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경계선, 영해선인가 군사분계선인가? 2007/01/11 875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5279
서해경계선, 영해선인가 군사분계선인가?
사진가 이시우
판문점 장성급 회담 결렬의 파괴력은 의외로 컸다. 열차 시범운행까지 취소되었다. 북은 2000년 11월 17일 남북관리구역에 대한 유엔사와 인민군간 합의에 대해 2002년 유엔사가 지뢰상호검증단을 교환을 가로막으며 논란을 일으킨 남북관리구역에 대한 ‘관할권, 관리권’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생각인 것 같다. 남측은 남북관리구역 통행에 대해 북과는 남측이 직접 교류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유엔사와는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 북에 전달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편법으로 지금까지 불안한 중간자 역할을 해왔다. 판문점 장성급 회담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할 회담이었으나 북은 서해해상군사분계선 설정을 최우선순위로 내세움으로써 남측을 압박했고, 결과는 결렬이었으며, 이는 북이 그간의 모든 남북교류와 합의를 2000년 11월17일 이전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전협정상 비무장지대 남측에 대한 유엔사령관의 권리는 민사행정과, 구제사업, 군사분계선 통과에 대한 허가권이다. 그러나 남북관리구역합의서에서는 개방과 관련된 기술 및 실무적인 문제와 군사문제에 대한 남북 군대의 협의처리 권한이 주어졌다. 민사행정은 관리권이나 관할권으로 모두 해석될 수 있으나 정전협정에서는 오직 ‘관리(Administration)’란 단어만이 사용되어 정전협정상의 쌍방에 주어진 권한의 범위가 관할권이 아닌 관리권임을 확인하고 있다. 무슨 이면합의가 있는게 아니라면 이 합의서의 문장대로 정전협정 쌍방에 부여되어 있던 ‘관리’권중 남북관리구역에서는 유엔사의 관리권이 남측군대로 이양된 것이 분명하다. 남북관리구역합의서에서는 개방관련 기술과 실무(세관,조사,검역,행정,치안,법집행등)에 대한 권리를 합의함으로서 정전협정의 민사행정과 구제사업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확대된 권한이 부여된 셈이다. 남북관리구역합의서에서 합의된 권한은 관할권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행정관할권, 입법관할권, 사법관할권을 포괄하는 것으로 관리권보다도 상위의 개념이 되는 것이다. 합의서 추진과정에 대한 언론보도는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이처럼`외형은 관리권, 실제는 관할권`형태를 취하게 된 것은 정전협정의 틀을 깰 수 없다는 유엔사 입장과, 관할권까지 넘겨줘야 한다는 북의 입장 때문에 기묘한 타협점을 찾은 결과라는 평가다. 북한은 합의서에서 `정전협정에 따라 처리한다`고 명시, 정전협정과 유엔사를 인정하는 태도를 취해 유엔사의 체면을 세워주는 대신 사실상의 관할권 위임이라는 실리를 취했다는 것이다. 11일 북한측이 비무장지대 협상권을 남한에 위임한다는 유엔사의 문서를 요구한 뒤 유엔사와 북한은 5차례 이상 접촉을 갖고 협의를 했으나 입장이 팽팽히 맞섰었다. (조선일보, 2000년 11월18일자)
그러나 2002년 지뢰상호검증단 교환을 둘러싸고 유엔사가 의외의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남북관리구역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한미군이 유엔군사령부 명의로 `비무장지대 지뢰작업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남북한 상호검증단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것은 정전협정 사안인 만큼 사전에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채널을 통해 인원·시기 등을 보고해야 한다`는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은 2002년 9월17일 발효된 남북 군사보장합의서에 따라 개설된 남북 군사직통전화를 통해 통보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남북 군사보장합의서 제1조 2항은 `남북 관리구역에서 제기되는 모든 군사 실무적 문제들은 남과 북이 협의 처리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문제는 결국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북에 맞춰 추진하려 했던 ‘철도,도로 통행을 위한 군사보장 합의서’ 타결의 불발로 나타났다. 북으로서는 정전협정체제에 일대 획을 그은 2000년 남북관리구역합의서 실현과정에서의 유엔사와의 견해 차이를 서해해상군사분계선협상을 통해 확실히 한 뒤에야 다시 비무장지대 남북관리구역에 대한 의제로 돌아오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전협정체제를 남북이 슬기롭게 풀어가는 길에서 서해해상경계선은 피할 수 없는 의제가 되었다. 해상분계선을 영해선으로 하는가, 군사분계선으로 하는가는 큰 차이가 있다. 북의 제안을 살펴보고 남북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지혜로울지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북측의 서해해상군사분계선 제안
조선중앙통신은 2006년 5월16일 판문점 협상에서의 ‘조선서해해상에서 군사적충돌 문제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한 제안’이란 이름으로 북측 제안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우선 각항의 의미를 해석해 보자.
