과 똑같이 피폭을 일으키고 유전자의 변형을 가져와 기형아를 출산케하거나 각종 피폭증상을 유발한다. 97년 2월 경기도 연천군에서는 “과거 미군기지 뒷편 폐폭발물 처리장에서 행정착오로 120mm 열화우라늄탄 1발을 파괴처리”한 사실이 있다. “이 폐기장의 한 가운데로 하천이 흘러 한탄강으로 유입되는데 제대로 된 환경영향조사도 없이 이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그리고 “오끼나와 도리지마에서는 주일미군의 열화우라늄탄 오발사고까지 발생”한 일도 일어났다. 한 마디로 단순 보유만으로도 열화우라늄탄 피해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것이다. 주일미군의 경우 오끼나와 사고 이후 주민 반발이 일자 열화우라늄탄을 철수한다고 밝혔지만 이 공개 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카데나 공군기지에 보관” 중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걸프전 당시 미군이 사용한 열화우라늄탄중 A-10용 30mm의 총량이 940,000발이었던 점을 상기하면 주한미공군기지의 열화우라늄탄양은 거의 3배의 숫자에 해당한다. 이 숫자로만 본다면 한국에서의 전쟁은 걸프전에 비해 3배의 규모로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997년 120mm 탄약 1발이 연천폭발물폐기장에서 잘못 분류되어 폭발했다는 주한 미군의 보고는 공군기지만이 아닌 육군기지에도 전차용 열화우라늄탄이 보관되어 있다는 증명을 한 셈이다. 120mm 열화우라늄탄을 주로 사용하는 탱크는 M829시리즈로 M829A2에 사용되는 열화우라늄탄의 열화우라늄 함유량은 4.74kg으로 30mm에 사용되는 열화우라늄 0.3kg의 약 16배에 이른다. 한편, 분실된 열화우라늄탄이 2만발 이상이라는 것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2007년 12월5일 유엔 제62차 총회는 ‘열화우라늄을 포함한 무기·포탄 사용의 영향에 관한 결의’를 통과시켰다. 결의는 열화우라늄 무기 사용이 인체나 환경에 끼칠 잠재적 유해성을 고려한다고 전문에 명기한 뒤 사무총장 이름으로 가맹국과 관련 국제기구에 대해 열화우라늄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차기 총회에서 열화우라늄 문제를 의제로 다루도록 했다. 마침내 유엔이 열화우라늄 무기에 문제가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유엔군사령부문제
미군을 주제로 한 사진작업을 하면서 걷다가 나는 주한미군문제의 새로운 결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에겐 국경으로 나눠진 한국과 일본이 미군에겐 하나의 전장터일 뿐이란 사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틈이 나는대로 여건을 마련하여 일본의 미군기지들을 둘러보게 된 것은 그런 이유였다. 한번은 사세보 미해군기지를 둘러 볼 때였다. 기지를 따라 걷다가 밤을 만나 기지가 바라보이는 산 위에서 밤을 지새우고, 기지 전체에 울러퍼지는 기상나팔 소리에 선잠을 깼다. 군인들이 점호준비등으로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고 8시가 되자 성조가가 울려퍼지며 성조기가 사령부 건물 앞에 게양되었다. 그 다음은 일본국가와 함께 일장기가 게양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깃대에 푸른 깃발이 소리없이 게양되고 있었다. 바람이 깃발의 잠을 깨우듯 펄럭이게 하고서야 나는 그것이 유엔군사령부를 상징하는 청성기임을 알 수 있었다. 사세보는 유엔군사령부 산하의 기지였다. 유엔사는 세계적으로 한국전쟁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설치되었다. 때문에 사세보는 주한유엔사 산하의 기지인 것이다. 일본에 유엔사의 기지가 있다니… 충격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주한유엔사의 후방지휘소에는 일본의 7개 주일미군기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도쿄와 그 인근의 캠프 자마(座間), 요코다(橫田)미제5공군사령부기지, 요코스카(橫須)미해군제7함대기지, 사세보(佐世保)의 미해군기지, 오끼나와의 카데나(嘉手納)공군기지, 후템마(普千間)미해병대기지, 화이트비치미해병대기지등 주일미군의 핵심기지들이다. 같은 야전사령관이면서도 주한미군사령관이 4성장군이고 주일미군사령관이 3성장군인 것은 유사시 주한미군사령관이 주일미군사령관을 지휘하기 위해서인데 이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으로서 북에 대한 점령과 군정임무까지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은 동일 인물이다. 유엔사령관은 1950년 한국전쟁시 유엔안보리결의에 의해서, 주한미군사령관은 1954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서, 그리고 한미연합사령관은 1978년 한미연합사창설공문에 의해서 각각 임무가 부여되었다. 평시에 주한미군사령관은 같은 4성장군인 태평양사령관의 지휘를 받지만 전시가 되면 미합참의장의 직접지휘를 받게 되며 유엔사령관의 이름으로 주일미군사령관을 작전통제한다. 따라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유엔사의 이름아래 완벽히 통합된 전투조직인 셈이다.
