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북러 포괄적전략적동반자관계조약 해석 2024.6.23

2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이 체결 발효되었다. 오랜만에 등장한 북의 조약문에서 국제법에 대한 몇가지 중요한 개념변화가 보여 기억을 위해 몇 자 적어둔다.

제3조쌍방은 공고한 지역적 및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호상 협력한다.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쌍방은 어느 일방의 요구에 따라 서로의 립장을 조률하며 조성된 위협을 제거하는데 협조를 호상 제공하기 위한 가능한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통로를 지체없이 가동시킨다.

유엔헌장39조는 유엔의 가장 중요한 결정인 군사조치에 이르는 세 가지 상태를 규정하고 있다. 평화의 위협, 평화의 파괴, 침략이 그것이다. 이중 침략만이 헌장 2조7항의 단서로서 군사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상태가 된다. 헌장의 정신은 평화의 위협은 예방하고, 평화의 파괴는 복구한다는 것이기에 두 경우에는 헌장 6장이 자세히 정하고 있는 평화적 해결책만을 결정해야 한다. 유엔은 역사상 침략을 결정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평화의 파괴를 규정한 것은 로디지아(현 짐바브웨)내전과 한국전쟁 두 번이었다.
대부분은 평화의 위협만을 규정한 상태에서 사실상의 군사조치, 즉 전쟁에 돌입했다. 이번 북‧러조약은 무력침략행위가 아닌 평화의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했다. 이는 유엔관행(Soft Law: 연성법)을 국제법으로 수용한 사례가 될 것이다.
더구나 중요한 것은 평화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는 점이다. 앞서 보았듯 전통적인 헌장의 해석은 위협에 대해서는 예방이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제거를 위해서는 평화적 수단만이 아니라 군사적 수단도 요구될 것이다. 그 명칭이 전쟁이든, 특별군사작전이든 사실상의 군사조치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당히 포괄적인 내용을 가질 평화의 위협을 누가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서 제거방법이 결정될 것이다. 북‧러조약 3조는 유엔헌장 39조를 새롭게 해석하여 국제법의 원리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제4조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4조에서도 유엔헌장을 인용했다. 그러나 그것이 자위권을 다룬 제51조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 1945년 유엔헌장 제정시 51조는 미국이 강압에 가까운 태도로 관철시킨 조항이다. 유엔안보리의 결정이 있기 전에 회원국이 개별적 조치를 취하면 유엔이 수습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유엔의 권능은 한계를 가질게 명확했기 때문이다. 유엔을 거스르고 51조에 따라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는 미국뿐이었다. 이는 모든 회원국에게 유엔의 통제를 받게 하면서 미국은 예외가 될 수 있는 조항이었다. 유엔헌장에 미국패권이 관철될 수 있는 구조를 심어놓은 것이다. 따라서 헌장제정당시부터 51조는 유엔헌장을 내부적으로 붕괴시키는 조항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제 북‧러는 미국에게 독점되어 있다시피 했던 51조를 자신들의 조약 안으로 끌어들였다.
51조를 수행하기 위해 52조에서는 지역적 약정과 지역적 기관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북‧러는 아직 나토같은 지역적 기구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이번 조약을 통해 지역적 약정을 성립시켰으므로 집단적 자위권발동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유엔헌장 내 미국패권이 관철되는 구조였던 51조와 52조를 역으로 북‧러조약 안으로 끌어온 것이다.

제5조매 일방은 타방의 자주권과 안전, 령토의 불가침,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제도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권리와 타방의 기타 핵심리익을 침해하는 협정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으며 그러한 행동들에 참가하지 않을 의무를 지닌다.쌍방은 제3국이 타방의 자주권과 안전, 령토의 불가침을 침해할 목적으로 자기 령토를 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에서 유엔대북제재 7인 전문가패널의 활동시한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까지만 해도 북으로부터 포탄을 공급받는 등 일시적인 북‧러의 협력관계가 반영된 정도로 보았다. 그러나 이번 조약은 훨씬 강력한 북‧러관계가 물밑에서 진행 중에 있었음을 사후판단케 한다. 알다시피 유엔대북제재, 미국대북제재, 한국대북제재 등은 북이 핵심이익에 대한 침해로 규정해온 것이다. 이 조약으로 러시아는 미국, 한국과 대북제재 관련 어떤 협정도 체결할 수 없으며 유엔안보리에서의 거부권행사도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다.
러시아의 국력이 아무리 쇠퇴했어도 거부권을 가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주목시키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조약으로 유엔대북제재는 실행력을 상당히 상실하게 되었다.

제6조쌍방은 국가주권을 수호하고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며 발전권을 옹호하기 위한 평화애호정책과 조치들을 호상 지지하며 정의롭고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하는 데로 지향된 이러한 정책을 실현하는데서 적극 협력한다

루스벨트의 4대 자유론은 향후 유엔헌장의 철학적 기초가 되었다.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전쟁으로부터의 자유, 빈곤으로부터의 자유 중 심리학적 개념상 종교‧언론의 자유는 ‘접근동기’이고, 전쟁‧빈곤으로부터의 자유는 ‘회피동기’이다. 그러나 이번 조약에서는 회피동기였던 전쟁‧빈곤으로부터의 자유를, 접근동기로 새롭게 해석했다. 전쟁으로부터의 회피적 자유는 안전보장의 접근적 자유로, 빈곤으로부터의 회피적 자유는 발전권이라는 접근적 자유로 해석한 것이다. 북‧러의 법철학적 연구에서 상당히 축적된 성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조약은 ‘정의롭고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질서’를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의 일극패권시대가 저물고 반패권전략의 결과가 다극체계일 것은 상식이 된 시대이므로 다극화를 언급한 것은 크게 놀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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