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강화1

주체-강화1

사진기발명 초기 조리개효과는 당시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친 렘브란트미학이 적용된 결과였다. 렘브란트는 자화상을 단 하나의 점에 서야만 감상이 가능하도록 그렸다. 한순간에 단 한사람만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인이란 주체에 맞는 형식을 창안한 것이다.
이 작업은 렘브란트형식을 다른 방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각각의 선과 매듭은 나름대로의 꼭지점을 향하지만 단 한 점의 위치에서만 ‘주체’라는 글자를 구성한다. 그리고 한 걸음만 옆자리로 옮겨도 주체라는 글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선과 매듭으로 해체된다. 역사 역시 각각이 지향하는 시간과 노력이 집약되는 하나의 순간에 주체를 구성한다. 1917년 2월에 레닌이 인식한 혁명의 기회가 그런 것이다. 그 기회는 독특하고 우연적인 상황들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레닌의 성공은 이 순간을 포착한데 있었다.1) 지젝은 말한다. 이러한 ‘순간의 몰아침’이 진정한 유토피아다.2) 주체는 주어진 공식이나 합의나 절충의 산물이 아니다. 심지어 아무런 연관도 없어 보이는 각각의 지향들이 하나의 꼭지점으로 집중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통찰력이며 그 순간에 승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는 대담함이 주체를 구성하는 조건이다.

1) 여기에 혁명의 두가지 양립할 수 없는 논리가 있다. 하나는 역사적진화의 필연성을 따라 혁명이 “그 나름의 적당한 때”에 폭발할 순간, 최종적 위기가 무르익은 목적론적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혁명에는 “적절한 때”라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 혁명적 기회가 나타나면 “정상적인”역사적 발전을 우회해서라도 잡아야만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레닌은 의지를 앞세우는 “주관주의자” 아니라 그가 강조한 것은 예외가 기준자체를 바꾸어버릴 방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2) Slavoj Žižek, Revolution at the Gate: Žižek, on Lenin, the 1917 Writings, (London: Verso, 2002)/정영목 역 지젝이 만난 레닌: 레닌에게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서울: 교양인, 2008),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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