① 쌍방은 군사적충돌의 기본근원인 지금까지 서로 다르게 주장하여온 모든 해상경계선들을 다같이 대범하게 포기한다.
1항에서 북은 쌍방이란 표현을 통해 남을 대화의 주체이자, 문제해결의 주체로 인정했다.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인 유엔사나 유엔사의 실체인 미국을 타방으로 하지 않고 있어서 주목된다. 조약이나 협정은 합의 쌍방에게만 그 효력이 발생한다. 만약 유엔사의 보장 없이 남북쌍방의 합의가 실행불가능하거나 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북-유엔사 쌍방간 합의가 다시 체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북은 아직까지 유엔사나 미국에 이 제안을 하지 않았다. 한편 남북과 미국이 서로 다르게 주장하여온 해상경계선들은 북방한계선과 서해해상군사분계선 같은 군사의 성격을 가진 분계선이 있고, 푸에블로사건등에서 확인된 영해경계선이 있으며, 1972년 남측의 선박안전조업규정이 정한 안보수역선, 북의 군사수역선등이 있다. 이중 가장 상위의 주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영해선이다. 이어지는 제안들에 의해 해상경계선은 주로 군사경계선을 의미하고 있지만, 첫항에서부터 군사분계선으로 명시하지 않고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 ‘해상경계선’이란 표현을 한 것에 일단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② 쌍방은 불가침에 관한 합의를 조속히 실현하기 위하여 정전협정과 공인된 국제법적요구에 맞게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확정하며 여러가지 군사적 신뢰 보장대책을 세운다.
2항에서 불가침에 관한 합의를 언급함으로써 북은 ‘남북기본합의서’를 이번 합의의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암시했다. 불가침이란 단어가 명시된 합의문은 남북기본합의서이기 때문이다. 북의 해상군사분계선 설정 제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7년 8월 1일 해상군사경계선 설정에 관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의 발표를 통해 동해에서는 영해기산선으로부터 50마일, 서해에서는 (배타적)경제수역 바깥선까지로 선포하였다.
1차 서해교전 당시 조평통은 성명을 통해 ‘서해군사분계선상에 해군 전투함선집단을 출동시키면서 군사적 긴장을 격화시키고 있다.’(경향신문1999.06.17)고 표현함으로써 77년 서해해상군사분계선 선포가 계속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서해교전 뒤 북은 6차례나 장성급회담에서 남북한 및 미국이 참여하는 실무급회담을 열어 새 해상경계선의 설정을 논의하자고 주장하였으나 ‘북방한계선 고수’를 주장하는 남측과 유엔사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방적으로 군사분계선을 선포했다. 당시 남측의 언론은 군사분계선의 일방적 선포에만 주목하여 흥분을 했고, 그 전에 6차례나 협상을 제안했음에도 미국과 남측이 거부한 사실은 외면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선언한 서해 군사분계선에 대해 “현시점에서 정전협정과 국제법에 따라 설정된 가장 정당하고 절대적인 것”(국민일보1999.09.08)이라고 보도함으로써 이번과 마찬가지로 정전협정과 국제법을 기준으로 했음을 밝혔다. 1999년 당시 북의 제안과 지금의 제안은 원칙에 있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일관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정전협정과 국제법의 요구에 맞게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확정’하자는 제안은 일관된 주장이므로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정전협정에는 한강하구로부터 서해까지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합의하지 않았다. ‘정전협정의 요구’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북측이 제안한 바가 정전협정의 수정이라면 이는 정전협정을 서명한 쌍방 사령관의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정전협정상 인민군의 타방은 한국군이 아니라 유엔군이기 때문이다. 북도 1999년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면서 협상에 응하지 않고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을 미국에게 돌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북이 미국을 정전협정과 관련된 문제의 협상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6.15선언 이후에는 정전협정 관련 협상에서 남측의 위상이 높아졌다. 경의선과 동해선이 지나는 비무장지대의 남북관리구역에 대한 협상에서도 남측이 유엔사와 미국정부를 설득하며 북과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2000년 11월 17일 ‘비무장지대 일부구역 개방에 대한 국제연합군과 조선인민군간 합의서’이다.
