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명상 43일째-카데나 탄약고2004/08/09 1389
8월 1일 – 카데나 탄약고
카데나 탄약고를 지켜보기 위해 자리잡은 창부댐. 텐트를 칠 때까지 지열은 식지 않아 불판위에 텐트를 올려 놓은 듯 했다. 바람도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밖을 보니 나뭇잎 역시 미동도 없다. 열대야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작은 바람을 크게 느낀다. 땀이 온몸을 타고 흘러내린다. 차라리 땀이 흘러 내인자리는 시원하다. 서두르지 말아야한다. 열대야라고 하지만 그래도 낮 보단 기온이 내려가는게 밤이 아닌가? 다행히 오끼나와의 습기가 엄습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다음날 탄약고를 따라 북진한다. 카데나 탄약고 북쪽지역은 식당은 커녕 식수조차도 찾을 길이 없는 오지였다. 이런 오지인줄 알았다면 미리 물도 간식도 준비했어야 했다. 게다가 지도로는 길을 찾기 어려웠다. 자세하기로 이름난 오끼나와 지도이지만 역시 지도에는 없는 길이란 것이 있다. 숨이 차서 입을 아예 벌리고 걸어야 했다. 화천의 해산령 이후 경험하는 가장 힘든 길이었다. 비오듯 흐르는 땀을 씻다보니 아무래도 탈수증상이 오고 있는 것 같았다. 위험하다. 무엇이로든 수분을 보충해야 했다. 쓰지 않을 나뭇잎을 따먹고 버려진 사탕수수를 씹어 수분을 머금는다. 길을 헤매다가 막다른 길에 이르러 돌아 나오기를 여러번, 길 찾는 법을 알았다.
전봇대가 끝나는 곳에 길도 끝난다. 이 같은 인프라 없이는 농사도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내겐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하는 고행을 덜어주는 신호기이다. 전봇대가 끝나는 모양을 보고 막다른 길인지 트인 길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비를 피해 추녀를 찾듯, 햇빛을 피해 그늘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도 하지 못하면서 아니 노력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높은 수준을 가혹하게 적용시키진 않았는지 내 고통만을 감싸려 들지는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