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 주체사상 사진전-최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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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주체사상 사진전
세상만사 2012/11/21 02:56 무무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스페이스 풀에서 열린 이시우 작가의 주체사상전.이때의 사상은 思想이 아니라 寫像이다.
그래 그런가 개막식이 열린 11월 20일, 아쉽게도 경찰이 참석하지 않았다. ‘빨갱이’ 사진작가가 주체사상전 연다며 노발대발했던 우파단체에서 노인 두 분이 다녀갔으나, 작품의 난해함때문인지 별 반응 없이 돌아갔다고 한다. 심심하게도. 구기동에 있는 전시공간 풀에는 탐스런 감이 가득 열려 있었다.

사진전 개막식에서 이 작가는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주체사상과 민주주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해설을 듣고 난 뒤에야 사진이 어느 정도 읽혔다.
레닌상의 앞과 뒤를 찍은 사진을 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유추해보았다.
레닌의 앞에 선 주체가 아니라 레닌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졸개는 아니었는지.
꼬투리를 잡기 위해 관람했던 노인들은 난감했을 것이다. 어느 장면에서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어야 할지.
이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헤겔과 하이데거의 주체개념,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그리고 새로운 개념틀로서의 유라시아주의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빈 항아리 위에 주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가운데 항아리에는 글자가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작가는 보는 이의 상상에 맡긴다고 답한다.

주체사상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들도 머리가 지끈거리니, 종북 사냥을 하려는 이들은 국가보안법을 어찌 적용해야 할 지 당황스러울 것 같다.
‘주체사상을 찬양한거야, 아니면 주체사상의 한계를 말하고 있는거야, 도대체 ‘주체’라는 글자가 없는 항아리는 뭘 말한거야.’

사진 작품 중에는 2007년 4월 이시우 작가가 구속 당한 직후, 작업실에서 압수당한 이념서적들을 모아서 찍은 것이 있다. 검사는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 소지죄를 적용했지만 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공안기관에서 압수했던 <항일무장투쟁사>, <쿠바혁명사>, <강좌철학> 같은 이념서적을 널리 알리는 작가의 창작행위는 문제가 없나?

주체사상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 이시우 작가의 의도는 국가보안법 갖고놀기이다. 나 잡아봐라를 하고 싶은 것이다. 2007년 구속된 뒤, 국가보안법에 수세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세적으로 대응할 필요를 느겼다고 한다. 만일에 공안기관이 이시우 작가의 주체사상 전시회에 대해 모른척 한다면, 이 작가의 작품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하나?
야릇한 전시회다.

#이상야릇한 제목의 전시회는11월 20일 4시부터 구기동 아트스페이스 풀에서, 12월 17일부터 스페이스99에서 드디어 펼쳐보입니다.

‘주체사상’전 -초대장에서
주체사상이란 말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이승만은 일민주의라는 사상을 제창했…

고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제창했습니다. 오늘날 일민주의는 전문가들에게 조차 잊혀진 이름입니다. 주체사상은 객관적인 연구자체가 금기시된 이름입니다. 그와 함께 주체란 개념 자체도 자기검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느낍니다. 계몽주의적인 80년대를 거쳐, 90년대를 풍미한 포스트모더니즘이 반성되는 지금, 주체는 시대사상의 중요한 화두임을 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