남북관리구역합의서에서 가장 민감한 단어가 ‘정전협정에 따라’ 였는데 이번 제안에서 다시 같은 단어를 언급한 것이다. 해상분계선의 성격이 군사분계선임을 밝히면서 정전협정의 요구에 따른다는 의미는 더욱 명확해 졌다. 그러나 분계선 확정의 주체가 북-미, 북-유엔사 쌍방이 아니라 북-남 쌍방이다. 이는 정전협정의 요구에 따르되 유엔사의 개입을 배제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확정하며 여러가지 군사적 신뢰 보장대책을 세운다.’는 문장을 보자.
국가영역의 확정은 영역에 대한 국가점유지배권의 행사로 북은 해석한다. 그러나 군사분계선은 국경선이 아니라 군사관할구역선으로 볼 수 있기에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군사 신뢰보장대책을 세우는 것은 관할권의 하위개념인 관리권의 차원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국경에 대한 안전보장대책은 국내법과 인접국사이의 협정등에 의해 법적제도로 정착되어야 하므로 입법, 사법, 행정의 관할권을 요구하나, 군사분계선은 국경선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관할권 대신 관리권 차원의 ‘대책’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③ 새로운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은 철저히 쌍방의 령토, 령해권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설정한다. 이에 따라 북측은 서해 5개섬에 대한 남측의 주권을 인정하며 섬주변 관할수역문제는 쌍방이 합리적으로 합의하여 규정한다. 쌍방이 서로 가깝게 대치하고 있는 수역의 해상군사분계선은 반분하는 원칙에서, 그밖의 수역의 해상군사분계선은 령해권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설정한다.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은 쌍방의 령토와 령해권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설정’한다는 조항은 2항에서 큰틀을 제시한 정전협정의 요구와 국제법적 요구의 통일이 어떻게 구체화 되었는가를 암시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군사분계선은 군사적 협상의 내용이므로 정전협정이 기준이 되고, 영토와 영해문제는 국제법이 기준이 된다. 령토와 령해권은 합하여 령역주권으로 표현된다. ‘령역주권은 자기의 령역을 완전히 지배하고 관할할 주권국가의 권리’라고 북은 정의하고 있다. 북이 정의하는 영역에 대한 점유지배권은 국가가 자기영역을 법률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국가영역 경계를 확정하고 대외적으로 선포할 권리를 내용으로 한다. 영역에 대한 관할권은 국경및 영해, 영공에 대한 법적 제도를 자주적으로 제정하고 그를 위반하는 온갖 행위들에 대해 엄격히 처벌할 수 있는 권리이다.
북은 영해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 ‘바다국경은 국가가 령해권을 선포하면 령해의 바깥선이 자동적으로 국경선으로 된다.’(국제법사전 p40. 사회과학 출판사) 북은 공식적으로 영해를 선포한 적이 없지만 12해리를 일관되게 주장하여 왔고, 푸에블로호 사건을 통해 미국으로부터의 인정을 받아낸 이후 국제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했으며, 국제해양법 발효와 함께 실질화되었다.
북의 영해주장은 국제법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기에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논쟁의 핵심은 영해의 직선기선과 군사안보수역등인데, 다행히 이번 제안에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깝게 마주보는 수역에 대해 등거리원칙의 적용’을 제시함으로써 북이 말하듯 국제법적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5개 섬에 대해 남측의 주권을 인정한 것 또한 주목된다. 1974년 1월22일 헨리키신저 국무장관이 서해5도는 한국영토라고 언명한 이후, 북의 첫 공식 입장표명이란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정전협정에는 5개섬에 대해 유엔사령부의 통제권만을 인정했고 남측의 주권적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은 섬주변의 ‘관할’수역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정전협정에 첨부된 지도에는 5개 섬마다 그 주위에 사각형의 점선이 표시되어 있고, 그에 대한 주석에 이들 점선은 오직 유엔군사령부의 통제하에 있는 섬들의 위치를 인근의 복잡한 지형으로부터 구분하기 위한 표시일 뿐 어떤 의미도 없고 어떤 다른 의미도 부여해선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이들 사각형 점선은 섬주변의 영해나 관할권의 범위를 의미하는 것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해를 일으켜온 이유는 국제법상 영해의 외부에 있는 섬도 독자적인 영해를 가질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전협정문을 따른다면 이들 섬의 주민들은 원칙적으로 섬 밖을 나갈 수가 없다.
따라서 주권의 적용과 관할수역논의의 개방은 기존에 해오던 북의 주장을 대폭 포기한 전향적인 조치이며 남측의 현실을 과감히 수용하고 있는 제안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정전협정에는 ‘관할(Jurisdiction)이란 단어를 어디에도 쓰고 있지 않다. 오직 관리(Administration)란 단어만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관리’도 민정(Civil Administration)과 같이 통치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나, 관할이란 말을 특별히 분리해서 사용하는 것이 분명할 때는 관리권보다는 상위의 법적 권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상 관리권을 가지고 있는데, 북은 남측정부와 관할권을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0년 11월 남북관리구역에 대한 합의 당시 홍역을 치루었던 문제이기에 북이 이토록 민감한 단어의 사용을 두루뭉실하게 사용했을 리가 만무하다. 2000년 남북관리구역 협상때에도 남측이 ‘관할’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합의문에는 결국 ‘관리’로 표기됐다.
