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내 유엔환경기구 유치 이시우 2006/05/06 567

http://www.mnd.go.kr/ 군비통제28집 2000

남북간 화해․협력 진전을 위한 군사회담의 역할

- 비무장지대 내 유엔환경기구 유치 추진을 중심으로 -
남북간 화해․협력 진전을 위한 군사회담의 역할
손 기 웅 박사
(통일연구원)

目 次

Ⅰ. 현 단계 남북관계 평가와 과제
Ⅱ.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의 고려사항
Ⅲ. “비무장지대 유엔환경기구 유치”의 의의
Ⅳ. “비무장지대 유엔환경기구 유치”의 추진방안
Ⅴ. 남북군사회담의 역할
Ⅵ. 결 론

<요 약>
현 단계 남북관계의 화두는 「6‧15공동선언」에 기초하여 경제‧환경‧문화 등의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심화시키는 한편,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도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남북관계를 명실상부한 평화적 공존관계로 진입시키는 일이다. 이렇게 볼 때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에 대한 남북한의 의지는 무엇보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고 있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데 서로가 합의하느냐의 여부에서 확인될 수 있다. 왜냐하면 비무장지대에는 남북한의 이해가 정치‧군사‧경제‧환경‧문화 등의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따라서 남북한이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데 합의한다는 사실은 바로 서로가 정치‧군사‧경제‧환경‧문화 등 포괄적 측면에서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평화공존을 실천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 아래 이 글에서는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가 ① 남북한이 포괄적 측면에서 이해가 합치하여 호응할 수 있는 동시에 주변국 및 국제사회로부터도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으로서 한반도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에 필수적인 사업임을 논거하고, ② 이를 국가적 추진사업으로, 특히 남북군사회담에서 한반도 화해‧협력을 촉진하고 심화시키기 위해 군이 힘을 실어 추진해야 할 정책방향으로 제안하였다. 특히 이 사업을 경의선 철도와 도로건설을 계기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군사회담에서 관련 사업으로 제기할 것을 제안하였다.

국방부와 남북군사회담팀은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의 검토‧기획단계에서부터 북한과의 최종적 합의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우선 군을 중심으로 관련 정부부처 및 소수의 전문가로 비공식적 차원에서 (가칭)「유엔기구유치기획단」을 구성하여 한반도 화해‧협력을 심화시키고 동시에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여 평화공존의 관계로 진입하기 위한 국가정책으로서의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 방안”에 대한 전략적 타당성을 이론적, 실천적 측면에서 검토한다.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의 긍정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이 사업을 민‧관‧군 등 전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여 전담‧추진할 대통령직속기관 형식의 (가칭)「유엔기구유치위원회」를 국내외 인사로 구성하여 공식적으로 출범시킨다.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주요 기능은 사업과 관련하여 ① 이론적 체계화, ② 국내외적 공감대 확산, ③ 민‧관‧군간 협의‧정보교류, ④ 정부의 국방 및 외교정책과 대북‧통일정책 반영, ⑤ 모든 활동의 질서있는 추진, ⑥ 국제적 연대활동 추진 등이다.
「유엔기구유치위원회」에는 유치사업을 실무적으로 추진할 기획‧조정위원회, 연구‧자문위원회 및 후원‧홍보위원회로 구성되는 실무위원회를 둔다. 이때 사업을 이론적, 실천적 측면에서 평가‧자문할 연구‧자문위원회는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을 확대‧개편하여 구성하며, 이로써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은 발전적으로 해체된다. 유치사업과 관련하여 북한군과 실무적 협상을 담당할 남북군사회담팀은 「유엔기구유치위원회」, 특히 실무위원회와 유기적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의 검토와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비무장지대에 유치될 유엔환경기구의 성격과 소재지가 확정되면 남북군사회담팀은 이를 근거로 대북협상을 전개한다. 북한이 유치사업에 호응할 경우 남북은 군과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유엔기구유치남북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여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협의한다. 국내적으로 합의된 유엔환경기구의 성격과 소재지를 북한과 협상해야 하며, 소재지 및 접근로의 환경친화적 개발과 관리방안을 실무적으로 논의한다. 북한이 유치사업에 소극적일 경우 사업의 의의를 지속적으로 주지시키는 동시에 4자회담을 통해, 주변국 및 국제사회에 대한 전방위 외교를 통해 사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이를 북한이 사업에 호응할 수 있도록 하는데 활용한다. 유치사업은 단계적으로, 즉 국내적 준비단계 → 국내외 공감대 형성단계 → 전방위 외교단계 → 실천단계의 순으로, 국내적‧국제적‧남북관계적 차원이란 중층적 관점에서 추진한다. 이때 각 단계는 단순히 시간적인 축차적 개념이 아니라, 동시에 추진되는 전체의 과정 가운데 시간별 중점분야를 의미한다.

I. 현 단계 남북관계 평가와 과제
최근까지의 남북관계는 남북이 이념,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대결하였던 “적대적 대결”(antagonistische Konfrontation)의 시기로 특징지울 수 있다. 서로간에 체제비난과 유형적, 무형적인 적대성이 표출되었던 반면, 교류나 협력은 철저히 단절되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대북포용정책을 바탕으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반도의 남북관계는 이념적으로, 정치‧군사적으로는 적대적인 대립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는 부분적으로 교류와 협력이 형성되는 “적대적 협력”(antagonistische Kooperation)의 “초입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잠수정의 침투, 서해에서의 무력충돌과 같은 적대적인 대립이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서도 금강산관광사업과 같은 남북한 경협이 추진될 뿐만 아니라 예술단이나 체육‧종교단체의 방북이 실현되는 등 사회‧문화분야에서도 교류와 협력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만약 이러한 적대적 협력이 서로간의 이해에 의해 확대되고 심화될 경우에는 이념적으로는 체제의 성격을 달리하더라도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도 부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평화적 공존”의 시대가 남북관계에 도래할 수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지향함으로써 이념적으로는 상이하더라도 경제, 사회, 문화분야에서의 상호간 전면적인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짐은 물론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도 남북한이 부분적으로 합의하여 당국간의 관계가 정상화되고 군사적으로도 긴장이 완화되어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상황으로 남북관계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평화적 공존이 본격화되고 그 과정에서 남북한 간에 커다란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우리가 염원하는 민족통일의 궁극적 형태인 “1민족 1국가 1체제”로 향하는 도정에서 “1민족 1국가 2체제” 형식의 “남북연합”이 가시화되어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남북연합의 단계에서는 남북한이 이념적으로 서로 다른 체제를 유지하기는 하나 대외적으로, 국제무대에서는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인 한반도 통일은 남북연합의 연장선 상에서 민족합의에 의해 평화적으로 이룩될 수 있다. [그림 1]은 이러한 남북관계의 진전구도를 보여준다.

