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우라늄탄이란 무엇인가2007/01/11 874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1911
열화우라늄탄이란 무엇인가?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는 무기체계
▶7개의 포열을 가진 GAU-8 30㎜ 포가 장착되어 무장시 약 1,200발의
열화우라늄 철갑탄 발사가 가능한 미국의 `전차 킬러’ A-10 썬더볼트
전투기.주한미군 제7공군의 주력기종이다. [사진6 - 이시우]
▶30㎜ M230 기관포가 장착된 AH-64A 아파치 헬기. [사진7 - 이시우]
▶미 구축함은 근접방어무기체계(CIWS-Close In Weapon System)로 열화우라늄탄
을 사용하는 팔랑크스(Phalanx rapid-fire)를 장착하고 있다. 1분당 600여발이 발사
된다. [자료사진8 - 통일뉴스]
열화우라늄탄은 무엇인가
열화(劣化)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자연계에 있는 천연우라늄이 0.7%의 분열성 우라늄(U-235)을 함유하고 있는 데 비해 열화우라늄은 이보다 낮은 비율의 분열성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화우라늄탄은 통상 0.2~0.3%의 우라늄235를 포함하는 것으로 경수로 연료로 쓰이는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할 때 저농축우라늄 ㎏당 5~10㎏가량이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열화우라늄탄은 전차와 전투기 등의 두터운 철갑판을 뚫기 위해 고안된 기관총용의 철갑소이탄이다. 흔히 장갑관통용 탄환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탄심에 비중이 무거운 텅스텐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장갑관통시 텅스텐탄심은 파괴된다. 그에 비해 열화우라늄탄은 강도와 비중이 동시에 높아 장갑관통시에도 탄심이 파괴되지 않고 장갑을 관통하는 특성 때문에 70년대 중반 새로운 무기로 채택되었다. 기관총에서 발사된 열화우라늄탄은 전차 등의 철갑을 뚫으면서 발생한 마찰열(1천1백도 이상)로 자연히 열화우라늄이 미세한 분말로 변해 발화되도록 고안돼 있다. 발화된 열화우라늄 분말은 다시 전차나 전투기의 연료와 기기류에 인화돼 공격대상을 완전히 파괴하는 위력을 갖는다.
열화우라늄탄은 저준위이기는 하나 방사능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군이 열화우라늄탄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지난 91년의 걸프전 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 미군병사들이 호소하고 있는 이른바 ‘걸프전 증후군’을 일으킨 주범의 하나가 열화우라늄탄이라는 주장이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전문가들도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 전차로 오인돼 열화우라늄탄을 맞은 전차를 방사능폐기물로 엄중히 보관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인체와 환경에 영향이 없다는 미군의 주장은 믿을 수가 없다고 보고 있다.
1991년 걸프전시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은 이라크군의 전차, 장갑차, 전투차량, 벙커 등을 공격대상으로 M1계열 아브라암 전차로부터 무게가 8.5파운드(105㎜) 및 10.7파운드(120㎜)인 열화우라늄 철갑탄을 약 4,000발정도 발사하였고, A-10 썬더볼트 전투기에서 무게가 0.7파운드인 소구경 열화우라늄 철갑탄 940,000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이라크군 전체 전차의 2/3 수준인 약 1,400대를 파괴했으며, 동시에 다국적군도 열화우라늄탄의 오인 공격에 의해 전차 29대를 포함하여 수십대의 장갑차 등 전투차량이 파손되는 위력적인 실전 성능을 보였다.