이 제안에서 한가지 유의할 점은 ‘령해권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군사분계선을 확정하자는 대목이다. 령해권이란 곧 영해주권을 의미한다. 군사관할권은 그것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영해주권의 하위개념이다. 만일 쌍방의 ‘령해주권’이 확정되어 있고, 쌍방이 동의하고 있다면 군사분계선은 굳이 합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영해주권은 영해에 대한 모든 통치지배권이기에 군사분야 뿐 아니라 정치, 외교, 경제, 문화, 환경 모든 분야에 걸친 권리이다. 현재 제안된 군사분계선은 분야별 접근으로 군사분야의 관할권을 합의 하자는 것이기에, 외교나 기타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합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령해주권에 입각하여’가 아니고 ‘령해권을 존중하는 원칙’이란 추상개념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엔사령관이 비무장지대에 대해서 행사하는 권리는 관할권의 하위개념인 ‘관리권’이다. 그러나 이는 육지의 비무장지대에만 해당할 뿐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가 합의된 적 없는 서해에서는 그나마 관리권도 없다. 때문에 서해, 동해에 대해서는 남북 사이에 어떤 협정을 맺어도 무방하다고 판단된다. 미국 역시 바다의 분쟁에 대해서는 유엔사를 중심에 세우지 않음으로서 정전협정과 별개로 사건을 해결해 왔다. 예를 들면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의 경우 위기조치 과정에서 유엔사의 주도성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결국 송환문서에 서명한 주체도 유엔사군정위 대표가 아니라 미국정부대표였다. 이는 판문점 미루나무 벌채사건 당시 퇴임을 얼마남겨 놓지도 않은 유엔사령관이 위기조치절차를 주도했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EC-121기 격추사건 때도 그랬고, 1996년 강릉 잠수함 사건 때도 미국은 정전협정을 적용하려 하지 않았으며, 1999년 서해교전 다음날 미국무부 논평을 통해서도 이곳이 공해라고 말해 정전협정과 무관하게 봤다가 다시 그 다음날(17일) 다시 수정하는 등 혼선을 연출했다.
해상군사분계선 설정원칙으로는 첫째, 쌍방이 서로 가깝게 대치하고 있는 수역의 해상군사분계선은 반분하는 원칙을 둘째, 그밖의 수역의 해상군사분계선은 령해권을 존중하는 원칙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첫째 제안은 국제법적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며 결과에 있어서 남측이 주장해온 북방한계선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서 5개섬에 대한 주권인정과 관할수역논의의 개방에 대한 제안 역시 섬도 영해를 갖는다는 국제법의 원칙을 수용한 것으로 그 관할 수역은 12해리가 아니면 3해리가 될 것이나, 서로 마주보고 있는 좁은 수역의 특성상 3해리가 될 것이므로 거의 답이 나와 있는 셈이다. 이 역시 남측의 입장을 배려하고 있다. 둘째 제안은 북이 종전에 주장해 오던 서해해상분계선을 수용해 달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이는 소연평, 대연평과 대청,소청,백령도의 중간에 북의 영해가 자리 잡는 결과가 된다. 때문에 백령도를 갈려면 배가 빙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 될 수 있으나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령 북의 영해라 해도 선박의 통과통항이나 무해통항은 인정되기에 돌아갈 필요가 없으며, 이전과 같은 항로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또한 어로활동의 불이익이 문제 될 수 있으나 이 수역은 연평도와 백령도 북단처럼 분쟁 수역이 아니고 설령 어로 활동에 불이익이 발생한다 해도 공동어로수역에서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절차를 통해 불이익을 최소하는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북은 77년 군사수역을 선포하므로서 군사수역에서의 선박의 통항을 규제하겠다고 선포했고 지금까지도 그것은 유효한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1항의 제안대로 쌍방이 주장해 온 모든 선을 포기하고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이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북의 제안은 이전에 없었던 공평성과 구체성을 갖추고 있으며 상대가 있는 협상을 전제한다면 내놓을 것을 다 내놓은 제안이 아닌가 싶다.
④ 쌍방은 이상과 같은 원칙적인 문제에 합의하는 경우 서해해상군사분계선확정을 위한 실무접촉을 가진다.