[그림 1] 남북관계 진전구도

적대적 대결 → 적대적 협력 → 평화적 공존 → 남북연합 → 통일

따라서 남북정상회담 이전의, 즉 제한적 협력이 막 움트기 시작한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노력해야 할 과제는 경제 및 사회‧문화분야, 즉 이른바 하위정치(Low Politics)분야에서의 남북한 교류 협력의 폭과 규모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 나가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정치 및 군사분야, 즉 상위정치(High Politics)분야에서도 교류‧협력을 이끌어내어 남북관계를 하루빨리 평화적 공존의 단계로 진입시키는 일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은 이러한 소망스런 남북관계의 진전구도를 일거에 앞당겨 남북이 경제 및 사회․문화분야는 물론 정치‧군사분야에서도 교류와 협력을 광범위하게 제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였다. 따라서 현 단계 남북관계의 화두는 「6‧15공동선언」에 기초하여 경제‧문화‧환경 등의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심화시키는 한편,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도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한반도에 명실상부한 평화적 공존관계를 반석에 올리는 일이다. 하위정치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활성화시켜 나가는 동시에, 이와 병행하여 상위정치분야에서도 교류‧협력을 이끌어내어 남북관계를 하루빨리 평화적 공존이란 상생(相生)의 무대로 진입시키는 일이다.

이렇게 볼 때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에 대한 남북한의 의지는 무엇보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고 있는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데 서로가 합의하느냐의 여부에서 확인될 수 있다. 왜냐하면 비무장지대는 모든 차원에서의 남북한의 이해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명칭이 말해주듯 비무장지대는 서로의 정치․군사적 이해가 마주치는 곳일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나아가 환경 등 모든 쌍방의 이해가 필연적으로 얽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남북한이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데 합의한다는 사실은 바로 서로가 정치‧군사‧경제‧문화‧환경 등 포괄적 측면에서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평화공존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서해 강화도 교동의 끝섬에서 시작하여 동해 고성의 명파리에 이르는 6백리의 잘려진 한반도의 허리인, 사실상 중무장지대화된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에 남북한이 어떠한 합의를 이룬다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 및 사회‧문화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의 내용과 질을 풍부하게 한다는 의미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나아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도 교류‧협력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한반도의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도약시켜 적대적 협력에서 평화적 공존의 단계로 전이케 하는 결정적인 디딤돌을 마련함을 의미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이러한 새로운 남북관계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는 역사적 현실이다.

이러한 인식 아래 이 글에서는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가 남북한이 포괄적 측면에서 이해가 합치하여 호응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며, 동시에 남북관계를 명실상부한 평화공존의 관계로 진입케 할 수 있는 역사적 사업임을 논거하고, 이를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특히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을 계기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군사회담에서 한반도 화해‧협력을 촉진하고 심화시키기 위해 군이 힘을 실어 추진해야 할 정책방향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Ⅱ.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의 고려사항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한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남북한은 비무장지대에 정치‧군사‧경제‧환경‧문화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활용방안이 실천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포괄적인 측면에서 남북한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은 남북한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어야 그 실천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남북한이 합의하여 실천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은 어떠한 측면에서 남북한 양쪽이 가지는 다양한 성격과 이해관계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할 것인가?

첫째, 정치적 측면으로 남북 쌍방의 체제나 당국에 최소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부담이 되어서는 안되며, 오히려 체제나 당국의 정치력‧외교력을 대내외적으로 선전‧고양할 수 있어야 한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남북한 쌍방에 정치적인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기본전제이며, 이용방안이 양쪽에게 정치적 이득을 크게 줄 수 있을수록 그 방안의 실천성은 제고될 것이다.
제안된 비무장지대의 이용방안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북한당국의 국내적, 혹은 대외적 이미지를 실추하거나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을 경우, 체제유지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제안된 이용방안이 북한의 체제유지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없고, 반대로 북한당국의, 김정일위원장의 정치력을 선전할 수 있는, 예를 들어 한반도의 평화확보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제안일 경우에는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응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북한의 대남정책과 통일정책에 배치된다고 한다면 응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의 북한에 대한 이와 같은 고려는 역으로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둘째, 군사적 측면으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현재의 군사적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개편시키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자국에 불리하게 변화되는 계기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 비무장지대 이용방안이 아무리 평화적인 의미를 지닌다 하더라도 남북한이 자국의 군사적 안보의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느낀다면 방안의 실행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방안의 군사적 측면은 특히 북한의 입장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정치적 측면에서의 민주화, 경제적 발전, 사회‧문화적 다양성과 자율성 등 사회 모든 측면에서 우리와 어깨를 견줄 수 없는 북한이지만 군사적 측면, 구체적으로 말해 군사지리적 측면을 포함한 군사력 측면에서는 우리에게 여전히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쌍방의 총체적인 군사력의 우열을 분석하는 것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지만 우리의 수도 서울의 불과 북방 수십km 지점에 일거에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화력을 집중배치하고 있는 군사지리적인 잇점은 북한이 현재의 남북관계에서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압박력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비무장지대 인근에 배치된 북한 군사력의 후방배치나 축소를 전제한다던지,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대남 군사적 압박력을 떨어뜨리는 제안이라고 여겨진다면 북한은 적어도 현단계에서는 거부할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 무엇보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에 기여하여야 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남북한간 합의의 물꼬가 터져야 할 현재의 초기단계에서는 현재의 남북한 군사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없거나 최소화되는 가운데 추진되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성립되는 것이다. 물론 남북관계가 평화적 공존관계로 진전되고 군사적 신뢰감이 구축될 경우에는 비무장지대를 둘러싼 남북한의 군사력 재배치나 군축은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과 함께 혹은 별개로 활발히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합의한 이유는 이 사업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그들의 전반적 대남 군사압박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경제적 실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셋째, 환경적 측면으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지난 반세기간 조성된 환경과 생태계를 오염‧파괴시켜서는 안되며, 오히려 보호‧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 환경보호와 환경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치 및 군사적 고려에 이어 다음 우선순위는 경제적 측면이 되어야 할 것이나, 비무장지대의 특수성은 이에 앞서, 최소한 남한의 입장에서는 환경적 고려를 우선하도록 한다.
주지하다시피 비무장지대는 한국전쟁 기간 피아가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벌렸던 한반도 전역의 군사적 대치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하고 그 남북 2km를 그은 지역이다. 따라서 비무장지대는 당시에 초토화되었던 지역이다. 그러나 이후 근 50년간 인적의 침입이 끊기면서 이 지역은 자연이 자생력으로 스스로를 복원한 지역이다. 인위적으로 완전히 훼손되었던 생태계가 지금은 완전히 회복되어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만한 다양한 특성을 지닌 생태계로 전변되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자연생태계가 인간의 간섭없이 자기조절로 복구되어 그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지역으로 변모하였고,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환경손상과 오염으로부터 격리된 유일한 국토가 되었다.
물론 전쟁 이후 남북한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요구에 의해 부분적으로 비무장지대의 자연이 훼손된 부분이 있고 또 생물다양성이나 생태적 여건이 서부지역, 중부지역, 동부지역 등 크게 세 지역으로 구분할 때 차이가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비무장지대는 희귀동식물과 희귀어류가 서식하고 조류가 도래하는 생물다양성을 보이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라 할 수 있으며 수질, 대기, 토지의 오염이 없는 청정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을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란 이름 아래 훼손하거나 오염시키는 것은 한반도 유일의 자연의 보고, 민족의 천연자원을 파괴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비무장지대를 전혀 개발하지 않고 그대로 두자는 주장도 극단에 치우치는 것이지만 단기적이고 현실적인 경제 이익이 앞서서 이 지역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인간의 침입을 인내하던 환경이 어느 포만점에 이르면 급격하게 악화되어 다시 회복하기에는 엄청난 시일이 소요된다는 사실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이, 현재의 남북한 주민이 겪으면서 체득한 공통의 상식이다. 따라서 필요한 부분만의 개발도 환경친화적으로 추진하는 환경적 양심이 향후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자리잡혀야 한다는 것은 민족적 의무라 할 것이다.

