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콘서트 무죄> 이시우와 이정희의 진실·통쾌 대담록-인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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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 콘서트 무죄> 겉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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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형 10년에 결국은 ‘무죄’, 이유 있었다
[서평] <법정 콘서트 무죄> 이시우와 이정희의 진실·통쾌 대담록

12.11.15 14:35l최종 업데이트 12.11.15 16:09l인병문(ib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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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이승만 정권 때부터 오늘날까지 ‘막걸리 보안법’ ‘코걸이·귀걸이 보안법’으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혹은 긴긴 감옥생활 등으로 고통을 받게 만든 ‘저주의 악법’.

한 번 걸려들면 꼼짝 없이 당하고 마는 이 법이 완전하게 박살났다. 바로 사진예술가 이시우 작가와 이정희 변호사에 의해서다. 두 사람이 보안법 사건 피의자와 변호인으로 만나 결국 국가보안법 60여 년 사상 거의 초유의 완전 무죄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그것도 검찰 구형 10년에서 말이다.

국가보안법을 바탕으로 주한미군·종북·통합진보당 등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사안에 대한 두 사람의 솔직, 담백하면서도 진실되고 통쾌한 대담기 ‘법정콘서트 무죄’가 나왔다. 결코 보안법에 주눅 들지 않은 대담한 기록이자 사실의 기록이다.

이시우 작가는 2007년 국가보안법 상 국가기밀 탐지·누설, 이적표현물 제작·반포, 반국가단체 소속 인물과 회합·통신 등 무려 20가지가 넘는 죄목으로 구속된다. 이때 이 작가는 변호인으로 최병모 변호사의 추천을 받아 이정희 변호사를 만나는데, 둘은 검찰의 10년 구형에 맞서 이듬해 1월 31일 1심 재판부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아 낸다. 이 사건은 결국 2011년 10월 13일 대법원에서 공소사항 전부에 대해 완전 무죄 판결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이시우 작가에게 적용된 각종 혐의를 벗길 수 있었던 원칙과 입장, 방법에 대해 구체적 사실들을 기록함으로써 보안법 사건에 하나의 교과서로 제시될 수 있다. ‘연행 당시부터의 진술 거부권과 완벽한 묵비’ ‘법정에서의 미학에 대한 최초의 슬라이드 변호’ ‘이적표현물에 대한 국정원으로부터의 대출’ ‘사진 작품에 대한 철저한 예술적 접근’ 등을 통해 두 사람은 이 사건을 완전 무죄로 만들면서 보안법 사건의 기념비로 만들었다.

또한, 두 사람의 대화는 법정에만 머물지 않고 종북 논쟁과 통합진보당 사태 등 보안법과 관계된 사안에 대해 예리한 진단과 결론을 내린다.

이시우 작가는 “국가보안법은 친북, 종북, 반미를 불쏘시게 삼아 앞으로도 끊임없이 마녀사냥을 벌이려 들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보안법이 지목하는 마녀에게는 무시무시한 억압이 가해진다”고 말한다. 또한 “보안법의 틀을 깨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확장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북핵·인권·권력승계 문제와 관련해 이정희 변호사는 “이들 문제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공격하는 것은 보안법에 기반한 분단의 이분법이 만든 폭력”이라며 “이분법 굴레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시도 자체가 불온으로 낙인찍히지만 맞서고 희생당하면서도 이겨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 이정희 변호사는 2004년 참여정부 시절을 교훈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변호사는 “보안법은 서구적 사상의 자유 이론만 갖고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반도 상황에서 적이 눈앞에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절대다수 존재하는 한 보안법 체제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어 “6·15와 10·4 선언을 철저히 이행해 남북관계를 다시는 후퇴하지 않을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바꿔야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이번 대담을 기획한 최진섭 기자는 “국가보안법을 주제로 법정 콘서트를 벌이는 등장 인물은 이정희, 이시우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국가보안법이나 양심의 자유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분단체제를 살아가는 이들 중에 실제로 국가보안법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한다.

최 기자의 이야기처럼 ‘아무도 자유롭지 못한 분단체제의 우리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최진섭 기자는 월간 <말> 편집장을 지냈으며, 통합진보당 사태의 진실을 밝힌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를 기획 출판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법정 콘서트 무죄(이정희와 이시우의 국가보안법 대담)>, 최진섭 씀, 도서출판 창해 펴냄, 값 1만7000원, 20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