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도 승리한 자만이 드러낼 수 있다. 추모도 승리한 자만이 거행할 수 있다. 일본은 히로시마 원폭이전의 역사는 가르치지 않는다. 원폭이후의 일본의 비극에 대해서만 가르친다. 원폭의 비극으로부터 벗어나자며 세계 곳곳에 평화의 비와 기념물을 세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인원폭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거나 침묵하고 있다. 일본의 양심세력들이 아시아에 대한 과거사의 반성과 비핵지대화를 통한 평화를 주장하지만 기념물이 된 원폭돔의 철책과 일본의 비정치적 일상의 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는 기념되지만 과거의 반성을 위한 역사로는 기억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도 이런 상처를 가졌으니 더 이상의 반성과 보상은 요구하지 말라는 방어벽이 되어주길 바라는지 모른다. 그러나 헤겔에게 있어 주체는 사람이나 개인이 아닌 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