넷째, 경제적 측면으로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을 통해 남북이 경제적으로 이득을 획득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향후 경제이득의 확대를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아무리 환경친화적이라고 해도,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남북한의, 특히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북한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무관하다면 그 실행가능성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식량난 해결에 몰두하고 에너지난으로 인해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서 경제적 이해를 동반하지 않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에 적어도 현재의 북한이 귀기울이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경제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기본요건이라 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환경적 고려도 동시에 이루어져 환경친화적이면서도 경제적 실리를 남북한이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문화적 측면으로 비무장지대에 산재한 문화유적‧유물을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존‧관리할 수 있어야, 나아가 한반도의 문화적 전통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여야 한다. 한국전쟁중 비무장지대 내의 문화유산이 크게 훼손되었지만 아직까지 이 곳에는 고인돌과 같은 선사시대의 유적은 물론 삼국시대, 태봉국, 고려시대의 가치있는 문화사적(왕궁, 산성, 사찰, 고분)이 산재해 있거나 그 흔적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비무장지대는 우리 민족 각 시대의 역사, 문화, 수난사를 함께 볼 수 있는 역사의 산 현장이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남북한 어느 쪽에서도 비무장지대 일대에 대한 유적발굴, 학술조사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그 풍부한 문화유산의 전모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쟁에도 불구하고 잔존한 문화재마저 복원되지 못하고 폐허인 채로 50년간 방치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은 우리 선조의 역사의 숨결과 자취가 남아 있는 이 곳을 문화적으로 복원, 유지, 개발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민족문화 창달의 디딤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국제적 측면으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고려해야 할 이상과 같은 포괄적인 남북한의 이해관계가 좁게는 한반도 주변국가, 넓게는 국제사회의 이해에도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비무장지대는 직접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얽혀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지역, 유엔 등 세계적인 관심지역이다. 이를 고려할 때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이해도 함께 아우르는, 그것도 정치‧군사‧환경‧경제‧문화 등 포괄적 측면에서 이들의 이해에 부응하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제시될 때 주변국과 국제사회는 이를 지지할 것이며, 그 지지를 바탕으로 평화적 이용방안의 실현성과 지속성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남북한의 정치‧군사‧환경‧경제‧문화 등 포괄적 국가이익에 부응하고 동시에 국제사회의 이해도 포용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방안이 제안될 때 사업의 내용이 풍부하게 됨은 물론 사업의 실현가능성도 제고될 것이란 점을 살펴보았다.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볼 때 기존의 비무장지대 평화적 활용계획(평화시, 생태공원 혹은 물류기지 건설 등)은 이상과 같은 남북한의 이해를 포괄적으로 설득력있게 고려하지 않거나,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논거에 소홀하였다고 평가된다.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 현 단계에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구상 – 예를 들어 비무장지대내 평화시 혹은 물류기지 건설을 제안하면서 비무장지대 인근 군사력의 후방배치나 군축의 주장을 제안 – 으로 이용방안의 실천성을 스스로 제한하였다.

Ⅲ.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의 의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 현단계 남북관계에서 가지는 의미, 그리고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좀 더 실천성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 검토되어야 할 고려사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제 북한과 구체적인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합의하고 실천해야 할 과제가 우리의 국가적 사명으로 남아 있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다행스럽게도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간에 군사회담이 반세기간 단절되었던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을 계기로 열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이 비무장지대에 가지고 있는 정치‧군사‧환경‧경제‧문화적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비무장지대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 방안”이 가장 적절하고 실천성이 있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라 판단된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남북한 모두의 포괄적인 국가이익에 부합하여 서로로부터 호응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지도 획득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통일 이후에는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유지와 환경보호활동의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남북한과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될 수 있다. 우선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남북한의 정치‧군사‧환경‧경제‧문화적 국가이익에 부합하여 남북한 쌍방으로부터 호응받을 수 있다.

첫째, 정치적 측면으로 남북 쌍방이 평화의 구현을 상징하는 유엔의 기구를 유치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다. 또한 동북아지역 최초로 유엔기구를 유치함으로써 남북 쌍방은 정치외교력을 국내외에 과시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남북간 화해‧협력을 촉진하여 평화공존으로 진입하려는 쌍방의 대북, 대남정책에도 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대북, 대남정책, 나아가 통일정책에도 모순되지 않는다.
북한이 남한과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을 진심으로 원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방향으로 북한이 변화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장관급회담‧국방장관회담‧경제실무회담 등 다차원적 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이벤트성 사업의 지속만이 북한의 변화를 엿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북한이 우리에게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던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통일방안 수용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남북당국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북한의 변화를 보여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박재경 대장, 김용순 아태위원장을 남한에 보내고, 조명록 총정치국장을 미국에 보낸 이유는, 다른 해석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들 측근을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게 혹은 앞장서게 하려는 김정일위원장의 배려로 분석할 수 있다. 특히 군부의 실력자를 전면에 나서게 하여 군부가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도록 단결시키려는 김정일위원장의 배려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할 때 북한의 대남정책이 통일전선노선에서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본질적으로의 변화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최소한 당분간 남한과 평화공존하겠다는, 전술적인 변화 이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6‧15공동선언」에서 남북한의 통일방안으로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상정하는 상호체제의 인정과 평화공존으로 합일점을 모색하였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상을 고려할 때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남북한 쌍방의 대남 및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유엔기구의 유치는 남북 쌍방의 대유엔정책에도 부응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새로운 국제질서 하에서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한 유엔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대유엔 외교를 국제평화와 안전유지 및 인류 공동번영에 적극 참여하며, 유엔 및 각 국제기구에서 논의되는 모든 주요 문제에서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확보함과 동시에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을 이룬다는 장기적 목표 하에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의 적극 참여, 유엔의 주요활동에 대한 재정적 기여증대, 유엔 등 국제기구에의 한국인 진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1996~97) 및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이사국(1997~99)으로 활동하였다. 환경과 관련해서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이사국(1988~89, 1994~97, 1998~2001), 유엔지속개발위원회(UNCSD)의 이사국(1993~95, 1999~2002)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특히 평화, 군축 및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노태우 대통령이 제47차 총회 기조연설(1992.9.22)을 통해 냉전후 유엔의 평화유지 및 분쟁해결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유엔 사무총장의 “Agenda for Peace”를 환영하는 한편 군축, 환경, 개발 등 범세계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동참할 의사를 표명하였고, 김영삼 대통령은 유엔 5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특별정상회의(1995.10.22)에서 유엔의 분쟁예방능력 제고, 경제‧사회 및 환경문제 해결능력의 강화를 지적하였으며, 1997년 6월 23일 뉴욕에서 개최된 환경특별총회에서는 개발과 보존의 조화 및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각국의 정치적 의지 결집을 강조하였다.

