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평양 개선문

주체-평양 개선문

독일의 우익 역사학자인 에른스트 놀테(Ernst Nolte)는 나치범죄는 러시아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해 ‘역사가 논쟁’을 촉발하였다. 그에 따르면 공산주의와 나치즘은 똑같은 전체주의라는 ‘형식’을 공유한 악이다. 자유주의자들은 놀테에 대해 어떻게 해방을 향한 좌절된 시도인 공산주의와 나치즘이라는 근본적인 악을 비교 할 수 있느냐며 도덕적으로 반박한다. 그러나 우리가 냉철하게 주목해야 할 것은 나치즘이 계급투쟁을 아리아인과 유대인사이의 투쟁으로 바꾸어놓았다는 것이다. 나치즘은 계급투쟁을 인종투쟁으로 바꿔치기 한 것이다. 이처럼 공산주의에서 나치즘으로 옮겨 갈 때 바뀌는 것은 ‘형식’이며, 바로 이런 ‘형식’변화 속에 나치의 이데올로기적인 신비화가 자리 잡고 있다. 나치즘의 구체적 기능을 규정하는 ‘형식’은 공산주의와 나치즘 양자를 두가지 특수한 사례로 포괄하는 “전체주의”라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나치즘이 공산주의적 좌표를 전치하는 방식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형식’개념은 진정 변증법적인 것이다. ‘형식’은 특별한 내용물을 담는 중립적 형태가 아니라, 바로 구체화의 원리 바로 그것이며, 총체성의 모든 요소를 왜곡하고, 치우치게 하고, 거기에 특정한 색깔을 입히는 “기이한 끌개”다.1)

1) Slavoj Žižek, Revolution at the Gate: Žižek, on Lenin, the 1917 Writings, (London: Verso, 2002)/정영목 역 지젝이 만난 레닌: 레닌에게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서울: 교양인, 2008), pp.3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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