4항으로서 정전협정 밖에서 이 논의를 진행하고자 함은 명확히 확인된 셈이다. 남북이 원칙에 대해 합의하는 것은 정전협정 밖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나 실무를 진행하고 확정을 한다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다. 또한 이에 대해 유엔사가 그 법적 효력을 인정할리 만무하다. 1999년 6월 서해교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입장은 북방한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보지 않아 남측의 불만을 살 정도 였으나, 서해교전을 기점으로 입장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유엔사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현재의 추세에서는 남측보다 완강한 입장일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험난하고도 무거운 짐이 한국정부와 군사당국에 지워지는 셈이다.
북측의 공동어로 제안
③ 공동어로수역은 새로운 서해해상군사분계선확정을 전제로 하여 설정한다. 공동어로수역은 해상군사분계선이 확정되어도 공동어로에 유리하다고 쌍방이 인정하는 경우 북측관할수역에 설정할 수도 있고 남측관할수역에 설정할 수도 있다.
북은 남측이 제안한 선 공동어로에 대해 선 분계선확정으로 나왔다. 공동어로수역 제안은 58년, 62년, 63년, 67년까지 북이 남에 지속적으로 제안했으나 남측에서 매번 거절한 선례가 있었으므로 북으로서는 신선한 제안은 아니다. 더구나 박정희정부는 공동어로수역 제안에는 화답조차 안 한채 불법으로 원산앞바다까지 해군함정을 끌고 가 민간선박의 고기잡이를 방조한 이력을 잘 알고 있어, 순수하게 보고 있지도 않은 느낌이다. 결국 공동어로수역제안에 대한 남측의 비우호적이고 위법적인 반응의 결과가 해상군사분계선 제안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때문에 공동어로수역 제안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고 미봉책을 마련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표명하였다. 북과 남측의 민간단체는 공동어로를 평화 정착개념으로 접근하는데 비해 남측정부는 경제협력과 공동이익 창출이란 개념에서 출발하고 있다. 남측 민간단체는 공동어로수역 자체가 국제법적 잠정수역으로서 분계선 문제를 대신해 줄 대안으로 기대하는 반면, 북은 분계선 확정 후에만 평화가 정착되고 어로활동이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견해를 가지고 있다.
독도분쟁에서 우리가 자주 인용하는 사례가 있다. 1953년 국제사법재판소가 영.불간의 ‘망키에, 에크레오섬’ 분쟁에서 ‘섬이 공동어로수역 안에 들어있는지 여부는 영유권 문제와 무관하다’고 판시했다. 법정은 당시 판결문에서 ‘공동어로구역의 합의가 그 이후의 행위를 영유권의 증거로 쓸 수 없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의 문장을 첨부했는데 이는 어로수역 합의가 결정적인 판결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처럼 공동어로수역 제안은 남북협력을 통한 분쟁위기의 완화라는 긍정성을 지닌 제안임에도 영유권분쟁의 여지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공동어로는 국제해양법상의 일반협정이 아니라 해당국끼리 체결하는 일종의 특별어업협정이므로 영해문제와 같은 국제법 일반의 문제와는 전혀 성격을 달리하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주1. 2001년 11월 26일 외교부 초청으로 방한한 EEZ·대륙붕 경계획정 문제에 대한 연구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Malcolm Evans 영국 브리스톨대 국제법 교수는 한일어업협정 체결로 독도가 중간수역에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이 침해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Evans 교수는 한일어업협정의 대상수역은 EEZ이므로 영해는 협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하고, 한일 양국의 EEZ 주장이 겹쳐 잠정적으로 한일 양국이 각자 조업이 가능토록 설정한 수역인 소위「중간수역」내에 독도가 위치하고 있더라도 영유권 문제는 영유권 취득에 관한 일반국제법에 의하여 결정될 사안이므로 독도 및 독도의 12해리 영해가 중간수역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독도 영유권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평가하였다.)
보통 공동어로수역은 배타적경제수역에 설정된다. (주2 해당 국제해양법의 조항은 다음과 같다. 해양법제62조 [생물자원의 이용] 1. 연안국은 제61조의 규정을 침해하지 아니하고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생물자원의 최적이용목표를 달성한다.
2. 연안국은 배타적 경제수역의 생물자원에 관한 자국의 어획능력을 결정한다. 연안국이 전체 허용어획량을 어획할 능력이 없는 경우, 협정이나 그 밖의 약정을 통하여 제4항에 언급된 조건과 법령에 따라 허용어획량의 잉여량에 관한 다른 국가의 입어를 허용한다. 이 경우 연안국은 제69조 및 제70조의 규정, 특히 이러한 규정이 언급한 개발도상국에 대해 특별히 고려한다.
