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은 건국과 함께 ‘일민주의’를 제창한다. 일민주의의 핵심에는 제거론이 있다.1)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설령 그가 좌익이 아닌 중도인사라 해도 제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을 절반이상을 제거하고 통일독립을 이루자는 생각이다. 그는 ‘민족’이란 주체의 이념틀을 거부하지 못하면서도 내용상으로는 중도와 좌익모두를 제거하는 배제와 포섭의 정치를 작동시켰던 것이다. 김구, 여운형의 암살에서부터 제주4.3에 이르기까지 전간기 이승만의 정치경험이 고스란히 일민주의로 집약된 것이다. 그러나 1953년 헌법개정에서 이승만은 민족이란 형식조차 버리고 반공주의를 체제화하는데 성공한다. 조봉암조차 승공을 위해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해야 할 정도였다.2) 대북봉쇄정책으로 냉전을 기획한 조지케넌은 봉쇄정책에서 가장 우려해야 할 일을 ‘소련을 상대하다 미국이 소련처럼 전체주의화 하는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소련을 봉쇄하는 미국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상실하는 순간 대소봉쇄 자체도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승만의 반공주의는 민주주의를 제한하고 심지어 포기하는데 방점이 있었다.3) 이승만의 성공은 미국식 전략과 다른 내용을 추구했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의 형식을 창안했다는데 있다. 따라서 이승만을 극복하는 길은 내용뿐 만아니라 또 새로운 주체의 형식을 창안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1) 나는 일민주의를 제창하여 이로써 이 국시를 만들고자 한다. 우리 선민은 이 국시를 세웠었다. 우리민족은 하나다. 국토도 하나요. 정신도 하나요. 생활에도 하나요. 대우에도 하나요. 정치상문화상 무엇에고 하나다. 하나가 미처 되지 못한바 있으면 하나를 만드러야 하고 하나를 만드는 데에 장애가 있으면 이를 제거하여야 한다. (이승만, 일민주의 개술, (서울: 일민주의보급회출판사, 1949), pp.6-7)
2) 조봉암, 우리의 당면과업 대 공산당투쟁의 승리를 위하여, (1954)
3) 민주주의야말로 다시 흘러(流)갈(行)것이요, 결코 길이 머물러 남아 있지 못할 것이므로 우리 민족에 길이길이 남아있을 지도원리가 되기에는 너무나 빈약하고도 천박하다 아니할 수 없다. (안호상, 일민주의의 본바탕, (서울: 일민주의연구원, 조문사, 1950), p.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