한편 북한도 적극적인 유엔외교를 펼치고 있다. 북한은 70년대부터 유엔총회를 비롯한 각종 유엔회의 참석을 통해 고려연방제 등 그들의 통일방안을 선전하는데 주력해왔다. 탈냉전의 국제환경에 따라 유엔회원국으로 가입(1991. 9.17)하여 유엔을 대미외교 창구로 적극 활용하였고, 최근 들어서는 유엔산하 국제기구 등을 통한 대북식량지원 획득에 중점을 둔 외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유엔의 기구들, 예를 들어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UNEP 등을 해외자본과 기술의 유치, 해외진출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인식하여 대외개방의 창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국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유엔기구들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UNDP는 유엔기구로는 유일하게 평양에 상주대표부를 두고 있을 정도로 북한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 1월 현재 북한은 총 18개의 유엔산하 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엔총회 산하기구로서는 UNCTAD(유엔통상개발회의), UNDP, UNEP, UNFPA(유엔인구활동기금), UNICEF(유엔아동기금), WFP(세계식량계획) 등에, ECOSOC 산하기구로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에, 그리고 유엔전문기구로서는 FAO(유엔식량농업기구),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IFAD(국제농업개발기금), IMO(국제해사기구), ITU(국제전기통신연합), 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UNIDO, UPU(만국우편연합), WHO(세계보건기구), WIPO(세계지적재산기구), WMO(세계기상기구) 등에 가입하고 있다.

북한이 유엔헌장과 원칙을 중시하고 있음은 최근 러시아와 체결한 공동선언(2000.7.19)에서 엿볼 수 있다. 북한의 중앙방송은「조-로공동선언」전문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7.20).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연방 수뇌상봉과 회담은 두 나라 사이의 친선관계역사에서 획기적인 사변으로 되었다. 두 나라 지도자들은 쌍무관계 문제와 호상 관심사로 되는 국제문제들에 관하여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진행하고 회담결과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2000년 2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연방 사이의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은 전통적인 친선관계와 선린, 호상신뢰, 다방면적인 협조를 강화하며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들을 존중하고 국제적 안전과 안정을 이룩하며 동북아시아와 전세계에서 평등하고 호혜적인 협조를 발전시키려는 서로의 염원을 시위하였다.(‧‧‧)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존중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유엔을 가일층 강화하고 갱신하며 세계문제들에서 그의 중심적 역할을 강화하는데 협력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유엔헌장을 유린하는 힘의 사용 또는 힘의 사용위협이 국제관계체계의 근본에 도전하는 허용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견해를 기초로 삼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유엔 천년기 수뇌자회의와 총회가 성과적으로 그리고 결실있게 진행되도록 하기 위하여 긴밀히 호상협력할 것이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성원국들이 건설적인 기여를 할 것을 호소한다.”

북한이 휴전협정의 적대당사자인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지속적으로 주장 제55차 유엔총회(2000.9.15)에서 북한은 “조선반도에서 북남 공동선언이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는 조건에서 이제 조-미, 조-일 사이의 적대관계만 해소되면 동북아시아에는 새로운 건전한 국제관계가 수립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고무적인 과정에 부합되게 유엔도 냉전의 유물인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응당한 기여를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하였다.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유엔 자체에 대해서는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북한의 대유엔정책에 배치되지는 않는다. 특히 환경과 관련하여 북한은 UNDP를 매개로 1998년부터 식량난 해결을 위해 “농업복구와 환경계획”(AREP)을, 역시 UNDP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두만강개발계획(TRADP)과 관련하여 두만강개발지역은 물론 동북아의 환경보호를 위한 “환경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금년도 11월 중순부터 UNEP는 북한의 환경훼손 실태를 조사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상을 통해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정치적 측면에서 남북한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안이라고 판단된다.

둘째, 군사적 측면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와 화해‧협력을 촉진하여 평화공존을 이룩하려는 우리 군의 방침에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사실상 세계 제1의 중무장지역에 유엔기구를 유치함으로써 현재의 남북한 군사력의 이동‧변동 없이도 긴장완화, 전쟁억제, 평화유지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군사적 현상유지가 당면한 경제회생을 위한 차선의 방편으로 파악되고 있는 현실에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군사적 현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현재의 북한 경제운영에 커다란 원동력이 되고 있는 군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북한이 인민군을 다양한 경제분야에 투입하여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음의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한 중앙방송(2000.10.19)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18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조명록, 대장 현철해-박재경 등을 대동하고 인민군 군인들이 건설한 메기공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새로 일떠선 메기공장은 최신 양어과학 기술에 기초하여 건설한 가장 현대적인 공장으로서 메기생산의 모든 공정들이 고도로 과학화, 집약화되어 있다”고 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살찌우기못과 새끼고기못, 종자고기못, 야외 살찌우기못을 비롯한 생산공정들을 돌아보고 군인 건설자들이 단기간에 세계적 수준의 또 하나의 메기공장을 훌륭히 건설한데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 중앙통신(2000.10.31)은 “인민무력부와 각급부대 지휘관, 병사들은 조국보위와 사회주의 건설을 다 맡아 할 일념으로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와 련관탄광 등에서 전력, 석탄공업부문의 생산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사업을 진행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선전했다.
북한이 대남군사적 압박력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그 소재지 및 접근로에 국한한 군사적 변화만을 상정하고 있어 북한군의 전반적 대남압박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우리의 입장에서 비무장지대내 유엔기구의 존재는 향후 휴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이후 예견될 수 있는 유엔군사령부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를 국제적으로 담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평화체제 전환 과정에서 남북한이 평화공존 등 각종 보장적 문서에 합의하겠지만 문서가 국가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군이 해체되고 난 뒤의 공백을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유엔기구가 일정 부분 메워줄 수 있는 것이다. 이질적인 사회체제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증폭을 평화의 구현을 상징하는 유엔기구 자체가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유엔기구의 존재를 훼손하면서까지 어느 일방이 무력도발을 일으키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이란 유엔기구의 “인질”적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의 허리에 위치하는 유엔기구의 존재 자체가 남북한 주민에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부여할 것이다.