3. 이 조에 따라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다른 국가의 입어를 허용함에 있어서, 연안국은 모든 관련 요소를 고려한다. 특히 그 수역의 생물자원이 연안국의 경제와 그 밖의 국가이익에 미치는 중요성, 제69조 및 제70조의 규정, 잉여자원 어획에 관한 소지역내 또는 지역내 개발도상국의 요구 및 소속 국민이 그 수역에서 관습적으로 어로행위를 하여 왔거나 어족의 조사와 식별을 위하여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국가의 경제적 혼란을 극소화할 필요성을 고려한다.
4.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어로행위를 하는 다른 국가의 국민은 연안국의 법령에 의하여 수립된 보존조치와 그 밖의 조건을 준수한다. 이러한 법령은 이 협약에 부합하여야 하며 특히 다음 사항에 관련될 수 있다.
제63조 [2개국 이상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걸쳐 출현하거나 배타적 경제수역과 그 바깥의 인접수역에 걸쳐 출현하는 어족] 1. 동일어족이나 이와 연관된 어종의 어족이 2개국 이상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걸쳐 출현하는 경우, 이러한 연안국들은, 이 부의 다른 규정을 침해하지 아니하고, 직접 또는 적절한 소지역기구나 지역기구를 통하여 이러한 어족의 보존과 개발을 조정하고 보장하는데 필요한 조치에 합의하도록 노력한다.
2. 동일어족 또는 이와 연관된 어종의 어족이 배타적 경제수역과 그 바깥의 인접수역에 걸쳐 출현하는 경우, 연안국과 인접수역에서 이러한 어족을 어획하는 국가는 직접 또는 적절한 소지역기구나 지역기구를 통하여 인접수역에서 이러한 어족의 보존에 필요한 조치에 합의하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북의 제안에서는 관할수역에 설정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 이는 남측이 주장해온 바이기도 하다. 우루과이는 200마일 전관수역(해양주권)을 설정하고 아르헨티나와의 협정에 따라 대부분의 수역을 공동어로수역으로 관리하고 있어 선례가 될 수 있다.
한편 북은 공동어로수역 제안을 분계선 확정을 전제로 통일을 향한 중대사란 표현과 함께 받아 안았으며, 그 대신 해주항 직항로와 제주해협의 자유통항을 요구했다. 자유통항은 국제해양법상의 통과통항이나 무해통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해 지역의 지형 구조상 NLL로 인해서 해주만이 실질적으로 봉쇄되는 느낌이 농후하다. 엄밀히 말한다면 북방한계선 이북의 해면에서도 해주만에서 출항할 때 순위도, 비엽도 앞으로 해서 장산곶으로 통하는 항로가 없는 것은 아니고 북측 선박들이 정전 이후 지금까지 그 항로로 통항 해 왔으나 남북의 교류와 협력이 진전되려면 필연적으로 쌍방 간의 해상교통이 빈번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 남북한 해상경계선을 통과하는 쌍방 간 해상교통의 특별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특별절차는 ① 통항이 허용되는 특정 기간의 설정 ② 남북한 해상경계선 통과를 위한 특별통신절차의 수립 ③ 특별항로의 지정등이 될 것이다.
제주해협의 통항은 국제해양법상 설령 군함이라해도 ‘무해성’을 입증하고 사전 통지만 하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남측의 영해및접속수역법 5조에도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 더구나 군함이 아닌 민간 선박의 경우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제주해협의 북 상선 통과가 문제되는 것은 남측이 국제법이나 국내영해법이 아닌 정전협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을 주권국가가 아닌 교전단체로 보는 것이다. 결국 이 또한 정전협정에 대한 우회적인 문제제기이다. 해운합의서가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선 군사적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북측의 입장
북은 1973년 12월1일 군사정전위원회 346차 회의에서 서해5도의 접속수역은 북의 영해이며, 이곳을 통과하는 선박들은 북으로부터 사전허가를 받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한국일보 1977년 9월3일자) 북은 1977년 8월1일 인민군최고사령부 이름으로 ‘해상경계선’을 설정한다고 선언하였다. 그 적용 범위는 동해에는 50해리, 서해에는 경제수역 경계선으로 하며 규제 내용은 군사경계선 구역 내의 수상, 수중, 공중에서 외국인, 외국 군용함선, 외국군용비행기의 행동을 금지하며 민용선박, 비행기등은 사전합의 또는 승인하에서만 항행 및 비행이 가능하고, 민간선박과 항공기라도 군사적 목적을 가진 행동과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활동은 금한다는 것이다.