2003년 유사법제가 시행되었지만 법적으로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 전쟁에 즉각 개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엔안보리결의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시다-애치슨교환공문은 미일의 한반도 전쟁 즉각 개입을 보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다른 지역의 전쟁과 달리 한반도의 전쟁은 유엔안보리의 결의를 끌어내기 위한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전쟁이 종전이 아닌 정전상태이므로 유엔안보리의 한국전 참전결의가 아직도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유엔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유엔사의 작전통제아래 즉각적인 전쟁이 가능한 것이다. 북한침공까지 상정한 작전계획 5027, 북한붕괴시 대응계획인 5029등의 작성주체가 주한미군사령부가 아닌 유엔사령부인 것은 이런이유 때문이다. 94년 6월 15일 백악관에 의한 한반도에서의 전쟁시도가 있었다. 이는 한미연합사의 통수권자중 하나인 한국대통령과의 협의도 없이 진행되었다. 이처럼 한국정부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에 의한 일방적인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법적근거는 유엔사의 존재이다. 현재 미군은 한국군에 대해 행사하던 작전통제권을 한국에 환수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2012년까지 그것은 완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군의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유엔사의 작전통제권도 함께 환수되는가에 대해 아직까지 한미군사당국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유엔사가 해체되지 않는 한 주한미군의 작전권환수는 의미가 없다. 다시 유엔사의 이름으로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군사동맹에 대한 한국군부의 의존심은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면이 있다. 한미연합사의 해체가 한국군부 일부에게는 심리적 공황상태를 불러올 주제이지만, 유엔사의 해체는 약간 경우가 다르다. 북의 군사적 점령을 상정하고 있는 한국군으로서는 북 점령 후 군정을 실시해야하는 단계의 시나리오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북의 점령주체는 한국군이 아닌 유엔군사령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에 대한 한국군의 반발심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한미연합사해체와는 달리 유엔사 해체문제는 미군과 한국군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며 분열시킬 요인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유엔사와 일본의 관계
1950년 7월 1일 일본의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출동이 유엔의 경찰조치인 이상 일부의 사람들이 점령군(주일미군)의 명령에 따라 전투행위 등에 종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1950년 7월 3일의 차관회의는 한국전쟁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방침을 결정했다.
① 미군의 군사력발동에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② 장래 일본이 유엔에 가맹하기 위하여서라도 유리하다. ③ 따라서 헌법과 법률의 범위 안에서 필요한 행정조치-선박, 육상등의 수송력의 증강, 전화통신의 가설, 해상보험의 임시조치 및 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위의 방침 중에서 ③은 오늘날 거론되고 있는 신가이드라인의 원조인 셈이다.
또한 1951년 9월 요시다-애치슨교환공문을 통해 한국내 유엔행동에 참여하는 군대에 대해 시설 및 역무를 제공키로 합의한데 기초하여 앞서 본 6개 기지를 유엔사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기지는 ‘일미안보조약’에 묶여 작전출동시 사전협의가 필요한 여타 주일미군기지와 달리 사실상 자유사용이 보장되어 있다. 1954년 2월 19일, 미국과 일본은 `유엔군 행정지위협정(SOFA)’을 체결하여 “유엔군의 합동회의를 통하여 일본정부의 동의를 얻어 미·일안보조약을 근거로 미국은 일본의 시설 및 구역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것이 위에서 열거한 7개의 기지를 유엔사후방기지로 사용하게 된 근거이다. 유엔사에 대한 기지제공의무는 유엔군철수 90일 이내에 종료하도록 되어있어 유엔사가 해체되면 유엔군의 일본내 기지 사용권도 소멸된다. 75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유엔사해체가 결의될 경우 미국으로서는 일본내 기지사용권의 문제를 심각히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언젠가는 닥칠 유엔사해체에 대비하여 일본과 함께 유사법제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98년 신가이드라인의 부속협정으로 체결된 미일 물품·용역 상호제공협정법(ACSA)에 의해 유엔사가 해체되더라도 미군의 일본내 기지 사용 문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되었다. 이들 일련의 과정은 일본이 한국전쟁 당시부터 유엔사에 협력한다는 미명하에 다시 군국주의의 길로 들어선 과정을 보여주며 이들기지가 주한유엔사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유엔사의 작전지시에 따라 주일미군기지의 무력이 자동으로 한국전쟁에 개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엔사는 누구나 명목상의 기구로 이해하지만 실제 전쟁이 발발할 시에는 남한과 일본의 미군과 한국군, 자위대 일부까지도 전쟁에 참여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미안보조약 제6조는 `일본국의 안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극동에 있어서 국제평화 및 안전의 유지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미국의 육군, 공군 및 해군이 일본국에서 시설 및 구역을 사용토록 허용한다`라고 되어 있다. 일미방위조약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달리 안보의 대상지역이 `일본본토`에 머물지 않고 `극동`을 범위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상호방위조약만으로 한반도에서의 즉각적인 전쟁은 가능치 않다. 어쨌든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엔안보리의 결의 과정없이 한반도의 즉각적인 전쟁에 미군과 자위대가 동원되는 것은 가능하다. 요시다-애치슨교환공문에 의해 일본정부는 시설과 더불어 모든 역무를 제공하기로 합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위대는 유엔사의 지휘에 응하여 한국전쟁에 즉각 개입할 수 있는 것이다. 한,미,일 군사삼각동맹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유엔사라는 실체를 가진 개념인 것이다. 한국전쟁당시 미국의 주도에 의해 위법적 요소를 가지고 탄생한 유엔사에게 이러한 비정상적인 무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바로 유엔사의 위험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일본 평화운동 세력과 한국평화운동세력과의 그간의 연대는 유엔사 해체 문제에서만큼은 연대가 아닌 연합적 조직체로 발전되어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평화단체들에게 있어 유엔사는 다른 주제와 달리 ‘연대’가 아닌 ‘연합’ 차원의 통합을 요구하는 공통의 문제라는 이해관계가 있음을 통찰 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의 평화세력에겐 갈수록 전략적 우위를 가지게 하는 반면, 한,미,일의 군부세력에겐 갈수록 갈등을 증폭시킬 주제인 것이다. 유엔군사령부. 그것은 한미일 군사동맹의 최대관건이자 가장 약한 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