그러나 전후 후유증으로 많은 참전군인들이 원인 불명의 백혈병 및 암발생 등 발병을 호소하였고, 2001년 1월 미국의 ‘전미 걸프전 참전용사 센터(NGWRC)’는 지난 1991년 걸프전에서 약 43만 6천명의 참전군인들이 열화우라늄에 노출됐으나 체계적인 사용 교육과 방사능 노출검사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방사능 노출 우려시 반드시 사후검사를 실시하도록 군 복무규정이 밝히고 있으나 검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면서 “현재 걸프전 참전용사 한 명이 걸프전 신드롬으로 투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측에서는 걸프전시 미국과 영국이 최소한 300톤 이상의 열화우라늄을 대량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관계자 전범처벌을 위한 국제전범재판소 설치를 요구하는 등 대미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1991년 4,300여명이던 이라크 암 환자가 1997년 6,200여명으로 급증한 통계를 들어 최근의 ‘발칸반도 신드롬’은 ‘걸프전 신드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걸프전시 열화우라늄 무기 사용으로 인한 환경파괴 복구 비용은 평균적으로 500에이커 규모의 면적이 152,000파운드의 열화우라늄으로 오염되었을 경우 오염제거 비용으로 40∼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며, 쿠웨이트와 이라크의 수백 평방마일 지역에 파손 및 분진형태로 남겨져 있는 약 60만 파운드의 열화우라늄 제거 비용은 100억 달러 정도가 소요되는 등 총 복구비용은 3,7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열화우라늄 무기 사용시 인체와 자연환경 체계에 대한 위해성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하여 주장되고 있다.
첫 번째는 열화우라늄 유독성으로써, 열화우라늄이 장갑 등 목표물에 충돌하거나 열화우라늄 장갑판이 공격받아 파괴될 때 연소되면서 유독성 우라늄 산화물을 대기중에 내뿜어 간이나 폐 등 인체기관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 제기이다.
열화우라늄 철갑탄이 표적에 충돌할 때 탄두의 70%이상이 연소 및 산화되어 표적 내부와 주위에 화학적 독성과 오염을 유발하는 다량의 먼지 입자로 생성되고, 바람과 수면 등 각종 전이수단을 통해 주변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된다.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30㎜ 소구경 열화우라늄 철갑탄이 표적에 충격시 열화우라늄 파편입자의 79%정도가 인체흡입 가능 크기인 직경 10마이크론 이하이며, 만일 인체로 흡입될 때 대략 25%정도가 폐에서 침전되어 장기간 잔류하게 되고 나머지 75%는 혈관을 통해 이동되어 간, 신장, 골수 등의 인체기관에 축적되는데, 특히 간은 열화우라늄 독성에 가장 치명적이다.
두 번째는 방사능 노출에 대한 위해성으로, 열화우라늄은 경미한 방사능입자를 방출하며, 그 노출량은 50년대 구형 TV세트 정도로 그다지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으나, 방사능 차단공정을 거치지 않은 열화우라늄은 200mrem/h의 방사능을 가지고 있어 이는 1시간 내에 30번의 X-ray 가슴촬영을 하는 것과 같이 매우 위험하여 일정량에 노출될 경우 암 유발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열화우라늄 무기는 군사적인 측면에서 매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여 유용하나, 이상과 같이 소재 자체의 유독성과 방사능 노출에 대한 위해성이 있는 것으로 주장되고 있고 세계 도처의 분쟁지역과 사격시험장에서 사용됨으로써 많은 양의 탄두와 파편, 먼지 입자로 방치되어 산재해 있는 실정이다.
또한 열화우라늄 자체의 반감기가 45억년임을 고려해 볼 때, 명확히 열화우라늄 금속 자체의 위해성이 있다면 인류를 포함한 자연계와 환경체계에 45억년 이상 거의 영구히 그 치명성이 지속된다는 것에 더 큰 문제점이 있다.
1997년 주한미군의 열화우라늄탄 오폭 사고
▶97년 열화우라늄탄 오폭사고가 발생했던 연천군 대전리 폭발물폐기장.