셋째, 환경적 측면으로 비무장지대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함으로써 남북한은 “21C의 화두”인 환경문제에 선도적으로 대처하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다.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인 비무장지대에 유엔환경기구가 들어서고 모든 활동이 환경친화적으로 전개됨으로써 비무장지대내 환경보호‧개선은 물론, 한반도 나아가 지역의 환경보호‧개선에 파급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엔환경기구의 설치와 연계하여 향후 평화생태공원의 조성, 생태계보전지역의 지정, 환경캠프의 설치, 각종 국내‧국제환경행사의 진행 등이 이루어질 경우 비무장지대는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와 평화를 상징하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남북한은 환경문제에 공동으로 직면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악화되던 북한의 환경문제는 경제난으로 인한 공장가동율의 저하로 현재 정체상태에 놓여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산림은 심각하게 황폐화되었다. 만약 북한의 경제가 회생하여 공장이 가동될 경우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 환경은 급격하게 악화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환경문제를 개선할 경제적 여력도, 기술적 능력도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UNEP, UNDP 등 국제기구를 통해 환경개선에 필요한 물적, 기술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무장지대에 유엔환경기구가 유치될 경우 북한은 자국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중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환경문제는 삶의 질 개선과 지속적 발전을 위해 넘어야 할 높은 산이다.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국가전반의 운영에 환경보호와 개선을 상수로 고려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나아가 한반도 환경공동체 형성을 위한 남북한 협력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치사업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넷째, 경제적 측면으로 비무장지대에 유엔기구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상징하여 남북한의 대외적 경제신인도와 안정성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다. 특히 유엔기구의 소재지가 남북간의 교통망과 자연히 연결될 것임을 고려할 때 남북간 경제교류‧협력의 활성화는 물론, 한반도가 동북아 경제거점으로 상승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의 기폭제가 될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동북아경제거점,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세계경제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시적으로는 유엔환경기구 소재지의 개발, 주재원과 방문객의 체재와 활동, 소재지에서의 각종 국내‧국제행사의 진행 등은 자연스레 남북한의 경제적 이득으로 연결될 수 있고, 향후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와 남북한의 관광지가 연계되어 “생태관광”이 실시될 경우에는 경제적 이득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유엔기구를 통한 다자간 협력은 국제규범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북한이 정치적 이유로 협력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엔기구를 통한 협력은 남북이 협력을 제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편이 된다. 즉 유엔기구가 남북협력의 제도적인 틀이 되는 것이다. 유엔기구가 남북협력을 제도화하고 협력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경제는 물론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의 남북한 교류‧협력이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로 활성화될 것이다.

다섯째, 문화적 측면으로 환경보호를 중심 임무로 활동할 유엔환경기구의 모든 활동이 문화유물‧유적의 보존‧관리적으로 진행될 것은 자명하여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는 물론 비무장지대 전역의 문화유물‧유적의 보존‧관리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가 다양한 국내‧국제문화활동의 공간으로 활용될 경우 남북한의 전통문화의 보존‧발전은 물론 세계적 문화 거점으로 활용되어 문화 한반도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 문화활동이 경제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북한에도 이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재지에서의 문화활동은 분단 반세기 동안 이질화되고 있는 남북한의 문화를 동질화하는데 중요한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통일이란 장기적 과정에서 두체제의 문화가 조화, 발전적 화합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시험대가 마련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통해 향후 한민족이 추구해야 할 통일문화의 방향성과 내용을 실천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재수립할 수 있는 기회가 유엔기구의 소재지에서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될 수 있다.
첫째, 중무장지역인 비무장지대에 평화를 구현하려는 유엔기구가 유치됨으로써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평화에 기여함으로써 역내의 예측가능한 질서와 안정적 국가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주변국의 경우 현 정치‧군사적 상황의 변화 없이도 역내 평화가 유엔기구의 유치로 인해 좀 더 담보됨으로써 안정적인 쌍무적, 다면적 관계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경제발전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며,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는데 어려움을 덜게 될 것이다. 동북아의 평화적 관계 진전은 곧 세계평화에 연결되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국제관계의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향후 휴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될 경우 예상되는 유엔군사령부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유엔기구의 비무장지대내 존재는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하여 주변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좀 더 강하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러한 역내의 안정적 정치‧군사적 상황의 발전은 역내 경제교류‧협력에도 파급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 등은 동북아 경제거점으로서의 한반도 위상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역내 전반적인 경제관계에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다. 해양으로부터의 물류가 한반도를 통해 대륙으로 안정적으로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증대되어 역내 경제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유엔기구의 유치가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활용을 촉진하여 역내, 나아가 세계 경제교류‧협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셋째, 동북아는 지금 대기오염, 해양오염 등 여러가지 환경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는 개별국가간 경제발전수준의 차이, 국가체제상의 차이 등으로 인해 지구상 어느 지역보다 국가적 다양성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고, 또한 환경오염 원인제공국과 피해국간에 불균형이 존재하여 환경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협력의 가능성이 낮은 지역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과 환경의 악화가 지속될 수 없으며, 지속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유엔환경기구의 비무장지대내 유치는 역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상호 이견을 조정하고 양보와 타협 속에 문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의제 21”이 역점을 두고 있는 지역별 환경협력을 모범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될 것이다. 각 국가는 유엔환경기구를 통해 기구가 보유하고 있는 환경개선을 위한 각종 능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환경기구에 이어 환경연구소, 환경정보센터 등이 추가적으로 설치될 경우 역내 국가는 자국의 환경정책에 중요한 지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국가적 다양성이 어느 곳보다 심한 동북아지역에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개별 국가의 정책상 환경문제 개선에 중요성을 강조하는 환기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경문제 개선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다.

넷째, 평화와 환경을 위한 지역적‧세계적 문화공간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로 조성되어 역내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고, 조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가 다양한 환경교육과 체험의 공간, 평화를 체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역내 청소년, 국민들이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칠 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Ⅳ.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의 추진방안
1. 사업추진구도

그러면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우선 전반적인 사업의 추진구도를 다음과 같이 단계적으로, 국내적‧국제적‧남북관계적 차원이란 중층적 관점에서 상정할 수 있다. 이때 각 단계는 단순히 시간적인 축차적 개념이 아니라, 동시에 추진되는 전체의 과정 가운데 시간별 중점분야를 의미한다.

가. 제1단계: 국내적 준비단계
먼저 한반도 화해‧협력을 심화시키고 동시에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여 평화공존의 관계로 진입하기 위한 국가정책으로서의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 방안”에 대한 전략적 타당성을 이론적, 실천적 측면에서 검토할 (가칭)「유엔기구유치기획단」을 관련 정부부처 및 소수의 전문가로 비공식적 차원에서 구성한다. 이때 이 사업이 비무장지대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고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협의해야 할 상대가 북한군임을 고려하여 국방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다.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의 긍정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을 민‧관‧군 등 전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여 추진‧전담할 대통령직속기관 형식의 (가칭)「유엔기구유치위원회」를 국내외 인사로 구성하여 공식적으로 출범시킨다. 이 단계에서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주요 임무는 이론적 측면에서 ①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남북한의 포괄적인 국가이익에 부합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임을 이론적으로 설득력있게 완결하며, ②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로 가장 적합한 지역을 남북한의 정치‧군사‧환경‧경제‧문화적 측면에서 검토하여 확정하고, ③ 현재 환경과 관련하여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유엔(전문)기구를 분석하여 비무장지대에 유치할 유엔환경기구를 확정하는 것 등이다.

나. 제2단계: 국내외 공감대 형성단계
「유엔기구유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에 대한 합의기반을 대내외적 차원에서 형성‧확산시킨다. 국내적 차원에서는 이 사업의 의의를 국민들에 납득시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고, 정부는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법규정 정비, 물질적 기반 확보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세계 주요 평화 및 환경관련 NGOs에 평화와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을 홍보하여 국제적 지지여론을 형성하고 이들이 지지성명을 발표하게 한다.
남북관계 차원에서는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북한이 이 사업의 의의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협의한다.