1999년 서해교전 뒤 조선서해상군사분계선 선포와 2000년 3월 서해5도 지역 통항질서 선포는 1973년 이미 남측이 유엔사의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특별해역을 설정한 직후에 나왔던 북측 입장의 재확인 일 뿐이었다. 북의 영해개념은 국제법상 논쟁의 소지를 안고 있었지만 1968년 푸에블로 송환문서에 미국이 서명하면서 북의 영해개념을 4번이나 인정함으로서 공식적인 문서로 보장을 받은 셈이 되었다. 그러나 남측과 유엔사가 주장하는 북방한계선은 어떤 공식적인 확인도 받은 적이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남측의 입장에서는 북방한계선이 물러 설 수 없는 영해주권인 것처럼 받아들여지지만 북으로서는 북방한계선을 고집하는 남측에 의해 자신들의 영해주권이 이미 심각하게 침해당했고, 위협받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결국 기존의 입장으로는 단 한걸음도 회담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남이든 북이든 서해상의 해상경계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하고 있는 셈인데, 쌍방의 주장을 과감하게 포기하자고 북이 제안함으로써 이제 공은 남측으로 넘어왔다. 남측이 제안을 받든, 새로운 제안을 하든 해야 할 차례다.
남측의 입장
우선 2차 서해교전에서 부하군인을 잃은 비통한 정서와 국민감정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북방한계선 사수’를 발표함으로써 교전의 희생에 대한 명분을 뚜렷이 했다. 북방한계선의 포기는 국민여론을 비등시킬 것이기에 이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으로 채택한 것이 영해주권의 공유사례인 폰세카만 공동어로합의 등을 모델로 한 공동어로수역 제안이었다. 그러나 1차 서해교전에서 북의 군인들이 전사한 사실을 우리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남북은 같은 피해자의 조건에 서 있으며 법적으로 따져들면 북방한계선은 군사분계선으로 응고 되었다는 견해는 객관적인 공감대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남측이 북과의 협상에서 항상 고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유엔사이다.
군사분계선 협상은 북이 바라듯 ‘정전협정의 요구’라는 큰 원칙에서 뿐 아니라 실무적으로도 정전협정의 틀 내에서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지까지의 전례를 보건대 남측정부가 유엔사와 갈등을 감수하면서 이 논의를 끌고 갈 수 있는가가 핵심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북의 의도는 유엔사를 배제하고 남북끼리 민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지만 유엔사가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을 때 2002년 지뢰상호 검증단과 같은 사소한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빗어질 수 있으며, 1년 가까이 교류창구가 막혀버릴 수도 있다. 서해문제가 정전협정의 틀 내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유엔사의 개입을 초래함을 의미하며, 원하든 원치 않든 유엔사를 강화시키는 계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리고 2002년 이후 유엔사는 유엔사의 존재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움직여 왔고, 남측 정부가 작전통제권을 환수 받기로 결심한 이상 미국이 이를 거부할 명분이 줄어들고 있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미국이 발을 뺄 시기가 아니란 판단이 있다면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은 유엔사로 작전통제권을 복귀시키고 유엔사를 강화하는 것이다. 유엔사에 부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전쟁권과 북측지역에 대한 점령통치권은 남측정부와의 협상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퇴임한 전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도 2년전부터 유엔사 참전국들에게 유엔사 강화를 위한 실질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 해왔다고 밝혔으며, 현 사령부에서도 이러한 정책은 유지, 발전되고 있다. 북측의 제안은 정전협정과 유엔사에 대한 고도의 문제제기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 정전협정이란 단어를 사용했을 뿐이다.
그러나 북의 의도와는 달리 남측에서는 유엔사가 약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 강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남북간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군사분계선 협상은 정전협정상 명문화된 유엔사의 권리이기에 유엔사가 이를 그냥 지나갈리는 만무하며, 유엔사에 끌려가는 인상을 주는 상황을 결코 반기지 않을 남측정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더 좁아질 것이다.
