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토와 네루 그리고 모택동과 더불어 김일성은 냉전의 본질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체제의 대립만이 아닌 제국주의와 민족주의간의 대결이었음을 증명했습니다. 소련과 거리를 두며 ‘자주’를 외칠 수 있었던 힘은 자력에 의한 항일무장투쟁의 전통에 힘입은 바 컸습니다. 보천보전투 이후 곤경에 처한 조·중항일연군은 소련의 도움으로 뱌츠코에에서 재기의 기반을 마련했음에도 양국 모두 이곳 전적지를 방치해 온 것은 ‘자주’의 전통에 짐이 되지 않게 하려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체제보다 민족이, 동맹보다 자주가 중요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