다. 제3단계: 전방위 외교단계
국내적 차원에서는 사업에 대한 국내적 지지를 확고하게 다지며, 물질적 기반을 마련한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민‧관‧군이 협심하여 전방위 차원에서 주변국을 포함하는 유엔회원국의 민‧관‧군에, 그리고 유엔사무국, 각종 유엔기구, 기타 국제기구‧단체 등에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의 의의를 홍보하고 이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한다. 만약 북한이 이 사업에 호응할 경우에는 남북한이 함께 이러한 노력을 전개한다.
남북관계 차원에서는 북한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에 소극적일 경우 사업에 대한 협의를 지속함과 더불어, 사업에 대한 국내외 NGOs 및 유엔과 국제사회‧기구의 지지를 북한이 사업에 호응할 수 있도록 하는데 활용한다. 북한이 이 사업에 적극적일 경우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사업의 이행을 위한 (가칭)「유엔기구유치남북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여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협의한다. 「유엔기구유치남북위원회」의 구성은 남북의 군을 중심으로 관련 정부부처가 참여하도록 한다.

라. 제4단계: 실천단계
국내적, 국제적 공감대와 지지, 그리고 북한의 호응을 바탕으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의 세부실천방안을 남북한 및 유엔이 참여하는 원탁회의에서 협의하고 실행한다.

2. 세부추진방안

가. 「유엔기구유치위원회」 구성
국방부가 중심이 되어 비공식적으로 구성된 (가칭)「유엔기구유치기획단」이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에 대한 국가전략적 검토의 결과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질 경우에 이 사업을 전담‧총괄할 (가칭)「유엔기구유치위원회」를 공식적으로 출범시키되,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될 위상을 고려하여 대통령직속기구로 설치한다. “반민‧반관” 형식으로 하여 군은 물론 정계, 관계, 재계, 학계, 언론계, 종교계, 기타 민간 사회단체 등을 망라한 사회지도적 인사 및 전문가로 구성하며, 주요 해외인사 및 단체, 국제기구도 참여하도록 한다.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주요 임무는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을 효율적‧체계적으로 추진하는데 있다. 구체적 주요 기능은 사업과 관련하여 ① 이론적 체계화, ② 국내외적 공감대 확산, ③ 민‧관‧군간 협의‧정보교류, ④ 정부의 국방 및 외교정책과 대북‧통일정책 반영, ⑤ 모든 활동의 질서있는 추진, ⑥ 국제적 연대활동 추진 등이다.
「유엔기구유치위원회」는 총회, 이사회, 임원, 실무위원회, 사무국으로 구성한다. 총회는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에 뜻을 같이하는 군을 포함하는 정계, 관계, 재계, 학계, 언론계, 종교계, 기타 민간 사회단체 등을 망라한 다수의 국내외 사회지도자급 인사 및 전문가로 구성하며, 그 중에서 대표적 인사로 이사회를 구성한다. 임원으로서는 대통령을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하고 그외 위원장, 부위원장, 감사, 실무위원장, 사무국장을 둔다. 한편 유엔환경기구의 유치사업을 실무적으로 추진할 실무위원회를 두되, 기능별로 기획‧조정위원회, 연구‧자문위원회, 후원‧홍보위원회 등 3개 분과위원회로 구성하게 한다.
이때 사업을 이론적, 실천적 측면에서 평가‧자문할 연구‧자문위원회는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을 확대‧개편하여 구성하며, 이로써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은 발전적으로 해체된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과 관련하여 북한군과 실무적 협상을 담당할 남북군사회담팀은 「유엔기구유치위원회」, 특히 실무위원회와 유기적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사무국은 총회, 이사회, 임원 및 실무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실행하는 행정인력으로 구성한다.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운영에 소요되는 재정은 참여 회원의 회비, 기부금, 정부의 특별회계‧관련 기금‧보조금, 국제적 지원금, 기타 수입 등으로 충당한다. 한편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출범을 전후하여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 관련 (국제)심포지움‧회의를 개최하여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조직 분위기를 조성한다.

나. 유엔환경기구 확정
비무장지대에 어떠한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할 것인가에 관한 국내적 논의는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의 검토를 거쳐 「유엔기구유치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하도록 한다. 이 경우 다음 네가지 방안을 고려하여 그중 가장 적합한 유엔환경기구 유치방안을 국내적 입장으로 확정한다.
첫째, 기존의 환경관련 유엔기구중 그 상설사무소의 소재지를 비무장지대에 이전한다. 둘째, 기존 환경관련 유엔기구들의 기능 가운데 일부를 독립하여 하나 혹은 복수의 상설사무소를 비무장지대에 유치한다. 셋째, 새로운 유엔환경기구를 비무장지대에 설립한다. 넷째, 유엔관련 환경협약들 가운데 하나 혹은 복수의 상설사무소를 비무장지대에 유치한다.
이때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이 어려우며, 다양하고 과중한 업무로 포화상태에 있는 UNEP의 일부 기능을 비무장지대에 유치하는 방안, 비무장지대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역내 대기오염 등을 고려하여 유엔의 틀 내에서 체결된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1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CITES),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등의 상설사무소를 비무장지대에 유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다. 유엔환경기구 소재지 확정
비무장지대의 어느 곳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할 것인가에 관한 국내적 논의 역시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의 검토를 거쳐 「유엔기구유치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하도록 한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는 세계 여러 나라의 시민들이 자유로이 만나는 평화의 공간, 화합의 공간, 환경보호를 상징하는 환경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향후 남북한간 인적, 물적 교류의 촉매 장소이면서 통일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에 부응할 수 있는 소재지 선정의 기준으로는 ① 유엔기구의 소재지에 걸맞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염원을 상징할 수 있는 지역성, ② 환경관련 국제기구의 소재지에 걸맞는 주변의 자연환경, ③ 배후 도시로부터의 접근성, ④ 기존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활용성, ⑤ 한반도 공간구조를 회복하는 남북연결의 용이성, ⑥ 향후 남북 경제‧사회‧문화분야 교류‧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입지성, ⑦ 향후 동북아 거점으로 역할할 수 있는 입지성 등이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의 대상지역으로 지형의 특성상 서해안 및 서부 평야지대, 중부 구릉지대 및 중서부 산악지대, 동부 산악 및 동해안 지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지대별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의선축상 장단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 및 서부평야지대이다. 한강 하구와 임진강 수계지역으로 바로 경기 북부지역인 이 지역의 특징은 파주-문산-개성축, 의정부-동두천-연천축, 양주-포천-철원축으로 이어지는 철도 및 교통망을 이루면서 분단 이전 우리나라에서 개발이 많이 진행된 지역이다. 파주, 동두천, 포천, 연천 일대가 남북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남북교류 및 경제협력의 거점인 북방교류거점으로 계획되고 있다. 특히 경의선상의 장단 지역은 평야지대로서 도로, 철도 및 수로를 활용할 수 있어 교통이 편리하며, 일산 및 개성 등 기존 도시와 인접하여 남북 및 국제적 교류 및 배후지원에 유리하다. 이미 한국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평화시 건설의 일환으로 장단지구 후방에 통일동산(오두산 일대)의 조성을 완료하였다. 현재 남북한의 합의로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향후 이들이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로 활용될 가능성을 낳고 있다. 따라서 서울과 평양으로부터의 접근성이 용이하게 됨에 따라 국제기구의 소재지로 유리할 수 있다. 한편 서부 평야지대에는 조류와 파충류, 야생 수류 등이 서식할 수 있는 충분한 먹이가 형성되어 있어 철새 및 텃새 등의 도래지로서 발달되어 있다.