이외에도 남측의 입장에서는 국내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77년 만들어진 영해법과 95년 이를 폐지하고 개정한 영해및 접속수역법 1조의 영해범위 12해리 규정은 북의 주장과 일치하고, 4조 인접국과의 경계시 중간선 원칙도 이번에 북이 제안한 ‘등거리선’원칙과 일치하며, 5조 외국선박의 통항규정도 북이 요구한 제주해협과 해주항로의 무해통항과 일치한다. 실무접촉에서 드러날 양측의 직선기선 산정방식에 대해서만 차이가 없다면 결국 영해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음은 1972년 4월 17일 내무부장관부령 제 109호 선박안전조업규정(Regulations for the Safty of Shipping Operations)이다. 이것에 의해 특별해역이 서해와 동해 두 수역에 설정되었다. 동해의 경우 북위 37도 27분과 38도 30분 사이의 위치에 울릉도 북단과 같이 놓여 동서 150해리, 남북 74해리에 걸쳐 있다.(朝日新聞 1975년 10.29 조간 1면에 지도가 실렸고 미국 CIA의 한국해양분쟁 지도5(1978년판)에 실려 있음) 각 수역의 외측경계는 남측 주장하는 최대한의 해상경계선인 평화선까지 확장되어 있다. 이 수역설정의 가장 큰 목적은 남측의 어선들이 북에 의해 피납되는 것을 막고 북측 간첩의 해상침투를 막기 위한 의도에서 나왔다. 따라서 안보수역(Security Zones)이라 칭해지기도 한다.(한국과 해로안보 법문사 p571)
문제가 있다면 헌법3조의 영토조항이다. 영해법은 영해의 범위에 대해서만 규정했고, 영해 자체에 대해서는 헌법3조에 의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전체로 규정하고 있기에 북의 영토권은 남측의 헌법으로는 인정되지 않고 있으며 북측지역을 미수복지구로, 북의 정권을 괴뢰정권으로, 북의 국가조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비해 북은 헌법 9조에서 북반부만을 주권지역으로 표현하고 있다. 남북이 모처럼 회담의 전제로 암묵적 합의를 하고 있는 남북기본합의서도 결국 헌법3조와 충돌한다. 때문에 남측의 헌법재판소에서는 남북기본합의서 비준 때처럼 헌법과의 불일치로 합의가 거부될 수도 있다. 남측 헌법3조의 개정이란 복병을 만날지 모른다. 그러나 남측의 헌법3조는 50년 10월 유엔총회에서 부인되었으며, 혈맹인 미국에서도 인정치 않고 있다. 한편 남북간의 합의서에는 이미 영해문제가 거론 되고 있다. (주3 5차 남북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2001.9.18)
3조 ⑤ 남과 북은 평화적인 민간선박들의 상호 영해통과 허용 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해운 관계자들 사이의 실무 접촉을 빠른 시일내에 가지기로 한다.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2002.10.22)
4. 남과 북은 쌍방 민간선박들의 상대측 영해통과와 안전운항 등 해운협력에 관한 해운합의서 채택을 위한 관계자 실무접촉을 11월중에 금강산에서 갖기로 한다.)
그 본질에 있어 배타적일 수 밖에 없는 영토문제를 논한다는 것은 독도의 예에서 보듯 지극히 민감한 외교사안이 된다. 그런 점에선 군사분계선이란 하위의 접근이 덜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그러나 평화협정 단계이든 통일협정이나 연방통일국가 단계이든 영토조항은 어차피 한번은 언급될 수 밖에 없는, 한번은 맞고 넘어가야 할 매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지금이 그 때인지 모른다.
두가지 방법
이제 공동어로수역 제안이 협상의 우선순위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결국 해상분계선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해상경계선협상은 영해선협상과 군사분계선협상으로 가는 두가지 길이 있는 듯하다.
군사분계선협상으로 갈 경우 북은 원하든 원치 않든 유엔사의 개입을 피할 수 없으며, 이를 통해 유엔사로 하여금 정전협정 관리자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강화 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란 점을 살펴야 할 것이다. 한편 서로 피흘린 경험을 가진 군인들이 협상을 주도함으로서 협상에서의 선택의 폭이 좁은 것도 감안되어야 할 것이다.
영해선협상으로 갈 경우 유엔사의 개입을 피할 수 있고 남북간의 공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협상을 주도함으로서 협상에서 유연한 선택의 폭이 보장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분계선이 국경선이 아닌 임시경계선인데 비해 영해선은 국경선이 되는 부담이 있다. 통일과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영해선을 합의해도 군사당국자 사이의 군사보장조치를 위해 어차피 쌍방 군대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영해선이 합의되면 군사분계선을 따로 합의 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안전보장조치를 약속하면 되는 것이고, 주권협상이 아닌 관할권 협상이기에 영유권문제까지 부담해야 하는 현재의 군사분계선 확정과는 협상의 질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어느 것도 장단점이 있다. 어느 것도 보완책이 필요하다. 남북 공히 두차례 서해교전의 압박과 논쟁으로부터 최대한 벗어날 수 있는 선택을 필요로 하며, 원한을 용서하고 화해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편 남북공조의 원칙을 중심으로 한다면 원치 않는 방향에서 외세개입이 될 방법을 피하고, 남북공조를 이룰 방법을 택하고 그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닐까 한다. 영해선과 군사분계선 어느 것이 그 선택에 가까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