겅기명상7일째-유엔사 경비대에 화학무기가 보관2004/06/27 1352
이시우
북의 공세
내가 걷기명상으로 잡은 여정에는 통일대교까지가 최북단이다. 이곳은 민통선 중에서 유엔사 소속의 미군병사가 검문을 직접 서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남쪽에서 유엔사의 이름을 걸고 있는 기지는 사령부가 있는 용산과 경비대가 있는 캠프 보니파스이다.
얼마전 이곳에 보관된 화학무기표식이 발견되면서 북미관계의 새로운 쟁점이 되었다. 다음은 연합뉴스의 기사이다. 좀 길지만 인용해 본다.
“북한 노동당 외곽단체인 조선반핵평화위원회는 지난 16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조선반도를 비핵지대,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조선 강점 미군기지들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담화는 “조선반도의 핵문제 자체가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으로부터 산생된 문제인 만큼 남조선 강점 미군기지들에 대한 검증과 핵 및 생화학 무기의 철폐야말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비핵화의 길이며 선결조건”이라고 규정했다. 최근에는 남측의 한 인터넷 언론매체가 “유엔사 경비대가 주둔하고 있는 캠프 보니파스에 미군이 그동안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학무기가 탄약고에 보관돼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보도한 이후 비난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엔사측은 “소방관 보호와 안전을 위한 표식일 뿐”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반핵평화위가 담화를 통해 공식적으로 미군기지 사찰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지난 14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판문점 비무장지대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 소속 경비대 탄약창고에서 화학무기를 보관하고 있다는 표식이 발견됐다”며 “이번 사실을 통해 우리는 미국이 남한에서 핵무기를 철수했다고 하지만 그 여부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었다. 반핵평화위가 `의심’의 진위를 가릴 `검증’이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미군기지 사찰 문제를 거론한 만큼 앞으로 북측은 6자회담에서 거론되고 있는 미측의 대북압박에 미군기지 사찰 요구로 맞불놓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사의 구차한 변명
위에서 북이 언급한 한 인터넷매체의 기사는 내가 통일뉴스에 올렸던 글이다. 그 뒤 말지를 비롯 여러 매체에서 다시 기사화 됐다.
http://www.tongilnews.com/article.asp?mainflag=Y&menuid=101000&articleid=43541
http://www.digitalmal.com/news/read.php?idxno=9035
그리고 내가 지금 유엔사해체에 대한 걷기 명상을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유엔사는 북의 공세에 대해 캠프보니파스의 문제가 된 표식은 ‘소방관 보호와 안전을 위한 표식일 뿐’이라고 답했다. 유엔사는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화재표식과 화학위험도표식은 소방관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또한 복잡한 폭발물 분류와 관련된 폭발물부서의 오판을 방지하기 위한 야전교범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 표식은 소방관의 보호와 안전을 위한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동문서답이다. 이 문제를 내가 처음 폭로 했을때 초점은 이들 표식중 노란색을 한 화학위험도 표식이 유엔사 경비대인 캠프 보니파스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내가 전국의 또는 일본의 미군기지를 관찰한 결과 처음으로 발견된 표식이었다. 우연한 발견은 아닌 셈이다. 나는 판문점에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무척 자주 가는 편인데, 내 기억으로 그 표식은 이전에는 흰색 표식이었다. 그런데 다시 방문했을 때 노란색 표식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최근 폭발물 저장소안에 있는 내용물이 바뀐 것이다.
노란색 표식은 가장 다양한 화학무기를 포괄한다. 취루탄부터 연기제까지. 그러나 문제는 노란색 표식에 해당하는 어떤 화학무기이든 모두 국제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1975년까지 1925년 제네바협약이 규정한 화학무기작용제에서 시위진압용제를 예외로 생각했다. 그러나 1975년 1월 22일 미국이 제네바의정서를 비준하고 4월 8일 당시 포드 대통령이 ‘명령서 11850(Order 11850)’의 집행에 서명하면서 무력충돌에서의 시위진압용제의 사용은 일방적으로 금지됐다.
때문에 후방에서의 시위진압이나 화학부대 훈련용 말고는 그 사용이 금지된 것이다. 즉 최루탄만을 보관하고 있다고 해도 유엔사가 그 불법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노란색 전신방호복에 해당하는 화학무기인 최루탄의 경우, 1925년 제네바의정서에 저촉되며, 포스겐, 아담사이트, 염화시안의 경우 국제화학무기금지협약에 명백히 위배되는 화학물질들이다.
한편 유엔사는 화학탄은 포병이 쓰는 것이지 보병과 관계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보병부대인 보니파스에 화학무기가 보관될 리 만무하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유엔사공보과는 잘못알고 있다. 보병화기인 박격포는 거의 모든 화학탄의 투발이 가능하다. 특히 4.2인치 박격포는 주로 화학탄사격을 위해 개발된 장비이다. 보병의 박격포야말로 화학탄 투발수단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발전해온 무기 중 하나이다. 현행 미육군의 보병전술에 의하면 화포가 미치는 전선 범위 내에서 군사상 사용 가능한 화학제는 속효제뿐이다. 결국 화포를 사용하는 화학무기는 퇴각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공격용인 것이다.
2000년 충북 영동군의 한 탄약부대 내에 가수분해 및 폐액 처리동 등 모두 4개 동(지상 건물)에 화학무기 폐기시설이 갖춰진 것이 알려지면서 비밀로만 취급되어 오던 화학무기의 존재가 시인되었다.
독성 화학가스가 있는 물질이 수송단계에서의 사고로 누출될 경우 큰 인명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도심지 통과에도 규제를 엄격하게 하는 것이 국제관례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바로 이 탄약부대가 화학무기를 보관하고 있던 부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것이 한국군에 의해 개발된 화학무기인가, 아니면 미군의 무기인가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군에 의해 화학무기가 개발되었다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화학무기의 개발 또한 미국이 허용하지 않았으리라는 추측도 어렵지 않게 해볼 수 있다. 현재 주한미군의 일부 탄약과 무기는 한국군이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1997년 미8군은 의정부 캠프 광사리에 보관 중이던 열화우라늄탄이 잘못 분류되어 경기도 연천군 대전면의 폭발물처리장에서 오폭 처리 됐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열화우라늄탄이 한국에 있다는 것이 처음 시인되었음과 아울러 미군의 탄약이 한국에서 폐기되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내가 유엔사에 전화를 직접 걸었을 때도 화학무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공보관은 여기저기 알아보고 나서 해명성 발언을 하는데 급급해 했다.‘만약 이 선생님 말대로 화학무기관되어 있다면 그건 국제적인 이슈가 되겠지요’ 라고 했다. 내가 ‘이런 경우엔 탄약고를 공개하시는게 의혹을 푸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라고 했다. 결국 유엔사가 원치 않았던 국제문제가 되고 말았다.
유엔사 경비대가 어느 정도의 작전자율성을 가지는지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이들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어느정도 자율권을 가지고 있을지도 알 수는 없다. 미군내에서도 복잡하고 이해 안가는 내용일 것으로 나는 판단하고 있다. 한마디로 유엔사는 미군의 조직구도로 보면 뒤죽박죽이다. 태평양사령부가 아닌 미합참의장의 지시를 직접 받기에 지휘 계통상으로도 문제가 있다. 한편 한미연합사 차원의 작전계획 9518에는 화학공격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한반도 차원의 작전계획 5027에도 화학공격이 포함되어 직접 훈련까지 되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북의 정치적 공세가 아니라도 유엔사의 화학무기문제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