둘째, 경원선축상의 철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부 구릉지대 및 중서부 산악지대이다. 철원-화천-양구로 이어지는 지역으로 과거 철원-김화-평강에 이르는 철의 삼각지대로부터 평강평야, 경원선 철도, 금강산전철이 지나던 지역이었으며, 현재는 평화의 댐, 용화산, 파로호, 수입천, 금강산의 육로 관문 지역으로 자연경관과 관광부분의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이다. 금강산 철도가 재개통되면 금강산개발과 연계할 수 있고 국토의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서울, 평양 등 기존 도시와 떨어져 있으며, 주변 산악지형의 영향으로 배후도시 건설이 곤란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지역은 온대성 자연생태계 지역으로 대성산(1175m), 백암산(1179m), 어은산(1277m), 향로봉(1293m)과 같은 높은 산으로 구성되어 야생짐승 서식에 적합하다.

셋째, 동해해안선축을 중심으로 한 동부 산악 및 동해안지대이다. 동해북부철도가 지나던 인제-고성지역은 설악산과 금강산이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자연공원으로서 수려한 산과 해변을 소유하여 관광지로서 개발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다. 생태적으로는 남쪽과 연결된 온대중부림과 북쪽과 연결된 온대북부림이 만나는 곳이며, 기후의 특성상 태백산맥 동편의 해안성 기후와 태백산맥 서쪽의 내륙성 기후로 구분된다. 또한 철새 도래지가 산재해 있다.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서울, 평양과 원거리에 있으므로 상호 개방 및 교류에 따른 사회적 파급효과가 비교적 크지 않다.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적고,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따른 안보상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며, 이미 이 지역에서 금강산관광사업이 실천되고 있어 북한이 비무장지대내 남북 공동사업에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제공항 및 국제항의 개발과 배후 도시의 건설, 수도권을 잇는 동서축의 고속교통망 확충 등 운송 네트워크의 형성과 정보통신의 국제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Ⅴ. 남북군사회담의 역할
1. 협상자세

국방부와 남북군사회담팀은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의 검토‧기획단계에서부터 북한과의 최종적 합의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의 검토와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비무장지대에 유치될 유엔환경기구의 성격과 소재지가 확정되면 남북군사회담팀은 이를 근거로 대북협상을 전개한다. 무엇보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남북한 모두에게 정치‧군사‧환경‧경제‧문화 등 복합적 측면에서 상호 이득이 되며, 동시에 국제적으로 남북한의 위상을 제고하고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민족도약의 방안임을 북한이 주지하도록 한다. 물론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좁게는 남북간 경제교류‧협력의 활성화, 넓게는 북한에 대한 해외투자 유치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경제적 효과가 있음도 북한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사업이 추진될 경우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도록 한다.

북한이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에 호응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측에 대해 실질적인 유인동기를 제공하지 않고는 사업이 효율적으로 진척되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한에 대규모 경제지원시 유엔환경기구의 비무장지대내 유치를 연계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으며,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난, 나아가 에너지난이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지원과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을 일괄합의 하는 것도 사업의 현실화를 위해 고려될 수 있다.
북한이 유엔환경기구의 비무장지대내 유치사업에 호응할 경우 남북은 군을 중심으로 「유엔기구유치남북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여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협의한다. 국내적으로 합의된 유엔환경기구의 성격과 소재지를 북한과 협상해야 하며, 소재지 및 접근로의 환경친화적 개발과 관리방안을 실무적으로 논의한다.

2. 합의 당사자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에 관한 합의의 당사자가 남한과 북한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 비무장지대의 출입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며, 비무장지대의 출입은 휴전협정 제8항의 규정에 따라 군사분계선의 남방의 경우에는 유엔군사령관의 허가를 요하며, 군사분계선 북방의 경우에는 북한군 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관의 허가를 요한다. 따라서 남한과 북한의 합의만으로 휴전협정에 의해 유지되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은 불가능한 것이하다.
그러므로 현 휴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대체하지 않고 휴전협정에 의해 설치된 비무장지대내에서 유엔환경기구의 설치를 위한 지역의 설정과 시설물의 건설을 위한 기본합의의 당사자로는 다음 두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첫째, 남한과 북한이 두 당사자로 하며, 남한은 유엔군사령관의 허가를 받고 북한은 중국인민지원군사령관의 허가를 받는 방안이다. 둘째, 남한, 북한, 유엔, 중국 등 4당사자로 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 방안이 첫 번째 방안보다 국제적 보장을 받는다는 이점이 있으나, 비무장지대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하려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 자체가 유엔기구를 설치하는 국제적 사안임과 동시에 유엔기구의 존재 자체가 평화적 보장을 의미함에 비추어 민족자결주의에 합치되는 첫 번째 방안이 좀 더 타당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경의선 철도와 도로 건설의 경우에도 남북한이 먼저 합의하고 여기에 대해 군사분계선 이남의 건설활동이 유엔군사령관의 허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북한은 경의선 공사와 관련하여 2000년 10월 11일 비무장지대내의 원활한 공사진행과 안전보장을 위해 유엔군사령부에 ‘공사관련 협상권의 남측위임’을 요구하였으며, 이에 유엔군사령부는 10월 14일 위임서한을 전달하였다. 북한이 다시 ‘공사완료 이후의 해당지역 관할권도 위임해 달라’고 요구한데 대하여 유엔군사령부는 11월 초 “법적인 문제가 야기되는 관할권은 기존대로 하되 해당지역의 관리 운영권은 남북한이 갖도록 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여 북측에 전달하였다. 유엔군사령부는 남북간 관계개선을 적극 지원하지만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휴전협정 체제를 함부로 허물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건설에 관한 합의의 주체적 당사자는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남북한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의 추진을 위한 남북한 협의의 창구도 남북군사회담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을 경의선 철도와 도로 건설을 계기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군사회담에서 관련 사업으로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소재지 및 접근로 개발

유엔환경기구가 유치될 소재지와 접근로가 위치할 비무장지대 및 인접지역은 지난 반세기간 보전된 자연환경이 제공하는 생태적 자원과 통일 후 여건변화로 인한 개발의 잠재력 모두가 중요한 자원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한 개발계획에서는 개발정책의 시행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상충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즉 유엔환경기구 소재지 및 접근로의 건설은 자연환경의 최적 이용과 관련하여 개발과 보존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에 입각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유엔기구유치남북위원회」 산하에 “환경위원회”를 구성하여 개발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조사하여 양국 정부에 상정하는 과정을 밟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국경을 끼고 있는 Erie호수 지역의 수질오염관리를 위하여 설립된 양국공동위원회(Boundary Waters Treaty of 1909)를 모델로 남북환경작업반이 공동으로 소재지 및 접근로의 환경조사 및 개발계획안을 담당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만약 소재지와 접근로의 건설을 남북한이 각자의 지역에 각자가 개별적으로 시행할 경우 환경기준의 차이에 따른 환경불균형으로 인해 갈등이 빚어질 수 있으며, 건설지에서 이동하는 유동동물에 대한 소유권의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남북이 공동으로 환경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한다면 이와 같은 문제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 개발과 그곳에 이르는 남북 각측으로부터의 통로 개설의 방법은 일체의 군사적, 정치적 문제를 현재의 상태로 존치시킨 가운데 휴전협정 당시에 판문점을 개설하던 방식에 의하여 추진한다.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와 접근로를 제외한 지역의 자국 군사력에 대한 어떠한 변화도 북한이 단기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재지와 접근로 등 대상 지역에 한정하는 비무장화 또는 군사적 변동을 상호 합의하에 추진한다. 유엔환경기구의 유치와 활동으로 인해 어느 정도 남북간에 정치적 신뢰가 구축되었을 때 군비통제의 차원에서 소재지 및 접근로 인근지역의 비무장화 또는 군사력의 이동배치 등을 추진하는 것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바람직스럽다.