사진은 폐기처리된 105mm 탄피. [사진9 - 이시우]
걸프전 이후 방사능오염 후유증 문제로 논란을 빚어온 열화우라늄탄에 대한 안전성 논쟁이 한국에서도 폭발했다. 주한미군이 1997년 2월 경기도 연천군 대전리, 과거 캠프비버라는 미군기지의 뒷편 폐폭발물 처리장에서 행정착오로 120mm 열화우라늄탄 1발을 파괴 처리한 사실을 3개월이나 지난 5월16일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미군은 발표를 통해 의정부의 캠프광사리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하는 등 혼란을 보인 점, 열화우라늄탄은 대구 소재 미군 제19 지원사령부 (일명 CAMP HENRY)의 예하 부대에서 관리하여 보급하고 있음이 확인된 점등을 들어 당시 육군전차용인 120mm 열화우라늄탄은 양주군 캠프광사리에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한편 미군이 발표한 5월 이전인 97년 3월3일 열화우라늄탄 보유실태와 안정성을 묻는 <한겨레21>의 질문에 대해 주한미군 짐 콜스 대변인은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었다. 더욱이 “오발사격 등 실수로 사용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열화우라늄탄의 제작, 운송, 저장은 미원자력 위원회에서 인정한 면허를 소유한 사람들에 의해서만 운영되고 있다”며 안전을 자신했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답변이 있기도 전인 2월 이미 열화우라늄탄이 잘못 처리되어 폭파됐다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이번 정보공개 청구자료를 통해 밝혀졌듯 열화우라늄탄의 관리 실태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사고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비록 실수로 폭파 처리됐지만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녹색연합의 석광훈 간사에 따르면 “이미 UN은 우라늄탄을 인간 을 파괴하는 무기로 규정하고 생화학탄 핵폭탄과 함께 사용과 생산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열화우라늄탄의 치명성을 거듭 제기해왔다.
뉴욕주 놀스원자력연구소(Knolls Atomatic Power Laboratory)에서 근무했던 레오나드 디츠는 91년 인간의 폐에 들어간 열화우라늄탄 산화물 조각의 방사선 피폭량을 측정한 결과 2.5마이크로미터 반경의 미세한 조각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이 연간 1백70렘(rem)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제방사선방호학회가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허용하고 있는 연간 피폭권고량 2렘의 85배에 이르는 양이다. 일반인 허용치보다는 3백40배나 많은 양이다.
더욱이 열화우라늄탄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이런 방사성 물질은 수 킬로미터까지 퍼질 뿐 아니라 빗물에 녹아 지하수와 표층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러한 물질이 호흡이나 섭취를 통해 몸 안에 들어가면 납처럼 축적되고 신장에 모여 종양을 발생시키기도 한다고 의학계는 보고 있다. 미 국방부는 1991년 5월 열화우라늄탄의 사용이 “기본적으로 수로를 통해 사람의 건강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낳는다”고 인정했다.
연천 대전리 폭발물폐기장 계곡을 관통하는 하천은 폭발물의 화학적 영향으로부터 완전 무방비 상태이며 4km 정도를 흘러 한탄강 유원지 상류로 유입되고 있어서 위에서 지적한 지하수와 표층수를 오염시킬 가장 확실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오폭사고 이후 미군은 어떤 환경영향 평가도 하지 않았고 한국정부 또한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
▶1997년 열화우라늄탄 오폭사고가 발생했던 연천군 대전리 폭발물폐기장. 토양이
새까맣게 변해있다. 왼쪽 켠으로 흐르는 하천은 완전무방비상태로 한탄강으로 흘러
든다. [사진 10 - 이시우]
1980년대 초반 뉴욕의 열화우라늄탄 제조업체인 NLIC(National Lead I ndustries of Colonie)사는 26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이런 부유물질이 발견된 뒤 주정부에 의해 강제로 폐쇄됐다. 또 92년 7월 독일 알버트 쉐이쩌 연구소(Albert Scheitzer Institute)의 의학담당자인 건터(Gunther)는 이라크에서 이미 사용한 열화우라늄탄을 가지고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불법으로 방사능을 누출시킨 혐의로 체포됐다. 이 탄은 현재 독일의 한 연구소에 의해 납상자에 봉해졌다.
