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전과 美 해병대의 딜레마 이시우 2005/09/20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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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전과 美 해병대의 딜레마

일반적으로 시가전은 적군과 아군의 병력 손실뿐만 아니라 비전투원(일반 주민)의 사상자를 낳게 마련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시가전으로 꼽히는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이나 베를린 공방전에서 많은 주민이 죽고 다쳤다. 1993년 10월3일 아프리카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단지 하루 동안 벌어진 시가전에서도 미군 18명을 포함, 1000여 명이 희생됐다.

1년 전 이라크 공격 당시 펜타곤(미 국방부) 지휘부가 걱정한 것 가운데 하나가 시가전이었다. 인구 500만 명의 인구 밀집 도시 바그다드에서 이라크군이 도시 게릴라 전술을 펼 경우 미군과 이라크 정규군뿐만 아니라 이라크 시민들이 희생되게 마련이다. 4월 들어 이라크 곳곳에서 시가전이 벌어졌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라크 공격 1주년에 즈음한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이라크인이 1년 전 사담 후세인 통치 시절보다 좋아졌다고 여긴다. 영국 BBC 방송 여론조사에서는 49%가 이라크 공격이 옳았다고 여기며 39%는 잘못이라고 답변했다. 유엔 결의를 비켜 갔다는 국제법상 문제가 있었어도 절반은 공격 결과(후세인 독재정권 붕괴)를 좋게 보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문제는 이라크 공격을 부정적으로 보는 39%와 그 속에 포함된 이라크 무장세력이다.

미 외교협회의 한 문건에 따르면 미 육군대학 교수 윌리엄 플래빈은 “인구의 4∼5%가 무장봉기에 뛰어들 경우 나머지가 가담하지 않더라도 봉기를 진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시아파 봉기의 중심 인물 모크타다 알 사드르를 따르는 마흐디(시아파 무장조직)는 6000명. 이들은 수니 삼각지대(Sunni Triangle)의 수니파 게릴라들과 느슨한 연합전선을 이룬 모습이다.

미군 지휘관들의 고민은 시가전의 어려움에 있다. 비전투원인 주민들을 다치지 않게 하고(미군 용어로는 ‘collateral damage’를 내지 않고) 외과 수술에서 암세포를 도려내듯 무장 게릴라들을 격파하기가 쉽지 않다.

바그다드 빈민가인 사드르 시티나 팔루자·나자프 등 여러 도시는 게릴라들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공격하자니 민간인이 다치겠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이것이 팔루자(인구 25만 명)에서 작전 중인 미 해병대 장병들이 부닥친 딜레마다.

도시 게릴라전의 문제점을 풀기 위해 미군이 참고하는 교본이 60년 전에 작성된 ‘국지전에 관한 기술’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여기에는 19세기 말 미군이 쿠바·필리핀을 점령하면서부터 20세기 전반까지 미군이 벌인 대(對)게릴라전의 경험이 다양한 전술로 정리돼 있다.

그렇지만 전투 현장은 언제나 바뀐다. 교본과는 다르다. 이라크 현지의 한 미군 장교는 게릴라들과 싸우면서 1968년 베트남 위에(Hue) 시가전을 떠올렸다(위에는 68년 베트콩의 구정 대공세 당시 미군이 가장 격렬한 시가전을 치렀던 곳이다).

존 애비자이드 미 중부군사령관은 “이라크는 베트남이 아니다”라며 상황을 추스르는 중이다.

〈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