소재지 및 접근로의 개발절차와 방법도 비무장지대 가운데 군사분계선의 남북은 각각 그 관할권이 유엔군사령관과 북한군 및 중국인민지원군사령관에게 있으므로 상호 합의만 되면 환경영향평가는 공동으로 하더라도 군사분계선까지의 통로는 남북이 각자 독자적으로 개설하고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에서 이를 공동으로 연결하며 기구의 시설은 공동으로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한편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는 중‧장기적으로 평화시의 일부로 확대될 것을 고려하여 개발되어야 하나, 평화시의 구상이 조만간 실현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여, 또는 평화시 건설 이후에도 평화시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자체적으로도 독립적인 기능을 가진 소도시로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유엔환경기구의 유치사업은 이러한 다양한 개발방안을 구상하되 우선적으로 환경과 평화를 위한 국제적 사무 및 회의시설의 건설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편의시설의 건설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환경과 평화와 관련하여 국가간 우호와 선린 증진을 위한 세계평화지역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업의 우선적 과제이다. 유엔환경기구의 활동을 위한 제반 여건이 갖추어지고 남북한의 협력에 관한 공감대가 더욱 높아질 경우 동 소재지 혹은 그 인근에 환경과 평화와 관련된 다양한 시설물의 유치가 논의될 수 있다. 물론 남북한간의 합의가 더욱 이루어진다면 남북 양자간의 교류‧협력을 위한 시설물도 유치될 수 있을 것이다.

4. 소재지 및 접근로 관리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에 대한 관리방안으로는 남북한에 의한 방안, 유엔평화유지군에 의한 방안, 제3국에 의한 방안, 국제적십자위원회에 의한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휴전협정 체제가 지속되는 한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의 입장에서 적대군의 당사자이며, 유엔평화유지군 역시 이러한 고려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북한이 환영할 수 있는 객관적 관리의 주체는 아니다. 또한 남북한이 평화구현의 의지를 표명하는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에 제3국이 관리하도록 한다는 방안은 남북한의 주체적 평화의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의 경우 비무장지대 내에 위치하여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소재지의 관리기능을 수행할 실천력이 있느냐의 의문을 낳게 한다. 이상을 고려한다면 결국 남북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구성되는 남북공동관리위원회 방안이 가장 실천성이 있으며, 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관리위원회의 운영에 있어서 이견의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제3의 조정위원회를 두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남북한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에 합의하고 소재지 및 접근로상에 비무장화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지고 검증이 효과적으로 실시될 경우에는 반드시 외세를 개입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3의 조정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구성될 경우에는 휴전협정이 존속하는 한 비무장지대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으로 한정하여 구성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며, 유치될 유엔환경기구와 협의하여 처리한다.
남북공동관리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출입, 치안 및 관리기능을 수행하며, 남북한 및 유엔환경기구에 의해 위임된 범위 내에서 독자적 결정권을 가지도록 한다. 소재지에 활동하는 남한의 주민은 소재지내 군사분계선 이북지역까지 그리고 북한의 주민은 소재지내 군사분계선 이남지역까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외국인의 경우에는 남을 통해서 북으로, 북을 통해서 남으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편의가 제공되어야 한다. 관리위원회의 소요경비는 남북한과 유엔환경기구가 분담하되 소재지에서 향후의 경제활동, 예를 들어 생태관광이나 행사 등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운영경비로 전용하도록 한다. 한편 유엔환경기구에 이르는 접근로에 대해서는 소재지 이남의 경우에는 남한이, 그리고 소재지 이북의 경우에는 북한이 관리하도록 한다.

5. 4자회담

유엔환경기구의 비무장지대내 유치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사업의 필요성과 의의를 다양한 국제적 통로를 통해 설명하고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한‧미간 긴밀한 공조하에 추진되고 있는 4자회담과 그 틀은 한반도 평화조성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이다.
4자회담의 양대 의제는 평화체제 전환과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이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구체적으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상기 양대 의제에 분명하게 포함될 수 있는 사업이다. 휴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남북한간 정치적, 군사적 신뢰구축이란 측면에 충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4자회담에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사업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남북군사회담팀이 담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Ⅵ. 결 론
남북관계가 경제,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의 교류‧협력과 더불어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도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의 발전 전기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마련되었고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 역시 정치, 군사, 환경, 경제, 문화 등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 결과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북한의 호응 여부가 바로 평화적 공존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될 수 있느냐에 관한 북한의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은 군의 철수 혹은 평화협정체결과 같은 군사적, 정치적 문제가 선행조건으로 해결되어야 비로소 실현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군사적, 정치적 문제는 현상태로 두되 가능한 부분적, 분야별 평화이용을 실현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군사문제와 정치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의 발상은 이러한 접근방법에 기초하였다. 또한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화, 교류지대화, 융합지대화로 진전시킨다는 모형을 설정하되 이를 포괄적, 동시적으로 접근해 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제로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를 제의하였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중무장지역인 비무장지대에 평화의 구현을 상징하는 유엔기구를 유치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유지는 물론,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하려는 남북한의 의지를 과시하는 사업이다. 유엔기구의 비무장지대내 존재는 휴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시에 예상되는 유엔군사령부 해체의 경우에도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유지를 담보할 수 있다. 또한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비무장지대 평화적 활용의 계기를 마련하고 경제번영의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아시아지역 최초로 유엔기구를 유치함으로써 남북한의 정치‧외교적 위상을 고양할 수 있으며, “21C의 화두”인 환경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남북한의 의지를 과시하고, 아시아지역에서 환경보호의 중심국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통일 이후에는 통일한국의 세계평화유지와 환경보호 활동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가장 바람직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남북한 관계의 진전 정도 또는 국내 및 국제적 상황변화에 따라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동시에 이 사업을 남북한이 유효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각종 세부합의서를 채택하여 이 사업을 법적 제도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대화, 특히 직접적으로 비무장지대를 관리하는 남북한의 군간에 회담이 지속되어,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관계를 적대적 협력에서 평화적 공존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남북정상회담이지만 실질적인 평화적 공존관계로의 진입은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남북한의 합의가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향후 남북 쌍방에, 남북관계의 진전구도에, 민족의 장래에 가질 수 있는 의미를 먼저 우리측이 깊이 인식하고, 이에 대해 북한이 화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작업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군사회담에서, 그리고 향후의 남북대화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창조적 발상이 꾸준히 지속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