걸프전 뒤 이라크 지역에서 이상한 질병들이 빈번히 발생됐다는 보고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라크의 환경단체 ?환경보존을 위한 이라크 사회?는 남부 지역의 열화우라늄탄 오염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아동 암, 기형아 발생, 불임증가 등을 기록한 의학서를 발간했다. 바그다드대학의 알 타하(Al-Taha) 박사는 95년 5월 “전쟁 뒤 병원을 찾는 환자가 줄었는데도 기형과 유전병 환자는 늘고 있고 팔다리 결손인 해표지증이 자주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알 퀘디사(Al-Qadisyah) 지역에서는 전쟁 뒤인 89~93년 사이에 백혈병 환자가 18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열화우라늄탄을 ‘방사성 무기’로 분류하기를 거부해온 미군이 이미 그 유해성을 알고 있었다는 흔적들도 발견된다. 지난 87년과 90년 미 육군은 열화우라늄탄과 그것에 오염된 수송수단을 다루는 지침을 정하면서 “열화우라늄탄으로 불타는 탱크에 다가설 경우 자체 호흡기와 방호복, 글러브를 착용하고 연기가 날아올 때는 반드시 바람이 부는 쪽에서 접근하라”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걸프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걸프전 신드롬’의 존재를 인정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할 때 주한미군의 무해론은 진실이기보다는 거짓에 가깝다. 더구나 “합중국은 시설과 구역 안에서 구역의 설정, 운영, 경호 및 관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한미행정협정 제3조 1항에 따라 미군 시설이나 기지 안으로 반입되는 무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통제나 조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점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995년 주일미군의 열화우라늄탄 오발사고
▶카데나공군기지 탄약고 위성사진. 95년 주일미해병대의 열화우라늄탄 오발사고로
미군당국이 오끼나와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고 있던 열화우라늄탄은 현재 카데나기지의
탄약고에 보관되어 있다. [사진11 - 이시우]
열화우라늄탄이 일본을 흔든 일이 있다. 주일미군이 1995년 12월 오키나와의 무인도 도리지마에 열화우라늄탄을 오발 사격한 사실을 숨겨오다 뒤늦게 일본 정부에 통보했고 일본 정부 또한 오키나와현에는 아예 알리지도 않았던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저준위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탄환인 만큼 오키나와현은 누적된 분노를 터뜨렸다. 미군의 열화우라늄탄 오발 사격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1996년 2월10일 일본 외무성의 뒤늦은 고백을 통해서다. 외무성은 사건이 있은 뒤 1년이 지난 1월16일에야 주일 미대사관을 통해 사건의 개요를 통보받았으며 환경에 대한 영향평가 등의 상세한 자료를 미군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주일미군 당국도 같은 시각에 일본 언론을 상대로 사건을 설명했다.
양국의 설명에 따르면 주일 미 해병대의 이와쿠니기지 소속의 수직이착륙 공격용 해리어기가 95년 12월과 96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오키나와 본섬에서 서쪽으로 약 1백㎞ 떨어진 섬인 도리지마의 사격훈련장에 1천5 백20발의 열화우라늄탄을 오발 사격했다. 도리시마는 무인도로 주일미군의 사격장으로 지정된 곳이다. 주일미군은 훈련 직후인 96년 1월24일 해 리어기의 기총수리 과정에서 탄환이 잘못 발사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리어기에 장전할 탄환의 종류를 정한 카탈로그에 잘못이 생겨 엉뚱하게 열화우라늄탄이 장전됐으며 이를 알 리 없는 조종사가 그대로 발사했다는 것이다.
미군 당국은 사건 뒤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도리시마에 대한 청소작업을 벌여 1백92발의 열화우라늄탄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환경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리시마의 토양에서 추출된 방사능함유량이 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개선을 요하는 수준으로 정하고 있는 수치의 10% 이하였으며 섬의 환경과 해양생물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95년 9월 여자 초등학생을 미군이 집단성폭행한 사실이 밝혀진 것을 계기로 미군기지 철수운동을 주도해온 오타 마사히데 지사는 열화우라늄탄의 발사소식을 듣고 “아직도 오키나와가 미군의 점령 아래 있는 줄 알고 있다”며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온다”고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오타 지사는 요시모토 마사노리 부지사를 이케다 유키히코 외상에게 보내 통보가 없었던 점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추궁했다.
사건의 여파가 확대되면서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를 비롯한 일본 최고위 당국자들은 오키나와에 대한 미통보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듯한 공방을 되풀이해 빈축을 샀다. 하시모토 총리는 12일 중의원 예산위에서 “사건을 보고해온 날(1월17일) 외무성에 오키나와에 통보했는가라고 물었더니 외무성쪽이 좀더 자세한 조사를 한 뒤 알리겠다”고 해 그런 줄 알았다고 답변했다. 가지야마 로쿠세이 관방장관도 같은 날 “즉각 오키나와에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며 외무성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표적으로 몰린 외무성은 “명확한 지시가 있었다면 당연히 따랐을 것”이라며 공을 하시모토 총리와 가지야마 장관에 떠넘겼다.
미 정부도 즉각적으로 사태수습에 나섰다. 월터 슬로컴 국방차관은 지난 2월10일 사이토 구니히코 주미 일본 대사에게 열화우라늄탄을 오발사한 점, 일본 정부에 통보가 늦은 점 등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 뒤 일본정부에게 미군이 보낸 공식 회신에 의하면 미군은 일본의 열화우라늄탄을 일본외의 미군 주둔국에 이동배치하였으며 이 열화우라늄탄이 한국에 보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 열화우라늄탄 반대 운동
화학적 오염과 방사능 피해를 주는 열화우라늄탄의 사용금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997년 8월 9일 미 워싱턴에서 평화시민단체가 주최한 반핵 항의집회에서는 열화우라늄탄이 최대 테마가 됐으며 이에 앞서 미 하원은 6월26일 걸프전에 참여했던 병사들을 괴롭히고 있는 전쟁증후군과 열화우라늄과의 관련 여부에 대해 첫 공청회를 열었다. 당시 열화우라늄탄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활발해진 이유는 그때까지 미군당국이 숨겨왔던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졌기 때문이다.
미 육군의 당시 보고서 ‘방위정보평가’에서는 군이 방사능 등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도 관통성능을 중시한 나머지 열화우라늄탄을 계속적으로 사용해왔음이 판명됐다.
또 미 제대군인 원호국은 전 병사의 추적조사 결과 소변에서 고농도 우라늄이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가 하면 이라크에서는 급성 백혈병환자가 걸프전 전에 비해 격증하고 있다는 사실이 비정부조직의 보고서에 의해 판명됐다.
열화우라늄탄에 관해 세계최고 전문가인 독일의 지크발트 회르스트 귄터 박사는 지난 88년 독일 서부 렘샤이드시에서 일어난 미군 A-10공격기(대전차 공격용) 추락사고와 92년10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일어난 이스라엘 군용화물기 추락사고에 의한 주민의 건강피해도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두 사고 모두 근처 주민들 사이에서 백혈병과 유전자 장애아가 다발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또 보스니아내전 후 1천명 이상의 아이들이 원인불명의 병을 앓고 있는데 걸프전쟁증후군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귄터 박사에 따르면 독일에서의 방사능 허용량은 연간 50마이시크로벨트인데 열화우라늄탄에서는 매시간 11마이시크로벨트가 나오고 있다. 즉 5시간이면 1년치를 쬔다는 얘기다.
열화우라늄으로 만든 열화우라늄탄은 핵무기가 아닌 통상병기로 분류돼 있으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상시 주둔지역은 물론 보스니아ㆍ소말리아ㆍ아이티 등 분쟁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전세계 열화우라늄탄 생산의 75%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